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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의 시험이라니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서 바들바들 떨기만 하는 용신족의 황녀를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담뱃대를 치우고서 말한다.
“어르신.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확하게 하는 법을 말해주시지요.”
그 말에 실수했다는 표정이 된 바람의 절대자는 다시 말한다.
“여기에 피 한 방울과 머리카락 한 올만 올려 주면 된다.”
태극천검을 검집에서 꺼내어서 용신족의 황녀에게 보낸다.
“태극천검은 바람가의 혈족에게 유익한 것을 모두 받아들인다.
너의 피와 신체가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흡수되겠지만, 없다면 말소될 것이다.”
“호오? 원래 정기와 권능을 흡수하여 소유주에게 제공하는 기능의 절대기였군요.”
이대 흑염의 절대자와 대련하는 것만을 보았던 차원창세신 코아의 흥미를 자극해서 분석을 들어간다.
그리고, 지금도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여 파멸유혼검에 제공하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태극천검이 순수한 기운을 보급하여 조상들의 영혼을 유지 시키고 있다.
파멸유혼검과 한 쌍인 이유가 있었어.
이러면 바람의 절대자에게는 검들이 그냥 제사용품이로군.
하하! 이걸 모르고 어떻게든 진리님에게 이겨보려는 이대 십중심들에게 무운을 빌어야 하나?’
이대 십중심들은 진리가 키우고, 교육까지 했다.
그러나, ‘영원한 행복’을 위한 영구적으로 발전되는 세계를 만들라는 격무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니 불만이 쌓이는 실정이다.
‘한창 발전 중인 일천 개의 주우주로다.
절대계를 이 써클이나 격차가 나게 유지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
이대 십중심들은 진리와의 정면 승부를 원하는 사백구십구 창조주로 인하여 급격히 발전하는 주우주와 수준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가 지쳐서 노조 같은 진리대항동맹까지 만들고 있으니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진리에게 버티는 방법을 제안했던 사실까지 생각이 났다.
‘내 말대로 이대 흑염의 절대자를 방패로 일렬로 돌진했다가는 그대로 몰살당하겠다.’
방금 흑염본능의 파란 손톱까지 말살시킨 살기(殺氣)의 살상력을 보면 화산에 얼음조각을 던진 것처럼 녹아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높으신 분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주우주 창조신인 내가 절대계의 십중심들과 얽힐 일이 또 있을까?’
그렇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여러 생각을 하는 동안 용신족의 황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태극천검의 뾰족한 끝에 자신의 오른손의 약지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톡!
어찌나 검의 끝이 날카로운지 용신족의 신체조차 아무런 통증도 없이 베어내고, 피 한 방울을 뽑아낸다.
그리고, 절반은 붉으면서 나머지는 파란색의 검신(檢身)에 조심스럽게 황녀의 머리카락이 올려진다.
꿀꺽!
지켜보고 있는 당사자들이 모두 침을 크게 삼키면서 지켜보는 가운데 황녀와 피와 머리카락을 태극천검이 그대로 흡수한다.
“오-!”
바람의 절대자가 기뻐하는 모습에 합격임을 파악한 용신족의 황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다.
그녀에게 바람의 절대자는 영웅신을 참살하고 다니는 가장 무서운 존재로 아주 어릴 때부터 각인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진리님의 반려가 되어서 유일용신제를 낳아야 할 용신족의 황녀다.
이렇게 되면 지극히 곤란해.’
부르르르르르-!
잠시 수작을 부릴까 생각을 하다가 태극천검이 진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나누어졌던 검신이 하나로 합쳐져서 하얗게 변하는 모습을 본 바람의 절대자가 탄식한다.
그것이 살기(殺氣)의 백색 투기였기 때문이다.
“으윽! 또 죽였다.
실패인가?”
황녀의 피와 머리카락이 태극천검에서 튕겨 나오더니 검게 변하면서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다.
털썩!
반려시험에서 떨어진 용신족의 황녀가 그 자리에 주저앉자 용신제가 다급하게 껴안고 뒤로 물러선다.
실망한 바람의 절대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하얗게 변한 태극천검을 쳐다보면서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용신족의 여영웅신은 정신체 여성체로서 더는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신체다.
그런데 뭐가 부족하기에 거부가 되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파멸유혼검 내부의 조상들이 순수한 초월자가 아닌 용신족의 황녀가 며느리로서 마음에 안 들어서 거부한 것이 아니었다.
‘천국의 꿈이라는 권능으로 아직도 휴식을 취하고 있으시다.
그리고, 이제는 본인들이 아무나 데려오라고 성화이시지.’
십중심의 인증과 영웅신의 시험 이후로 수많은 초월자 여성들과 선을 보았으나 실패했다.
그러다가 시험한 정신체 종족 중에서 대부분 여성에게 거부반응이 나타나서 대를 이을 수가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태극천검을 차원권능으로 계속 관찰하고 있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가 막혀서 물었다.
“어르신. 영웅신을 도대체 몇 명이나 시험하셨습니까?”
기대를 걸었던 최상의 신체를 가진 용신족의 황녀조차 자신의 후계를 낳아줄 수 없어서 기분이 극히 나빠진 바람의 절대자였지만,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수준을 십중심 급으로 높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일천 명이다.”
“!!!”
“!!!”
“!!!”
한 종족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웅신을 일천 명이나 시험이란 명목으로 말소시켰다는 대답에 모두가 경악한다.
특히 영웅신을 일격으로 소멸시키면서 다닌다는 바람의 절대자의 무서움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한 수치는 몰랐던 용신족 부녀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이게 파워 오브 엠블렘인가?
일천 명의 영웅신을 없애고도 이렇게 무사하다니?
바람의 절대자가 십중심 중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소문조차 부족했구나’
‘어…어떻게 하지요?’
십중심의 도끼라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황녀 대신 시험을 받아서 안전을 확보했지만, 도무지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더욱 충격을 받는다.
“그 이후로 세어본 적은 없다.”
“….”
“….”
“….”
입을 딱 벌리면서 한참을 굳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용신제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너는 더 들을 필요가 없다.
이 이상 들으면 십중심의 명예를 위해서 내가 조처를 해야 할 상황이다.
가서 보물…다과상이나 가져와.”
아주 힘겨운 표정으로 겁에 질려서 떨기만 하는 용신족 부녀를 내보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시 꺼낸 담뱃대를 꽉 물고 연기를 뿜어낸다.
“어르신! 그러시니 자손을 못 가지시는 겁니다.
너무 많이 시험하셨습니다.
세계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정도로 말입니다.
무서워서 후손을 허락하겠습니까?
그런 존재가 둘이 되면 누가 감당합니까?”
차마 너무 많은 살생을 해서 그들의 원한으로 후손을 보지 못한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약하고 작은 존재의 원한이라고 해도 쌓이면 크다.
영웅신의 원한이 일천 이상 쌓였다면 아무리 십중심이라도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지.’
그러나, 바람의 절대자는 당당하게 말한다.
“영웅신들은 시험을 받아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네가 아느냐?
절대계가 완성되고 나서 벌어진 각 종족의 영웅신들의 벌였던 참혹한 정복과 전쟁을 보았느냐 말이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몇 경의 생명체와 몇 조의 지성체가 그들의 전쟁에 휘말려 소멸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처단되어야 했다.”
세계를 위해서 마구 날뛰는 영웅신들을 처단했다는 지극히 모범적인 답변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전쟁터에서 적을 잘 죽이고, 사냥터에서는 사냥감을 잘 잡으면 영웅이지요.
그리고, 사냥이 끝나면 역할을 마친 사냥개를 잡아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여야 할 적을 잃고, 쫓아야 할 사냥감마저 잃은 사냥개가 주인이나 가족을 물려고 덤비니까요.
이렇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십중심의 반란은 절대계를 나태한 창조신에게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배은망덕한 권력투쟁이 됩니다.
그러니 많이 죽였다고 자랑은 그만하시지요.
어떤 명분이 있어도 대량살생은 나쁜 짓입니다.”
“!”
십중심에게 이런 직설적인 경고와 충고를 하는 존재는 회색의 절대자밖에 없었기에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무섭게 노려보는 바람의 절대자의 시선과 슬슬 움직이는 죽음의 기운에 간담이 서늘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파멸유혼검의 수복이 늦어서 다행이다.
이 시대에는 역시 재생기능이 약했어.
완전 재생까지는 안전해.’
조상의 영혼들이 천국의 꿈에 걸려있는 이상 자신을 말소시킬 수 없음을 알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어르신을 겨우 영웅신들의 원한이 어쩔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가지고 계신 백색 투기가 문제입니다.
그들의 원한이 죽음의 기운을 강화를 시켜서 모든 존재와 가능성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건 회색의 절대자님이 계시니 당연히 파악하고 있으실 겁니다.”
“….”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 듯 반박은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세를 타고 더욱 신랄하게 바람의 절대자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진실을 파헤쳐간다.
“신체로는 죽음의 기운은 완벽히 제어하시고 계시지만, 신기의 사용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살기(殺氣)가 외부로 방출되는 순간 아주 미세하게 제어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신체로부터 멀어진 태극천검에 실린 죽음의 기운에 의해서 모두 실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래서는 어떤 여성을 시험하거나 안으셔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후손은 고사하고, 어르신의 정기를 받은 여성은 반드시 죽습니다.”
“알고 있다.”
더는 듣기 싫은 듯이 말을 자른 바람의 절대자는 태극천검을 다시 등에 메면서 말했다.
“해결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르신의 죽음의 기운을 받고도 무사할 여성이나 권능을 가진 존재를 찾으면 됩니다.
후계를 낳으려면 죽음의 기운을 계속 버티면서 중화할 수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아까 불가사의할 정도의 방어력과 강도를 가졌던 파란 손톱조차 말살시켜버린 죽음의 기운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수많은 권능과 마도, 오의를 전부 분석했다.
결과는 바로 나온다.
“없군요.”
“….”
후계를 낳으려면 바람의 절대자의 죽음의 기운을 일순간만 견디어 서는 안된다.
임신 기간인 일 년 가까운 장기간을 버티면서 태아를 보호해야 하는 불가능한 일을 해야 했다.
평범한 존재는 당연히 무리이고, 영웅신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영웅신이라면 있을 수도 있었는데 전부 처리하셨습니다.
그럼 지금이라도 살기(殺氣)를 줄여보시면 안 될까요?”
“무리다.
이미 나는 십중심으로 완벽하게 완성되어서 이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
회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쳐다보는 바람의 절대자에게 다른 의견을 말한다.
“살기(殺氣)에 생명력을 섞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잠시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정기의 씨를 뿌릴 동안만 살기를 중화시켜 보자는 제한인데 바로 대답이 나온다.
“이미 해보았다.
절대계 최강의 창조력을 가진 대수(大手)조차 중화할 수 없었다.”
이러면 지극히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로 보였지만, 뜻밖에 해답은 간단했다.
“그럼 신체의 강함이 문제가 아닙니다.
어르신이 가지신 죽음의 기운 이상의 생명을 가진 여성으로 대상이 좁혀지는군요.
여기에 이제까지 죽여오신 생명과 일천 명 이상의 영웅신들이 가졌던 가능성 이상의 존재만 가능합니다.
이거 엄청나군요.”
“….”
일천억이 넘어야 넘는 명문 일족이고, 그들의 이끄는 존재가 영웅신이다.
그리고, 그들이 해낼 수 있었던 일족의 부흥을 생각하면 여성이 감당해야 할 수치는 급격하게 뛰어오른다.
“어르신이 말살한 영웅신의 가능성은 대충 계산해도 세계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이러면 원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십중심조차 위협하는 죽음의 기운을 이길 수 있는 생명의 기운을 가진 존재에서 대수(大手)가 빠지면 남는 대상은 단 하나였다.
“그렇다면 창조주가 될 수 있는 수준의 영원체 밖에 없습니다.”
죽음의 기운에서 자신도 무사하고, 태아까지 일 년 동안 전력으로 지킬 수 있는 존재는 역시 영원불멸의 신력과 권력을 가진 영원체 뿐이었다.
이제 명쾌해진다.
“하하! 그래서 절대계 창조주의 편을 들지 않으셨습니다.
중립도 포기하셨군요.
그럼 노리시는 상대가 누구입니까?
이미 정해놓으신 모양인데요.”
지금보다 더욱 과거인 십중심이 인증되기 전에 가라고 제안을 받았기에 나오는 예측이었다.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선선히 인정한다.
“그래! 이미 정해져 있다.
나는 파워 오브 엠블렘으로서 십중심의 가능성과 무력을 모두를 대표해서 증명해야 했다.
다른 영원체들이 십중심에게 부여된 특혜를 이해할 정도의 성과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창조주님이 지정하신 가장 반대를 심하게 했다던 영원체와 싸워서 어렵게 승리했다.
강력한 영원체답게 죽음의 기운이나 투기가 잘 통하지 않고, 영원불멸의 특성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지.
그러나, 오랜 싸움 끝에 승리했으니 이것이 바로 십중심 인증의 완성이었다.
그 당시의 결투를 회상하는지 기세가 강해진다.
그런데 이어서 나오는 말이 정말 뜻밖이었다.
“그래서 나의 후손을 낳아주실 반려는 바로 그분이다.
절대계 창조주님의 영원한 경쟁자인 그녀밖에는 없지.”
“그녀요?”
정신체보다 상위 존재인 영원체에게 이상하게 친근하게 이야기한다.
이제 대충 상황을 파악해서 너무 놀라서 입이 쫙 벌어진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는 바람의 절대자의 눈동자는 부드러운 호선을 그린다.
“후후! 이제야 알아차렸구나.
너도 현자라면 여기까지 들었으니 왜 내가 중립을 깨면서 반란을 모른 척하고 있는지 눈치를 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