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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류했던 재산을 현금으로 계산해서 돌려주면 확실히 경매를 무효화 하고 소유주를 되돌리는 일보다는 쉽다.
‘경매로 받은 금액이 있으니 바로 주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행성의 진정한 주인이 되겠다는 커다란 포부로 만들고 있는 우주함대의 건조가 멈추게 된다.’
행성의 방위를 넘어서 지역의 강자가 되려면 강력한 우주함대는 필수였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지상군 간부들이 우주군만 집중하면 큰일이 벌어진다고 앵무새처럼 떠들던 경고가 생각이 난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주군으로의 편중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었다.
‘지상군을 존속시키기 위한 수작이 아니었어.
실제로 우주함대의 전력을 내 도시에서는 쓸 수 없다.
그렇게 해도 이렇게 공간이동이 가능한 초능력자는 잡을 수는 없겠지.’
공간이동이 가능한 고위 초능력자가 일백 명이 넘으니 우주함대로 잡으려면 얼마의 피해가 생길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제국의 관리 시절에 들었던 초능력자와 관련된 전설과 같은 전투가 떠올랐다.
‘행성을 포기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우주함대를 만들 예산을 빼앗길 수 없어.
다른 죄를 뒤집어씌워야 하는데 순순히 당할 리가 없다.’
자기 재산을 내놓으라고 미친 듯이 흥분해서 힘으로 날뛰면 은하제국의 반역자로 엮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런 허점도 보이지 않고 정확한 민원절차를 준수하고 있었다.
‘위법행위는 무단 방문과 증인의 협박인가?’
자신의 책상에 쌓인 증인의 피로 써진 혈서는 움직일 수 없는 범죄의 증거다.
그러나, 이건 가벼운 벌금 정도였다.
‘증인이 반성의 의미로 피로 스스로 썼다고 증언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렇게 냉정하고 철저한 자들이 이것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다니?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하긴 그렇겠군.’
언제든지 아무도 모르게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고위 초능력자를 배신할 간담이 그 비겁한 배신자들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미 피를 보았으니 여기서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으면 바로 자신도 가만두지 않는다는 무언의 경고라는 사실을 총독은 깨달았다.
결국, 총독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초능력자들이 내민 민원서류에 승인으로 결재한다.
“알…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대표로 나온 초능력자는 품속에서 신용카드 하나를 꺼내서 총독에게 내밀었다.
보석으로 장식되어 보기에도 엄청난 금액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현금카드였다.
‘이런 상황에서 뇌물인가?
확실히 빈틈이 없군.’
어떤 금액이라도 초능력자들에게 빼앗은 재산보다 많을 리가 없다.
그래도, 내심 기대를 하는데 뜻밖의 설명이 따른다.
“우리 민원을 처리하면서 사용할 경비요.
이 일이 잘못되면 앞으로 발생할 불행한 사고로 순직할 치안병력과 지상군에 대한 위로금으로 내놓겠소.”
“!”
적정한 배상금을 주지 않으면 바로 무력행사를 하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인데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니 냉정하게 자신의 가진 전력과 이들을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가 공간이동이 가능한 고위 초능력자다.
공간이동을 하는 고위 초능력자는 우주 전함 한 대의 전력을 가졌다고 평가된다.
행성 표면에서는 그 이상이다.
그런데 일백 명이나 되니 전 전력을 동원해도 오히려 역으로 당한다.
설사 이긴다 해도 내 행성은 초토화되겠지.’
무시무시한 전력에 공포가 밀려온다.
능력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초능력자 귀족과 기계 인간 귀족들에게 숨도 못 쉬던 얼마 전의 과거가 드디어 생각이 난다.
‘헉! 내가 왜 왜 초능력자들을 건드렸지?
제국의 초능력자 귀족들을 건든 관리들은 누구도 곱게 못 죽었다.’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제야 파악하고 새파랗게 변한 총독의 머리에 의문이 떠오른다.
‘내 행성에 고위 초능력자가 이렇게 많았나?
그보다 갑자기 왜 돌아온 거야?
영원히 돌아오지 말 것이지!
아! 내가 시위를 내버려 둔 탓인가?’
그제야 명예대공이 된 아이언이란 꼬마가 그렇게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의 복귀를 바란다면 돌려주겠다고 했다는 발언이 생각이 났다.
‘소요가 커지니 복귀를 시킨 것이군.
그럼 이건 모두 초능력자들을 되돌려 달라고 시위를 벌였던 그것들 때문이구나.
내 미래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총독이 대충 상황파악이 끝난 것을 확인한 초능력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잘 처리해 주리라 믿고 이만 가겠소.
이건 가지시오.
누군가의 부조금으로도 충분할 거요.”
“!!!”
보석으로 장식된 현금카드가 염동력으로 붕 떠서 손에 쥐어지는데 총독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주는 뇌물이지만, 잘못되면 내 부조금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초능력자들이 할 말만 하고, 전부 공간이동으로 사라지자 맥이 탁 풀려버린다.
잘 못 압류한 재산을 현금으로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바로 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으으으윽! 경매로 얻은 돈은 모두 우주함대의 제작에 이미 편성했는데 이걸 어떻게 하지?
신규 건조를 멈추어야 하나?
근처의 다른 총독들도 우주함대를 만들고 있는데 그럴 수는 없지.
그럼 어떻게 초능력자들에게 돈을 안 주고 처리하지?
지금이라도 공격할까?’
그러나, 지상군은 현재 장비로는 고위 초능력자와 시가전은 자살행위라고 움직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위험해.’
행성을 떠나지 않는 한 공간이동을 사용하는 고위 초능력자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었다.
여기에 제국의 관리 시절에 너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초능력자 귀족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했던 선배들이 생각이 난다.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했어도 영문도 모르게 급사하거나 사고를 당해 죽었지.’
초능력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
우주함대에 사용한 방어막의 부품은 되돌릴 수 없으니 이제 총독의 목숨은 태풍 앞의 등불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바로 눈앞에 쌓인 피로 쓴 민원서류를 보면서 덜덜 떨던 총독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아!”
연합지역인 자신의 행성만이 아니라 제국의 초능력자도 돌아왔다는 사실이 드디어 생각난 것이다.
일반 관리 출신인 자신은 당연히 제국의 초능력자 귀족과 아무런 친분이 없었지만,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여왕 폐하! 그분이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다!”
통신망과 시설이 안 좋다는 이유로 폐쇄해버린 은하제국 본성과 직통으로 연결된 총독 전용 연락실로 미친 듯이 뛰어가기 시작한 총독이었다.
그리고, 이런 광경은 은하제국의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렇게 서로 힘을 합친 연합과 중립지역의 초능력자들에 의해 가문의 문제는 빠르게 수습이 된다.
이것은 낙제생들이 서로 조심하자는 인식이 모인 결과였다.
‘우리는 아직 초월자도 아니고, 낙제생들이니 몸을 사리자.’
‘열 받는다고 관련자들을 죽이면 주신님들이 바로 부활을 시키신다고 한다.’
‘그런데 부활에는 정기가 들어간다.’
‘그걸 우리가 나중에 갚아야 해.’
신계에 직책이 없는 낙제생이니 당연히 정기는 못 받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급품만 받아왔다.
‘정기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지만,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적의 자원이다.’
‘최소한 돈으로 사기 힘든 보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잘못하면 냉정하기 짝이 없는 상급자들에게 찍힐 수 있기에 바짝 긴장한 셈이었다.
물론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은하계 전부를 통괄하는 신계를 통한 낙제생들의 의사결정은 신속했고, 결정은 바로 이루어졌다.
‘지금 사태를 쉽게 넘어가면 무능력자들에게 얕보여서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
‘더구나 반역죄의 굴레는 무죄가 되어도 문제야.’
‘완전히 사실 그 자체를 없애야 한다.’
‘총독이 배상금을 지급하자마자 즉시 관련자들을 고소하자.’
초능력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중대범죄나 반역죄는 무죄가 되었지만, 혐의가 부여되었다는 자체를 부정하면서 각 행성의 재판정에 고소한다.
재판관이나 검사, 변호사, 증인까지 초능력자들에게 반역죄로 유죄를 선고하고 재산을 압류하는데 찬성했던 그 인원 그대로 재판이 열린다.
단지 공격과 방어가 완전히 뒤바뀌었을 뿐이다.
초능력자의 반역죄를 선고한 처음의 재판 판결을 어쩔 수 없이 다시 읽는 재판관에게 야유가 쏟아진다.
“무슨 재판이 이따위야?”
“무죄 추정의 원칙과 증거 재판주의는 어디로 갔어?”
비난을 받는 재판장은 당사자는 행방불명이었고 증언만 있지만, 정황으로 보았을 때 당연히 유죄라고 선언했었다.
그때는 초능력자에게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승리했다는 환호가 울렸지만, 지금은 초능력자에게 매수당한 방청객의 비난만이 울린다.
“원한을 가진 인간이 제멋대로 지껄인 증거 외에 다른 확실한 증거가 있어?”
“심증만으로 유죄로 낙인 찍고, 재산을 몰수했다면 가만히 두면 안 됩니다.”
“이번 일에 관련된 자들을 모두 찾아내서 법정에 새우고 대가를 치르게 해줍시다.”
주변의 경비나 치안병력은 소란을 피우는 방청객들을 체포하거나 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초월자 직전의 고위 초능력자의 분노가 서린 기세를 일반인이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기세등등한 변호사가 공세의 포문을 연다.
“이번 재판은 과거의 모든 오류를 바로잡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초능력자는 넘치는 자금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변호를 하여 거의 일백 프로의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들을 잔뜩 고용했다.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관련된 검사를 최대한 괴롭히고. 법관에게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는 일이었다.
검사의 발언의 약간의 문제만으로도 시퍼런 말의 칼날이 난도질한다.
“그건 이미 제출한 자료가 아니오.
읽어보지도 않았소?
이러면 차라리 인공지능 판사에게 재판을 받는 것이 낫겠소이다.”
검사와 법관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언을 들으면서도 불의에 합류한 죄가 있으니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지옥이다.’
‘아무리 해도 이길 방법이 안 보여.’
아무리 보아도 정상이 아닌 증인이 문제였다.
검사가 날카롭게 과거의 증언을 재확인하려 하면 입을 살짝 벌리고 침을 흘리면서 이딴 소리만 했다.
“헤헤! 난 바보라서 아무것도 몰라요.”
증인도 이미 협박 및 매수가 끝난 직후였다.
초능력자가 거짓 증언을 한 사람들을 모두 찾아서 목의 경동맥을 잘라버리고 분수처럼 쏟는 피로 민원문서를 작성하게 할 때부터 승부는 나 있던 것이다.
“….”
검사가 보기에는 지금 상황이 너무 황당했다.
‘초능력자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주변의 조사를 하다가 반역행위를 발견했다고 외치던 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멍청이 흉내냐!’
초능력자 측에 유리한 질문을 하면 바로 초롱초롱해져서 저쪽 편을 드니 아무리 보아도 꾀병이었다.
“증인! 법정을 모독하면 가중처벌이 될 것이오!
똑바로 증언하시오.”
“우아앙앙! 소리치면 무서워요!”
조금만 몰아쳐도 애들처럼 우니 이건 누가 보아도 확실히 연기였다.
이러니 초능력자의 변호사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재판자료를 검토하느라 며칠 밤을 새워 기진맥진한 검사들의 눈에는 핏발이 선다.
‘변호사들이 어떻게 아는지 가장 아픈 부위만 찔러온다.’
‘이건 재판장이 아니라 고문장이다.’
법관도 한편이라 믿었던 총리가 이제는 모르겠다고 하면서 경호 인력을 안 붙여주니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초능력자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병력도 적다고 하던가?
죽일 놈 같으니라고!
간곡히 부탁해서 협조해 주었더니 이렇게 나와?’
살벌한 기세를 숨기지 않고 침묵하면서 노려보는 초능력자를 보니 중립을 벗어나면 자신의 목숨도 위험했다.
더구나, 무슨 압력을 받았는지 주변 법관들이 넌지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법관과 검사들이 재판이 진행될수록 나날이 마르면서 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초능력자는 속으로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후! 이쯤 되면 상황을 파악하고 딴 직업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텐데 잘 모르는군.
진짜 지성체들은 전혀 쓸모가 없어.’
상급자들이 하도 써대니 어느새 입에 붙은 지성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느긋하게 지옥에서 쌓인 피로를 푸는 초능력자였다.
검사와 법관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다음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이 배상금으로 받은 현금을 모아서 거대한 사업체를 만들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완성만 되면 이제 아무런 걱정이 없다.’
낙제생들은 행성의 총독이 건들 수 없는 거대기업을 만들고 가족에게 배당금을 줄 생각이었다.
‘일단 고등 교육부터 받게 해서 쓸만해 지면 운영에 참여하게 하자.’
과거 초능력자에게만 기대었던 가문에서 각자가 자립할 수 있게 만드는 도중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재판도 단순한 분풀이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후후후! 초능력자 가문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본보기를 보이지 않으면 앞으로 사업하기가 힘들지.’
괴로워하는 판사와 검사의 얼굴을 보고 스트레스를 풀었으니 깔끔하게 대리자를 새우고 나간다.
그리고, 법정의 귀빈실에서 지시를 한다.
“조금 더 길게 괴롭히게.
자살할 정도만 아니면 되네.”
옆에서 부동자세로 재판 과정을 보고하던 변호사는 바로 직각으로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니다!
회장님! 제가 검사 출신이라서 저들이 뭐가 힘든지 아주 잘 알죠.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조정하고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