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1377화 (1,377/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천재 조종사는 지금 자신이 가진 가장 커다란 힘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아이언이 내린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가 걸린 기계 몸과 영웅동맹의 일반기체조차 빼앗을 수 있는 엄청난 기계의 지배력이었다.

‘신의 함대라고 해도 기계에 속한 이상 반드시 빼앗을 수 있다.’

그런데 전투를 시작하려고 함대를 향해서 우주 공간으로 뛰어들려는 천재 조종사를 거대한 기계 손이 잡아서 막는다.

구구구구! 꽈아악!

어느새 전장으로 다가와서 천재 조종사를 막은 존재는 사자왕 가이였다.

천재 조종사의 투기가 완전히 죽었다가 급증하자 상황을 판단하여 바로 나선 것이다.

이 모의전은 변신 전함의 패배로 끝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

그 이상은 용서하지 않는다.”

천재 조종사가 아무리 기계신으로 승화된 몸이라고 해도 그 이상의 기계신인 용자왕의 완력을 이길 수 없었다.

일백 미터가 넘는 크기의 사자왕의 손아귀에 잡혀 들어서 금속 얼굴의 앞에 놓인 천재 조종사는 울부짖듯이 외쳤다.

“사자왕 가이님! 용자로서의 저는 지지 않았습니다.

부디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이길 수 있습니다.”

천재 조종사가 전혀 쓸모없는 명령 불복종을 저지른 용자라면 모를까 능력과 충성심을 증명한 얼마 없는 용자동맹의 일원이었다.

그래서, 한결 부드러워진 사자왕 가이의 목소리가 울린다.

“흥분하지 마라!

이건 변신 전함의 시운전이다.

용자동맹의 전투나 너의 복수가 아니다.

그리고, 너는 잘했으니 다시 기회를 부여하겠다.”

“하지만!”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기세가 꺾인 천재 조종사에게 거대 사자왕을 보자마자 황급하게 도망치는 함대가 보였다.

“최대속도로 후퇴.”

“저 인형 병기만은 절대로 상대하지 말라고 했다.”

총제독이 용자왕의 무서움을 수없이 강조했기에 그들은 견인 빔으로 트로이의 목마를 끌고서 전속력으로 내빼고 있었다.

그리고, 신의 함대를 몰면서 어느 정도 발달 된 초감각은 사자왕을 본 순간 최대의 경종을 울렸기에 망설임도 없었다.

부하하하하하하-!

함대가 트로이의 목마를 끌고서 순식간에 멀어지자 천재 조종사는 다급해졌다.

‘아아! 안 돼!

용자동맹의 기계 몸은 직접 접촉해야지 기계의 지배권을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기는 방법이 점점 멀어짐을 깨달은 천재 조종사는 격렬하게 요동을 치면서 거대 사자왕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구구구구구! 구궁!

하지만, 방금 기계신이 된 존재가 주신 이상의 신격을 갖춘 사자왕을 힘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도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 사자왕 가이가 달래듯이 말한다.

“이 전투를 누가 보고 있는지 쳐다보아라.

용자동맹의 전력을 노출시킬 셈이냐?”

“큭!”

그 말에 연회장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고위신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그제야 파악한 천재 조종사였다.

‘그…그래. 이건 시운전이었지.’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까마득하게 멀어지는 트로이의 목마와 이제 감각으로 생생하게 잡히는 무서운 신력을 품어내는 가방을 확인하면서 다시 발버둥을 치려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구구구구구궁!

무시무시한 사자왕 가이의 투기가 밀려온 것이다.

“너는 완벽하게 변신 전함의 시운전을 끝냈다.

이제 전투를 멈추라.

이건 명령이다.”

패배한 채로 끝내라고 하니 천재 조종사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총제독의 손에서 가방만 가져와도 이길 수 있다.’

다시 싸우고 싶지만, 거대 사자왕 가이의 손을 뿌리칠 힘이 없었다.

여기에 기계 몸에 자폭장치까지 있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복…복종하겠습니다.”

그렇게 치솟던 투기를 잠재운 천재 조종사에게 끝없는 후회가 밀려온다.

‘소형 레드 크림존을 타고서 나 혼자서 돌격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

제독들에게 전함의 지배권을 빼앗아서 상잔시키면 끝이었다.

이렇게 승리를 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는데 복수라는 감정 때문에 모두 몰랐으니 분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후회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사자왕 가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직한 음성으로 말한다.

“울지 마라.

신계 주신님이 만족하셔서 치하가 있을 예정이니 이걸로 끝났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신의 함대가 같은 세력이지만, 영웅동맹처럼 싸울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때 최전선에 세워주마.”

그 말에 천재 조종사의 몸에서 투지가 돌아왔다.

아이언이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을 상위 기체의 소유권 문제를 가지고, 원수처럼 싸우게 했으니 가능성이 넘치는 일이었다.

그제야 눈빛이 다시 돌아온 천재 조종사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그 말에 사자왕 가이도 투기를 품어내면서 다짐하듯이 대답한다.

“그래야 한다.

다음은 시운전이 아닌 누가 우위에 있는지 결정하는 승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변신 전함과 신의 함대의 시운전이 마무리가 되었다.

천재 조종사가 거대 사자왕의 손에 잡혀서 연회장으로 끌려가자 이제 확실히 이겼음을 깨달은 제독들이었다.

그들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면서 트로이의 목마의 함교를 연결했다.

“우와아아아아! 이겼습니다! 총제독님!

헉!”

“으윽!”

승리에 걸린 보상이 그렇게나 바라던 부활과 불로불사(不老不死), 신의 함대의 제독 취임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환호하던 그들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이히히히! 흐히히히!”

함장석에 앉아있어야 할 총제독이 가방을 끌어 앉고서 미친 듯이 웃으면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거기에 바지에 똥까지 싸서 바닥에 비비고 있으니 기가 막힌 것이다.

“시바! 진짜 똥까지 쌌잖아!”

“정말 치매가 걸리면 똥을 바르는군.”

거듭된 죽음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치매 증상처럼 기억을 어지럽히거나 유아 퇴행을 시킨다고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저렇게 되나 장시간 내버려 두면 정신이 안정되어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알기에 걱정은 하지 않는다.

더구나 제독들도 레드 크림존 군대를 잡느라고 몇 번의 죽음과 부활을 경험했기에 맥이 탁 풀려서 늘어지기 시작한다.

“흐으으! 나도 지릴 뻔했다.

죽는 경험은 여러 번을 할 게 못 돼.”

“아아! 정말 힘들었어.

다신 부활은 하고 싶지 않아.”

모두 함장석의 의자에 기대어서 잠이 빠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이언의 신력이 담긴 음성이 울린다.

“총제독을 연회장으로 데려와라.

승리를 치하하고, 포상을 내리겠다.”

“!!!”

그 말에 제독들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아직 치매 증상에서 못 벗어나서 바닥에 똥을 바르고 있는 총제독을 고위신들의 연회장에 데려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

잠시 말이 없던 그들은 의견을 내놓았다.

“목…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혀서 데려가자.

그러는 동안이면 제정신이 되돌아오겠지.”

“그런데 누가 목욕을 시킬 건데?

네가 저기로 들어갈 생각이냐?”

“….”

총제독이 똥을 지른 바지가 불편한지 벗어서 털고 있었다.

철퍽! 철퍽!

그 덕분에 이제 바닥만이 아니라 벽까지 황토색이 가득한 트로이의 목마의 함교를 보는 제독들의 눈이 암담해졌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했으니 총제독의 부하 중에서 가장 어린 제독 하나를 떠밀었다.

“네가 가라!”

“총제독이 너를 장교로 만들어준 평생의 은인이라며?”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언제나 말했으니 늙어서 노부모를 부양한다고 생각하고 가!”

“….”

제독이 되고 죽었는데도 직속 부하에 막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억지로 함교에 보내진 제독은 한숨을 푹 쉰다.

함교의 문을 열자마자 냄새가 진동한 탓이다.

총제독은 재미가 들렸는지 바지를 아예 휘두르고 있었다.

“후우우우! 지휘실 벽에 똥 바를 때까지 제독으로서 산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더니 정말 실천을 하셨군요.”

아무리 총제독을 존경해도 저기에 들어가기는 싫었기에 함교에 달린 비상 소화용 호스를 끄집어낸다.

쏴아아아아! 쏴아아아!

총제독에게 거센 물줄기를 뿜어낸 옛 부하의 한 서린 말이 울린다.

“겨우 이겼는데 또 이게 무슨 꼴입니까?

제가 죽은 다음에도 항상 이렇게 싸웠죠?

제발 몸 좀 사리라고 제가 그렇게 많이 말했잖아요?”

머리부터 물줄기를 뒤집어쓴 총제독은 숨이 가쁜지 연신 허우적거린다.

솨아아아아!

“어푸! 어푸!”

물에 푹 젖어서 완전히 씻겨진 총제독의 모습 어디에도 영광된 승리자는 없었다.

함교의 청소기능으로 어느 정도 냄새와 흔적이 사라지자 그제야 소화기를 끈다.

그리고, 벗어 던진 바지를 입히면서 투덜거렸다.

“이그! 이 양반이 초능력자도 아니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정말 이상하다니까!”

그렇게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복장을 완전히 입히자 목욕과 세척이 끝냈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다른 제독들은 함장 모자를 벗고서 엄숙하게 표정으로 경례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총제독.”

“끝까지 지저분하지만, 너의 덕분에 이겼다.”

“역시 넌 적에게는 추잡한 절망이었어.”

“끄으으응!”

물세례로 어느 정도 제정신이 되돌아온 총제독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모습과 소화기의 호스를 아직 들고 있는 부하를 보면서 인상을 쓰면서 외쳤다.

“이 무식한 놈들아! 좀 곱게 씻겨라.

이래서 여군이 있어야 해.”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가장 먼저 가방부터 껴안아서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총제독의 모습에 제독들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후우우! 미남도 아닌 주제에 무슨 여군 타령이냐?

여군들이 너를 신경이라도 쓸 것 같냐?”

“평범한 얼굴에 숫기도 없어서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면서 하여간 주제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해.”

전쟁은 이미 끝났다.

그래서 서로 독설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푸는데 총제독의 담당 천족과 마족이 공간이동으로 다급히 달려왔다.

“뭐하느냐?

위대하신 신을 기다리게 할 생각이냐?”

“빨리 움직여라.

신께서 부르신다.”

“어어! 잠깐! 옷 좀 갈아입자!”

“그럴 시간이 없다.

최대한 빨리 데려오라는 엄명이다.”

“일단 말려는 주겠다!”

다행히 바지에 지렸던 똥오줌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물에 푹 젖어서 엉망이 된 몰골로 신들의 연회장으로 끌려가다시피 이동되는 총제독이었다.

당연하게 거부했다.

“이 꼴로는 안 돼!”

신계에 처음 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천족과 마족도 다급했다.

이미 변신 전함의 조종사는 아이언의 앞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름에 더 늦으면 상이 아니라 벌이 떨어질 거다.”

“몇 분 지각했다고, 포상 대신에 징벌을 받은 기억이 안 나냐?”

과거의 아픈 기억까지 언급하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연회장에 도착한 총제독이었다.

그리고, 황금 변신 전함이 아이언의 거대한 투기의 거신에 의해서 여러 가지로 변신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앞에는 용자왕들이 늘어서고 있었고. 천재 조종사는 아이언의 영광의 의자 밑에 납작 엎드려서 설명하느라 바빴다.

마지막으로 거대 레드 크림존으로 모습을 바꾼 아이언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후후! 이런 것인가?

좋구나.

발전 가능성이 아주 커.

무장 컨테이너에 수납된 자원과 부품이 제한되는 문제만 해결하면 지성체 토벌만이 아니라 행성 개조에 써도 되겠어.

수고했다.”

“감…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기계신이 되어서 용자왕들은 상대도 되지 않는 아이언의 투기를 느끼게 되어버린 천재 조종사는 다시 나선 것을 아주 후회하고 있었다.

‘으으으! 너무 신격의 차이가 커서 영혼 자체가 분쇄되는 것 같아.

괜히 해설한다고 앞으로 나섰어.’

그러나, 다음 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포상하겠노라.

무엇을 바라느냐?”

드디어 그렇게 원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총제독과의 재전투이옵니다!”

반사적으로 내뱉은 천재 조종사였다.

기계신의 몸체를 가진 이상 악령도 무섭지 않고, 천국과 지옥의 차이도 없었기에 당연한 갈망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어차피 서로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 앞으로 지겹도록 싸우게 될 것이니 다른 것을 말하라.

일단 자폭 기능은 제거해 주마.”

“아! 예!”

사자왕 가이의 예상대로 싸울 기회를 준다고 하자, 무엇을 바랄까 고민을 시작한 천재 조종사였다.

‘무엇을 바라야 하지?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이루어 주실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니 필요한 것이 전혀 없었다.

용자동맹에게 보급물자는 무한대로 공짜로 보급되고, 수명도 영원하기 때문이다.

‘어…어라?

없잖아?’

주둔지가 지옥만 아니라면 연구자에게는 그야말로 이상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환경이었다.

그렇게 천재 조종사가 고민을 시작하자 아이언은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 어리구나.

영원히 사는 존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힘이다.

스스로 기계신의 몸체를 얻었으니 기념으로 용자왕을 하나 내려주마.

넌 아직 자격이 부족하니 사자왕 가이에게 허락을 받고서 사용해라.

또한, 용자왕의 분해와 개조를 허가한다.

마음껏 연구를 해보아라.”

“!!!”

동맹의 힘의 상징이기도 한 용자왕을 내려주고, 연구까지 허용한다는 말에 벼락이 맞은 표정이 된 천재 조종사는 감격에 찬 얼굴로 황급히 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다섯 대가 되어서 영웅동맹의 영웅왕들과 비슷한 전력이 된 용자동맹이었다.

그래서, 다른 용자왕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고위신들이 손뼉을 치면서 환영한다.

그리고, 총제독이 후줄근한 모습으로 천족과 마족에게 이끌려 들어오자 흥미의 시선을 보낸다.

지성체 기준으로는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이끈 총제독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언의 경고가 울린다.

“패배자보다 승리자가 늦는구나.

상으로 벌레가 되고 싶으냐?”

“아닙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