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은하계를 관리하는 중앙신계의 규모는 행성의 신계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도보로는 도저히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니 공간이동으로 도착한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앞에 신계주신의 증거인 영광의 자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밑으로 보석처럼 빛나는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유모들의 자리였다.
‘금빛은 나의 의자이며, 백금빛의 크롬 공주의 것이구나.’
신력의 빛으로 구분하고, 이름까지 적혀있으니 착각할 리는 없었다.
그리고, 청색으로 빛나는 프롬 여제와 에메랄드빛으로 밝은 에메랄드 여황의 자리를 보자 저절로 눈동자가 커졌다.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의자에는 신족으로서 등급까지 적혀있었는데 놀랍게도 다른 유모들이 모두 중급신으로 판정되어 있었다.
심지어 아직 지성체인 에메랄드 여황까지 중급신으로 인정되어 있으니 안 놀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는 거의 상급신이 되었지만, 그건 기나긴 노력의 대가였다.
‘크롬 공주도 준 상급신으로 인정받고 있구나?
나는 그렇게 오랜 세월을 수련해왔는데 이건 말이 안 돼.’
그러자 그녀의 뒤에 공간이동으로 따라서 나타난 워터 문이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의 유모시라면 당연한 발전이옵니다.
정신체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상위 존재와의 정기교류이니 신격의 차이를 생각하면 적정한 수준입니다.”
“….”
신족에 대해서 잘 아는 워터 문의 조언에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영광의 자리가 아닌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상급신이 되어가는 그녀의 권능이 요란한 경고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신계주신 대리이니 원래 영광의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워낙 신격의 차이가 크니 그럴 수가 없다.
중앙신계도 굉장히 강해졌다.’
잘못하면 중앙신계의 권능을 견디지 못하고, 신체가 타버릴 수도 있었다.
‘이제까지 앉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언님의 배려 덕분이었구나.’
그 외에도 정기부족과 중앙 핵이 될만한 창조신이 없어서 거의 비활성화된 중앙신계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최고위 창조신이라는 핵과 충분한 정기가 보급되어 기능을 움직이기 시작한 중앙신계의 권능은 상급신으로는 아무리 창조력이 강해도 통제는 무리였다.
‘적어도 주신 이상이어야 가능하겠어.’
신계주신 대리의 임무조차 힘든 것으로 보이자 상급신이 되어서 생긴 자신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이유로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황금빛의 유모 자리에 앉자 워터 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영광의 자리에 앉지 못하신다.
역시 활성화되기 시작한 중앙신계는 주신 이상이 아니면 통제할 수 없구나.’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창조력이 창조신 이상이라서 기대했지만, 신격의 차이는 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언의 유모에 저 정도 창조력이면 창조신도 꿈이 아님을 알기에 재빨리 공손한 표정으로 보고를 시작한다.
“위대한 신계주신이신 아이언님의 현황을 보고하겠습니다.
수련행성의 실황입니다.”
아이언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표정을 보면서 화면을 띄운다.
파아아아!
허공에 커다랗게 보이는 수련행성은 신체 강화를 위해서 바늘 기둥들이 전개 중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큰 변화가 있었다.
‘커졌다.’
그녀가 직접 수련 행성을 조립했으니 크기를 모를 리가 없었는데 거의 두 배 이상 커져 있었다.
그리고, 바늘 기둥의 뒤에는 전함에 쓰이는 추진 엔진의 불꽃이 불을 품는다.
꽈꽈꽈꽈꽈꽈! 구구구구구구!
엔진의 추진력과 원래 꽂히는 속도가 더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부로 관통해 들어가려 한다.
그리고, 주변에는 용자동맹의 용자왕들과 특이한 전함까지 가세해서 속력을 높이고 있었다.
완전히 질려버린 표정을 하고 있는 거대 사자왕 가이가 소리 높여서 지휘한다.
“아이언님의 명령이시다.
용자동맹은 전력을 다해서 공격하라.”
“훈련생은 상처를 입히기만 하면 바로 정식 용자가 된다.”
“정식 용사는 지옥에서 자유다!”
용자왕들의 호통에 십만이 넘는 용자동맹이 동시에 엄청난 호응의 음성을 질렀다.
오-!
커다란 함성이 울리면서 용자동맹의 전함과 일반기체가 가진 모든 화력이 수련행성의 내부로 쏘아진다.
꽈꽈꽈꽈꽈꽈꽝-!
수련행성의 중앙의 공간으로 무수한 빔 포와 미사일이 작렬한다.
그리고, 엔진으로 가속된 바늘 기둥들이 그 속으로 박혀 들었다.
구구구구궁! 꽈꽈꽈광!
창조신이라도 무사할 수 없는 폭발력과 충격력이 우주공간을 뒤흔든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설마 저 안에 계신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일 년 동안 저렇게 매일 하고 계셨습니다.”
“다치실 것인데 정기보충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정기보충은 다른 유모분들이 하고 있습니다.”
아이언은 수련행성의 신체 강화가 끝나면 연합의 본성에 있는 크롬 공주에게 가거나 제국 본성 위성에 있는 개인신전의 프롬 여제에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주 가시니 굉장히 친숙해지셨다.’
언제나 확인하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수련 진행을 언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여기서 언급할 만큼 워터 문은 바보가 아니었다.
‘유모님들의 개인 사정에 끼어들면 안 된다.’
창조신계에서 창조신의 후궁들이 벌이는 암투를 보아온 그녀로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후궁들의 다툼에 휘말리면 천족의 소멸은 문제도 아니었다.’
과연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복잡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매일….
다른 유모들이 정기보충을….”
그녀가 했던 폐관수련은 중앙신계의 도움을 받아서 신계를 부활시키는 창조력의 단련이었다.
그리고, 오십 개의 신계를 재생시킬 때까지 중지가 되지 않았다.
아이언의 직접명령이라서 해제할 수 없어서 강제로 갇힌 셈이 된 것이다.
‘시간을 세는 것조차 포기한 기나긴 세월이었다.
그런데 밖은 겨우 일 년이 지났구나.’
아이언의 차원권능에 시간 가속과 지체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시간을 조정하다니 믿을 수 없는 힘이었다.
‘나가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본인은 저렇게 험하게 수련을 하고 있었어.’
자신은 일 초도 견디지 못할 가공할만한 물리력과 폭발력 속에서 신체 강화를 하는 아이언의 모습을 생각하니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수백 년이 걸린 신계 부활을 위한 단련은 저 수련행성에 비하면 휴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이미 신족 중에서도 최강의 영웅신이라고 인정받으신 분이 왜 저렇게 무리를 하시지?’
본래 샤이니라는 최고위 창조신이 누리던 최강의 영광은 이제 아이언으로 바뀌었다.
창조신장이 다스리는 창조신계가 내놓은 측정결과였고, 저 무서운 수련행성에서 잘 견디는 아이언의 모습에 누구도 이의를 표시하지 못한 것이다.
‘수련행성에서 신체 강화를 하는 모습을 본 샤이니가 자신은 불가능하다고 직접 인정했다.
이제 신족 전투력 일 위는 은하유성 아이언님이시다.’
신계주신 대리였던 그녀였기에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이언님을 위협할 수 있는 적은 없다.
흑염 도적단도 이제 적이 아니야.’
그래서, 안심하고 폐관수련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완전히 갇힌 셈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상급신이 되었으니 천만다행이야.’
그녀의 눈길이 바로 자신의 밑에 있는 다른 유모들의 의자로 간다.
직접 연결이 되어있는지 은은한 신력의 파동을 뿜어내면서 진동하고 있었다.
우웅! 우웅! 우웅!
‘나의 창조력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인 권능이 느껴진다.
상급신은 아니지만, 거의 근접했구나.’
본래 은하계의 절반을 지배했던 제국의 황족들답게 무서운 성장 속도였다.
만약 폐관수련으로 얻은 경지가 낮았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만 했다.
‘신족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의 부하로 있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강제 폐관수련에 대한 분노가 줄어 들어갈 때 수련행성에 대한 용자동맹의 맹공이 멈추었다.
바늘 기둥들이 모두 중앙에 모여들어서 한 치의 틈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꽈드드드드드드! 파파파파파!
바늘 머리에 달린 엔진의 힘으로 무섭게 회전하는 굉음과 진동이 용자동맹의 기체를 울렸다.
저 안에 자신들이 있다고 가정한 용자들의 얼굴은 하얗게 변해갔다.
“으으윽! 아무리 보아도 적응이 안 돼.”
용자왕의 기체조차 잠시도 견디기 힘든 집중포화와 물리력이 집중되어 있다.
이미 몇 번이나 아이언의 수련을 돕고 있지만, 적응할 수가 없었다.
사자왕 가이는 긴장된 시선으로 서서히 회전을 멈추고 있는 바늘 기둥들을 보면서 말한다.
“이번에는 성공하시겠는가?”
그 물음에 기막힌 어조로 다른 용자왕들이 대답했다.
“이제까지 실패하신 적이 있던가?”
“이런 공격들을 받으시면서 상처가 하나도 없어야 성공이라니 너무 기준이 높으시네.”
이제 아이언은 신체 강화가 끝나면 모두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처음에 겪었던 치명상은 이제 없으며 투기회오리의 허점을 찌른 몇 군데의 부상이 전부였다.
“수십만 개의 바늘 기둥의 공격을 이제 투기회오리로 전부 막아내시지.”
“투기회오리는 필연적으로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체 내부에서 외부로 방사하여 일으키는 투기회오리인 은하유성은 필연적으로 ‘태풍의 핵’이라는 무풍지대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발동부위에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이 생기게 되는데 그 틈을 전신을 에워싼 바늘 기둥이 파고드는 것이 부상의 이유였다.
“그 허점도 이제 점점 줄어들어서 몇 군데 정도다.”
“그것도 대부분 파고들다가 막혀.”
“그야말로 바늘 끝만 한 틈이 되었다.”
사자왕 가이 수준의 재능은 없지만 용자왕을 받을 정도의 강자들이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임무 역시 숙지한 상태였다.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허점을 없애기 위해서 용자동맹을 총동원해서 동시 공격을 받는 횟수를 늘리시다니?’
‘분명 효과는 있지만, 어처구니가 없군.’
용자동맹의 포격이 아이언의 신체에 효과가 있을 리는 없지만, 최소한 신경을 혹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잠시 늘어난 부상도 순식간에 줄어들더니 태풍의 핵의 위치도 변경되었다.’
‘이제 약점도 아니야.’
구구구구궁!
회전을 완전히 끝낸 수련행성의 중앙에 문이 열리면서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휘날리는 거대한 투신의 환영이 걸어 나온다.
그 모습을 본 용자동맹의 모든 기체가 허리를 숙이면서 외쳤다.
“최고위 창조신이자 신계주신이신 은하유성 아이언님을 뵙습니다!”
“위대하신 신계주신에게 영광이 있으라.”
아이언은 행성을 몇 번이나 지워버릴 수 있는 용자동맹의 집중포격에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다.
거기에 이제 일반 용자도 쓰기 시작한 투기의 위력은 이미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동맹의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고, 방어할 수도 없다.’
이런 절대적인 힘 앞에서 아무 죄도 없는 개조 인간인 자신들을 반역할 힘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옥으로 끌고 와서 가두었다는 원한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미 지성체들의 삶 정도는 무시할 정도로 막대한 힘과 직위를 손에 넣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슈아아아아!
빛의 날개를 휘날리는 황금빛의 거대한 투신의 환영이 사라지면서 절세의 미소년의 모습이 드러난다.
더욱 뚜렷해진 푸른색의 옆머리와 머리카락 끝부분에 백금발이 번쩍이는 아이언은 한 방울의 피가 맺혀있는 왼손의 약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바늘 송곳이 유일하게 파고들었던 은하유성의 태풍의 핵 지점이었다.
“태풍의 핵이 또 뚫렸다.
이 하나의 허점은 도저히 없앨 수 없는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 말을 들은 용자왕들은 깊숙이 숙였던 고개를 들고서 외치고 싶었다.
‘거기는 약점이 아닙니다.
그 정도는 부상조차 아니시고요.’
‘용자동맹의 총공격과 수련행성의 강화된 신체 강화를 받아내시고도 손가락 끝에 피 한 방울이면 너무하신 것입니다.’
‘어디까지 강해지셔야 만족하실 겁니까?’
자신들이 보기에는 이미 성공인 것 같은데 끝없이 강화해서 도전하니 보기만 해도 기함을 할 정도였다.
아이언은 잠시 손가락 끝을 보다가 입에 넣고 빨았다.
쪼오오오옥!
피부 바로 밑에 만든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마까지 관통한 바늘 기둥으로 생긴 부상은 바로 회복되었다.
피떡이 되었던 초기에 비하면 거의 부상이 없는 상태이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황금의 불변(不變)으로 모든 뼈와 근육이 강화되어서 어떤 투기의 압력도 견딜 수 있는 신체가 되었다.
그래도 부족한가?’
신체붕괴를 걱정하지 않고, 한껏 발동시킨 은하유성의 투기회오리는 만족할만한 위력을 보여주었는데 최후의 허점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여기까지 도달한 노력보다 이 허점을 없애는데 들어가는 수고가 몇 배는 더 클 것이다.
정점과 완벽에는 도달하기가 참으로 힘들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