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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389화 (1,389/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회색의 절대자가 가늘게 눈을 뜨며 정신을 집중하면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으로부터 정보를 읽어 들인다.

차원창세신 코아도 신체접촉으로 조사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상대의 파악을 시작한다.

일단은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어깨 안마를 통해서 서로를 파악하기 시작한 둘이었다.

파파파파파! 파파파파파!

그러나, 실제 사정은 서로의 정신공격을 막고, 정신 방어벽을 돌파해서 상대의 정보를 모두 끄집어내는 접전이었다.

잠시 후 회색의 절대자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놀랍군!

이게 임시로 만든 신체이면서 얼마 되지도 않았다니?

더구나 본체는 먼 미래에 따로 있어?

너의 본래 신체는 무슨 찰흙이냐?

뭐가 이렇게 조성과 육성이 쉬워?

거기에 이 강함과 강도는 뭐냐?

이 골드 나이트를 만드느라 내가 얼마의 시간을 소모했는데 그 이상이라고?

그런데 파란 보호막의 제작과정이 불명확하다니?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역시 회색의 절대자답게 가장 중요한 정보들을 뽑아낸다.

그 대가로 대답해야 할 사항은 많았지만, 막상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가 않았다.

‘나도 몰라.

왜 이렇게 변하고 있는지 말이야.’

진리의 유상전생(有償轉生)으로 보낸 원래 흐름의 차원창세신 코아는 접속이 확실하니 사정이 차라리 낫다.

‘환생폭탄으로 보낸 은하유성 아이언은 상당히 불안정하다.’

아무런 제약이 없는 환경에서 육성하는 막강한 힘으로 현세계 전부를 집어삼킬 기세였다.

‘은하유성 아이언이 너무 강해져서 세계의 항상성은 이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해.

안전장치로 붙여놓은 정보행성 코아로 접수되는 정보도 미래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나로서는 오백억 년이란 시간을 한꺼번에 뛰어넘기는 벅차다.

지금도 신령이 빙의한 정도가 한계다.

경지는 십사 써클의 흑마도사이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십삼 써클이다.’

그렇게 불균형한 경지를 유지한 차원창세신 코아도 회색의 절대자가 된 골드 나이트의 정보를 읽어드리면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당당하게 현자 승부를 제안한 이유가 있었어.

내 차원권능을 통한 분석력이 아주 안 통한다.

이건 절대계에서 만들어진 신체가 아니야.

완전히 독자적인 법칙이 지배된 세계에서 만들어진 신형 신체(神體)다.

이게 바로 무영창의 비밀인가?’

파악한 정보에 대한 대답이 없자 회색의 절대자가 느긋하게 말을 시작한다.

“약속대로 내가 먼저 정보를 제공하겠다.

네가 원하는 무영창은 권능이나 마도가 아니다.

절대계나 모든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난 이 데이터 나이트들의 기본기능이지.

모든 마도와 권능을 발동하는데 무영창이 기본인 나의 세계의 지배자들의 원형이다.

그래서 나 이외에는 사용 못 해.

다른 존재가 황금 나이트를 절대계에 구현하려 해도 정보행성 이데아 수준의 연산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니 무영창은 정기를 원료로 하여 신체와 신령으로 권능과 마도를 연산하여 발동하는 존재들에게 전수하거나 익히게 할 수 없다.

이게 답이다.

자아! 이게 진실이냐?

거짓이냐?”

“···.”

간단하게 현자들의 희망을 완전히 부정당한 차원의 마도신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 대신에 목을 조여버리려고 했다.

‘힘을 써서는 안 돼!

이건 현자의 승부다.’

밝혀져서는 안 되는 비밀을 폭로 당해 어쩔 수 없이 거짓을 말하게 되고, 그걸 들키면 지는 승부였기에 꾹 참고서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전 원래 인간의 흑마도사에서 초월자가 되었습니다.

다음에 마도신이 되어서 용병신을 하다가 신계에 등용이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창조신까지 도달했기에 처음에는 인간으로 육체를 만듭니다.

그 이후에 바로 차원권능으로 경험과 수련을 압축시켜서 신체의 육성과정을 단축한 것입니다.

이게 끝입니다.”

분명 진실이었다.

지금 신체가 어떤 상태인지 단숨에 알아본 회색의 절대자에게 거짓을 이야기해서 발각되어 패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건 현자의 승부에서는 필패의 패턴이었다.

‘회색의 절대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거짓인지 진실인지 나는 파악할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내 정보만 탈탈 털린다.

빨리 무슨 수를 써야 해.’

차원창세신 코아가 제공한 정보를 신체접촉을 통해 얻은 자료로 진실 여부를 파악한 회색의 절대자는 작은 감탄사를 흘렸다.

“흐음! 거짓이 아니군.

그런데 과거 경험과 수련을 차원권능으로 압축해서 하는 성장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주 짧은 시간에 긴 세월 동안 받은 시련을 한꺼번에 받는 방식이니 말이다.

새로 신체를 만들 때마다 똑같은 위험을 감수한다니 부담과 고생이 너무 심하니 내가 할 일이 아니군.

그럼 다시 네가 원하던 정보다.”

간략하게 소감을 말한 회색의 절대자는 다음 말을 이어간다.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의 고유권능은 ‘제로 원’이다.

아무것도 아님을 나타내는 제로와 시작을 의미하는 원을 교차하면서 집적된 정보로서 만들어낸 가상세계이지.

언제인가는 어떤 제약도 없이 제로와 원으로만 구성된 데이터 나이트들이 지배할 신세계다.”

“제로 원!”

째깍! 찰칵!

그 말을 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귀로 무엇인가 톱니바퀴와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회색의 고유권능이 가상세계라니?

그것은 능력만 된다면 언제든지 창조주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커다란 운명이 움직이는 소리다.

드디어 내게도 기연이 오고 있어.’

그러나, 그것도 회색의 절대자의 다음 말을 들으니 혈압이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풋! 아직은 정보행성 이데아가 만들어낸 가상세계에 불과하니 아무런 위력이 없지.

화면 너머의 입체적인 세계 정도일까?

지금 정보가 쌓이는 속도로 보아서는 일천억 년이 지나야 어느 정도 쓸만해 질 거다.

그러고도 완성되기까지는 멀고도 멀었다.

즉 ‘제로 원’이 완공되는 그때까지 회색의 고유권능 따위는 없다는 소리다.

“!!!”

이번에는 진짜 자신도 모르게 회색의 절대자의 목을 잡아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러나, 그는 목을 잡혔으면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내 정보제공은 끝났으니 이제 너의 차례다.

아니면 무식한 힘겨루기로 돌아갈까?”

우두두두둑!

급히 멈춘 손가락 관절이 힘에 못 이겨서 굉음을 낸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마 힘을 주지 못하면서 다시 안마를 이어가면서 말을 이었다.

상대가 제공한 정보의 가치와 동등한 비밀을 제공이 원칙이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듣는 현자가 판단해야 했다.’

만약 진실을 말했는데 상대가 거짓이라고 판정하면 승리이기에 조작은 신중해야만 한다.

“세계폭탄 코아는 흑마도의 극치라고 할만한 파괴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갓 만든 상태에서는 십중심급의 존재를 처단하기에는 약합니다.”

거기까지 말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마의 신령연옥의 보석을 두드리면서 말한다.

“그래서 뇌 안에 넣어서 숙성 및 강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마력이 집중되는 머릿속에서 코아에 임계점 이상으로 마력을 집어넣어서 빼는 순간 터트리는 것입니다.

위력은 당해보셨으니 잘 아시리라 봅니다.

이게 끝입니다.”

“···.”

뜻밖의 세계폭탄 코아를 강화하는 방식에 멍해진 표정이 된 회색의 절대자는 잠시 조금 전의 전투를 떠올렸다.

‘뇌 속에 폭탄을 스스로 집어넣어서 폭발력을 강화해?’

어처구니가 없는 방식이지만, 부정할 수기 없었다.

자신이 자랑하는 골든 나이트조차 쏟아지는 고유권능과 마도의 집중포화를 온전히 몸으로 받아내면서 돌진해온 차원창세신 코아의 단 한방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세계폭탄 코아를 앞세운 박치기였지.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했다면 이해가 가는 위력이다.’

이마의 보석에서 방출된 세계폭탄 코아에 의해서 모든 방어막이 날아가고, 머리에 충돌하는 순간 상체가 증발이 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잠시 그때의 상황과 위력을 점검해본 회색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거짓은 아니군.

그런데 이것도 못 쓰겠다.

폭탄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서 강화를 시켜?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제정신이 아니구나.”

서로 보다 명확하게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신체접촉을 하는 상태에서 확인했기에 거짓은 절대로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제정신으로 써먹을 만한 마도가 아니기에 저절로 한탄이 나온다.

“넌 어떻게 된 게 모든 권능과 마도가 전부 이렇게 위험한가?

인간에서 창조신까지 단숨에 올라서는 차원권능의 사용도 잘못하면 신령까지 바로 붕괴한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폭탄을 머릿속에서 강화해서 써먹다니?

모두 약간만 실수하면 네가 끝장나는 방식이 아닌가?

이게 현자의 권능과 마도라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너 솔직히 말해.

주류가 흑염 계열이지?”

적나라한 비난과 추궁에 차원창세신 코아도 지지 않고 대꾸를 했다.

“저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현자계열은 다른 계열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점이라는 회색 사장님께서 어딘가에 처박히셔서 쓰지도 못할 ‘제로 원’이라는 가상세계 만들기에 열중하시다니 이해가 안 가는군요.

게다가 지금 쓰시는 이 몸도 무영창이 아니라면 쓸만한 고유권능이나 기능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솔직히 대실망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시 어깨를 주무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은근한 어조로 말한다.

“그러니 현자들이 어디 가서 안 맞고 다닐 정도로 고유권능을 하나 만들어서 푸시죠.

고민하기 귀찮으시면 창조신장급이라는 실버 나이트의 소환권능은 어떻습니까?

전부가 아니라도 일부라도 푸시면 서열이 팍팍 오르겠던데요.”

분명 이기기는 했다.

하지만, 골드 나이트의 신체에서 무영창으로 무한대로 쏟아내는 권능과 마도 덕분에 피부가 몽땅 벗겨지는 타격을 받았기에 얕보지 않았다.

오히려 아부할 정도로 탐이 났다.

‘무영창으로 무한 연사하는 신기가 생기는 셈이다.

놓칠 수는 없지.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의뢰라도 한다.’

그런데 회색의 절대자는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혀부터 찬다.

“쯧! 너는 차원권능을 쓰니 실버 나이트의 구현 정도는 견디겠지.

하지만 다른 멍청이 현자들은 실버는 고사하고, 브론즈 나이트를 하나라도 불러내려는 순간 머리가 터져 죽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말을 끊은 회색의 절대자는 가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 현자는 힘을 가져서는 안 된다.

무식하고 멍청한 주제에 힘만 센 녀석들은 적당한 혼란만 일으키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진다.

세계의 정체를 풀어주는 순기능을 하지.

그러나, 강한 주제에 똑똑하기까지 하면 세계 자체가 뒤집힌다.

현자들에게 강한 힘을 줄 수 없는 이유다.”

이마를 손으로 누르는 모습을 보니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듯 착잡한 목소리였다.

“지금 현자들은 내가 특별히 견제할 필요도 없다.

워낙 똑똑하니 목숨을 건 시련이나 험악한 수련을 알아서 피해서 약해진다.

네 말대로 전투를 피하다가 방구석 폐인이나 학자가 되겠지.”

거기까지 말한 회색의 절대자는 허공을 응시하면서 추가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아주 가끔 머리가 좋은 주제에 전장에서 미친 듯이 날뛰면서 기적적으로 강해지는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운 그런 돌연변이들은 최악의 환란을 일으켜 왔다.

세계의 개혁을 거부하면서 아예 뒤집어엎고, 새로 시작하려 한다.

기존의 세계에 살던 평범한 존재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다.

세계의 붕괴를 막으려면 이들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세계의 절반을 희생시켜서라도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접혀서 차원창세신 코아를 회색빛 눈동자로 노려보면서 말한다.

“이제까지는 흑염의 절대자가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하나 더 추가해야겠군.

자연발생한 흑염의 절대자와는 달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를 말이다.

너는 그런 목적으로 키워진 이계 진리대리 회색현재(異界 眞理代理 灰色現在) 차원창세신 코아다.

부정하겠는가?”

“!!!”

현자의 승부는 진실게임과 비슷하게 서로 대화하면서 접촉하여 상대방의 정체와 약점을 폭로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치명타를 때리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네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상하게 흐릿하다.

여기에 여러 개로 중첩되면서 흐름까지 갈라진다.

그러나, 이 호칭만은 가장 확실하다.

어떠냐?

이제 패배를 인정하겠는가?”

“···.”

정체가 명확하게 들통났는데도 태연한 표정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후후! 제가 그런 직위를 가졌다고 해서 무슨 상관입니까?

그리고, 무슨 돌연변이요?

저는 출세와 생존을 위해서 사는 아주 평범한 창조신입니다.

지금은 황금 사장님과 임시 계약해서 회색 사장님을 모시러 온 일개 직원입니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진실이군.”

신체접촉으로 정보를 읽어내서 얻은 나름대로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내심 실망한 회색의 절대자였다.

‘이계(異界)가 어딘지를 모르겠다.

진리대리(眞理代理)가 무슨 명칭이며 심지어 회색현재(灰色現在)가 어떤 의미인지도 알 도리가 없다.

호칭만으로는 정보파악에 한계가 크다.

이러면 추가공격을 할 수가 없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정보행성 이데아의 분석력이나 권능조차 어느 정도 막아내는 보안체계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갖추어져 있었다.

더구나, 보안체계의 위치가 모호하여 주변 정보는 모두 파악했는데 핵심정보에 접근을 못 하는 것이다.

‘정신 방어벽이 더는 무너지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보안체계이기에 나를 이렇게 막을 수가 있지?

위치조차 특정할 수 없다니?

이제 신체정보로는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이게 끝이군.

더 볼 것도 없겠어.’

그렇게 내심 대화를 끝내려고 할 때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풋! 얼굴의 눈 부위에 쓰고 계신 검은 상자는 무엇입니까?

투구치고는 너무 비효율적이군요.”

“!?”

지금 회색의 절대자는 누가 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빈 얼굴이기에 틀린 말이었다.

그러나, 본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꿰뚫어 보았다는 뜻이기에 섬뜩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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