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용자왕들도 일반기체는 수십 대가 뭉치지 않으면 도저히 정체불명 함대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승산이 없다.
물러나야 해.’
‘이미 늦었다.
흥분하기 시작한 용자동맹에게 지시를 내려도 잘 따를지 걱정이다.’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누적되자 사자왕 가이가 다시 명령을 내린다.
“너희는 막을 도리가 없다!
모두 물러나!”
그러나, 이제 듣지 않는다.
“저희가 승부를 보겠습니다.”
“이대로는 못 물러납니다.”
그동안 필사적으로 공격해서 행성 제압이 거의 끝나가니 끝까지 싸우겠다고 거부가 온 것이다.
그제야 사자왕 가이도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아차! 처음에 반론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었어.
명령을 내렸는데 이야기를 듣고서 고쳐주니 다음도 수정해 줄 알고서 거부한다.’
전투에서 일관된 명령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고, 강하게 지시를 내린다.
“전투를 멈춰!
명령 불복종은 용서하지 않는다.
당장 복귀하라.”
사자왕의 강한 어조에 일부 용자가 지옥으로 복귀했으나 대다수가 남는다.
오히려 그들은 개조 인간들을 재촉한다.
“어서 공격하라!”
“정체불명 함대가 오기 전에 끝장을 본다!”
완전히 명령을 무시당한 사자왕 가이의 얼굴은 그야말로 맹수의 얼굴로 변했다.
“아무리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로 얻는 힘이 좋아도 용자동맹이 이렇게 엉망이 되면 신계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내 손으로 모두 끌고 와주마!”
쿠우우우웅-!
가이가 허공에서 소환한 거대 사자왕과 융합하자 다른 용자왕도 다급히 따랐다.
영원히 이어질 앞날을 생각하면 잘 보여도 시원치 않은 신계 주신인 아이언 앞에서 이런 추태라니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용자왕들은 거대 용자왕을 탑승하고 다시 일반 용자에게 명령을 보낸다.
“전투를 중지하라!”
“물러서라!”
“철의 요새로 복귀하라.”
그 말에 일할 정도는 철의 요새로 복귀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응답하는 용자는 아무도 없다.
그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용자왕의 무서움은 알지만, 죽어도 어차피 되살아날 몸이다.’
‘행성 제압만 끝나면 변명을 할 수 있다.’
‘승리하면 어떻게든 된다.’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될 수 있는 행성의 지배층에 대한 욕망이 더 컸다.
“군대의 정리를 어서 끝내!”
“총독부와 중앙은행을 점령하라.”
이제는 우주함대의 정리를 끝낸 일반기체가 선두로 나서서 고위 초능력자와 지상군을 분쇄하기 시작한다.
몇 차례의 명령을 무시당해서 분노한 거대 사자왕 가이의 입에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이게 마지막이다.
항명은 척결이다!”
그 최후의 명령은 모든 용자와 낙제생들의 귀에 분명 들렸다.
그러나, 행성을 제압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기에 전투를 멈출 기미가 없다.
‘용자왕들이 동시에 모든 행성에 도착할 수 없다.’
‘도착하기 전에 행성을 점령하고 전리품을 얻으면 용서해주겠지.’
그런데 이상이 발생했다.
아직도 저항을 멈추지 않는 고위 초능력자와 지상군에게 더욱 거센 공격을 하려던 모든 용자와 낙제생의 눈앞에 붉은 글씨와 경고음이 울린 것이다.
띠띠띠띠띠띠!
고위 초능력자의 숨통을 끓으려던 일반기체의 동작이 멈추었다.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지상군을 유리하던 개조 인간들의 기계 몸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땅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 동작이 안 돼!”
“뭐지?”
그들의 몸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온다.
“항명 및 명령 불복종에 대한 징벌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자폭을 시작합니다.
십 초 후 소멸할 예정이오니 주변에 있는 존재는 신속히 대피하십시오.”
“뭐!”
“왁!”
“어?”
그제야 용자동맹과 고위 초능력자들은 까맣게 잊었던 일을 깨달았다.
‘아이언에게 충성을 맹세한 영웅동맹과 달리 자유를 선택한 용자동맹의 기계 몸과 일반기체에는 자폭장치가 달려있다.’
‘이런 미친! 복귀명령을 거부했다고 정말 우리를 모두 날려버릴 생각이야.’
띠띠띠!
십 초에서 시작된 자폭장치의 남은 시간이 빠르게 줄어든다.
갑작스러운 비상상황에 용자왕들은 지옥에 복귀한 일반 용자와 낙제생들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하제국에 나가 있는 개조 인간들의 자폭장치만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가 일반기체의 자폭장치를 발동시킨 건가?”
은하제국에서 버티고 있던 구 할이 넘는 일반기체와 개조 인간의 몸의 자폭장치가 가동되었음을 깨닫고 경악했다.
‘용자동맹을 자폭시킬 수 있는 존재는 아이언님밖에 없다.’
‘아무리 보아도 지옥에 돌아온 일부를 제외하고는 몽땅 자폭시킬 생각이시다.’
사자왕 가이의 얼굴이 너무나 창백해져서 아이언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이언은 미소를 지으면서 오른손을 저었다.
“후후! 자폭명령을 내린 것은 내가 아니라 너란다.”
자신의 동료를 자폭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는 사자왕 가이는 말도 안 된다고 외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설명에 말문이 막힌다.
“용자동맹 최강의 용자왕으로서 대표가 된 너는 모든 용자의 자폭 발동 권한을 가지고 있다.
대표는 책임을 지는 대신에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
사자왕 가이는 어느새 그런 중요한 권한까지 가지게 되었는지 몰랐다.
그리고, 자신은 절대로 명령을 내린 적이 없었는데 아이언의 다음 말을 듣고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지금 너는 의지로서 명령했다.
방금 말을 듣지 않으면 모두 자폭시키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었지?
용자왕의 대표인 거대 사자왕은 그걸 읽고서 충실하게 명령을 실행했다.”
“!!!”
그 말에 사자왕 가이는 입을 딱 벌렸다.
‘허어억! 실제로 생각은 했지만 설마 실현될 줄은 몰랐다.’
분명 진실이었기에 다급하게 융합한 사자왕으로 외친다.
“거대 사자왕! 모든 자폭장치를 멈춰라!”
그러나, 자폭장치의 줄어드는 숫자는 멈추지 않는다.
너무나 당황해하는 사자왕 가이에게 아이언이 딱하다는 듯이 말을 건넨다.
“쯧쯧! 명령에 기합이 빠졌구나.
그리고, 지금 이렇게라도 빨리 지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약간은 했지?
처음 명령보다 더 강한 진심이 안 담겨있으면 중지는 무리란다.”
“큭!”
십 초는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대화를 듣고 있던 용자동맹의 애원이 귀에 스친다.
“으아아아! 가이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해도 고통은 그대로고, 자폭으로 지옥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사자왕 가이도 필사적으로 멈추려 했으나, 아이언의 지적한 이렇게라도 복귀를 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행성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화염의 바다로 변했다.
띠띠! 꽈꽈꽈꽈꽈꽈꽈꽈꽝-!
일반기체와 개조 인간들이 자폭한 화염이 행성의 하늘을 향해 치솟는 불기둥으로 변한 탓이다.
일반기체가 소멸하고 개조 인간들이 산산조각으로 분해되어 가루가 되는 그 끔찍한 모습에 거대 용자왕들은 그대로 건물 위로 주저앉았다.
쿠쿵! 쿵!
그들에게 휴가 전에 십만이 넘던 용자동맹과 낙제생들이 겨우 일만도 안 남았다는 참혹한 현황이 보고되었다.
지옥에서 부활하고 재생하겠지만, 막대한 피해에 넋이 나갈 지경인 사자왕 가이에게 아이언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폭장치는 너희를 못 믿어서 달아놓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사태에 필요해서 붙여놓은 것이다.
이게 바로 자유와 감정을 따르는 용자의 한계이다.”
아이언은 등을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고서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한 조직의 대표는 말만이 아니라 생각조차 조심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겠다면 혼자서 조직 전부를 제압할 정도로 정말 강해야 하겠지.”
사자왕 가이는 자신의 진심이 서린 의지로 용자동맹의 구 할을 자폭시켜서 망연자실할 상태였다.
그러나, 신령에 새겨지는 아이언의 신언은 똑똑히 들렸다.
“용자왕들은 이번 일로 많이 배웠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최악을 생각해서 대책을 세워라.”
일반용자와 낙제생들이 휴가를 가기 전부터 범죄를 일으킬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내보낸 어리석음을 지적한 말이었다.
“출세와 정정당당한 대가를 추구하는 영웅동맹에게 자폭장치는 필요가 없다.
그들이 바라는 승급이나 보상은 한순간의 실수도 치명적이기에 스스로가 조심한다.
자유를 추구한다면 스스로 깨닫고, 적에게도 배워라.
그렇지 못한다면 영원히 지옥과 자폭장치를 못 벗어날 것이다.”
그렇게 말을 끝낸 아이언은 용자동맹을 연결한 화면을 껐다.
그리고, 신계의 워터 문과 영웅동맹의 검의 주신을 연결해서 간략하게 말한다.
“용자동맹의 대표 사자왕 가이는 결단을 내려서 은하제국에 불법적으로 잔류하려던 모든 용자와 낙제생들을 자폭시켰다.
이걸로 용자동맹의 휴가는 끝이다.”
“!!!”
“!!!”
“!?”
갈수록 강해지는 아이언의 존재감에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듣고 있던 워터 문과 검의 주신은 놀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이 걸려있어도 전력의 구 할을 단숨에 자폭시키다니 엄청난 일이었다.
“이번 세금미납 행성의 처리에 공로가 크니 지원을 더 해주고, 한동안 건들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용자동맹을 배려하라는 말에 워터 문과 검의 주신은 아무런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따른다.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히 파악을 해보아야겠지만, 최소한 용자동맹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은 명확했다.
검의 주신은 조심스럽게 묻는다.
“영웅동맹의 전투대기를 중지할까요?”
이번 임무의 상대라고 여겼던 용자동맹이 몽땅 자폭해서 사라졌으니 하는 말이었다.
아이언은 고개를 흔들고 다른 지시를 한다.
“용자동맹이 원래 너희의 상대가 아니었다.
천국의 주신전에서 수련을 계속하면서 대기하라.
그리고, 세금미납 행성이 거의 사라졌으니 열 대를 한 개조로 파견 준비를 해라.”
“알겠습니다.”
“용자동맹이 우주함대와의 전투에서 보인 추태가 없게 하라.
너희의 삶은 신계에 영구히 기록됨을 반드시 주지시켜라.”
“하!”
가슴이 서늘해지는 말에 깊숙이 고개를 숙여서 복명(復命)하는 검의 주신이었다.
워터 문도 용자동맹에 대한 추가지원 사항을 듣고서 바로 실시를 한다.
그렇게 모든 조치를 끝낸 아이언은 모든 화면을 끄고, 다리를 쭉 펴면서 말한다.
“전부 계획대로군요.
잘 되었어요.”
그 말에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 크롬 공주가 묻는다.
“사자왕 가이가 용자동맹을 자폭시킨다는 것까지 계획에 넣으셨나요?”
“원래는 제가 해야 할 일인데 대신 하네요.
사자왕 가이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아주 간략한 답변이지만, 모든 계획의 끝과 변동사항에 아이언이 있음을 짐작한 크롬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많은 변수를 계획에 넣으시고 시작하신 모양이군요.
그러다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후후! 용자동맹이 얌전하게 휴가를 보낼 경우가 있을까요?
아니면 고위 초능력자들과 행성정부의 전력에 용자동맹이 밀리는 상황이 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제 장난감 함대를 물리치고 용자동맹이 행성 정부를 지배하는 일이 발생할까요?
모두가 계획의 변수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사 문제가 발생해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가만히 오른손을 쥐어서 주먹을 쥐어 보인다.
우두두두두두-! 우우우우웅-! 드드드드드-!
단지 주먹에 힘을 주는 정도인데도 공간이 뒤틀리고 주신전이 뒤흔들렸다.
아이언의 완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제 손에 있으니 모두 계획대로입니다.
잘못하면 직접 나서서 고치면 돼요.”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계획이 뒤틀려도 결과를 뒤집을 힘이 자신에게 있으니 상관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런 모습에 행성 정부의 슬럼가에 우주함대의 집중포격이 쏟아지고, 용자동맹이 날뛰는 모습에 조마조마했던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지는 크롬 공주였다.
아이언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 이렇게 힘이 있으면 과정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요.
지금처럼 부하에게 지시하고, 느긋하게 결과만 기다리면 되죠
어차피 갓난아기도 못된 태아들의 싸움에 제가 곤란을 할 경우는 없어요.
제 장난감 함대로도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총제독이 가지고 있는 가방 속의 장난감 함대의 위력을 생각한 크롬 공주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장난감 함대는 연합과 제국의 우주 전함의 장점만을 합친 위력이었어.
무엇보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크기가 문제구나.’
장난감처럼 작은 형태에서 순간적으로 거대한 우주 전함으로 변해서 초 원거리 포격을 쏘아대니 동맹의 일반기체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여기에 총제독이 지휘를 하니 에메랄드도 위험할 수 있어.’
함대를 초능력으로 지배해서 수족처럼 다루는 에메랄드와 오랜 경험과 뛰어난 재능으로 완벽하게 통제하는 총제독이 격돌하면 누가 이길지 몰랐다.
아이언이 왜 장난감 함대를 만들고 그걸 총제독에게 주었는지 고민을 하는데 황금빛 드레스의 상의가 스르르 사라진다.
그리고, 아이언은 살짝 몸을 숙여서 크롬 공주의 드러난 젖가슴을 입에 물었다.
“어머!”
갑자기 젖가슴을 아이언이 빨자 놀란 크롬 공주가 작게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아이언이 살짝 웃으면서 의지를 보낸다.
‘후후후! 제가 있는 한 은하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문제와 변수를 통제하기 원한다면 빨리 강해지세요.
그래야 모든 동맹을 관리할 수 있을 거예요.’
‘….’
아이언은 중앙신계의 주력으로서 만들고 있는 영웅동맹, 용자동맹, 악당동맹의 모든 지휘권을 크롬 공주에게 주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영웅황제로 모든 동맹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크롬 공주는 최소한 주신 이상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번 일로 동맹의 무서움을 알게 된 크롬 공주는 젖가슴을 빨리면서도 빨리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의식이 어딘가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학! 또?’
시야가 검게 변하면서 작은 구멍이 뚫렸다.
자신의 젖가슴을 빠는 아이언과의 접촉으로 발동된 조합의 초능력이 다시 아이언의 신체기억을 읽는 것이다.
시공의 구멍 너머에서는 성인신으로 성장한 아이언이 검은색의 로브를 휘날리면서 거대한 행성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행성의 관문처럼 보이는 위성 크기의 원형의 구조물을 향하여 가볍게 오른손을 휘저었다.
두가가가가가가가가-!
손가락 끝에서 일어난 검은 마력의 손톱에 의해 위성이 단숨에 여섯 조각으로 찢어 발겨진다.
산산이 부서진 관문을 지나 행성에 강하하면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외친다.
“이 겁 없는 약자들아!
바람난 검편(劍蝙) 사모님과 배신한 졸개들을 몽땅 내놔라!
아니면 전부 죽여버리겠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검편(劍蝙)이 태어난 일족의 본성을 본격적으로 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