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1390화 (1,390/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본체의 모습을 읽힌 회색의 절대자는 경악했다.

‘이놈이 도대체 어떻게 나를 보았지?

이 녀석 정도의 분석력이나 차원권능으로는 정보행성 이데아의 방화벽을 뚫을 수 없다.’

절대계에 진짜 몸을 내보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마치 정보행성 이데아의 핵심에 있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매우 놀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채 대답한다.

“후후! 정말 보았느냐?

대단하구나.

그 검은 상자는 영상장치다.

속에 화면이 있어서 영화를 보지.”

“푸훗! 눈을 가리고 혼자서 보는 영화라니 아주 고상하시군요.

야한 쪽을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전투 중에 영화를 볼 여유가 없으실 것이니 저는 이 황금 나이트의 조종장치로 보았습니다.

마치 가상 조종장치 같던데요.”

“후후후후! 현자의 정점인 내가 그런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할 리가 있나?

지금처럼 신령으로 직접 빙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하하하하! 그렇다면 벗으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상 조종장치를 제거하고 있었다.

진짜 정보행성 이데아를 뛰어넘어서 본체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 회색의 절대자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려고 한다.

‘정보행성 이데아에 불법침입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가장 핵심에 있는 나를 볼 수 있나?

역시 이놈에게는 꺼림칙한 무엇인가가 있다.’

이제 마음을 놓거나 무시할 상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생긴다.

그래서, 서로 웃으면서 대화를 하는데 서서히 살기와 투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더욱 부드럽게 어깨를 안마하면서 묻는다.

“회색의 고유권능이라는 ‘제로 원’이란 가상세계는 정말 아직 쓸모가 없습니까?

무영창을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나이트의 소환이 다른 존재에게는 정말 불가능인가요?”

“후후! 이미 말했지 않았느냐?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데이터 나이트는 창조자인 내가 아니면 구현이나 운영이 힘들어.”

“하하하하! 그런 불완전한 세계를 잘도 고유권능으로 만드셨군요.

아주 믿기가 힘듭니다.”

“현자이면서 힘에 집착하다가 연산력이 부족해진 멍청한 놈들이 큰 문제이지.

그런데 너는 확실히 다르구나.

조금 무리하면 황금 나이트까지 조정할 수 있겠어.

아주 위험해.”

싸늘한 살기를 보이면서 이제는 고개를 뒤로 완전히 돌린 회색의 절대자였다.

차원창세신 코아도 회색의 절대자에 차가운 미소를 보냈다.

씨이이이!

서로의 진실과 거짓을 파악하는 현자의 승부가 끝나려 하고 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어깨를 주무르던 손에서 신력과 마력이 집중되고, 그걸 쳐다보는 회색의 절대자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당장 맞붙을 기세였는데 갑자기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가 순간 황금빛으로 흐릿해졌다.

그러면서 외친다.

“방금 제공하신 정보는 전부 거짓입니다!

‘제로 원’의 가상의 세계는 정기와 창조력만 있으면 바로 현실에 구현됩니다.

서로 다른 물리법칙을 가졌기에 일시적인 잠식이라는 형식을 취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잠식된 영역에서는 그야말로 창조주에 동등한 권능과 마도를 휘두를 수 있습니다.”

“너!?”

차원창세신 코아의 흐릿해짐은 차원권능의 초장거리 도약이었다.

그런데 회색의 절대자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발동속도였다.

파아아아아-! 파아아아아!

차원 통로를 만들기 위한 차원 문을 열지도 않은 상태로 도약해 버린다.

덕분에 회색의 절대자가 무영창으로 펼친 차원 결계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빠져나가 버린다.

“빠르다!

어떻게 차원권능을 이런 속도로 발휘할 수 있지?”

방금은 무영창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발현속도였다.

미처 저지하지 못한 회색의 절대자의 귀로 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전해진다.

“일시적인 잠식이라는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세계를 단번에 ‘제로 원’으로 삼켜야 합니다.

그런데 절대계를 전부 삼킬 수 없어서 더욱 키우고 있으시군요.

푸하하하! 원래의 세계를 다른 세계로 순간적으로 집어삼켜서 자신만의 세계로 바꾼다.

그야말로 현자의 정점다우신 배포와 고유권능입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어떻게!”

드러나서는 안 될 비밀을 들은 회색의 절대자는 다급하게 추적을 하려 했다.

우웅! 우웅!

그런데 방금 본 차원권능으로 추가로 개선해도 속도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정한 그대로 인스톨 하는데도 위력이 또 안 나온다!

이번에는 무엇으로 속도를 빠르게 한 것인가?”

세계폭탄 코아의 강화비결을 생각하면 보나 마나 자신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는 제약을 걸어서 강화했음은 분명했다.

그걸 바로 알아낼 수는 없었기에 당황해하는 회색의 절대자의 귀로 메아리와 같은 흐릿한 음성이 전해져온다.

“제공하신 정보의 거짓을 밝혔으니 현자의 승부는 제가 이겼습니다.

황금세력의 본부로 가십시오.

추가로 주신 정말 좋은 자료와 귀중한 정보도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역시 현자계열의 정점!

회색 사장님이 최고입니다.”

“!!!”

갑자기 튀어나온 찬사와 감사에 회색의 절대자는 다급하게 극비자료를 확인했다.

그리고, 눈앞이 까맣게 변할 지경으로 놀랐다.

“이…이이!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십중심의 자료까지 복사해갔느냐!

도대체 비상신호가 왜 안 울린 것이냐?”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골드 나이트의 신체를 통해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정식으로 접속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관리자의 권한까지 획득하여 그동안 파악해놓은 십중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열람하고 복사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외부접속이 가능하지?

더구나 나 이외에 정보행성 이데아의 관리자 권한을 가진 존재가 있다니?

이건 불가능해!

하지만, 불법 침입으로는 내 정보 방호벽이 절대로 뚫릴 리가 없다.”

정보행성 이데아의 보안장치가 바로 ‘제로 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아홉 개의 골드 나이트를 주축으로 모든 데이터 나이트가 방호벽이 되어서 정보행성 이데아의 정보를 수호한다.

불법 침입을 하려면 이들을 모두 부수어야 해.’

그런데 아무런 흔적도 없이 돌파되었으니 이렇게 기겁하는 일은 당연했다.

골드 나이트를 불러내서 확인해도 이상이 없자 아무리 생각해도 정식 접속 외에는 답이 없었다.

하도 다급해서 차원 문을 강제로 열고서 소리를 쳐보았다.

“거기 서라! 차원창세신 코아!

어떻게 정보행성 이데아의 보안장치를 돌파했는지 자백해라!”

물론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추적조차 불가능했다.

차원 문을 통해서 전해지는 감각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미 몇 번의 차원도약을 했는지 측정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뒤쫓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도주 속도다.

차원권능을 이렇게 초고속으로 연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었나?

이러면 나도 잡을 수 없다.

처음부터 이런 차원권능으로 도주했다면 잡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였다.’

언제나처럼 상대를 얕보고, 희귀한 권능과 마도를 수집하러 왔다가 역으로 탈탈 버렸다.

이제 하늘 저 너머로 완전히 날아가 버린 꿩을 쳐다보는 사냥꾼 신세가 된 회색의 절대자는 잠시 신령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

한참 후 이를 박박 갈면서 차원 문을 열었다.

“으득! 으득! 설계도에 불과한 ‘제로 원’과 통제장치인 ‘데이터 나이트’는 상관없다.

정보행성 이데아가 없으면 어차피 구현될 수 없는 가상의 세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십중심에 관한 자료만큼은 안 돼!”

가려는 목적지는 당연히 황금세력의 본거지였다.

확실히 현자의 승부에서 졌으니 합류는 하겠지만, 목표는 따로 있었다.

“방금 차원권능의 발동속도를 보니 이 녀석이 도망치면 누구도 못 잡는다.

이러면 계약을 한 황금의 절대자의 멱살을 잡아서라도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부하의 잘못은 상급자가 책임을 져야지!”

십중심에 관한 자료에는 자신 외에는 누구도 못 보게 엄중한 보안이 걸려있다.

하지만, 정보행성 이데아의 방호벽을 흔적도 없이 침투한 전적을 보아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 정도 연산력이면 언제인가는 풀 것이다.

관리자 권한을 정말 가지고 있다면 정말 시간문제다.

으윽! 그런데 그 미친 사냥개를 진짜 보아야 하나?”

흑염의 절대자는 다른 십중심들의 견제가 없었다면 세상을 뒤엎었을 돌연변이였다.

거기에 절대 직감까지 가진 상대를 만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날 보면 이상함을 느끼고 어떻게든 달라붙으려고 할 텐데 말이야.”

자신은 흑염의 절대자에게 얻을 것이 거의 없으니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게 된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가 가져간 십중심의 자료를 생각하면 정말 내키지는 않지만 잠시 같이해야 할 모양이었다.

“멍청한 십중심 놈들! 저런 위험한 존재를 이용해서 억지로 흐름을 앞당기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어!”

투덜거리면서도 부지런히 황금세력의 본부로 향하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그리고, 한참을 도주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황금연기 차원 결계를 겹겹이 친 다음에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카하하하하! 이게 무슨 횡재냐?

회색의 고유권능만이 아니라 설마 십중심에 대한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권능 분석자료까지 얻을 수 있었다니 말이야?

유상전생(有償轉生)과 같은 과거를 수정하는 권능이 극히 위험하다지만, 너무 해볼 만하잖아!”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강대한 존재가 과거로 돌아와서 잘못을 수정하게 하는 유상전생(有償轉生)은 바람가에서도 금지된 오의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보이니 생각이 달라질 정도였다.

더구나 실제로 해보니 세계의 흐름이 빨라지거나 격해지는 정도 외에는 아무런 위험도 없었다.

“세계의 항상성 때문에 금지가 되었나?

차원권능이면 가뿐하게 누를 수 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안 가네.

무슨 다른 이유가 있나?”

바람가의 가주 정도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금기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번에 얻은 정보를 소중하게 정보행성 코아로 보내어서 저장한다.

‘자료는 엄중한 보안체계가 있어서 바로 풀 수는 없다.

일단 저장을 해놓고 미래에서 풀자.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내놓으라고 무슨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니 자료만은 살려야 해.’

완벽하게 정보행성 코아에게 이 시대의 정보행성 이데아의 극비자료를 복사하고 나서야 한숨을 쉴 수 있었어.

“후후후후! 끝났군.

수고했어.

나를 택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유상전생(有償轉生)의 차원창세신 코아와 십중심의 서명.”

십중심의 서명이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네 명의 여마신왕과 차원공통원소를 통해서 구현을 선택한 존재는 바로 이대 회색의 절대자였다.

그리고,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는 일대와 똑같은 정보행성 이데아의 관리자 권한을 가진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환하게 빛난다.

그 빛은 바로 정보행성 이데아와 똑같았다.

번쩍!

이번 승리의 주원인을 드러낸 차원창세신 코아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아무도 없는 공간을 울렸다.

“킬킬킬킬킬킬!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되면서 진리님에게 받은 정보행성 이데아의 관리자 권한을 쓸데가 있을 줄은 몰랐다.

계속 이렇게만 해라!

팍팍 밀어주지.

그럼 나는 간다!”

차원권능의 황금 태양으로 뒤덮인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에서 십중심의 서명과 정신을 잃은 네 명의 여마신왕이 튀어나와서 쓰러진다.

파파파파! 두두둑!

다시 창조신의 전신 갑옷을 입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나타나자 십사 써클로 올라던 경지는 다시 십삼 써클로 낮아진다.

움직이기 힘겨운 듯 휘청거리면서도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후후! 설마 미래에 도움을 받는 일이 있을 줄이야.

더구나 정보행성 코아의 접속 권한까지 남겨주고 갔다

이게 웬일이야?”

정보행성 코아에는 이제 회색의 고유권능이라는 ‘제로 원’과 ‘데이터 나이트’, 암호화된 십중심의 자료들까지 있었다.

현자로서는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보물들이었으니 저절로 얼굴이 펴진다.

“힘을 합쳐서 암호를 빨리 풀자 이거지?

후후후! 사양할 필요는 없지.”

그 자리에 앉아서 신력과 마력을 회복하면서 바로 정보행성 코아에 접속하여 암호해석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상함을 느낀다.

“으응? 뭐야?

접속한 존재가 나만이 아닌데?

뭐지?

돌아간 미래가 벌써 접속해 왔나?”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실질적으로 주관하는 정보행성 이데아 대신에 개인적으로 쓰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정보행성 코아였다.

‘나만이 접속 가능한데 누군가가 외부에서 접속한 흔적이 있다.

그것도 직통이다.’

누가 이럴 수 있는지 기가 막혔지만,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복수로 존재하는 관리자 권한 덕분에 당한 기억이 있기에 철저하게 파악을 해간다.

그리고, 어이가 없는 존재의 자취를 확인한다.

“크롬 여왕?!

용자동맹의 맹주를 맡겼던 현세계의 나의 유모가 여기서 왜 나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