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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241화 (1,241/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어려서부터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안 해본 일이 없는 총 제독이다.

그래서 우주군에서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직위가 되자 죽어도 힘든 육체노동은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젊어진 이상 그런 게으름을 용납할 생각이 전혀 없는 천족과 마족이었다.

“팽팽한 자기 얼굴이나 보고 지껄여라.”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에 의해 개조된 지금 지옥에 산채로 오면 누구도 늙지도 죽지도 못해.”

“그러니 너도 당장 일을 해!”

“호오? 나와 동맹만이 아니라 살아서 지옥에 오면 전부 불로불사(不老不死)가 된다고?”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역시 대화의 필요성을 느낀 총 제독은 심각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왜 그렇게 지옥을 개조했지?

그건 상당한 예산, 아니 신계이니 정기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 아닌가?

지옥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투자할 필요가 있나?”

“어어?”

“으응?”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갑자기 허를 찔린 천족과 마족이었다.

‘실제로 지옥에 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저주이자 축복을 거셨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마음에 안 들면 창조신조차 때려죽이고 다니는 아이언에게 왜 그러셨냐고 물어볼 간 큰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질문을 받으니 깊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옥에 오는 지성체에게 왜 불로불사(不老不死)가 걸리게 하셨지?”

“진짜 이상하기는 하군.”

총 제독은 심각한 표정으로 의지를 교환하는 천족과 마족을 보면서 후회를 했다.

“이건 파고들면 안 되는 신계의 비밀이었나?

내가 동의하면 아픈 기억을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고 했지.

싹 지우자.”

그 말에 천족과 마족은 다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도록 하지.”

“이건 지워야 할 것 같다.”

일반적인 지성체라면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총 제독이 신에게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으니 어떤 허물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의문은 본인에게 지극히 안 좋았다.

‘정신체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신계에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영원히 사는 신계에 자그마한 의문이나 부조리를 느끼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져서 견딜 수 없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신이 그런 마음의 변화를 모두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원히 사는 권력자가 자신의 위치를 흔들 수 있는 위험분자나 반역자를 용서할 리가 없었다.

‘잘못하면 신에 대한 반역자로 낙인찍혀서 소멸이 된다.’

‘소멸이 차라리 낫지.

본보기로 영구히 벌이 내려지는 수가 있어.’

‘이런 위태스러운 의문은 삭제하는 편이 낫다.’

또 기억을 삭제했지만, 본인들은 이게 몇 번이나 반복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통일이 되어서 적이 없어진 제국에도 이러한 통치에 대한 의문을 품는 존재들이 늘어난다.

초능력자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새로운 세력이 된 기업가와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제국이 은하를 통일한 이유가 정체 모를 존재와 아이언의 개입이라고 우주 해적이 폭로한 이후의 혼란을 보고 확실히 자신들의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합과의 전쟁 시절에는 감히 여왕님을 욕하는 시민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위까지 하고, 치안부도 진압을 망설인다.”

전쟁에 억눌러있던 자유와 권리를 갈구하는 국민의 자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확실히 평화로운 시대가 왔어.”

“여왕이 아닌 국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국민이 가장 중요시하는 돈과 여론을 주도하는 자신들이야말로 대표이며 이번 시대의 주역이었다.

그러니 이번 우주 해적의 폭로는 절대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명예대공(名譽大公) 아이언이 정체 모를 존재이며 은하 전 지역에서 벌어진 집단 행방불명 사태의 원흉이라고?”

“그럼 은하제국은 사실상 정체 모를 존재들의 손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정확한 진실을 알아야 해.”

“때에 따라서는 아무리 프롬 여제님이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다.”

자본을 가진 기업가이며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정치가로서 은하제국의 신진 세력이 아닌 여왕 대신에 정치적인 주도권을 잡을 기회로 본 것이다.

“절호의 명분이 생겼으니 치안부에 압력을 넣어서 시위를 진압하지 못하게 하자.”

“프롬 여제와 에메랄드 여왕을 압박할 좋은 기회다.”

은하는 통일되었기에 평화의 시대였다.

그렇기에 전쟁에서 벗어난 국민은 더한 복지와 자유를 찾아서 프롬 여제와 같이 완벽한 통치를 하는 존재를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폐위는 무리이겠지만, 최소한 권력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차지할 수 있어 보여서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국민은 우리의 편이다.”

“일반 시민은 여왕이나 여제와 같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존재를 싫어해.”

“이번 일을 이용해서 최소한 입법권만은 회수한다.”

그런데 지금 바깥에서는 그들의 상상을 초월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본성의 수도뿐만 아니라 전역에서 벌써 며칠째 총격전과 폭발음이 멈추지 않는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따따따따땅-! 꽈꽈꽈꽝-!

다행스럽게 대형 기계 병기는 없지만, 소화기로 완전무장한 우주군과 치안부의 전투였다.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게 기습을 당하고 경찰서에 보관 중인 무기를 몽땅 빼앗긴 치안부였지만, 이제 만만찮게 대항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상대는 연합과의 전투로 단련된 우주군이라서 너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총알이 날아다니는 거리를 방탄 강화복을 입고 중형 소화기를 들고서 경찰차가 보이는 족족 날려버리는 우주 해병들이 문제였다.

치안부의 방어선을 손쉽게 돌파한 그들은 안면을 보호하는 방탄 마스크까지 내리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잡담을 하는 중이었다.

“후우우우우-! 이제 꽤 하는데?”

“킬킬킬킬킬-! 그래 봤자 민간인이지.”

연합의 행성에 초능력자나 개조 인간과 함께 강하하여 정부를 제압하는 제국의 우주 해병을 본성에서 본 기업가와 정치가들은 어이가 없었다.

더구나 군대에서 꼭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 엄청난 흥분제가 잔뜩 포함된 담배까지 전부 입에 물고서 총을 난사를 시작한다.

이러니 감히 말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총을 든 치안부가 쏘기 시작하면 우주 해병들은 중화기로 건물이나 자동차와 함께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과격한 진압과정에서 얼마의 치안부가 죽어 나갔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건 우주군의 반란이야.’

‘말이 통할 상황이 아니다.’

‘잘못하면 대량 학살이 된다.’

우주군은 마치 함대가 전멸하기 전의 최후의 전투처럼 흥분제를 투약했다.

그리고 핏발이 잔뜩 서서 붉게 보이는 눈동자로 치안부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습격한다.

“차량부터 파괴해서 기동력을 빼앗는다.”

“오! 저기 높은 놈이 또 있다.”

“일단은 계급장과 무기만 빼앗고 제압하라는 명령이다!

그러나 저항하면 바로 사살해.”

“계급 높은 놈들은 반드시 잡아!

자기 계급과 동급이상이면 바로 인정하시겠다는 대공님과 여제님의 약속이다.”

“그러니 잔챙이는 신병에게 던져줘!”

내용을 들어보니 프롬 여제가 치안부를 반역세력으로 규정하고 우주군에게 진급을 약속하고 진압명령을 내린 모양이었다.

반역의 굴레에 기습을 당하고 무기 수준까지 밀리는 치안부가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꽈꽝! 화르르르르!

여기저기 경찰서가 불타오르고 보이는 모든 경찰차가 파괴된다.

그리고 점점 병력이 집중되어서 요새가 되어가는 치안부의 중요거점들은 방탄 장갑복을 입은 우주 해병들이 습격해서 철저하게 분쇄한다.

그렇게 우주군은 연합과의 전쟁에서 배운 정석대로 본성의 수도를 완전히 점령하려 하고 있었다.

이제 평화라고 생각해서 여왕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누어 먹을 생각이던 정치가와 기업가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우주군의 반란이다.”

“우주 전함은 없지만, 치안부는 상대가 안 돼.”

“지상군! 지상군은 뭘 하고 있나?”

“왜 가만히 있는 거야?”

권력은 시민의 지지가 중요하지만 가장 큰 무력인 군대도 중요했다.

그래서 자신이 있는 돈과 인연을 총동원하여 어느 정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었는데 그런 장군 중 누구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연락해본 결과 부관이나 가족들로부터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모두 황궁에 불려가서 연락이 두절이 되었다고?”

“치안부가 움직이지 않았는데 누가 그걸 어떻게 해?”

“황궁의 인공지능 군대가 직접 움직였다고!?”

“에메랄드 여왕에게 황위를 양위한 프롬 여제가 직접 움직였다는 뜻이다.”

일천만 명이 넘는 본성의 지상군이다.

장군만 해도 일천 명인데 그들을 동시에 동시에 황궁에서 연행해갔다는 정보였다.

영관급들도 치안부와 우주군의 충돌을 보면서 대숙청을 감지했으나 부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택에서 침묵하면서 여왕의 처분만을 기다린다.

그들의 문밖에는 여왕의 인공지능 친위대가 버티고 있으니 움직일 수가 없던 것이다.

어느새 거리에는 인간은 모두 사라지고 프롬 여제가 통제하는 인공지능 기계만이 가득했다.

“이런 수의 인공지능 기계 친위대와 군대를 언제 건조했지?”

“본성을 유지와 관리만 하던 기계 전부가 움직이고 있다.”

“이게 프롬 여제의 힘인가?”

프롬 여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제국을 혼자 만들고 마침내 은하를 통일한 불세출의 여걸이었다.

그런 강자를 너무 구석에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업가와 정치가들은 황급히 본성을 떠나려 한다.

‘거의 돌아서서 여왕을 비난하는 시위조차 방치를 하던 치안부가 우주군에게 당했다.’

‘흔들리던 지상군까지 숙청이 끝나면 다음은 바로 권력을 꿈꾸던 우리 차례다.’

가족들을 전부 데리고 허겁지겁 우주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는 절망했다.

공항에 대기하는 배는 단 한 척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 위를 쳐다보니 사유용 함선과 군용 함선을 가리지 않고 모두 위성궤도에 떠서 대기 중이다.

시동키와 조종암호를 자신밖에 모르는데 누가 출발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바로 해답을 찾았다.

“에메랄드 여왕의 함대지배 초능력으로 빼앗겼는가?”

“몇 겹의 보안장치가 아무런 쓸모가 없군.”

“으윽!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직접 당해보니 에메랄드 여왕이 가진 인공지능이 달린 배라면 모두 지배하여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는 초능력은 우주항해의 시대에서는 절대적이었다.

더구나 프롬 여제가 지배하는 인공지능 친위군과 기계들이 공항과 도로를 점령하기 시작하자 저택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위이이이잉! 위잉! 에에애에엥!

땅에는 인간형의 친위군이 치안부 대신에 순찰을 시작한다.

하늘에는 자동차 크기의 기계 벌들이 거리로 나오는 인간이 보이면 바로 달려들어서 마취시켜서 자택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행방불명 된 가족들을 돌려달라는 평화시위를 반복해서 방영하던 방송은 잡음만이 가득했다.

치이이이이-!

긴급 행성 통신망까지 마비된 지가 오래였다.

모든 우주함을 에메랄드 여왕에게 강탈당했는데 그 외의 통신이나 기타 모든 기계가 관리하던 체계를 프롬 여제가 통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여왕의 지배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자신들로 권력을 이양하려던 사업가와 정치가들은 무력해져만 갔다.

“설마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으득! 프롬 여제는 반항하는 인간들을 모두 배제하고 기계만으로 은하제국을 만들 생각인가?”

다행히 수도와 전기, 식량은 정상적으로 집으로 배급되어서 국민은 어서 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끝까지 저항하던 치안부는 우주군에게 거의 점령당했다.

그리고 정치가와 사업가들이 뇌물로 포섭했던 치안부의 간부들이 계급장을 전부 압수당하고 어딘가로 호송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땅땅! 파파파!

여기에 마치 점령군처럼 하늘에 총을 쏘면서 지나가는 우주군을 보는 순간 국민들은 깨달았다.

“영원한 평화란 환상이었구나.”

“전쟁은 항상 우리 옆에 있었어.”

그들이 보기에 프롬 여제는 자신을 반대하는 우주군, 치안부, 지상군을 가리지 않고 처벌 중이었다.

여기에 국민과 함께 정치가와 사업가까지 전부 적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건 권력 싸움이 아닌 사느냐 죽느냐의 전쟁이다.”

“그런데 우리는 안일하게 시위를 하여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여왕의 세력을 회유하면서 편하게 권력을 찬탈하려 했다.”

이런 마음가짐의 차이는 강한 힘을 가진 여왕들이 먼저 움직이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뒤늦은 후회만이 늘어난다.

“우주 해적들이 폭로한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의 행방불명으로 가족들이 들고일어났을 때 최소한 기계의 통제권은 넘겨받았어야 했어.”

“정체 모를 존재들이 여왕을 뒤에서 조종한다고 군대의 여론이 극도로 안 좋았던 시기에 바로 반역을 시도할 걸 그랬어.”

“유리할 때 먼저 시작해야 했어.”

조금 더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 위험을 줄이려다 은하제국의 시민을 전부 적으로 돌릴 각오까지 한 여왕들에게 당한 셈이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길은 여왕들의 자비뿐이었다.

“너무 늦었다.”

“우린 졌다.”

사업가와 정치가들은 은하제국의 인간 전부를 숙청할 기세인 여왕들에게 어떻게 용서와 관용을 끌어낼지 고민하면서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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