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런데 아직은 남아있는 소심함이 마음에 외친다.
‘영원체 기준에서 완벽한 영웅의 삶을 실제로 보고 싶다니 말이 쉽지 그게 가능한 일이냐?
더구나 완료 기준이 이게 뭐야?
이러면 내가 완벽한 영웅이라고 생각해도 의뢰주인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이 아니라면 끝이 아닌가?
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이따위 불가능한 의뢰를 받은 거야?
막대한 대가가 탐나서?
모두 거의 절대 권능이라서 이해는 가지만 왜 이런 어리석은 한 거냐고!’
아무리 보아도 환생폭탄으로 여기 떨어진 가장 큰 이유가 이 의뢰 때문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아주 먼 미래 계약의 대가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점이 증거였다.
‘구현자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세계가 아니라면 진정한 영웅은 나오지 않는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수준으로는 이계(異界)는 불가능하고 현세계(現世界)가 딱 맞아.’
이유와 원인이 어떻든 일은 이미 벌어졌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이 어떤 영웅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보는 이계의 영웅 이야기를 보고 감명을 받으셨다는 사실 뿐인가?
너무 모호해.
내 기억에 참고 자료가 없나?’
삐이이!
그러자, 정보행성 코아가 의뢰 달성에 도움이 될 자료를 출력해준다.
아이언의 귀에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이 외친 내용이 울린다.
“이 권능의 이름은 ‘구십 구 초의 영웅신’!
가슴에서 빛나는 붉은 보석은 찬란한 용기의 상징이자 생멸(生滅)의 빛-!
붉은 보석이 타오르듯 찬란하게 빛나면 강해지지만, 그것은 생명과 의지를 태워서 나오는 희생의 힘!
모두를 위해 생명을 힘으로 바꾸었기에 삶의 종언을 알리며 감소하는 제한시간이 가까울수록 힘은 무한히 증가하다.
인류를 위협하는 강적들과의 힘겨운 승리를 거두지만, 결국 최후의 적과 싸우면서 제한시간을 넘겨 보석의 빛은 결국 꺼진다.
도저히 이기지 못할 강적을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얻은 힘으로 결국 승리하고 장렬하게 산화한 진정한 영웅의 감동적인 최후를 보아라.”
‘구십 구 초의 영웅신’이 위력만 따지면 절대 권능에 속한다지만, 영창이 유아신이 듣기에도 아주 장난기가 넘쳤다.
자신이 이걸 외치면서 적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생각하면 소름이 일 정도였다.
‘주변의 여왕은 듣지 못하고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라서 천만다행이야.’
성능을 생각하면 영창만 제외하고는 다 좋은데 마지막이 문제였다.
‘시간이 끝나면 장렬한 산화를 한다고?
설마 이건 시험품인가?’
절대 권능으로 구분될 정도로 위대한 권능이 구현자를 파멸로 몰아넣을 리가 없다.
그런데 짧은 시간제한이 있고, 마지막에는 확실하게 파멸한다면 아무리 보아도 불완전했다.
‘구십 구분의 영웅신의 권능을 사용하는 구현자에게 문제가 발생한 경우 자멸을 하게 일부러 시간 제약을 넣어놓은 것 같다.
영원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지침은 확실히 주셨군.’
아이언이 생각하기에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이 생각하는 진정한 영웅의 조건은 다음의 세 가지였다.
‘항거하지 못할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야 한다.’
‘커다란 희생을 각오해야 이길 수 있는 강적이 있다.’
‘개인적인 욕망이 전혀 없는 구세주(救世主)와 같은 영웅이어야 한다.’
‘최후의 순간에 악의 세력과 강적과 공멸하는 감동적인 최후로 끝낸다.’
아이언이 보기에 세 번째와 네 번째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굉장히 불쾌한 것이다.
‘안전한 뒤에서 가벼운 입만 놀리던 놈들만 좋아하라고 왜 세상을 구하고 죽어야 해?
내가 구한 세계이니 당연히 내가 지배해야지.
이러니 내가 직접 할 수는 없지.
그래도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이 선호하시는 이야기의 흐름을 잘 알았다.
아주 비장하고 감동적인 영웅의 이야기를 원하시는군.
내 취향은 아니야.’
감동이 영웅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니 굉장히 입맛이 쓸 뿐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준비를 해놓았으니 안 할 수가 없었다.
‘악의 세력은 앞으로 은하제국에서 부패하거나 반역을 일으키려는 총독으로 구성한다.
일반적인 적은 악당동맹으로 하고, 강적들은 총독을 감독하는 영웅동맹으로 하면 되겠어.’
그런데 세 번째 조건이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최소한의 조건은 이미 달성되어 있었다.
‘사욕이 없는 구세주라?
어떤 모습인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저 게을러빠지고 야망이 없는 낙제생들이라면 잘하겠지.’
아이언이 생각하기에 강함은 욕망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안한 현실을 박차고 험악한 미래로 도전하는 존재만이 강해진다.
초월자가 되어서 정식 조종자가 된 영웅과 용자에게 구세주는 무리다.
남는 것은 낙제생들만 남는다.’
그런데, 초월자가 되는 길도 포기한 낙제생들은 이 이상 강해질 수 없었다.
약하면 영웅이라 할 수 없었다.
‘시련을 딛고 강해져야만 영웅이다.
그리고, 아무런 보상이나 강제가 없으면 움직일 놈들이 아니다.’
도움의 대가를 받는다면 구세주가 아니라 용병이었다.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아무 대가 없이 약자를 위해 일하는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도입해야 하는군.
휴가 연장을 조건으로 하면 되겠지.’
흑염 세력처럼 의적의 흉내를 내서 총독의 재산을 전부 털어먹고, 극히 일부만 국민에게 뿌려서 환심을 사는 황당한 짓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최상위의 지배층들에 그것만큼 위선적인 일도 없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의 연장을 위해서 영웅을 희망하는 용자나 낙제생들은 사유재산 자체를 금지한다.
어차피 기계 몸에 기체에 물질 조합장치가 있으니 먹고사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
영웅동맹과 용자동맹, 악당동맹들을 통해서 착착 준비해온 영웅시대의 문은 활짝 열렸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수단으로 안되어서 신계와 연결된 수만 명의 영웅과 용자를 양산해서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는 계획이었다.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는 뽑기를 무한대의 자금으로 밀어붙이는 셈이 되었지만, 아이언은 아주 심각했다.
‘내가 관리하는 은하계이기에 영웅이 자라날 환경은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정말 답이 없다.
그러나, 진리님의 혈족의 가호를 포기할 수 없으니 계속 시도해야 한다.’
은하제국이 성립되었으니 인간들의 영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번영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들의 삶은 도박판이지.
물질과 시간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가진 지성체의 성공은 주변의 많은 타인의 실패로 이루어진다.
누군가 승진하거나 성공했다면 주변의 다른 경쟁자들이 실패했다는 뜻이니 말이야.’
성공하는 존재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실패하는 존재도 많아지니 절망이 커져만 간다.
더구나 확장하고 번영하는 은하제국에서 제대로 성공하면 일반인은 상상도 못 할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니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성공한 자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삶에 대한 욕망도 더욱 커지게 되겠지.
욕망이 커졌는데 실패를 거듭하니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
은하제국의 급격한 성장과 번영 속에서 낙오한 대부분의 수많은 국민은 영웅과 용자를 바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사회변화에 대한 갈망이 극대화된다.
이건 지배층도 똑같다.
하위 지배층도 어떻게든지 상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피지배층을 쥐어짤 것이다.’
지배층이 욕망이 커지면 피지배층의 고통은 커진다.
힘겨워진 피지배층의 기원 속에서 그동안 키워온 영웅과 용자들이 쉽게 떠받들어지는 모습은 쉽게 예상된다.
‘영웅과 용자를 절실히 바라는 환경은 완벽하게 조성이 된다.
그 속에서 낙제생들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영웅이나 용자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들 중에서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의 취향에 맞는 완벽한 성공을 거둔 영웅이 한 명이라도 탄생하면 성공이다.’
실패한다면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시도해야 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기할 수는 없다.
제발 하나라도 걸려라.’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진리가 유일하게 특별하게 생각하는 혈족이다.
‘겨우 정신체 하나보다 특별하게 생각하는 혈족의 의뢰를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다.’
공정한 처분에 예외가 될 수 있었다.
‘진리께서 내가 혈족의 의뢰를 완수하고 보고를 준비 중이라고 판단을 하시기만 하면 된다.
잘하면 최악의 상황에도 소멸만은 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의뢰를 완수하여 소멸만은 피할 생각으로 일을 벌인 아이언의 의도를 다른 존재는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옥의 용자동맹 주둔지인 철의 요새에 도착한 사자왕 가이는 입구에서 멈추어설 수밖에 없었다.
철의 요새가 통째로 이사를 하는 것처럼 용자들과 낙제생들이 짐을 한가득 메고서 여기저기로 몰려다니고 있던 것이다.
“이게 뭐야?”
혹시 자신이 없는 사이에 다른 용자왕들이 새로운 요새를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의 명령에 따라서 신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력이 부족하여 지옥에서 악령들에게 쫓기던 용자동맹의 낙제생들까지 받아들였더니 좁기는 했다.
그래서, 아주 들뜬 표정으로 잔뜩 짐을 메고서 옆을 스쳐 가는 용자에게 물었다.
“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는가?
어디의 새 주둔지로 이동을 하나?”
상대가 사자왕 가이임을 확인한 일반 용자는 고개를 숙이면서 공손하게 대답한다.
“드디어 지옥에서 해방입니다! 사자왕 가이님!”
“?”
너무나 기쁜 표정으로 대답하자 더욱 의혹이 강해진다.
‘아이언이 용자왕이 보증을 서면 휴가를 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바로 방금이었다.’
아이언은 항상 자신만을 불러서 일을 시키니 다른 용자왕에게 다른 지시가 떨어질 리가 없었다.
‘아이언은 일시적인 휴가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해방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모범적인 영웅동맹이면 모를까 불량배인 용자동맹은 어림도 없었다.
‘아이언은 신계의 정기 보급원인 은하제국을 어지럽힐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다.
예방한다고 초능력자와 기계 인간, 개조 인간마저 정리했어.
그런데 불안하기 짝이 없는 용자동맹을 해방해준다고?
그럴 리가 있나?
아주 신이 난다는 듯이 이어지는 일반 용자의 말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이 소수만 남기고, 모두 은하제국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저희도 풀려나겠지요.
그래서 모두 짐을 싸고 있습니다.”
“!!!”
대충 사정을 파악한 사자왕 가이의 기계 몸의 심장인 갓 스톤이 폭주하듯이 마구 뛴다.
이미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은 모두 휴가를 떠난 모양인데 용자동맹에게 잘못 전해진 모양이었다.
‘이제 주제 파악도 못 하는구나.’
제국과 연합의 지배층인 초능력자도 약간 상태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일부가 지옥에 남겨진 모양이었다.
‘확실한 불안요소인 용자동맹을 해방할 리가 없다.
나도 낙제생들은 최소한 정식 용자가 될 때까지는 휴가를 못 보낸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왜 철의 요새는 철거하고 있나?”
“돌아가면 빈털터리에 빚쟁이니 도둑질을 하지 않으려면 챙겨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지옥에서 철의 요새를 저희 외에 쓰지도 않는데 남겨둘 필요가 없지요.”
지극히 당연하다는 뻔뻔한 대답이 돌아오자 할 말이 없어진 사자왕 가이는 과거의 아픔이 생각이 난다.
‘내가 철의 요새를 지을 물자를 신계로부터 받으려고 얼마나 힘들었던가?’
용자동맹의 운영에 신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추가지원을 받을 사유는 당연히 합리적이고 명확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 조정권이 있는 다른 간부들을 설득해서 동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회의장에서 내가 결정권을 가진 간부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살다가 그런 고역은 처음 당해보았다.’
지옥에서 악령들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는 요새는 필요했다.
그래서, 극도로 용자동맹을 싫어하는 검의 주신에게까지 직접 부탁을 했을 정도였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지독한 경험이었다.
그런데도 이제 사용하지 않는다고 값진 것을 뜯어내느라 난장판이 되어가는 나의 철의 요새가 보인다.’
힘들여 만든 보금자리가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니 철없는 가족에 의해 고철로 철거가 되어서 헐값에 팔리기 직전이라는 황당한 광경을 보는 심정이었다.
지금도 최악의 기분인데 누군가가 총을 허공에 대고 난사를 시작했다.
우르르르르르-! 탕! 탕!
그것이 시작이었다.
금방 마치 폭죽놀이를 하듯이 철의 요새의 하늘은 포화로 뒤덮인다.
그 속에서 미친 듯이 웃어대는 목소리와 욕설이 들려온다.
“크하하하하! 안녕이다! 빌어먹을 지옥이여!”
“우리 만나서 기분 더러웠다.
다신 보지 말자.”
“난 이제 착하게 살아서 천국으로 갈 거야.
다신 네놈들은 안 봐.”
“어이구? 네가? 참 그럴 수 있겠다.”
“카카카카카! 물론 나도 나를 안 믿는다.
지금의 마음만 그렇다는 거지.”
“푸하하하하! 그게 정답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