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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308화 (1,308/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회의장에 앉아 있는 군 장성들은 마구 쏟아지는 모욕적인 비판에도 대꾸할 말이 없어서 침묵한다.

‘행성에서는 중력과 공기 저항 때문에 기동성에 제약이 큰 인병 병기라서 만만하게 보았다.’

‘하지만 방심하지는 않고 정예를 투입했는데 너무 심하게 당했어.’

‘중력과 공기를 무시하는듯한 고속과 너무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정말 저게 인형 병기가 맞아?

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가 있지?’

‘더구나 다루는 무기의 위력도 엄청나다.’

행성에서는 효용이 떨어져서 이제는 사열이나 우주 공간에서 가끔 전함 장갑 작업용으로 쓰인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너무나 위력적이었다.

전함의 공격도 잠시라면 견디는 강력한 장갑을 가진 전차가 스치는 포탄에 몇 대가 동시에 파괴되는 꼴을 보니 심장이 떨릴 지경이었다.

‘저 기계 장비와 무기들은 다 뭐야?’

‘기존 무기체계와 비슷한 것 같은데 위력의 차이가 너무 크잖아.’

시가전이 되어서 우주군도 개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행성 외곽에서 주포사격을 퍼부으면 파괴될 것 같지만, 그러면 최소한 거리는 멸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워낙 강력한 인형 병기라서 공격하기도 꺼려졌다.

‘저 인형 병기가 지상군의 모든 공격을 피하고 막아내고 있다.’

‘우리가 공격하면 또 무슨 무기가 튀어나올지 몰라.’

우주 공간에서 인형 병기의 위력은 극대화된다.

과거 연합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인형 병기와 최고의 조종사가 보여주었던 놀라운 전과를 제독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우리도 당할 수 있다.’

‘만약 단독 대기권 이탈 기능이 있으면 우주 전함도 위험해.’

이렇게 상식을 뛰어넘는 위력을 가진 거대 인형 병기와 개조 인간의 출현에 그들은 모두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파괴된 전투기와 전차의 잔해와 병원의 침상을 가득 메운 군인들을 보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더구나 그 옆에 같은 꼴이 된 불량배들까지 같이 누워 있으니 혼란스럽기만 했다.

“저들은 범죄조직을 무너트리더니 이제는 행성의 군대하고도 싸운다.”

“자신들의 깃발을 세웠다.

독립을 원하는가?”

행성 정부의 존재 가치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태였다.

그래서 과격한 대응을 결정하려 하는데 그 깃발에 적힌 이름부터가 문제가 되었다.

“용자동맹?

설마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용자는 아니겠지?”

더구나 슬럼가를 제압하고 지상군까지 막아낸 이후에 벌인 기이한 행동은 지배층들을 혼란에 몰아넣었다.

개조 인간들이 대량의 식료품과 의약품을 슬럼가의 주민들에게 배급을 시작한 것이다.

은하제국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던 특이한 집단이었다.

“빈민구제를 해?”

정찰 카메라에 길게 줄을 이어선 빈민들이 개조 인간들에게 음식을 받아가면서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어떤 개조 인간은 커다란 진공청소기로 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한다.

방금까지 지상군의 전투기와 전차를 완전히 박살을 내던 거대 인형 병기는 허름한 폐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낸다.

“거리청소와 재건축까지 하잖아?”

“이것들이 도대체 우리 행성에서 뭐 하자는 짓이냐?”

처음에 군대만 엉망진창으로 당하지 않았다면 무슨 구호단체가 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여왕의 깃발이 절대로 아니다.

그럼 은하제국의 소속이 아니다.”

“저들은 은하제국의 전복을 노리는 반란조직인가?”

“저 정도의 과학기술과 물자를 가졌다면 심각한 사태다.”

어디에도 배급의 대가를 받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저런 식의 공짜 선물로 대중의 환심을 사는 목적은 그들이 알기에는 권력의 획득밖에 없었다.

그런데 회의장 어디에서 머리가 띵한 소리가 울린다.

“은하제국의 반역을 노리는 것은 우리도 같지 않은가?

그럼 대화의 여지가 있다.”

어느 관리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모든 군 장성과 지배층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고위 초능력자들을 상대할 전력이 부족해서 격론을 벌여 행성 정부의 태도를 재정립했다.

은하제국에 포함된 현재 상태의 유지하고 관망하기로 한 것이다.

‘그때 열외를 했던 모양로군.’

‘하여간 열외자들이 문제야.’

‘우리도 하나의 나라가 다스리기에는 너무나 넓은 은하계라서 다시 독립의 꿈을 꾸었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발생하니 대처할 수가 없다.’

강력한 우주함대로 지역 행성까지 장악할 꿈을 꾸었는데 일 백 명 정도의 고위 초능력자들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세금을 안 내면서 버티던 모든 행성에서 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고위 초능력자가 이렇게 많지?”

“다른 행성에서도 몰려왔어.”

“더구나 가성비(價性比)라는 회사를 만들고 결집을 했으니 우리의 힘이 너무 부족해.”

“기존에 가지고 초능력자의 문제가 은하계 단위로 커졌어.”

행방불명된 이후에 죄를 뒤집어씌워서 재산을 압류했던 사법부가 난타당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지금 그들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했다.

만에 하나 이제 경제력까지 장악한 초능력자들의 비위를 거스르면 당장 행성이 망할 수도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러니 독립은 진짜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은하제국에 가호를 받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과거 자유로웠던 연합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면 열렬한 박수를 받았는데 지금은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닥쳐! 지금이 독립을 운운할 때냐?”

“초능력자와 가성비(價性比)가 행성 정부를 힘과 돈으로 제압하려고 들면 막을 방법이 없어!”

“은하제국 소속이라서 우리가 무사하단 말이다.”

초능력자들이 일반인들을 얼마나 낮게 보는지 알고 있는 지배층들은 상황파악을 정확히 하고 있었다.

“우리를 보호하는 은하제국에 반역이라니?

왜 입을 함부로 놀려!”

“은하제국에서 독립했다가 초능력자들이 노리고 달려들면 네가 책임을 질 거냐?”

“저 자식은 도대체 어디 편이야?”

가성비(價性比)에 소속된 고위 초능력자의 수가 수만 명 이상으로 판정되고 있다.

이렇게 행성 하나 정도는 우습게 멸망시킬 수 있는 초능력자 집단이 설치고 다니니 은하제국의 도움이 절실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조 인간과 거대 인형 병기가 도시의 슬럼가를 제압해버리니 더욱 당황해 버린 행성의 지배층들이었다.

그리고, 지배층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 두 세력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놀라울 정도로 강하고 폭력적이며 끈질기다.’

초능력자들이 법관을 마구 몰아붙이는 이유는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시켜 다시는 정치적인 판단을 통한 사유재산 압수를 못 하게 하려는 시도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는 가는데 단지 그 목적을 위해 매수한 변호사와 방청객, 시위대까지 마련해서 자살 직전까지 밀어붙이니 치가 떨릴 지경이다.’

개조 인간들은 범죄조직의 간부들은 팔다리를 뽑아 버리고, 의수와 의족을 붙여서 쫓아냈다고 하니 잔혹한 수법에 간담이 서늘하기까지 했다.

복귀한 초능력자들의 처리문제로 고민하다가 개조 인간의 문제까지 터지니 슬슬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 총독은 속으로 한탄을 했다.

‘시가전이라서 우주함대의 투입은 또 불가능한가?

이것 참 쏟아부은 막대한 예산에 비해서 소용이 전혀 없군.’

은하제국의 혼란을 틈타서 자치권을 받거나 독립해서 권력을 누릴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위험부담을 혼자서 감수해야 하는지는 꿈에도 몰랐던 총독이었다.

‘은하계가 통일되더니 행성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들도 거대해졌다.

이런 거대세력이 나타나면 행성 하나의 전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설마 이런 문제가 발생할 줄은 설마 몰랐어.’

행성 정부의 총독보다 은하계 전체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초거대 기업들의 회장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있었다.

특히 초능력자들이 모여서 인공지능과 자동기계를 내세워 행성의 경제권을 잠식하고 있는 가성비(價性比)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였다.

‘수만 명이 넘는 고위 초능력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라고?

더구나, 직원은 거의 없고 전부 인공지능 기계와 자동화 기계밖에 없어?

이걸 어떻게 행성 정부로 대응해?

기존 초거대 기업들이 은밀하게 견제하려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회장 몇 명이 사망한 이후로는 손조차 못 대고 있다고 하니 무력도 무서울 정도였다.

‘일반인이라도 손을 쓰는 데는 인정 사정이 없군.

역시 초능력자들이야.’

개인 호위가 철저한 기업 회장조차 원인 모르게 죽어 나가는 판국이니 여기 있는 지배층이나 총독의 목숨도 안전하지가 않았다.

실제로 모든 지배층이 다른 행성의 고위층이 자연사나 사고사했다고 전해지면 혹시 초능력자들의 암살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

‘으으! 불안해서 못 살겠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다면 독립이 좋은 것만이 아니었구나.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은하제국에 순순히 세금을 내고 전력지원을 받는 쪽이 낫겠어.’

다시 생각해보니 행성의 경제를 한계까지 짜낸 예산으로 만든 우주함대도 은하계 전체로 보면 한 줌의 전력도 아니었다.

‘사용처도 제한적이다.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들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

아무리 보아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전투보고서를 책상 위로 던지면서 대기하고 있는 관리에게 묻는다.

무력으로 제압할 수 없어서 바로 사절을 보냈는데 성공적으로 대화를 끝내고, 복귀한 후였다.

“놈들의 요구조건은 뭔가?

자치권이라도 달라고 하던가?

거리를 돌려주고 물러나는 대가로 요구하는 금액이 얼마야?”

아무런 세금도 안 나오는 슬럼가 정도면 자치권을 줄 수 있다.

‘골칫거리였던 범죄조직을 소탕해주었으니 군대의 피해도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돈 이상을 요구하면 우주함대를 동원해서 슬럼가를 집중포격을 할 생각인 총독과 지배층이었다.

그런 단호한 의사를 개조 인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녀온 관리가 머뭇거리면서도 대답을 한다.

“지성체의 자치권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쓰지도 못할 돈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다만, 자신들은 휴가 중이니 건들지 말라고 합니다.”

“….”

“….”

지성체라는 단어는 처음 듣는 용어였다.

여기에 휴가 중이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기상천외한 대답에 총독과 지휘부, 군 장성들까지 어이가 없었다.

잠시 후 감정이 활화산처럼 폭발한다.

“휴가라고? 그런데 이런 난리를 일으켜?”

“왜 멀쩡한 도시와 거리를 제압하고, 군대는 박살을 내?”

“왜 우리 행성에 와서 이런 난리를 치는 거냐?”

“이게 휴가면 평소에는 어디서 뭘 하던 놈들이야?”

“지옥이라도 있었는가?

그래서 심심풀이로 이런 거냐고!”

초능력의 재능이라도 있는지 진실에 아주 근접한 대답을 누군가 내놓았지만, 당연히 묻혔다.

지배층으로서는 드물게 이성을 잃은 모습에 총독은 솟구치는 울화를 꾹 누르면서 다시 침착하게 묻는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고?

그럼 빈민구호만 끝나면 바로 물러나겠다는 뜻인가?”

당사자가 여기 없으니 대답은 당연히 들려오지 않는다.

저렇게 위험한 개조 인간을 협상장에 불러들일 용기는 없었고, 저쪽에서도 지배층과는 할 말이 없다고 해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자청해서 나서서 전권을 가지고 협상을 다녀온 관리가 하는 대답에 입이 딱 벌어진다.

“그건 저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철수는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상관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꾸 귀찮게 하면 확 뒤집어 버리겠답니다.

그리고, 지배층이라도 악으로 판단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군요.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답니다.”

역시 황당한 대답에 순간 머리가 띵해지는 총독이었다.

주변에서 듣고 있던 지배층들도 어이가 없어서 각자 소리치기 시작한다.

“우리가 악?”

“자신들이 정의라고?”

“정의의 심판은 또 뭐야?”

“영화라도 찍나!”

요즘 같은 과학 문명 시대에 정의와 악을 이야기하다니 지배층들이 보기에 아무리 보아도 정상이 아니었다.

더구나 남의 행성에 마음대로 쳐들어와서 범죄자 조직이라도 잔혹하게 처분하고, 군대까지 파괴한 주제에 할 수 있는 말이 절대로 아니었다.

모두의 생각한 하나로 모였다.

“단순한 미친놈들이었잖아?”

그런데, 행성 정부를 위협할 힘을 가지고 있으니 무섭기 짝이 없었다.

이미 행성의 무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군부의 통보를 들은 지배층들은 모두 총독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리의 힘으로는 이들을 막을 수 없소.

은하제국 여황 폐하의 지원을 부탁해야 하오.

총독이 직접 나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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