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처음에는 지옥과 비슷한 험악한 감옥이라는 비유로 알아들었는데 정확하게 정말 그곳이라고 알려주었다.
‘분명 살아는 있는데 지옥이라?’
‘그런데 지옥이 어디야?’
‘진짜 실재하고 있었어?’
‘정체 모를 존재들, 이제 지배층에게만 신족으로 확실히 알려진 그들의 중심부로 추측된다.’
‘이 은하계의 어딘가겠지.’
지옥이 어디인지도 모르니 구출은 고사하고, 자신들도 끌려가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 할 판국이었다.
여왕의 지배체제를 바꾸려던 시도는 기계를 지배하는 프롬 여제의 분노로 인하여 은하 제국의 모든 인간의 안위가 걸려있는 사태로 바뀌었다.
‘지금 문제는 일을 벌여 놓고서 지옥으로 사라진 총 제독이 아니다.’
‘치안부의 자리는 쟁취했는데, 이제 인공지능 기계와 경쟁을 해야 할 판국이다.‘
‘프롬 여제님의 통제에 전적으로 따르는 인공지능 기계들이 보여준 능력은 모든 인간의 간담을 써늘하게 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간단한 일은 솔직히 아무 감정도 없이 시키는 대로 완수하는 인공지능이 잘한다.
‘인공지능 기계가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인간보다는 다루기 편하지.’
‘여왕의 지배체제에 반대하면 없으면 제국이 망할 수준의 인재가 아니면 바로 교체가 되고 있다.’
‘프롬 여제님께서는 전쟁 시절보다 더한 권력을 구축한 상태다.’
그러나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무조건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응력과 창의성은 인공지능을 압도한다.
여기서 문제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의 업무가 드물다는 점이었다.
그런 면에서 치안부는 현재 우주군이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계와 과거 치안부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었다.
‘모두 필사적이니 비슷하다.’
‘이러면 능력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해.’
‘인공지능은 아부를 못 한다.’
‘시킨 일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하지.’
‘이 텅 빈 환영식을 보라고!
이래서야 어디 은하제국 여왕님의 개선으로 보이나?’
‘어떻게든 신임 여왕의 환심을 사야 한다.’
그래서 모든 제독이 알아서 에메랄드 여왕의 도착을 환영하기 위해서 늘어서 있는 중이다.
그리고 바라는 점이 있었다.
‘전함을 지배하는 초능력으로 함대의 여왕이라고 불리시지만, 언제까지 우주를 떠돌아다니실 수는 없지.’
‘본성에서 머물면서 은하 제국을 통치하시면 우리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
연합과 수십 년을 싸우고 병에서 함장까지 승진한 자신들은 유능한 제독이고 군인이 틀림없었다.
다만 인공지능과 능력을 다투어야 하는 점이 불안했지만, 자신은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구궁-!
에메랄드 여왕의 기함인 비스듬히 엎드려있는 미녀 형태의 거대 우주 전함 퀸 엘라자베스 호의 입에서 발사된 빛줄기가 황궁의 광장 중앙을 비춘다.
행성에 하강할 때 쓰는 수송용 빔이었다.
“이제 오시는군.”
“공개성명을 낸 우주 해적단을 못 찾으셨다고 하던데?”
에메랄드 여왕이 우주 해적단 토벌에 실패했다는 소문은 이미 본성에 퍼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왕에게 도전할 세력 따위는 없다.’
프롬 여제가 독한 마음을 먹고 이번에 여왕의 명령체계를 거부하거나 불성실하게 처리했던 모두 간부들을 뿌리째 뽑아버린 것이다.
‘거기에는 장관급 인사도 상당수가 섞여 있었다.’
그런 인재들의 대량 숙청은 은하 제국으로서도 굉장한 무리인데도 과감하게 해직시키고, 여왕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중이었다.
“쉬! 입을 조심해.”
“우주 해적단 대신에 숨어있던 연합의 잔당과 다른 우주 해적들을 싹 쓸어버리셨으니 충분한 업적이다.”
숨어있던 불순분자들을 소탕하면서 은하 제국의 치안은 더욱 견고해졌다.
함대의 여왕으로서 능력과 위엄을 보여서 불온한 기색이 있던 행성 총독들이 모두 납작 엎드렸으니 굉장한 성과였다.
우우우! 탁!
수송 빔에 의해서 지상에 내려선 에메랄드 여왕의 모습을 확인한 제독들은 일제히 구령을 붙였다.
“은하제국(銀河帝國) 이대 함대의 여왕(二代 艦隊의 女王) 에메랄드 님을 위해 경례!”
늘어선 제독들이 에메랄드 여왕에게 일제히 경례를 붙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척! 척!
그리고 제독의 환대를 받으면서 대열의 앞을 지나가는 에메랄드 여왕의 모습은 실로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번쩍! 번쩍!
함대 지배의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머리카락은 에메랄드 보석의 빛으로 빛난다. 거기에 빼어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나는 전신 타이츠 위에 우주 전함 제독용의 검은 정장을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머리에는 은하 제국의 여왕을 뜻하는 화려한 보석 왕관이 자리한다.
‘흠잡을 데가 없는 여왕의 모습이구나.’
‘피가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어.’
그 위엄있는 모습에 제독들은 내심 감탄했다.
그러나 에메랄드빛의 눈동자에서 이글거리면서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이 제독들의 소름을 오싹 끼치게 하고 있었다.
제독들이 잊고 있던 사실이 다시 살아났다.
‘그러고 보니 엄청난 전투 초능력자이기도 하셨지?’
‘우주에서 함대와 함께하는 초능력 전투라면 제국 최강의 크림 백작과 슈가 백작을 압도하셨다.’
아무리 정체를 숨긴 공주의 취미라고 하지만, 제국 행성까지 터는 우주 해적질을 하고 다니면 용서받을 리가 없다.
당장 잡아서 황궁에 가두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으나 무마된 이유는 하나였다.
‘우리 중 누가 우주 해적을 하는 에메랄드 공주를 잡을 수 있지?’
에메랄드 공주의 함대를 지배하는 초능력을 알고 있는 우주군은 물론이고 개인 전투능력을 파악하고 있던 초능력자 귀족들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잡으려고 하면 제국이 흔들릴 정도였다.
‘….’
‘….’
더구나 프롬 여제도 완벽한 여왕으로서 길러지고 있는 크롬 공주로 인하여 제국의 계승권에서 완전히 멀어진 에메랄드 공주는 자유롭게 살라고 내버려 두었다.
우주 해적이라는 동료를 얻어서 사랑하는 남자까지 생겼던 그녀가 은하 제국의 이대 여왕으로서 정식으로 등극한 사실은 어찌 보면 비극이기도 했다.
뚜벅! 뚜벅!
제독들의 경례를 똑같은 군례로서 받은 에메랄드 여왕이 프롬 여제가 기다리는 황궁 안으로 사라지자 제독들은 겨우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휴우! 그러고 보니 초능력자의 기운을 이렇게 느껴본 것도 오래간만이군.”
“초능력자들은 전부 천국에 갔다가 지옥으로 나누어져 있다던데 어떻게 살고 있으려나?”
여왕에게 대항하면 귀양을 가는 장소가 천국과 지옥이라고 말하면 어린애가 웃을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이제 똑같은 인간으로 볼 수 없는 막대한 기운을 품어내는 프롬 여제의 말이니 확실했다.
그리고 자신들도 늙어서 언제 죽을지 모르니 걱정이 되었다.
“이거 우린 죽으면 천국이야?
지옥이야?”
“아무리 보아도 우리는 앞으로 착하게 산다고 천국을 보낼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총 제독처럼 지옥이 아닐까?”
치안 장관을 지옥에 보냈다는 말과 함께 뒤이어 들은 프롬 여제의 설명이 귀에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초능력자나 기계 인간과 같은 지배층은 분류기준이 다르다.
무능하면 지옥, 유능하면 천국이다.’
영웅동맹에 포함되었던 초능력자들이 낙제하면 지옥에 보내졌으니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제독들의 마음은 더욱 바짝 달아오르고 있었다.
‘정말 지옥이 있다면 어떻게든 능력을 인정받고 천국을 확보해야 했다.’
치안부가 성과를 내는 방법은 범죄율을 낮추고 시위를 없애는 일이었다.
“일단 가족을 돌려달라고 하던 시위대는 어떻게 했지?
우리 쪽은 자진해서 흩어졌다.”
프롬 여제의 명으로 우주군과 치안부가 시가전을 벌였던 본성의 수도에서 감히 시위하려는 용감한 국민은 없었다.
그러나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우리 구역은 십여 명이 나와서 설치기에 경고 방송 이후에 모두 잡아서 영창으로 보냈다.”
“영창?”
“아! 실수. 구치소다.”
아직 군대 용어가 남아있던 제독은 빠르게 수정하고 추궁을 피해서 시선을 하늘을 돌렸다.
“밑에 놈들도 인정받기 위해서 필사적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인공지능 경찰들에게 승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알아서 잡아야 하겠지.”
귀로는 제독들의 대화를 놓치지 않고 듣고 있지만, 눈은 오직 하늘의 우주 전함에 고정되었다.
구구구구구구구궁-!
하늘을 가득 메운 함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그리움이 가득 찼다.
병사부터 시작해서 함장까지 평생을 같이하던 우주 전함에서 갑자기 쫓겨났으니 더욱 그러했다.
‘우주군은 바로 숙청당한 치안부보다는 입장이 낫다.
하지만, 굉장히 위태한 상황이라서 다시 우주 전함을 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주함대라는 강력한 전투 무기를 믿을 수 없는 지휘관에게 맡길 지배자는 없다.
그러니 유일한 희망은 명예대공(名譽大公)인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약속한 치안함대의 창설이었다.
‘강탈한 치안부의 직위를 두말없이 인정한 모습을 보니 믿을 만하다.’
‘내가 늙어 죽기 전에 빨리 만들어지면 좋겠군.’
그렇게 마음을 달래면서 우주함대를 쳐다보니 저절로 마음속의 말이 흘러나온다.
“다시 여왕님께 인정받으면 언제인가는 너에게 돌아갈 수 있겠지.
행성은 우주에 비하면 너무나 답답하고 좁아.”
하늘의 우주함대만을 쳐다보는 제독의 혼잣말은 주변 제독들의 감정을 흔들었다.
그리고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자신의 기함을 찾으면서 한참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하늘 전부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슈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그것은 함대 규모의 거대한 공간이동의 징조였다.
행성을 통째로 삼킬 기세로 거대한 공간의 문이 열린다.
“푸-!”
“적습!?”
은하제국의 본성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불시로 공간이동을 해오는 존재가 결코 아군일 리는 없었다.
더구나 규모가 심상치 않았다.
제독들이 바로 위기를 알고 비상을 걸려 했는데, 커다란 웃음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온다.
“카하하하하하-! 은하제국 명예대공 은하유성(銀河帝國 名譽大公 銀河流星) 아이언 본성 복귀!
반역자들은 어디 있느냐?”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간의 문에서 황금빛의 투기 소용돌이가 작렬한다.
그리고 중앙에서 금발의 소년이 튀어나오는 모습이 똑똑히 보인다.
“커어어억! 대공님이다!”
“이제 대놓고 하시는구나!”
이변의 규모가 초능력자의 소행이라고 둘러대기에는 지나치게 컸다.
이번에는 어떻게 대공이 신이라는 사실을 숨기나 고민을 하는 제독들이었다.
그런데 본성의 하늘 전부를 가리던 엄청난 크기의 황금 회오리가 일순 사라지면서, 상공에서 황궁 앞의 광장에 금빛의 번개가 내려꽂힌다.
쿠우우우우우우웅-!
본성을 박살 낼 기세였던 투기 회오리를 순간에 흡입하고 두 발로 선 아이언은 뜻밖의 출연에 입을 딱 벌린 제독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 너희가 나와 있었느냐?
후후후! 감이 쓸만한데?”
“!!!”
쓸만하다는 칭찬에 모두 정신이 돌아와서 일제히 경례를 올리면서 외친다.
“충성!”
“진격!”
“필승!”
“통일!”
너무 당황해서 각 함대에서 자체적으로 썼던 경례구호를 각자 외친다.
그러나 미묘하게 어울리는 모습에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스쳐 지나가면서 말한다.
“후후훗! 좋아!
그렇게 모든 일에 열심히 하면 천국으로 보내주마.”
“!?”
“!”
신계 주신인 아이언이 아닌 다른 누가 말했으면 질 나쁜 농담이다.
그러나 말하는 당사자가 천국과 지옥을 통제하는 고위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제독들에게는 전율이 일 정도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병처럼 힘차게 외치는 제독들의 경례를 받으며 앞을 지나가는 아이언은 그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 지침은 오직 하나다.
여왕에게 충성하며, 은하제국(銀河帝國)을 번영시키라.
그럼 천국을 보장해주마.
치안함대도 바로 만들어 주지.”
“예-!”
그렇게 모호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천국으로 가는 길은 정말 가까이 있었다.
감격에 겨운 제독에게 황궁으로 멀어지는 아이언의 경고가 들린다.
“거꾸로 하면 당연히 지옥이다.”
“흡!”
천국이 가까우니 당연히 지옥도 바로 옆이었다.
“어떤 선인(善人)이라도 내 지침에 거역하거나 영역에서 분탕을 치면 가만두지 않겠다.
내 재산인 은하에 손해를 입히면, 환생을 못 하게 산채로 던져넣겠다.”
그리고 아차 하면 바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