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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309화 (1,309/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은하제국의 여왕은 수만 명이 넘는 초능력자를 귀족으로 데리고 있고, 가지고 있는 함대의 숫자도 수십만 척이 넘는다.

그런 엄청난 전력을 혼자서 통제하니 저 정도 무력집단의 제압은 손쉬운 일이었다.

‘우리도 일단은 은하제국에 속해있으니 지원을 받을 명분이 있다.’

‘이런 위협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세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어떻게든 독립하려는 총독의 마음에 분노의 불길이 치솟게 한다.

‘나와 같이 맨날 해적 여왕 어쩌고저쩌고 욕을 했다.

이제 자신들이 급해지니 극존칭을 사용하는가?

행성 지배층들은 총독이 어떻게 나올 줄 아니 차마 길게 말하지 못하고 결론만을 전달하고 침묵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반응이 돌아왔다.

반짝!

심한 스트레스로 총독의 반쯤 벗어진 머리가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얼굴은 그 이상이 없을 정도로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지배층들이 지금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험악한 말이 쏟아져나왔다.

“인제 와서 여황 폐하라고?

정말 이렇게 나올 텐가?

나보고 우리의 고향 행성을 불법점령한 제국의 여왕에게 무릎을 꿇고 지원을 애원하라고?”

지금까지 믿음직한 동료였던 이 행성 출신인 지배층과 관리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은하제국에 굴복하자는 말에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세금을 안 내었다.’

초능력자들의 재산을 빼앗으면서 우주함대를 만들어 다시 자주권을 쟁취하려던 총독에게 그런 수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사태가 얼마나 위중한지 깨닫는다.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

초능력자는 그래도 기업활동으로 낸 막대한 세금으로 재정에 큰 도움이 돼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멋대로 날뛰는 저 개조 인간은 용납할 수 없다.’

확실하게 행성 정부의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말 은하제국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위기감은 총독에게 결단을 내리게 한다.

“제독! 슬럼가에 집중포격을 하면 저 인형 병기와 개조 인간들을 제압할 수 있는가?”

“!!!”

수만 명의 슬럼가의 빈민과 함께 용자동맹을 통째로 처단하라는 은근한 물음이었다.

지금 가능하다고 대답하면 자국민을 학살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제독들의 입은 딱딱하게 굳었다.

‘적의 시민을 학살해도 군법회의에 회부 되는데, 자국민을 학살하면 반드시 나중에 책임추궁이 따른다.’

‘군인으로서는 끝장이야.’

누구도 그런 멍에를 지려는 제독이 없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침묵 속에서 총독의 분노가 다시 폭발한다.

“도대체 우주군이 하는 일이 뭐가 있나?

초능력자도 상성이 안 좋아서 대응이 안 된다더니 개조 인간조차 대처할 수 없다고?

저런 위력을 가진 인형 병기를 제국에서 내놓으라고 할 때 왜 숨겨놓지 않았어?

구식병기라고 얼마든지 주어도 상관없다고 하더니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야!”

행성이 가지고 있던 인형 병기는 제국 여왕의 직접 명령으로 모두 회수되었다.

행성 정부는 박물관에나 보낼 구식 인형 병기만 내놓으면 우주함대는 그대로 두겠다고 하니 흔쾌하게 내주었다.

‘이제는 후회막급이다.’

저런 위력을 보일 수 있다면 어떻게든 숨겨야 했다.

지배층들은 인형 병기의 인도는 군부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형 병기를 직접 다루어 보거나 싸운 경험이 있는 군부는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들이 내주었던 인형 병기와 용자동맹의 인형 병기는 절대로 같은 물건이 아니었다.

‘저건 우리가 알고 있던 인형 병기가 아니야.’

‘거대한 기계 인간이다.’

‘그것도 최상급이다.’

고위 초능력자와 맞상대할 정도로 강력한 기계 인간을 거대화시켰다고 생각하면 딱 맞았다.

군부가 그런 사실을 말하면서 총독의 폭주를 막으려고 하는데 협상에 자청해서 나섰던 관리가 입을 열었다.

“가능합니다.

슬럼가를 포기하고, 우주함대의 집중포격을 가한다면 저 강력한 인형 병기는 무리일지 몰라도 개조 인간들은 확실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형 병기는 초능력자들이 요구하는 인공지능 판사 도입과 전면적인 사업 허가를 조건으로 토벌을 요청하면 됩니다.

공간이동을 사용하는 고위 초능력자의 능력이라면 저 인형 병기의 이상한 기동성도 확실히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지상군으로도 끝을 낼 수 있습니다.”

고위 초능력자를 이용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던 총독과 지배층들은 기뻐했다.

“오! 그렇군.”

“좋은 생각이야!”

답답한 가운데서 나온 확실한 대처방안이어서 군부까지 모두 급속하게 그쪽으로 선회했다.

“기계 인간보다 초능력자가 강력하지.”

“행성에 있는 일백 명의 고위 초능력자라면 대응 전력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위험한 협상에 자청해서 나서면서 이런 해결방법까지 제안하여 대단히 유능하다고 생각한 젊은 관리의 눈이 미묘하게 웃음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드디어 내게도 지배층으로 올라설 기회가 왔구나.’

출세를 꿈꾸는 그의 머릿속에는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지금은 약하지만 강해져서 나중에 출세한다.

이것이 악당동맹의 유일한 가치가 된다.

거기에는 선도 악도 없다.

오로지 힘과 부귀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졌으면서 노력하라고 거들먹거리는 영웅동맹은 너희의 적이다.

또한, 운 좋게 힘을 얻었다고 자신이 강자임을 잊고 약자 편에 서서 정의를 외치며 분탕만 치는 용자동맹은 너희의 원수가 된다.

그 외에도 내게 걸리적거리면 전부 처단하라.”

낮에는 은하제국의 유능한 관리이자 지배층이지만, 밤에는 지옥의 악령을 지배하며 다른 동맹을 노리는 악당동맹의 지침이다.

드디어 제국을 넘어서 은하계 전부의 반역자에서 선출된 악당동맹의 일원이 그의 정체였다.

그들은 낮의 세계까지 침투해온 동맹과 행성을 서로 충돌시켜서 능력을 증명하고, 일반기체의 노획을 노리려는 것이다.

‘은하제국의 긴장 조성이야말로 아이언님이 내린 악당동맹이 할 일이다.

내 행성에서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이 싸우면 나에게도 동맹의 일반기체를 얻을 기회가 온다.

그럼 지옥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악당동맹은 잠들면 지옥에 간다.

이제 대부분이 악령들에게 지지 않을 정도 마력을 쌓았으나 그런 접촉이 좋을 리가 없어서 휴식은 꿈도 못 꾼다.

동맹의 일반기체를 얻어서 지옥에서도 편히 자고 싶다는 수면의 욕구는 컸다.

‘불사불멸(不死不滅)이 걸린 육체라서 수면이 필요 없지만, 욕구는 그대로 살아있다.동맹 낙제생들의 견제를 뚫고서 일반기체를 훔친 다른 악당동맹들이 편히 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

여기에 세금미납 행성 정부를 혼란과 투쟁상태로 몰아넣으라는 상층부의 명령을 받았으니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중이었다.

명령권자는 당연히 악당동맹의 수괴가 되어 아이언에게 절대복종(絶對僕從)이라는 호칭을 받게 된 디스였다.

얼떨결에 신계의 중요간부가 된 그는 지금 알아서 충성하는 중이었다.

아이언이 직접 호칭을 내리면서 이렇게 경고를 했기 때문이었다.

“절대복종(絶對僕從)이 불복종(不服從)이 되면 내가 친히 수정해주마.”

디스는 아이언이 행성을 간단한 주먹질로 부수는 힘을 가졌는데도 마구 사용하는 과감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대라도 맞으면 소멸이 당연하기에 감히 다른 생각을 할 엄두조차 못 한다.’

지금 은하제국에 가장 문제가 되는 세금미납 행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중이었다.

그 결과로 신계의 인정을 받고 어느 정도의 발언권을 확보한다.

‘세금을 내지 않는 행성 정부는 가만두지 말라는 지침이 절대복종(絶對服從)의 디스님으로부터 떨어졌다.

그것도 신계를 통한 정식명령이다.

악령을 다루는 재주밖에 없다고 천대받던 우리도 드디어 신계에 인정받은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마족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악당동맹은 정신체인 마족으로 승급할 수 있어졌다.

아이언이 마력을 이용하여 초월자가 되는 방법을 악당동맹에 알려준 직후에 정식으로 결정된 사항이었다.

“악당동맹에는 마력을 쌓으면 마도로 초월자가 될 충분히 재능이 있다.

물론 신계의 지원이 영웅동맹보다 더 많이 길게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악령이나 다룬다고 천대를 받지만, 마도를 다루는 초월자가 될 수 있다고 신계 주신에게 직접 확인을 받은 셈이었다.

최고위 창조신의 말을 불신하는 존재는 아무도 없기에 조치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처음에 잠을 자다가 지옥에 떨어졌을 때는 절망했다.

하지만, 갈수록 끝없이 넓어지고 밝아지는 미래가 보인다.

이제 착실하게 공적을 쌓으면 정식 마족이나 초월자도 꿈이 아니다.’

행성에서 모집된 악당동맹은 본성의 악당동맹이 이미 안전한 성장체계를 만들어 놓아서 고생을 거의 안 했기에 충성심도 높다.

적응 기간을 끝낸 이들은 자발적으로 아이언과 신계를 위해서 움직였다.

“너희는 겉으로는 완벽하게 유능한 관리를 연기하고, 속으로는 악당동맹으로서 혼란을 조성하라.”

위대한 신계 주신에게 직접 호칭을 받아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 절대복종(絶對服從)의 디스가 열띤 음성으로 악당동맹과 지옥의 악령들 앞에서 하던 연설이 들려온다.

“우리의 주인이신 그분은 통제할 수 있는 혼란 속에서 끝없는 발전을 바라시며 우리에게 이 귀중한 임무를 맡기셨다.

악당동맹은 은하계에 잘 자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는 나무와 곡식은 잘라버린다.

이 일은 위만을 바라보는 영웅동맹과 아래만을 쳐다보는 용자동맹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대가로 우리는 초월자가 될 수 있으며, 부귀영화를 영원히 누릴 것이다.

모든 동맹의 주인이시며, 위대한 신계 주신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에게 영광이 있으라.”

신계의 소속원으로서 부여되는 막대한 의무를 배제하고, 현실의 이익을 확실하게 보장하니 참으로 욕망을 꿰뚫는 보상이었다.

‘크후후후후후! 지금의 부귀영화를 유지한 채로 영원히 사는 초월자가 될 수 있다.

이러면 무슨 짓을 하지 못할까?’

동맹과 행성을 충돌시키면 악당동맹으로서는 정말 큰 공적이기에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다.

‘세금을 내지 않고, 행성의 치안만 악화시키는 슬럼가는 쓸어버린다.

이 일은 관리로서의 양심이 가렵지도 않다.

이제 인간 따위는 안녕이다.’

기대에 가득 찬 악당동맹의 눈에 드디어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하고, 사업 허가를 내주어서 초능력자를 포섭하기로 한 지배층들이 보인다.

그들은 우주함대와 지상군을 총동원하여 용자동맹과 슬럼가를 함께 지우기로 하였다.

자국민 학살의 오명을 우려한 제독들은 반발했으나, 경고방송을 하여 도주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물론 개조 인간과 인형 병기가 다른 중요 지역으로 도주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이상 반응이 보이면 바로 전투에 돌입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이미 몇 번의 추태를 보인 군부는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른다.

애애애애애애앵!

행성에 전쟁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린다.

행성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서 만든 우주함대가 슬럼가의 까마득한 상공인 위성궤도에서 모여들기 시작한다.

위이이이잉! 우우우우우!

수십 대가 넘는 우주 전함의 주포가 일제히 용자동맹의 일반기체를 조준하고 예열을 시작했다.

드드드드드-! 구구구구구궁-!

슬럼가를 포위한 지상군의 기갑부대가 돌입을 준비한다.

그 앞에는 행성 정부에 원하던 모든 것을 약속받은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이 섰다.

모두에게서 이제까지 보인 나태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살기와 투기가 흘러넘쳤다.

우우우우우웅-!

초능력자와 군대로부터 발생 된 기세는 모든 인간에게 퍼져가서 영향을 미친다.

격렬한 투쟁을 앞둔 인간들이 흥분해서 품어내는 강력한 정기는 별과 신계를 활성화하고 강화해간다.

이 모든 것은 은하계의 급속한 발전을 위해서 통제된 혼란을 바라는 아이언의 의도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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