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바람의 절대자가 오른팔로만 휘두른 목검이지만, 차원창세신 코아가 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컥-!”
단숨에 무릎이 꿇려지면서 대전의 바닥이 파여나간다.
쿵-! 화르르르르!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에서 절대계 최고의 신체 강화 권능인 흑염의 불길이 타오르면서 버티기를 시작한다.
드드드드드드! 투가가가강!
바람의 절대자의 무형투기와 흑염 권능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여파가 황궁 지붕을 날려버리고, 행성의 하늘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바람의 절대자로서는 겁도 없이 자신의 투기를 넘어서 신체를 태우려고 덤벼드는 검은 불길을 보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내 무형투기의 위력을 능가하는 투기라면 진짜 흑염이로구나!”
“그럴 리가요?
이것도 어설픈 흉내입니다.”
“이게 흉내라고?
흑염 권능을 발동할 수 있는데 누가 어설퍼?”
확실히 인증전에서 본 흑염의 절대자가 발휘하는 흑염 권능의 위력에 비교할 수 없이 약하니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수준은 상관없다.
흑염의 절대자님 외에 흑염 권능을 익히려던 존재는 모두 광기에 미쳐 날뛰다가 터져 죽었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구나.
어떤 영웅신도 견딘 적이 없는 나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으니 십중심에게도 위협적이다.’
흑염 권능으로 정신이 혼란해서 폭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능글맞아 보일 정도로 여유롭기까지 하니 오싹한 가정이 떠오른다.
‘설마 흑염권능을 발동한 상태에서 차원권능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 정말 막을 방법이 없어.’
흑염권능을 가진 창조신이 차원권능으로 절대계를 뒤흔드는 광경을 생각하니 절로 손에 힘이 더해간다.
타아악!
‘흑염 권능을 상대하면서 봐줄 수는 없다.’
바람의 절대자는 지금까지 오른손으로만 휘둘러왔는데 이제 양손으로 잡고 전력으로 찍어누른다.
파멸유혼검 사이에서 귀가 먹을 듯한 굉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기기기기기기긱! 우지지지지직!
차원창세신 코아는 진리가 ‘근원’ 칭호를 가진 절대자의 증거로 내려준 파멸유혼검의 절대적인 강도와 흑염 권능의 증폭된 신체 능력으로 어떻게든 견디었다.
“으으으으으윽!”
그런데도 신체가 다시 대지에 파고든다.
바람의 절대자와 맞닿은 얼굴은 여유로웠지만, 뒤에서 계약서를 쓰고 있는 황녀에게 계속 다급한 의지를 보내고 있었다.
‘아우욱! 이제는 정말 얼마 못 견뎌요.
이러다 진짜 다 죽겠습니다.
아직도 완성이 안 되셨습니까?’
‘잠시만요!’
왜 저렇게 강력한 창조신이 용신족인 자신을 위해서 바람의 절대자를 막아주고 있는지 모르지만, 무척 위급하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러나, 이런 계약의 중요성을 잘 아는 용신제가 세부적인 내용을 집어넣으면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
용신제가 계약서에 적으려는 내용이 길어질수록 차원창세신 코아의 온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과드드드득! 우지지지직!
더는 내려찍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이마에 닿은 파멸유혼검의 진동을 느낀 차원창세신 코아는 간곡하게 의지를 보낸다.
‘간략하게 쓰세요.
그 계약서는 용신족이 황녀님을 앞세워 다른 종족에게 어떤 침략도 하지 않겠다는 한 줄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어기면 파워 오브 엠블렘의 시험보다 더한 꼴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그러나, 지키시면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줄 것입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황녀에게 최선의 성의를 보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꾸 유리한 문구를 집어넣으려는 용신제에게 협박을 날렸다.
‘수작 부리지 마라.
나는 영웅신인 황녀 외에 용신족에게 관심이 없다.
아직 어리고 전투를 할 줄 모르니 용신족을 희귀종족으로 만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데 그렇게 해줄까?
이렇게 방해를 하면 한 시간 안에 모든 식민 행성을 없애고, 본성만 남겨주겠다.’
진심이 가득 담긴 협박에 더는 내용 추가를 포기한 용신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녀는 카르마 계약서의 작성을 마무리한다.
자신이 말한 대로 영웅신의 힘으로 다른 종족에게 일체의 침략이나 위해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읽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힘겹게 외쳤다.
“어…어르신. 상황 종료입니다.
이걸 보시지요.
이제 용신족은 황녀를 앞세워서 다른 일족을 침략하지 못합니다.”
염동력으로 끌어온 황녀가 작성한 무지갯빛 계약서를 흩어본 바람의 절대자는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더욱 힘을 가한다.
“권능계약서라고 해도 결국 종잇조각이다.
상위 존재일수록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 이런 제약 따위는 언제든지 어길 수 있다.
나보고 겨우 이걸 믿고서 물러서라는 것이냐?”
고위 정신체에게는 권능계약서가 별 의미가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말투로 외쳤다.
“이건 제가 모시는 분의 권능이 담긴 계약입니다.
십중심 사장님들도 어기시면 무사하지 못하니 어떤 영웅신이라도 어길 수 없습니다.
최소가 소멸입니다.”
“!!!”
“!!!”
“!!!”
그 말을 들은 바람의 절대자만이 아니라 용신제와 황녀까지 충격을 받았다.
‘설마 권능계약서에 십중심조차 제약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권능이 담을 수 있는지는 몰랐다.’
‘십중심을 제어하고, 영웅신을 소멸시키는 제약이 걸린 계약서라니?’
‘그 정도로 강력한 제약이 걸린 계약서가 있었나?’
그런데 거짓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바람의 절대자 앞에서도 어느 정도 버티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강력함이 증명하고 있었다.
‘허풍이 아니다.’
‘이런 강대한 창조신이 모시는 영원체의 권능이라면 가능성이 있어.’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마를 파고드는 파멸유혼검의 압박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추가로 카르마의 계약서를 보이면서 말한다.
“못 믿으시겠다면 여기에 아무 내용이나 쓰시고 어겨보십시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십니다.
어르신이라고 해도 최소가 뒤로 넘어지시면 코가 깨지는 수준입니다.”
표현은 저급했지만, 한마디로 십중심의 운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무서운 말이었다.
“….”
황녀가 작성한 무지갯빛 계약서를 쳐다보는 바람의 절대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의 무력은 절대계 창조주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괴이할 정도의 힘을 갖춘 창조신을 만들 수 있는 영원체까지 능가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확실히 십중심인 자신조차 어떤 제어권능을 가졌는지 모를 정도로 심상치 않은 권능계약서이기도 했다.
‘이 계약서라면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또한, 아무리 재능이 있는 영웅신이라고 해도 전투훈련도 받지 않은 유아신을 시험하기는 아무래도 꺼려졌다.
‘여기에 후손을 볼 수 있는 반려의 가능성까지 있으니 더욱 망설여진다.
이걸 어쩐다?’
이 정도로 강력한 여성 영웅신이 또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고, 용신족과 같은 명문 종족의 지배층이 아니라는 확증도 없었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겠지.’
바람의 절대자의 혼란을 알아차린 차원창세신 코아가 부지런히 말을 하기 시작한다.
“도저히 안심하실 수 없다면 용신족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원하시는 방식으로 처리하지요.
제가 왜 십중심의 도끼로 불리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원하시면 이 계약서도 작성하지요.”
“….”
스으으윽!
바람의 절대자는 파멸유혼검을 치웠다.
황녀와 용신제를 흩어보더니 그대로 등에 다시 매었다.
우드드득! 으드드드!
흑염 권능으로도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압력이 사라지자 신체가 부서지는 듯한 파열음이 울린다.
“으윽!”
근육과 관절이 일순 부서지는 감각에 신음을 지른 차원창세신 코아였지만, 바로 회복해서 파인 바닥에서 튀어나왔다.
분명 한계까지 몰아붙였던 신체였는데 완전히 원상회복이 된 모습을 본 바람의 절대자는 가볍게 양 주먹을 털면서 말한다.
“네가 황녀 대신 나의 시험을 받거라.
통과하면 네 말대로 하마.”
“….”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직 눈물을 흘리고 있는 용신족의 황녀를 바라보다가 묻는다.
“역시 그렇게 나오시는군요.
제가 얼마나 버티면 됩니까?”
“일격. 이제까지 모든 시험은 그걸로 충분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양 주먹을 쥐어가는 바람의 절대자인데 무형의 투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꾸우우우욱! 휘이이이이이잉!
단지 주먹을 쥐는 행위만으로 본성 전체가 뒤흔들린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리자 한없이 높아지는 존재감은 목검으로 했던 공격은 어디까지나 사정을 봐주는 대련에 불과했다는 증거였다.
우둑! 우둑!
진리의 반려를 지키기 위해서 물러날 곳이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목을 흔들면서 묻는다.
“통과자는 있습니까?”
“….”
아무런 대답이 없으니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킥! 전부 몰살입니까?
하여간 십중심 사장님들은 하나같이 다른 존재에게 끝없이 엄하면서 단호하시군요.”
싱글벙글 목을 돌리면서 미소를 짓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이 참으로 얄미워 보이는 바람의 절대자였다.
“이러면 창조주를 교체해도 끝없이 반란이 일어나겠는데요.
융통성이 이렇게 없으시니 제가 나중에 할 일이 아주 많겠습니다.”
자신의 시험을 앞두고 이렇게 여유로운 존재는 처음 보는 것이다.
그리고, 회색의 절대자에게 넘겨받은 자료가 생각이 났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흑마도사 출신의 현자에다가 고위 창조신이다.
목을 잘라도 아무 이상 없이 살아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러니 머리와 심장을 동시에 박살을 내야 확실히 죽일 수 있다.’
지극히 살의가 넘치는 요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직접 싸워보니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보였다.
‘어떤 타격도 금방 회복한다.
권능과 마도, 투기의 감소조차 보이지 않아.
거의 영원체 수준의 회복력과 재생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겠지.’
바람의 절대자는 엄청난 창조력과 넘치는 생명력을 바탕으로 어떤 부상이라도 회복하면서 무한히 싸울 수 있는 창조신으로 판정하였다.
그럼 대책은 하나였다.
‘일격으로 신체 전부를 소멸시켜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오의는 바람가에는 아주 많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끈질긴 창조신이나 불사체의 전용으로 사용되는 오의도 있었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
신체의 흐름을 조작하여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이 오의를 맞고도 무사한 존재는 아무도 없다.
특히 신족이나 마신족과 같은 순수한 정신체들에게는 즉효다.
처음 맞았을 때도 견디지 못했지.’
황금의 절대자의 부하이기에 살짝 해주었는데도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체가 붕괴하기 직전까지 몰렸던 것이다.
‘신체단련이 부족한 창조신이 견딜 수 있는 오의가 아니다.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신체를 극한 대까지 단련시킨 초월자뿐이다.
신령이 주력인 신족에게 이걸 전력으로 쏘아내면 일순간에 소멸한다.’
시험의 종목을 판단한 바람의 절대자의 주먹에 무형에서 유형으로 바뀐 투기가 집중된다.
정권 지르기의 자세를 취하는 바람의 절대자는 지켜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쁜 미소를 지었다.
“후후! 역시 그걸로 오십니까?”
주먹에 응축한 무형투기를 정권 지르기로 직접 쏟아부으려는 의도로 보았다.
간접으로 당했는데 신체가 일그러졌는데 직접 맞으면 순식간에 소멸하는 모습이 예상되었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그럼 제가 최초의 통과자가 되겠군요.”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람의 절대자의 정권 지르기 자세를 보면서 누군가를 연상하였다.
주신장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타도에 도움을 받았던 전능의 휘였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것만은 익숙하지.
대응방법도 말이야.’
그 당시 전능의 휘가 쏟아내는 수만 발이 넘는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의 연속공격을 받고도 결국 이겨낸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러기에 자신감을 보이자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그러기를 나도 바라마.”
진심이 가득 담긴 말과 동시에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이제 저 주먹이 닿는 순간 끝장이 난다는 사실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가 나직하게 영창을 시작한다.
“그럼 저도 전력으로 갑니다.
안주하지 않는 폭주.”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우르르르르르릉-! 꽈르르르릉-!
심장이 뛰는 소리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굉음이었다.
신체를 완전히 장악하여 날뛰기 시작하는 흑염 권능으로 인하여 미친 듯이 흥분되는 정신과 당장에라도 터져나갈 것 같은 신체를 추스르며 속으로 영창을 계속해간다.
‘일성에 폭음(爆音). 이성에 뇌음(雷音), 삼성에 멸음(滅音), 그 앞에 적은 없다.
이것이 폭혈(爆血)이다.
흑염권능 본능으로 뇌음(雷音) 발동.’
신체 내부에서 치솟는 검은 불길에 의하여 근육이 커지고 강해져 간다.
화르르르르! 우두두두두둑! 우지지지직!
단숨에 이미터가 넘는 놀라운 근육을 가진 거인이 되어버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점점 흐려지는 이성을 느끼면서 말한다.
아무리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 의해서 종족권능으로 변화하면서 광기가 억눌러진 흑염권능이지만, 이 정도 수준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저도 통제를 못 합니다.
차원권능으로 외부 공간이동을 막아놓았으니 여기서 막으십시오.
만약 놓치시면 절대계의 절반이 날아가는 결과는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