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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303화 (1,303/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변호사들이 보기에 이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재판이었다.

여기에 시간을 끌고 조롱만 잘해서 검사와 판사가 그만두면, 막대한 성과금을 약속받은 변호사들은 아예 끝장을 내려고 달려들었다.

변호사 대표의 배웅을 받으면서 고급 자동차에 탄 초능력자는 새로 고용한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 집사에게 묻는다.

“시위대의 준비는?”

외형은 인간과 똑같으나 눈과 코, 입이 없는 거울과 같은 번쩍이는 금속 가면을 쓴 인공지능 집사가 운전석에서 대답한다.

“잘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기로 계약하였습니다.”

초능력자들은 조금만 상황이 나빠지면 배신하는 인간을 더 못 믿게 되었기에 인공지능 집사를 고용했다.

은하제국에서 적극적으로 성능을 보증하면서 밀고 있었는데 아주 유능해서 만족하고 있었다.

“저기에 오는군요.”

과연 저 앞에서 빨간 깃발을 든 수십 명의 인파가 몰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깃발에는 부정한 재판관은 모두 물러나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좋아.

잘 되고 있군.

인공지능 법관들을 일부라도 도입하여 반드시 사법부의 힘을 약화를 시켜야 한다.

하여간 지성체들은 어떤 조직이든 힘이 집중되면 문제가 발생해.”

“당연하신 판단입니다.”

이번에 무능력자 집단이 좌우하는 법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깨달은 초능력자는 확실하게 끝을 볼 생각이었다.

“총독도 이제 우리 편이다.

우주함대를 제외한 지상군으로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사법부와 여론만 휘어잡으면 더는 문제가 없다.”

“모든 고위 초능력자님들이 합심하신 이상 행성 정부는 저항할 힘이 없습니다.”

오랜 동료처럼 딱딱 맞는 인공지능 집사의 대답을 초능력자는 아주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후후후후! 맞다.

우리보다 강자가 행성에 없다면 문제가 생길 리가 없지.”

“그렇습니다.”

자동 운전으로 이동하는 고급 승용차에 느긋하게 기대어서 새로 머물게 된 호텔로 가는 초능력자였다.

그 뒤로는 시위대가 법원을 향해서 받은 많은 보수만큼 커다랗게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재판관과 검사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의 말을 듣고 반역죄를 뒤집어 씌웠다!”

“이럴 바에는 인공지능 판사와 검사가 훨씬 낫겠다.”

“은하제국의 인공지능 법관을 우리는 원한다.”

“똑같이 막 나가는 인간에게 더 재판을 받기 싫다.

은하제국의 인공지능 법관.

감정이나 망설임이 없이 입력된 범죄에 대한 형량을 그대로 선고하는 프롬 여제의 자신작이었다.

어떤 청탁도 통하지 않고, 오로지 유죄와 무죄만을 판단하기에 하층민들에게는 신뢰를 얻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 법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이기도 했다.

“뭐야? 인공지능 법관?”

“기계의 재판을 인간이 받고 싶다고?“인간으로서 자존심을 버렸나?”

무시하려고 해도 재판장 주변에서 초능력자들이 고용한 시위대가 매일 같이 집회를 하면서 외치니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른 재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서서히 전염되어 간다.

어떤 판결도 인간의 욕구를 완벽하게 만족을 시킬 수 없었다.

‘고압적인 재판관과 불공정한 검사에게 재판을 받을 수 없다.’

‘제국의 인공지능 재판관에게 재심을 받겠다.’

점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법관들이 기겁해서 당장 시위를 해산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초능력자에게 겁을 잔뜩 집어먹은 총독은 무조건 안 된다고 거절하니 분노한 법관의 대표가 항의의 표시로 총독실을 직접 방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으득! 총독! 진짜 이럴 거요?

당장 저 발칙한 시위대를 해산시키시오.”

“정식으로 신고한 시위이니 불법이 아니요.

그러게 문제가 된 법관을 빨리 정리하라고 하지 않았소.”

“누구를 돕다가 이렇게 되었는데 쓰레기 취급이요!

내 부하를 그렇게 하면 누가 나의 말을 들을 것 같소?”

“초능력자들의 불만부터 잡아야 하오.

솔직히 우리가 너무 심했소이다.”

“허허! 뭘 잘못 먹으신 모양이군.”

초능력자들의 막대한 재산에 군침을 먼저 흘린 것은 총독인데 기가 막힌 일이었다.

이러면 정말 극적인 입장 전환이라서 법관장은 직설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초능력자에게 뭘 받았기에 백팔십도로 태도를 바꾸셨소?

그렇게 좋으면 같이 좀 합시다.”

“….”

별다른 것은 없었다.

단지 총독 기준으로도 아주 많이 들어있는 안전한 현금카드였다.

‘여기저기 감시의 눈길이 붙는 수상쩍은 돈이 아닌 그야말로 깨끗한 공돈이다.’

다른 행성의 총독들도 초능력자들의 복귀로 난리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다시 정했다.

‘지금 전력으로는 초능력자를 견제하고, 각 행성의 치안을 유지하기도 벅차.

이제 우주함대로 지역의 패권을 쥐는 꿈은 접는다.

그럼 행성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약간의 이득이라도 주는 쪽을 챙겨야 하겠지.’

그렇게 수많은 총독의 꿈이 좌절된 각 행성은 초능력자들의 분풀이와 스트레스 해소,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장소가 되어갔다.

여기에 초능력자들은 이번 사태에서 많이 배워서 위기에 취약한 개인 명의가 아니라 영웅동맹의 모든 낙제생이 모여서 만든 초거대 회사를 만들었다.

행성 정부가 감히 건들지 못하게 은하제국을 경제적으로 휘어잡을 초거대 기업집단을 구상하고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능력자들의 막대한 재력이 모여서 단숨에 은하제국의 수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이름은 특이했다.

‘가성비(價性比)’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큰 가치를 제공한다는 이 초거대 기업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운영한다.

자금을 낸 모든 초능력자는 금액에 따라서 등급을 가지고, 혜택을 받게 되는 구조였다.

원래 이런 공동소유와 동업은 망하기 딱 좋아서 철저히 무시하는데 같은 영웅동맹의 낙제생이라는 입장이 가능하게 한다.

‘아이언님이 계시는 한 우리는 서로를 배신할 수 없다.’

‘죽지도 못하는데 약간의 이익을 추구하다 영원히 욕을 먹을 수는 없지.’

동맹과 낙제생들은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존재들이며, 절대적인 힘을 가진 개인에 의해서 공동 운명이 된 상황이다.

어찌 보면 어떤 계약이나 제약보다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관계였기에 망설임이 없이 자금출자를 하고 모두 회원이 되었다.

그래서, 얻은 특권으로 어떤 행성을 가도 회사 소유의 특급호텔 최고등급의 방에서 가족까지 영구적으로 머물 수 있게 된 초능력자는 만족했다.

“아주 간편하고 편해서 좋군.”

저택을 유지하거나 생활하는데 많은 경비가 들어가는데 모두 회사에서 내주는 셈이니 크게 절약이 되고 있었다.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인건비와 세금을 제외하면 큰돈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배당금에는 세금이 없으니 고스란히 주머니에 들어온다.

이러면 꽤 크군.’

유일한 문제는 가성비(價性比)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이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계로 운용이 된다는 점이다.

초능력자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도 모두 아무 장식이 없는 은빛 가면을 쓴 인공지능 기계가 접객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기존보다 절반 이하라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이질감이 컸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낮은 가격에 비해 제공되는 품질이 높으니 큰 만족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가족들이 인공지능 사용인을 오히려 편안해 한다.

이번 일로 인간에게 모두 단단히 실망했어.

신규 사업도 전부 인공지능과 자동기계로 대체한다고 하던가?

잘 되겠군.’

오로지 생산성과 효율성만 추구하는 ‘가성비(價性比)’에게 비싼 비용에 비해서 불규칙한 결과를 내는 인건비는 가장 먼저 줄여야 할 위험요소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초능력자들은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존의 지배층이나 경쟁회사와의 충돌 해결을 맡았다.

행성 표면에서라면 우주함대도 두려워하지 않는 고위 초능력자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어.

골치가 아플 일이 없잖아?”

“정말 그래요.”

골치 아픈 인사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셈이었다.

부드럽게 품에 안겨드는 아름다운 아내를 슬쩍 껴안고 자신을 쳐다보는 자녀들을 보면서 말한다.

“너희를 위해서 회사에 부탁해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놓았다.”

초능력자들은 자녀들이 모두가 고등 교육을 이수했지만, 그걸로는 은하제국의 새로운 지배층이 되기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만들었지.

신계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바보라도 초일류의 인간이 되어서 나올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말이야.’

초능력자들은 융통성과 창조성이 없는 인공지능의 관리만으로는 애써 만든 기업이 한계에 봉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 크면 믿을 수 있는 고급 인재가 필요해.’

‘배신하지 않을 인간 말인가?’

‘그럼 가족밖에 없겠군.’

일반인인 가족의 미래와 회사의 보안까지 지킬 수 있는 아주 좋은 방안이었다.

이런 사실을 이미 자녀에게 사전에 알려준 초능력자는 거침없이 말한다.

“이번 일로 배운 점이 많겠지?

자신의 안전과 가문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본인이 가진 힘과 지혜다.

내가 아무리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고 해도 너희가 지킬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예! 아버지.”

자녀들은 빈민촌의 생활을 경험했다가 다시 부유층으로 복귀해서 아주 정신이 바짝 깨어난 상태였다.

다시는 비참한 삶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번쩍이다 못해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이는 자녀들을 흩어본 초능력자는 가늘게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훗! 좋아.

이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로군.

교육과정을 수료만 하면 어떤 회사의 간부나 어느 분야의 전문가로든 초일류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 푹 쉬면서 몸을 만들고, 가서 열심히 해라.”

“예!”

초능력자 가족들은 빈민촌 생활을 잠깐 했는데도 워낙 고생을 안 해본 몸이라서 약간씩 문제가 있었다.

치료와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단련보다 휴식이 먼저였기에 모두가 즐겁게 휴식을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게 초능력자들이 은하제국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가는 와중에 각 행성에 또 다른 존재들이 도착한다.

우우우우웅!

신계가 열어준 공간의 문을 열고 나타난 존재들은 철의 요새를 전부 고치고, 겨우 휴가를 허락받은 용자동맹이었다.

일반 용자들이 열 명의 낙제생을 인솔하여 신계가 열어준 공간이동으로 행성에 도착한 그들은 양손을 위로 뻗고 괴성부터 지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드디어 지옥에서 벗어났다!”

“이 매연으로 텁텁한 공기, 푸른 하늘을 가린 공해로 찌든 검은 구름, 새까맣게 오염된 하천이 너무나 그리웠어.”

“다 무너져가는 빈민가가 이렇게 정다울 수가 있다니?”

“여기저기 아무 데나 싸지른 똥오줌이 썩어가는 구역질 나는 냄새조차 반갑구나.”

거기까지 솔직히 감상을 말한 모두는 흠칫 놀라면서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눈으로 경치를 보면서 코로 냄새를 맡고 진심으로 한 이야기인데 무척 수준이 안 좋았다.

“응? 뭔가 우리 표현과 감상이 아주 이상한데?”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이건 지옥의 철의 요새보다 영 상태가 좋지 않은 도시의 뒷골목이었다.

“여기 어디야?”

“지옥의 주둔지보다 못한 여기는 도대체 어딜까?”

“도시의 흔한 슬럼가잖아?”

척 보아도 더럽기 짝이 없는 최악의 빈민가였다.

‘행성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은 단체 공간이동이니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으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깊은 숲이나 한적한 공원도 있는데 이런 더러운 뒷골목으로 보내다니 기분이 무척이나 나빠진다.

“지옥에서 나오니 바로 이따위 슬럼가야?”

“왜 신계는 여기를 출구로 만들어 보낸 거야?”

“설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지?”

서로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변에는 어느새 나는 불량배라고 자랑하는듯한 무기와 복장을 가진 험악한 인간들이 무기를 들고 둘러싸고 있었다.

포위를 당한 용자동맹은 이것들은 도대체 뭐야 하면서 쳐다보는데 갑자기 불량배들이 크게 외친다.

“죽기 싫으면 돈 내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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