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아이언과 같은 과격한 지배자의 경고는 절대로 농담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총제독은 다급하게 달려서 천재 조종사의 앞에 엎드렸다.
아직 지성체였기에 아이언의 존재감을 잘 느낄 수 없는 총제독에게 거의 똑같은 질문이 흘러나온다.
“너는 이겼다.
그러니 바라는 포상을 말해라.”
“저…저는?”
천재 조종사와 아이언의 문답을 보았기에 무엇을 바랄까 생각을 했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이유는 천재 조종사와 같았다.
‘불로불사(不老不死)보다 더 상위의 불사불멸(不死不滅)이 걸려있는 몸이다.
더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창조력이 가득한 신계가 있는 이상 금은보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계의 함대를 지휘하게 되면 내게 그 이상의 위치는 없다.’
아이언은 대답하지 못하는 총제독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은하계를 다스리는 왕이 되기를 원하느냐?
너에게 그건 무리겠군.
그러나, 유인 행성의 왕의 직위는 명예 대공인 내 권한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국민이 아직 원숭이 수준이지만, 내가 개입하면 바로 승급할 수 있다.”
“!!!”
그 말에 천재 조종사와는 다른 의미로 초고압의 전기에 감전된 느낌을 받은 총제독이었다.
그제야 자신이 왜 지옥에 보내져서 용자동맹을 사냥했는지 확실히 자각한 것이다.
‘난 은하제국의 반역혐의로 여기에 잡혀들어왔지.
깜빡하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서 아이언의 장난기가 서린 표정을 보니 암담하기까지 했다.
지금 대답에 자신의 운명이 걸렸음을 깨달은 것이다.
‘아차 하면 끝장이다.’
바로 이마를 땅에 깊숙하게 대고서 대답한다.
“어찌 제가 감히 그런 책임이 무거운 직위를 원하겠습니까?
저는 집의 주인보다 집사가 체질입니다.”
그 말에 더욱 미소가 짙어진 아이언은 확인하듯이 묻는다.
“그게 집이 아닌 열차라면 어떤 직위를 바라느냐?”
“당연히 차장입니다.”
그 말에 피식 웃은 아이언은 손가락을 튕겨서 일어나게 한다.
그리고, 선언한다.
“승리자에게 신의 함대와 앞으로 신계에서 만들 모든 함대의 지휘를 이미 주었다.
여기에 내 주신전의 집사와 운전사를 맡기겠다.”
“에?”
포상은 고사하고, 갑자기 팔자에도 없는 집사와 운전사 노릇을 하게 된 총제독이 얼빠진 표정을 짓는데 폭풍과 같은 박수 소리가 울린다.
쫘쫘쫘쫘쫘쫙!
“오! 지성체에게 대단한 포상이십니다.”
“과연 최고위 창조신다우신 배포입니다.”
저들은 자신은 쳐다도 못 볼 고위신들이다.
그런데 겨우 집사와 운전사가 되는 일에 이런 반응이라니 어안이 벙벙해진 총제독이었다.
‘이게 뭐야?’
옆을 보니 같이 엎드려 있던 담당 천족과 마족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감격의 표정을 지으면서 연신 절을 한다.
그리고, 총제독에게 의지를 보낸다.
‘어서 황송하다고 외쳐!
중앙신계의 주신전은 창조신계를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강한 권능과 정기가 집중된 곳이다.’
‘최고위 창조신님이신 아이언님의 주신전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다면 주신도 꿈이 아니다!’
‘그…그런 거야?’
그제야 총제독도 엄청난 상을 받은 사실을 깨달으면서 황공하다면서 절을 했다.
그렇지만 뭔가 굉장히 기분이 묘했다.
천재 조종사는 저 무서운 용자왕을 받았는데 자신은 갑자기 팔자에도 없던 집사와 운전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느낌인데?
분명 상이 맞지?
맞을 거야.’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연회장의 출입구 옆에 갑자기 열린 차원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누군가를 본 순간 입이 굳어 보였다.
‘프롬 여제님!’
에메랄드 여왕에게 반대한 죄가 있으니 더욱 고개를 숙인다.
프롬 여제는 완전한 초월자로 변했다.
보석 왕관을 쓴 푸른색의 머리카락이 황홀하게 빛난다.
그리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백금색의 금속성의 드레스가 걸을 때마다 보석이 구르는듯한 소리를 낸다.
그렇게 품위와 위엄이 넘치는 모습으로 단 혼자서 연회장을 가로질러서 걸어가는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스르르르릉! 파파파파파!
그녀의 신격은 아직 중급신 이하의 일반 초월자다.
연회에 모인 고위신들의 최소의 신격이 주신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런 행동은 굉장히 무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계 자아의 알림에 모두 이해를 했다.
“아이언님의 유모이시며 지배의 여왕이신 프롬님이십니다.
은하제국의 여제이기도 하십니다.”
그녀의 행진을 제지하려던 고위신들은 모두 다시 자리에 앉아서 흥미롭게 주시한다.
고위신답게 단숨에 그녀의 권능과 능력을 파악했다.
‘최고위 창조신의 유모는 후궁이 된다면 최소한 주신이 될 수 있다.
지금 신격이 낮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가진 권능이 재미있군.’
‘초월급 이상인 것 같지만, 기계 지배의 권능이라니?’
‘쓸모가 있으려나?’
과학문명에 기반을 두는 기계에 관련된 권능은 창조력을 중시하는 신족에게 하위의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고위 여신의 기준으로도 무척 아름다운 외모라서 애첩 정도로 이해할 정도였다.
‘신계주신 대리를 맞는 삭월(朔月)의 시즈지라는 초월자가 죽은 신계의 부활 때문에 폐관수련이라더니 대리로 참석한 모양이군.’
‘아쉬워.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일반 초월자이면서 여창조신 이상의 강력한 창조력을 가졌다기에 보고 가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런 평가는 영광의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언이 그녀를 자신의 자리에 앉히는 순간 경악으로 바뀌었다.
“!!!”
잠시라도 신계 주신의 영광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존재는 신계 주신이 인정할만한 놀라운 권능을 가진 존재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앉히려고 해도 신계에서 부여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한다.’
‘겨우 일반 초월자가 최고위 창조신이 인정할만한 권능을 가졌다고?’
‘단순한 기계 지배의 권능이 아닌가?’
그런 혼란은 아이언이 영광의 자리에 앉은 프롬 여제의 허벅지 위에 앉는 순간 멈추었다.
아이언의 상체 근육의 결을 따라서 푸른색의 찬란한 광휘가 연회장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빛은 살포시 아이언의 허리를 껴안은 프롬 여제의 권능과 연동되어서 더욱 강렬해졌다.
후우우우우웅! 우우우웅!
프롬 여제의 기계 지배의 권능과 자신의 차원권능을 연동한 은하유성 아이언은 힘차게 외쳤다.
“다시 소개하겠다.
나의 유모이자 지성체들의 은하제국의 선대인 프롬 여제다.
지금은 기계 지배의 권능만을 가졌으나 나중에는 기계신의 여제가 될 것이다.
장차 모든 기계신을 지배할 그녀의 놀라운 권능을 보여주겠다.”
굉장한 찬사였다.
아이언이 자신을 배려하는 말에 싱긋 미소를 지은 프롬 여제는 아직 허공에 떠 있는 황금 변신 전함을 올려다본다.
그러자 온몸에서 발산되던 푸른 빛이 상공으로 치솟으면서 황금 변신 전함을 휘감는다.
화아아아아아-! 우우우웅-!
아이언의 차원권능과 프롬 여제의 기계 지배권능이 상호보완하면서 황금 변신 전함을 복제하기 시작한다.
일만 명의 용자동맹이 일반기체를 총동원하여 달려들어서 몇 달을 걸려 완성한 변신 전함이 순간적으로 두 대가 된다.
우웅! 우웅!
상공에는 이제 황금의 변신 전함과 파란색의 변신 전함이 떠 있었다.
“어어?”
변신 전함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부품과 정교한 과학기술이 들어가야 하는지 잘 아는 천재 조종사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 반응은 고위신들도 같았다.
“과연 대단하다!”
“최고위 창조신의 유모가 될 만하다.”
아무리 신족의 권능이 현실의 물건을 마음대로 만들어낼 정도로 대단하다고 하지만, 이런 복제는 난이도가 너무 달랐다.
복사하고자 하는 물체의 모든 구조와 원리를 알지 못하면 성립하지 못하는 권능이었기 때문이다.
‘저런 고도의 과학병기를 복제하다니 엄청난 일이다.’
‘단순한 물질을 창조하는 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업적이다.’
그러나, 놀랄 일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언의 강대한 창조력 지원을 받은 프롬 여제는 가벼운 눈짓으로 청색 변신 전함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눈을 한번 깜박일 때마다 변신 전함의 숫자가 늘어난다.
파파파파파파파파-!
모든 이들이 잠시 멍하게 쳐다보는 사이에 허공에 수백 대의 청색 변신 전함 함대가 초고속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방금 변신 전함의 위력을 보았던 입장에서는 소름이 오싹 올라올 정도의 충격이었다.
“….”
“….”
특히 개조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옥에 억지로 가둔 아이언에게 반항심이 남아있던 용자동맹은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놀랐다.
‘으윽! 용자왕님들이 왜 반항이나 탈출을 생각도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이제야 납득간다.’
‘창조력으로 변신 전함 정도의 과학병기를 이렇게 양산해버리면 이길 방법이 없다.’
‘이건 사기야!’
강대한 권능인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가 걸려는 있지만, 자폭 기능도 있는 동맹의 일반기체와 기계 몸이었다.
거의 동등한 성능의 신형 기체로 교체하면서 독립을 노리던 일부의 용자들에게 절망이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참가한 고위신의 숫자만큼의 변신 전함을 양산한 프롬 여제는 무장 컨테이너까지 완성을 시킨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고위신들이 몇 번이나 확인을 해보아도 창조력을 활용한 완벽한 복제양산이었다.
‘이런 수준의 과학병기 양산이 이렇게 쉽게 가능하다니?’
‘놀라운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지배능력이다.’
‘만약 기계신까지 복제할 정도가 되면 무섭겠군.’
‘정기와 창조력만 충분하다면 어마어마한 기계신의 군대를 순간에 가질 수 있겠어.’
프롬 여제가 아이언의 유모이지만, 최고위 창조신의 영광의 자리에 같이 앉을 수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된 고위신들은 손뼉을 치기 시작한다.
짝짝짝!
복제한 변신 전함을 연회에 참석선물로 공짜로 제공한다는 방침에 그 박수 소리는 더욱 커졌다.
변신 전함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큰 정기 지출을 감수해도 사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에게 영광이 있으라.”
“유모인 지배의 여제이자 장차 기계신의 여제가 될 프롬에게도 창조주님의 가호가 있기를!”
그렇게 프롬 여제의 화려한 신계의 데뷔와 연회가 끝났다.
고위신들이 각자 청색 변신 전함을 기뻐하면서 가지고 떠난 연회장은 수많은 천족과 마족들이 정리를 시작하자 순식간에 끝났다.
용자동맹도 나름대로 이번 일에 대한 성과와 장래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떠나갔다.
아이언과 프롬 여제도 다시 수련행성으로 떠나자 홀로 남은 총제독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주신전의 집사와 운전사를 맡으라니?
이게 정말 상이 맞나?”
“어허! 불경한 소리!”
“이런 은혜가 없다!”
총제독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이상한 포상이었는데 옆에서 천족과 마족이 좋아서 날뛰고 있으니 그런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중앙 신계에서 다른 제독들에게 거처와 전함이 머물 항구를 마련해주면서 자신은 텅 빈 주신전으로 보내자 의혹이 더욱 커졌다.
손에는 주신전 집사의 필수품이라는 걸레와 빗자루가 들려있으니 더욱 그러했다.
“이게 상이냐?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언님의 만드신 은하제국을 방해한 벌을 받는 것 같은데 말이야.”
신의 함대의 추가양산도 쓸만한 제독들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중지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집사생활이 시작된 셈이었다.
‘내 담당 천족과 마족 외에는 어떤 부하도 데려올 수 없으니 이건 하인이잖아?’
집사라고 하지만 주인이 없으니 청소가 업무였다.
‘주신전을 걸레로 문지르고, 빗자루로 쓸면 기능이 강화된다.
청소만 반복하면 되는군.’
아무래도 벌 같았다.
그러나, 신계 주신의 집사가 된 총제독을 보조하라고 주신전의 거주를 허락받은 천족과 마족은 열광하면서 아이언의 은혜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의 의도를 오해하지 마라!
이건 크나큰 은혜다.
너는 이 강대한 신력을 느끼지 않느냐?”
“이런 영광과 기회가 오다니?
널 살리느라 고생은 아주 많이 했지만, 포기하지 않기를 정말 잘했어!”
“네가 언제인가는 출세할 줄 알았지.”
자신의 끈질겼던 생명력의 근원을 파악한 총제독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들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목숨이 붙어있었군.
지금까지 포기를 안 해 주어서 아주 괘씸하구나.’
힘들었던 삶을 생각하면 고마운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보니 입장이 너무 달랐다.
‘아무리 보아도 주신전의 정기와 신력이 정신체인 천족과 마족에게는 엄청난 혜택을 주는 모양이야.
지성체인 나는 별다른 이득을 못 느끼겠는데 말이야.
이건 말이 안 통해.’
천족과 마족은 너무나 기뻐하면서 수많은 걸레와 빗자루로 여기저기 청소를 시작한다.
“오오! 마력이 강해진다.”
“나도 권능이 생길 것 같아.”
“….”
아직 지성체인 총제독에게도 몸이 가벼워지고, 강해지는 느낌은 왔다.
일단은 그걸로 만족하기로 생각한 총제독도 벽을 쓸기 시작했다.
‘파업을 시도했다가 잡혔는데 영구 지옥이 아닌 것이 어디냐?
이런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제인가는 중책에 올라가겠지.’
작은 산과 같은 엄청난 크기의 주신전을 보면 이걸 계속 청소하고 관리할 일이 아득하기만 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빗자루를 부지런히 움직인다.
‘내가 설마 집사와 운전사로 끝나겠어?
나는 병사에서 총제독이 된 남자란 말이다.
그리고, 최고 권력자의 집사도 나쁘지 않아.’
신계의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신계 주신의 집사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청소를 시작하는 총제독이었다.
그때 차원창세신 코아는 드디어 회색의 절대자의 추적을 끝낼 수 있었다.
파파파파파파!
추적을 방해하기 위해서 자꾸 자폭하려는 회색의 절대자가 만든 감시장치를 마력으로 억누르면서 차원문을 연속으로 열면서 이동한다.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유인행성을 보면서 그는 희열에 가득 찬 음성으로 외친다.
“분명 여기다!
드디어 특정했다.”
추적은 엄청나게 힘들었다.
회색의 절대자가 엄청난 수의 중계기를 깔아놓고, 통신회선까지 꼬아놓아서 절대계를 몇 번이나 왕복할 정도로 헤맨 것이다.
‘흑염의 절대직감조차 헷갈리게 하는 지독한 인식부정의 권능이 걸려있다.
마신황제의 마력으로도 모자를 뻔했다.
이제까지 누구도 회색의 절대자가 외부에서 생활하는 사실을 몰랐던 이유가 있었어.
그런데 이제야 드디어 확신이 가는 유인 행성에 도착했다.’
여마신왕들이 도움이 아니면 중간에 포기해야 할 정도로 하도 고생을 했더니 성질이 날 대로 나서, 다짜고짜 행성에 차원결계를 쳐버린다.
“차원천라(次元天羅)!”
차원권능으로 빛나는 황금 그물이 행성을 통째로 휘감아서 공간이동을 막아버린다.
그리고, 마신황제로서 흉포한 마력을 줄기줄기 뿜어내면서 행성으로 강하를 시작하면서 외친다.
“나오십시오! 회색 사장님!
계속 숨어서 편히 지내시겠으면 이 행성의 모든 존재의 목을 다 잘라 버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