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검편(劍蝙) 아스나스는 이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급소를 알아냈다.
박쥐의 검의 공세를 하체를 희생하면서 상체, 특히 머리를 집중해서 막아내고 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너의 약점은 머리로구나.’
오오오오오오오옹-!
박쥐의 검의 손잡이가 울부짖으면서 초진동 무형칼날이 몇 배로 증폭이 된다.
두가가가가가-!
동시에 검집이 삼각형의 조각들로 분해되어 투기의 집합체가 되어서 검날과 결합이 되었다.
위이이이잉!
드디어 드러난 박쥐의 검의 진실한 모습은 체인톱처럼 투기의 칼날이 검날을 타고 맹렬하게 회전하는 모습이었다.
처음 보는 박쥐의 검의 형태에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라? 굉장히 위험해 보입니다.”
박쥐의 검의 전력전개는 무형이 가진 은밀함과 절삭력을 버리고 모든 물질과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흉악한 파괴력을 가진 투기 톱날의 마검이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는다.
“계약을 위해서 받아들이지요.”
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정신체의 인지를 벗어난 초고속의 검술을 휘두르는 검편(劍蝙) 아스나스에 의해서 드러난 톱날의 검은 바로 사라졌다.
슉-!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나는 박쥐처럼 아스나스의 모습까지 사라지고, 소름 끼치는 침묵 속에서 차가운 기합이 울린다.
“머리!”
갑자기 하늘로부터 나타나 땅으로 떨어진 박쥐의 검의 톱날들은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신체를 정수리부터 사타구니를 정확히 양단한다.
투각-! 푸가가가가-!
피와 근육이 톱날 검에 말려 들어가서 분쇄되는 끔찍한 소리가 울린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치명적인 급소를 지나갈 때마다 착실하게 십자 형태로 가로 베기를 해서 분쇄한다.
“목! 심장! 배!”
톱날 검이 뼈를 자르기보다 으깨고 근육과 장기를 뭉갠다.
그제야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박쥐의 검의 진정한 용도를 알 수 있었다.
‘불사체(不死體)의 처리에 특화된 파괴검이었군.
깨끗하면 잘리면 재생이 쉽지만, 이런 식으로 불규칙하게 파괴를 하면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근원(根源)의 생명력이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투기가 집중된 투기 톱날들이 이제까지처럼 베이는 순간 붙지 못하게 만들고 재생권능을 분쇄한다.
‘호오? 재생력을 특화한 나와는 상극이군.’
몸의 절반이 잘려져서 산산이 으깨지고 있지만, 얼굴에는 웃음만이 감돌았다.
‘지금이라면 내 생존력이 더 위다.
이 정도로 죽을 정도로 쉽게 살지는 않았지.’
투가가-! 푸학-!
투기로 만들어진 톱니가 상대의 신체와 권능과 마도를 남김없이 부수는 것을 느낀 검편(劍蝙) 아스나스는 이번에야말로 상대를 끝장냈음을 확신했다.
생명이 초진동 칼날에 분해되어 사라지는 익숙한 느낌이 전해져 온 것이다.
‘끝났다.
황금의 절대자가 자기 부하를 죽였다고 항의를 해오겠지만, 상황을 설명하면 이해하겠지.
그래도 안 된다면 한 번 정도는 힘을 빌려주자.’
나중의 정치적인 일까지 생각하면서 산산조각이 나서 소멸하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최후를 확인했다.
이렇게까지 열 받게 한 존재는 정말 오래 만이어서 마지막을 확실히 눈에 담아놓으려고 한 것이다.
‘정말 이상한 창조신이었다.
신족에 이 정도의 강자를 만들 저력이 있었던가?
창조주의 직속이라고 거드름만 부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런데 시체가 조금 이상했다.
처참하게 몇 조각으로 으깨지고 낭자하게 피가 흐르는 시체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치치치치-! 치칙-!
절단면에서 흐르는 피와 잘린 근육은 분명 생체였으나 내부는 기계였다.
단숨에 자신이 벤 물체의 정체를 파악한 검편(劍蝙) 아스나스는 경악했다.
‘내장 대신 비슷한 모양의 기계부품이 있고 골격도 뼈와 비슷한 금속이다.
그럼 기계 분신?
어느 틈에?’
파파파파-! 파파파파-!
몇 조각이 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기계 분신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쇳소리를 낸다.
치이이이이이-! 구궁-!
여기에 점멸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바로 다음 상황이 예상되었다.
“자폭?”
십중심과 싸울 수 있는 존재의 기계 분신이 터지면 어느 정도의 위력이 나올지 계산을 한 검편(劍蝙) 아스나스는 다급해졌다.
‘항성계 이상의 범위가 소멸이 된다!
그 안에 존재 자체를 베어야 해.’
박쥐의 검으로 자폭하려는 신체를 완전히 분쇄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폭발이 먼저였다.
꽈꽈꽈꽝-!
감옥행성을 삼키려던 신력태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이렇게 터진 이상 검으로 베어서 취소시킬 수 없음을 깨달은 아스나스는 입을 크게 열면서 외쳤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
감옥행성만이 아니라 항성계 전부를 삼켜서 소멸시키는 대폭발이었다.
그 위력은 검편(劍蝙) 아스나스가 황급히 만든 검막은 무너트리지는 못했으나 여기저기로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했다.
꽈르르르르르르르릉-!
태풍에 휘말린 나룻배처럼 폭발에 휘말린 아스나스의 분노 서린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나를 속이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십중심 검편(十中心 劍蝙) 아스나스의 분노를 사게 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폭발이 미치지 않는 경계에서 여유롭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물론 고함소리도 확실하게 듣고서 웃고 있었다.
“푸후후후후! 속인 것이 아닙니다.
죽기 직전까지 확실히 저입니다.
끝장이 나는 순간에 동전으로 감당이 안 되어서 기계 분신과 바꿔치기를 했지요.
일명 존재교환(存在交換).
약자의 잔재주입니다.”
영양실조로 여기저기 당하고 다녔던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시절에 가장 유효한 구명수단이었던 ‘존재교환(存在交換)’은 이제 완벽해졌다.
동전이 감당하지 못하는 큰 타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수준이었다.
“생각해보면 죽을 위기를 참 많이 겪었습니다.
그러나, 시련을 이겨내면 확실히 발전합니다.
지금의 저를 죽이려면 이 시기의 십중심(十中心)들도 고생을 해야 합니다.”
검편(劍蝙) 아스나스가 갇혀있던 감옥행성이 있던 항성계가 불꽃에 휘말려 소멸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웃었다.
“후후후후후-! 박쥐의 검의 전력공격을 받고도 살아있으면 계약을 하겠다고 하셨으니 허락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당연히 대답은 없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이런 식의 대규모 폭발을 처리할 권능이 없는 검편(劍蝙) 아스나스로서는 폭발의 한가운데서 어떻게든 좌표를 고정하기 위해서 힘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검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검신(劍神)의 정점이라고 해도 저런 폭발에서 바로 헤어나오기는 무리다.
검술밖에 재주가 없어서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어.
그럼 이제 시작해도 되겠군.’
항성계의 파괴를 넘어서 소멸하는 대폭발의 한가운데서 차원권능이 없이는 탈출은 무리였다.
처음에 원하던 대로 검편(劍蝙)과 계약을 하고 충분한 시간까지 벌었으니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양손으로 모아서 외친다.
“아직 잘 안 들리시겠지만, 일단 출발보고부터 하겠습니다.
계약 감사합니다!”
겨우 항성계를 소멸시키는 공격 정도에 십중심(十中心)이 죽을 리가 없었다.
‘위력을 줄인 대신 차원권능으로 시공간을 뒤틀어 놓았지.’
분노해서 자신을 쫓으려고 해도 일단 계약이 막는다.
‘공간좌표가 폭발로 어긋난 상태라서 자연적인 정상화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쫓아오지 않고 본성과 연락하기 위해서 완전히 소멸한 감옥행성을 다시 검으로 복원하려 해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은 당연했다.
‘초장거리 통신과 공간이동이 가능할 수준까지 안정화되려면 대략 일주일 정도로군.
충분해!’
공간이동은 아예 불가능하고 통신도 다시 가능하게 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는 결론을 나온다.
그래서, 아주 여유롭게 공간이동을 준비하면서 중얼거렸다.
‘본질을 보면 그냥 바람난 부인과 배신한 부하를 혼내주고 정신을 차리게 하면 되는 일이다.
검편(劍蝙) 아스나스의 감정과 사정을 고려하니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십중심(十中心)의 커다란 존재감이 해결을 막고 있다.’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아직 진정한 절대계 십중심(十中心)도 아닌데 눈치를 볼 생각은 전혀 없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이제 통째로 타오르는 거대 태양이 된 항성계를 향해서 외친다.
“제가 갔다 올 동안 감옥에서 건강히 지내십시오.
검편(劍蝙) 사장님!”
검편(劍蝙) 아스나스가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배신자들을 처단하지 않고 관계를 원래대로 회복시킨다.’
당사자인 아스나스가 계약으로 감옥행성에 갇혀서 못 움직이면서도 어떠한 위해도 용납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의뢰였다.
‘엄청난 노력과 친분을 쌓아야지만, 배신한 가족과 부하들을 설득해서 되돌릴 수 있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생각하기에 원래 흐름처럼 시작(始作)과 검편(劍蝙)의 반려가 사교계에 만나서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질 필요는 전혀 없다.
‘바람난 여자의 사정을 뭐하러 봐주지?
외계로 돌아가실 시작(始作)님에게 뭐하러 쓸데없는 인연을 만들어 미련을 늘릴까?’
부하들의 설득도 같았다.
‘배신한 부하들을 하나하나 만나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해결해서 되돌리는 일도 질색이다.
두들겨 패야지.’
상위자면 모를까 남의 부하를 위해서 신경과 배려를 해줄 의무는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 처음에 언급한 내용이 원래의 흐름이었다.
‘내가 감동의 가족 드라마를 찍을 수는 없지.
단기간에 해치울 방법은 많아.
일반적인 규범과 생각을 지닌 존재라면 힘들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아주 쉬운 일이야.’
결론이 나온다.
“바람난 여자의 엉덩이를 두들기고, 몰려든 제비들의 다리를 분지르러 가볼까.
부하들은 새로 모신 주인들을 박살을 내다보면 알아서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겠지.”
서로 뉘우치고 용서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검편(劍蝙) 아스나스가 감사하면서 황금세력에 가세하면 뒤탈도 없다.’
그러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에게 그렇게 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나는 아주 바쁜 몸이야.
다른 존재의 사정을 봐줄 여력이 없어.
아무리 이상적인 결과가 나와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은 아주 곤란해.’
은하유성(銀何流星) 아이언으로서 현세계 마신황제와 싸워서 이겼다.
그러나, 거의 공멸(攻滅) 수준이었다.
혁명을 이끄는 초월자 영웅신의 신체에는 질서를 위협하는 모든 것을 멸망시키는 마신황제의 신멸(神滅)의 권능이 치명적인 탓이었다.
‘현세계의 마신황제에게 당한 멸신(滅神)의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소멸할 위기였다.
겨우 이기기는 했지만, 수습을 하지 못해서 현세계를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현세계를 구한 진정한 영웅은 고사하고 세계멸망의 흑막으로 사라질 뻔했지.
결국, 진리님이 직접 강림하여 처리하게 되었으니 백번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수치다.’
그런 추태를 보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를 진리는 정말 아주 뜻밖에 용서했다.
‘아주 아슬아슬하지만, 강자의 기준을 통과한 덕이다.
현세계에서 일으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시고, 소멸 직전이던 신령까지 완전 재생시켜주셨다.
물론 대가는 임무 수행으로 치러야 했다.
바로 진리님의 유상전생(有償轉生)의 보완.’
강자로서 인정받은 이후 첫 임무였으니 시간 지체는 용납할 수 없었다.
‘진리님에게 명령받은 일은 십중심의 집결에 걸렸던 시간을 단축해서 지금 창조주와의 결판을 빨리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더욱 빠르게 태어나실 수 있으니 말이야.’
이번에야말로 완벽해야 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신령 상태로 와서 신체를 만들고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진리님은 어려운 상태에서 마신황제에게 이겨서 용서는 했지만, 참으로 부끄러운 승리라고 신체의 부활은 해주시지 않으셨다.
바로 임무를 부여하고 여기로 보내버리셨지.’
지은 죄가 있으니 꼼짝하지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런 사고를 쳤는데도 신령을 재생시켜주신 일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자비였다.
‘제길! 내가 생각해도 현세계의 마신황제에게 소멸 직전까지 몰리다니 어이가 없네.
본래의 신체를 잃어서 너무나 약해진 상태였다고 하지만, 현세계 마신황제의 신멸(神滅)을 이계의 마신황제인 내가 못 견디다니?
모두 허약한 몸 때문이었어.
유아신 때 영양실조에만 안 걸렸어도 그런 수치는 당하지 않았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