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자신을 도우려고 하는데 사사건건 간섭하려는 검편(劍蝙)을 감옥행성에 봉쇄하고, 일족의 일을 빠르게 정리한다.
이 계획은 이미 계약자인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 라마세스와 간부들에게 보고를 끝낸 사항이었다.
일족에 얽매인 검편(劍蝙) 아스나스를 신속하게 동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삭제한다는 계획을 처음에 모두가 반대했다.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가 나서자 달라진다.
“검편(劍蝙)의 합류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계획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다른 생각을 하는 게 누구지?”
“으윽!”
“윽!”
완벽한 적중률의 직감권능을 가진 흑염의 절대자의 말을 무시할 존재는 아무도 없다.
황금의 절대자는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십중심(十中心)의 모집을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맡기고 자신은 망설이는 쪽의 설득에 집중해서 부재중이었다.
여기에 집결하고 있는 황금세력의 간부에서 흑염의 절대자 이상의 강자는 없기에 바로 통과되었다.
검편(劍蝙)이 태어난 일족과 연관이 있는 간부들도 많았으나, 붉게 타오르는 검은 투기에 휩싸인 루카 에일레스에게 대항할 용기는 없다.
간부들의 귀에 요즘 황금세력을 뒤흔들고 있는 흑염의 한마디가 들리는 것 같다.
“너는 배신할 것 같다.
간첩이었구나.”
갑자기 나타나서 밑도 끝도 없고, 신분 고하도 가리지 않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찍어낸 인원을 실제로 조사해보면 진짜로 다른 세력의 첩자나 딴마음을 품고 움직이고 있었으니 더욱 몸을 사리게 된다.
‘흑염의 절대자가 직감권능으로 내부의 반역자와 첩자를 솎아내고 있었기에 승인이 된 셈이다.’
‘대놓고 반대하면 반역자로 찍어낼지 몰라.’
그렇다고 명문 일족 하나를 지우는 계획이 부담이 없을 리가 없다.
회의가 끝나고 어떻게든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사정을 하려던 간부들은 아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와 흑염의 절대자를 보아야 했다.
“감찰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멋지십니다.”
“크하하하하! 그냥 느낌대로 말하면 임무 끝인데 뭐가 어려워?
황금의 절대자가 왜 그렇게 간첩들을 많이 남겨 두었는지 모르겠어.”“황금은 불변(不變)이니 변질이나 배신을 이해하지 못하지요.
처음에 충성해도 나중에 상황에 따라서 배신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신 겁니다.”
“그렇기는 해.
네가 말한 대로 감찰의 일이 내 적성에 확실히 맞아.”
간첩들이 어떤 권능으로 속마음을 가리거나, 위장해도 흑염의 절대자의 직감권능은 결과만을 뽑아내니 피할 도리가 없었다.
거기에 시행하는 존재의 강함도 문제였다.
‘발각되면 무지막지한 힘으로 바로 제압당하고, 도망치면 어디까지라도 쫓아와서 끌고 가니 버틸 수가 없다.’
그렇게 황금세력에 파고든 신족과 다른 세력의 간첩들을 모두 끝장낸 루카 에일레스는 황금의 절대자와 황금세력에 꼭 필요한 핵심인물로 인식되었다.
이게 모두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무조건 감찰업무를 맡으라고 조언한 덕이니 나름대로 빚을 갚으려는 흑염의 절대자가 이번 일을 도운 것이다.
그러나, 곧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분명히 네가 검편(劍蝙) 일족을 정리하면 이번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해.
그러나, 문제가 있다.”
잘못하면 대량학살이 벌어질지 모르는 계획을 정식 승인하여 낭패한 표정으로 주변에 서성대던 황금세력의 간부들이 귀를 쫑긋 세울만한 말이었다.
흑염의 절대자는 주변에서 엿듣고 있는 사실을 알았지만, 상관하지 않고 말해주었다.
“이대로 진행하면 너는 확실하게 검편(劍蝙)에게 죽는다.”
흑염의 완벽한 직감에 의한 경고는 벗어날 수 없는 사형선고와 같았다.
그러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살짝 웃으면서 대답한다.
“훗!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일족과 반려, 부하까지 건든 존재를 용서할 강자가 있을 리가 없지요.”
“!!!”
자기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평안하니 주변의 황금세력의 간부들이 기겁할만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건 비상사태였다.
반역에서 가장 중요한 십중심의 결집을 맡길만한 소중한 강자가 설마 목숨을 걸고 검편(劍蝙)을 끌어들일 계획을 수립할 줄을 모른 것이다.
‘비록 과격하기 짝이 없는 계획을 내놓고 추진하는 정체 모를 창조신이지만, 기여도면에서 따를 존재가 없다.’
‘더구나 황금의 절대자님은 명예 때문에 절대로 못 할 험한 일도 세력을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고 처리한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세력을 키우던 황금세력에게 반발하거나 음해하는 세력이 많았다.
요청만 하면 바로 나타나서 속 시원하게 쓸어버리는 식으로 큰 도움을 받았기에 은밀하게 지지하고 돕는 간부들도 만만치 않았다.
황금세력의 간부들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내린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힘은 십중심님에 버금간다.’
‘권능의 다양성을 이용한 성과와 업적 면에서는 그 이상이다.’
십중십급의 강자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어서 창조주에 대한 반역계획은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황금의 절대자도 방식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방식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나은 업무의 효율성만은 인정해서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만약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여기서 죽으면 반란계획이 얼마나 지체가 될지 알 수 없다.’
저렇게 높은 경지이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는 유용한 존재를 여기서 잃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흑염의 절대자도 경고한 것이다.
팅! 빙그르르!
모두의 경악 속에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손바닥 위에 놓인 동전을 허공으로 튕기면서 말한다.
“모든 사업은 투자가 없이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계획은 자신의 희생부터 고려해야 빠르게 진행됩니다.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고 이루어지는 계획은 없지요.”
역시라는 표정을 지은 흑염의 절대자는 양팔을 모아서 팔짱을 끼고 말한다.
“시간을 들여서 창조주가 만든 흐름을 우리 쪽으로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시작(始作)님을 보내서 검편(劍蝙)과 일족, 반려와 부하들을 조금씩 친해지고, 설득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흑염의 절대자로서는 뜻밖에 자신의 직감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루카 에일레스가 처음에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아주 감이 좋지 않은 황금의 절대자의 반역에 동참한 이유가 바로 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존재 때문이었다.
‘자신이 사는 밀림을 대놓고 불사르며 협박하는 과감한 수단에 반했지.’
그런데 역시 물러설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검편(劍蝙)이 저를 완전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 말에 흑염의 절대자는 두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아무리 죽여도 절대로 죽지 않을 것 같은 끈질김을 느꼈고, 거기에 질려서 두 손을 들기도 했다.
“그렇지는 않다.
다시 느껴보니 꽤 많이 죽었다 살아난다고 나오는군.
그럼 고생해라.”
“다녀오겠습니다.
시작(始作)님의 수호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걱정하지 마라.
나를 돌파해서 시작(始作)님께 도달할만한 암살자가 있을 리가 없지.”
절대 직감의 권능과 절대계 최고의 육체를 가진 루카 에일레스 앞에서 어떤 은신권능도 통하지 않는다.
추적권능도 엄청나니 암살자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대였다.
자신감 있게 자신의 턱을 오른손으로 문지르면서 말한다.
“어차피 외계에서 온 시작(始作)님은 창조주도 못 건들어.
절대계의 흐름 자체에서 벗어나 있잖아.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후후! 잘 파악하셨습니다.
그렇기는 하지요.”
이렇게 대화를 끝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검편(劍蝙)이 자신을 스스로 가둔 감옥행성에 쳐들어가서 파괴하여 통신과 공간이동을 차단한다.
지역 자체를 완전히 고립시켜서 검편(劍蝙)이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일주일의 시간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바로 본성을 해치우려는 모습을 모든 황금세력의 간부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본다.
마침내 본성의 외곽에 방어막을 치고 있는 위성 관문을 일격에 날려버리는 모습에서 탄성과 비명을 지른다.
“저 위성 관문이 일격에 날아갔다!”
“그 전에 보았느냐?
검편(劍蝙)의 박쥐의 검조차 못 죽이셨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검편(劍蝙)의 전력공격에서 살아남고, 본성에 바로 돌입하자 아군임을 굉장히 안도하고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모습을 회의실의 가장 상부에 만들어진 열 개의 자리에 앉은 황금의 절대자와 흑염의 절대자도 쳐다보고 있었다.
“잘 살아났어.
이제 진짜가 시작했군.”
장담대로 검편(劍蝙)에게서 살아서 빠져나오자 느긋해진 흑염의 절대자였으나, 반대로 황금의 절대자는 안절부절못한다.
‘실제로 진행을 보니 이 정도로 위험천만할지는 몰랐다.’
현란한 브리핑을 받고 구두 승인을 했는데, 나중에 서면으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는 후회막급이었다.
“이 계획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반발한 검편(劍蝙)이 오히려 적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시작(始作)님과 함께 갈까요?”
절대계 그 자체인 창조주에 대한 반란은 일반적으로는 무조건 실패한다.
‘창조주를 능가하는 강력한 권능으로 이룬다고 해도 일시적이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외계(外界)의 존재를 불러들여서 흐름을 통째로 바꾸려는 황금의 절대자였는데 지금 무척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감옥행성에 나올 수 없는 검편(劍蝙)의 절대자의 운명이다.
내가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해방된다는 결과는 막혀있었다.’
그런데 물불 가리지 않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무지막지한 강행수단에 의해 운명이 변하고 있었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저 정도 고위 존재가 설마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는 무모한 돌격을 시도할지 말이야.
그래서, 창조주도 흐름에 반영하지 못하였다.
그럼 시작(始作)님이 없어도 반역을 성공시킬 수 있었나?
이제까지 나의 방법이 잘못된 것인가?
내가 너무 몸을 사린 탓인가?’
이런 복잡미묘한 황금의 절대자의 마음은 몰랐지만, 망설임이나 후회는 이해하지 못하는 흑염의 절대자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부하에게 믿고 맡겼으면 그걸로 끝이지.
어차피 대가도 안 챙겨주는 임시계약이라면서?
어떤 불사체도 소멸시킨다는 검편(劍蝙)이 못 죽이는 강자를 그렇게 막 대하면 안 되지 않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감당이 안 되면 나에게 넘겨.
저 녀석이라면 나와 같이 싸우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 보인다.”
“….”
너무나 강대한 힘 덕에 주변의 아군이 버티지 못하는 흑염의 권능이다.
그래서 권속이나 부하를 두지 않고 혼자 날뛰기를 즐기는 흑염의 절대자가 차원창세신 코아에 대한 욕심을 보이니 실로 할 말이 없는 황금의 절대자였다.
그렇다고 정말 넘겨주기에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막중하고 이익도 컸기에 나직하게 대답했다.
“대가는 이제 줄 생각입니다.”
“훗! 그렇다면 나도 물러나겠다.
그런데 저 정도의 창조신에게 도대체 어떤 대가를 주어야 하지?
창조력도 엄청나던데 정기나 물질로는 안될 것 아니야?
창조주 편에 붙어서 스스로 행성과 신계를 만들면 순식간에 엄청나게 벌어들일 건데 도대체 뭘 바라고 우리 편에 붙어있지?
“으음!”
저렇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어떤 대가를 바라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던 황금의 절대자에게는 완전히 허를 찔린 질문이었다.
“그보다 알아서 챙기겠다는 대가는 도대체 뭐야?
이제까지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무엇을 가져갔는지 아무도 모른다던 데?”
그 점은 황금의 절대자도 의문이었다.
‘이미 황금세력에서 십중심 바로 다음 서열이 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다.
간부들은 그가 물자와 신기를 요구하면 무엇이든 내어줄 정도다.’
흩어져있는 황금세력의 빠른 집결을 위해서 절대계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엄청난 업무를 처리했는데 무엇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솔직히 인정한다.
“저도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무엇을 가져갔다고 보고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직감권능으로도 파악이 안 됩니까?”
“몰라.
아주 약간의 감도 안 잡혀.”
흑염의 절대자의 직감권능은 어디까지나 흑염의 절대자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직감은 완전 미지의 존재를 판단하거나 파악할 수 없어.
그렇기에 예측불허로 움직이고 생각하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어떤 대가를 바라는지는 알 수가 없어.”
“그…그렇군요.”
“너도 잘 모르는군.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부하라도 유능하면 잘 대해줘.
홀대하다가 나중에 배신하면 정말 감당 안 된다.
너도 지금은 못 죽이니 평생 후환을 안고 살아야 해.”
“….”
황금의 절대자는 흑염의 절대자의 이 말을 듣고 정말 놀랐다.
‘이게 정말 무식하기로 소문난 흑염의 절대자인가?
마치 현자와 같군.’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황금세력 중에서 누구보다 유능하고 강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직접 본 권능이나 무력도 예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검편(劍蝙)의 불사체(不死體)를 전문적으로 분쇄하는 박쥐의 검의 전력공격을 받고도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나도 죽이기는 힘들다.’
전력을 보인 검편(劍蝙)과 맞상대를 하고 무사하다.
그리고, 단거리 공간이동으로는 일주일 이상이 걸리는 검편(劍蝙) 일족의 본성에 단숨에 도착하여 바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 차원권능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놀라운 기동력이다.
더구나 바로 저렇게 싸울 수 있는 회복력까지 가지고 있다니?
이건 십중심(十中心)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지간한 군대의 공격은 전부 막아내는 위성 관문이 손톱에서 발사된 공격에 산산이 조각난 모습이 비치자 흑염의 절대자는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이! 잘 부셨다!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단독으로 하고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어.
혼자서도 절대계 전부를 쓸어버릴 수 있는 기동성과 광역 파괴권능을 가진 건가?
저런 고위 창조신이 창조주에게 있다면 반역은 완전히 무리겠어.
이기고 있어도 아차 하는 순간에 후방 전체가 날아갈 테니 말이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