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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307화 (1,307/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몇 명의 자녀를 낳았어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아직도 아름다운 아내의 적극적인 봉사는 큰 만족감을 주었다.

그래서, 정말 편안하게 숙면에 들었으나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초감각은 저 멀리에서 벌어지는 폭음과 인간들의 살의를 놓치지 않는다.

‘거리가 멀어서 무시하려고 했는데 점점 강해져서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적어도 수백 명의 인간이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이 방향은 슬럼가잖아.

전쟁이 끝나니 이제 범죄조직들이 설치는가?

하여간 지성체들은 문제가 많아.

평화를 누리는 방법을 모르는군.

일단은 확인하자.’

옆에 잠든 아내가 깨지 않게 조심해서 침실로 빠져나온 초능력자는 거실 전면에 활짝 펼쳐진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본다.

과연 외곽지역의 건물에서 불길과 폭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

화르르! 쿠궁! 애애애애앵!

거실의 유리문은 소음을 완전히 막는 구조라서 가족들은 모르지만, 초능력자에게는 저기서 벌어지는 전투가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다.

‘중화기까지 동원해서 싸우고 있나 보군.

정규 군인이라고 보기에는 약하고 난잡한 기운인 것을 보니 범죄자들의 암투로 보인다.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지.’

일반인이 아무리 무장을 해보았자 초능력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으음! 괜히 일어났다.

잠을 더 잘까?

시끄러워서 이대로는 힘들 것 같으니 술이나 마셔야 하겠군.’

약간의 위협조차 되지 않으니 직접 나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초능력자는 냉장고에서 고급술을 하나 꺼내 잔에 따라서 우아하게 마신다.

‘불타는 거리도 나름대로 신선한 자극이군.’

폭음과 불꽃이 휘날리는 거리를 즐기듯이 쳐다본다.

잠시 후 슬럼가로 보이는 거리에서 폭음이 멈추고 화재도 잦아드는 가운데 가장 높은 건물에 거대한 깃발이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아주 의외의 모습이었다.

“응? 요즘 지성체들의 범죄조직은 우주 해적처럼 깃발을 쓰나?

신기하군.

하하하하! 아주 대범한데.”

범죄조직은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유지가 된다.

‘저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면 행성 정부가 가만히 두지 않는다.

행성 정부를 무시할만한 힘이 있는 범죄조직이 은하제국에 있었나?’

어두운 밤이지만 초능력을 동원해서 깃발을 확인한 초능력자는 입안에 머금고 있던 술을 내뿜었다.

“푸우우우우-! 콜록! 콜록!”

얼마나 놀랐는지 잘못 마신 술로 인하여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빌딩의 옥상에서 휘날리는 거대한 깃발은 검은 바탕에 붉은 글씨로 용자동맹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콜록! 용자동맹!”

지독하게 익숙한 깃발이고 이름이었다.

초능력으로 슬럼가에서 영웅동맹들의 개조 인간들이 설치는 모습을 확인한 초능력자는 분노했다.

“지옥에나 처박혀있을 것이지 여기까지 와서 저게 무슨 짓이냐!”

재능만 있다면 더욱 강한 초월자로 이끌어주는 영웅동맹의 영웅왕과 일반기체다.

용자동맹의 일반기체라도 얻기만 하면 당당하게 지옥을 벗어날 수 있기에 지긋지긋하게 싸워왔던 지옥의 적이 은하제국까지 따라온 것이다.

그렇게 초능력자가 내뿜는 감정의 파장은 일반 용자도 감지했다.

“응? 초능력?”

기계 몸에 부착된 초능력 감지기가 요란하게 경고를 보내면서 거리와 방향을 알려준다.

삐삐삐삐!

일반 용자는 드디어 거리에 세운 깃발에서 시선을 돌린다.

용자동맹의 깃발을 세운 슬럼가의 허름한 옥상과는 너무나 다른 초고층 호텔을 쳐다보고서 지극히 불쾌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흐음? 강력한 초능력이지만 영웅동맹의 기체 반응은 없다.

그럼 영웅동맹의 낙제생인가?”

기계가 보조하는 망원경의 시야가 호화로운 잠옷을 입고 내려다보는 초능력자를 비춘다.

그러자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우리는 슬럼가인데 영웅동맹은 호텔인가?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용병 시절에도 개조 인간에 비해서 강한 초능력자와 얽히면 이득은 고사하고, 손해만 보았지.’

제국이 연합과 싸우던 시절에도 초능력자들은 죽을 장소로 밀어 넣는 지휘관 역할이었다.

개조 인간들은 선두에 서는 병사 입장이었으니 더욱 감정이 안 좋은 것이다.

‘초능력자에게는 전쟁터와 지옥에서 지긋지긋하게 당했지.

아무런 노력이 없이 초능력자로 태어난 덕에 지배층이 되었으니 존중해줄 생각 따위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초능력자 이상의 힘을 얻은 지금은 마음에서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동맹에서 신계에 의해 개조된 인병 형기를 가진 정식 조종자와 낙제생들의 직위와 힘은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일반기체를 가진 영웅도 아닌 낙제생 주제에 나를 내려다보는구나.”

동맹의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에게 이 정도의 거리는 아무런 장애가 안 된다.

그래서 오른손을 들어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욕을 한다.

주먹을 움켜쥐고 가운뎃손가락이 우뚝 솟아오른다.

“노예 새끼들! 이거나 먹고 꺼져라!”

용자들 대부분은 왜 영웅동맹이 그렇게 기를 쓰면서 신계에 편입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신계에 들어가면 자유가 없다.’

‘영원히 신족의 부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영웅동맹은 억지로 지옥에 끌려왔으면서도 신족의 노예를 희망한다고 욕을 했다.

일반 용자의 손가락 욕을 초능력으로 지켜본 초능력자도 역시 만국 공통의 욕을 했다.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을 펴서 바닥을 찌르면서 외친다.

“거지새끼들! 싸우다가 죽어라!”

영웅동맹도 신계의 지원을 거절하지 않고 전부 챙겨 먹으면서 자유를 외치는 용자동맹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용자동맹이 질색하는 통제조차 영웅들에게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강한 힘은 더한 권력과 부귀를 가져온다.’

‘조직이 커질수록 영향력은 커진다.’

‘커질수록 규율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면 약간의 통제는 문제가 안 된다.’

귀족 사회와 지배층 사이에 흐르는 엄격한 자율에 비하면 아이언이 지배하는 신계의 규율은 그렇게 엄하지 않았다.

강하기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신계의 지원을 받으니 지성체 시절에는 꿈도 못 꿀 경지가 보인다.’

‘영원히 행복한 삶도 꿈이 아니야.’

지배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었는데 사라진 것이다.

그러니 최초에 모든 기반을 놓고 끌려왔을 때는 불만이 용자동맹보다 많았으나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일반 용자는 초능력자의 대응을 보고 있다가 피식 웃으면서 외쳤다.

단순한 개조 인간이었던 과거라면 모를까 지금은 가소로울 뿐이었다.

“용자 소환.”

그 말과 동시에 하늘이 갈라진다.

구구구구구구-!

갈라진 허공의 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십 미터의 검은 인형 병기를 본 초능력자의 입술에서 형용할 수 없는 분노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이이이이익! 저 도둑놈들!”

용자동맹의 일반기체는 영웅동맹의 일반기체를 개조 인간들이 노획하여 변화되기에 동등한 성능을 가졌다.

‘동맹의 일반 기체에는 권능이 포함되어 있어서 어지간한 물리력과 초능력을 튕겨낸다.

더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까지 강화를 시켜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개조 인간은 동맹의 일반기체와 동화가 될수록 과학병기가 강화되기에 어떤 초능력자도 단독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당장 쳐 죽이고 싶지만 나 혼자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한 열 명이 모여야지 제압을 할 수 있다.

그것도 주변에 개조 인간들이 없다는 전제이다.’

그런데 지옥에서 전부 몰려나왔는지 열 명 정도의 개조 인간들이 슬럼가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보인다.

‘저러면 힘으로 제압하기는 글렀다.’

혼자서 어쩔 수 없는 강적이다.

그리고, 용자동맹과 영웅동맹은 완벽한 적이 아닌 아이언의 유모인 크롬 공주의 직속부대라는 점도 문제였다.

‘지옥 외에서의 전투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휴가 중에 용자동맹과 무단으로 전투를 벌였다가는 강제 복귀가 되는 수가 있다.

무엇보다 내 평가가 나빠져.’

능력이 비슷하면 우열을 가리는 것은 평판인데 그걸 나쁘게 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신계는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는 회사가 아니었다.

‘영원히 몸을 담을 조직이기에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벌리고 있는 사업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영웅님들에게 보고할까?

도시에 피해가 가지 않게 제압하실 수 있으려나?’

부서져도 바로 재생이 되는 동맹의 일반기체가 싸우면 주변에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

‘무력의 차이가 커야지만 승리가 가능하다.’

초능력자의 초감각으로 천국의 영웅동맹 주신전에서 맹렬하게 수련 중이던 영웅왕과 일반 영웅들과 용자동맹을 직접 비교를 하니 미소가 떠오른다.

‘지금은 아니지만, 곧 이기실 수 있으시다.

어리석은 것들! 그렇게 지성체들 사이에서 놀고 있다가는 금방 추월당해서 다시 회수당할 것이다.’

영웅동맹은 초월자가 되지 않는 한 가질 수 없는 일반 기체였다.

그런데 개조 인간이 기계신의 제어에 유리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용자로서 거리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희에게 그런 보물은 어울리지 않아!

자격이 있는 자가 써야 한다.

그럼 일단 다른 초능력자들과 협의를 해보자.

우리끼리 회수하면 저 기체를 하사받을 수도 있다.’

지금은 꼴도 보기 싫으니 그대로 거실의 장막을 쳐버린다.

‘최대한 길게 마음껏 설치면서 노는 게 좋아.

그럴수록 너희의 최후가 가까워진다.’

좌아아아아아-!

그런 초능력자의 모습을 지켜본 용자는 피식 웃으면서 시선을 이제 서서히 화재가 진압되는 거리를 쳐다보았다.

각 도시의 범죄조직 제압을 완전히 끝낸 용자동맹의 깃발이 여기저기 휘날리기 시작하고, 일반 기체는 건물과 깃발을 지킨다.

그렇게 거리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 인형 병기는 행정 정부 군부를 경악하게 했다.

“개조 인간과 거대 인형 병기가 범죄조직들을 습격했다고?”

“초능력자들도 벅찬데 이건 또 뭐냐?”

그러나, 곧 비웃음으로 바뀐다.

“후후! 거대 인형 병기라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저런 걸 행성 전투에 투입을 하나?”

“당장 지상군을 보내서 처리해!”

인형 병기는 인체와 비슷한 복잡한 구조 때문에 비싼 생산비용이 들어간다.

자신의 몸처럼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해서 익숙해지면 큰 활약을 할 수 있으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인형 병기는 행성 위에서는 중량과 공기 때문에 기동성이 저하된다.’

‘중력이 작용하는 행성 위에서 엄청난 중량을 가진 거대한 몸체가 팔다리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인형 병기가 인간과 비슷한 구조이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였다.

전투기나 전차는 설계부터 위의 두 가지 사항을 반영하고 만들기 때문에 인형 병기보다 훨씬 빨랐다.

‘중력과 공기가 없는 우주라면 모를까 행성 표면에서는 지상군의 전력만으로는 충분해.’

인형 병기는 전투기와 전차를 다수를 투입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기에 이제 제식 용으로만 쓰이는 것이다.

초능력자들 때문에 망신을 당한 지상군은 의욕에 불타올랐다.

‘이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드디어 우리의 가치를 증명할 때가 왔다.’

그런데, 자신만만하게 무인 전투기와 무인 전차부대를 보냈다가 접근조차 못 하고 모두 파괴당한다.

“전멸이라고!?”

“뭐야?”

지상군의 장성들이 본 인형 병기와 전투기, 전차의 전투 모습은 충격이었다.

“빌딩보다 큰 금속 거구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다!”

“헉! 무슨 움직임이 저렇게 빠르고 자연스러워?”

“조종사의 조종과 조준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거기에 거대한 총기와 다양한 무기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니 전투기와 전차가 마구 부서져 나갔다.

이건 마치 어른이 아이들 장난감을 흉기로 박살을 내는 모습이었다.

“저건 우리가 알고 있던 인형 병기가 아니야!”

“중력과 공기의 저항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어.”

아무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조차 보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기동성에 경악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저런 괴물 같은 인형 병기가 개발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행성 표면에서도 기계의 탐지장치로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엄청난 고속으로 움직이는 신형 인형 병기였다.

‘저런 상식을 초월한 인형 병기를 개발하다니 이건 단순한 반정부 무력집단이 아니다.’

어떻게든 정체부터 확인해서 특수부대의 정찰을 명령한다.

“슬럼가로 침투해서 인형 병기와 개조 인간들의 신원을 파악하라.”

은밀하게 거리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낸 특수부대였다.

그러나, 개조 인간들에게 철저하게 당해서 쓰레기처럼 거리 외곽으로 버려진다.

긴급 소집된 행성 정부의 지휘부는 팔다리가 모두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한 특수부대의 화면을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쳐다보아야 했다.

부르르르르르-!

투입한 전투부대는 전부 당했는데 적의 손실은 아예 없다는 전투결과 보고서를 쥔 관리들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참패였다.

“지상군은 모두 저렇게 당했는데 개조 인간들은 얼굴조차 제대로 못 보았다고?”

“개조 인간의 군대에 일반인 군대는 상대가 아예 안 된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나?”

“도대체 그 많은 예산을 가져다 뭐에 쓴 거야!”

“너희 전혀 쓸모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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