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전혀 뜻밖의 제안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담뱃대를 입에서 놓칠 뻔했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엉성하게 익히기는 했다.
너무 어려워서 온몸을 사용하여 상대의 신체에 투기를 때려 넣는 편법이지.
완벽하고는 거리가 멀어.’
물론 제대로 익힌 위력은 누구에게도 통한다고 보증할 만했다.
‘전능신족의 영웅신 전능의 휘의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은 주먹에 투기를 담아서 수만 발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방식이었다.
그 위력은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강림조차 멈출 정도였다.’
근접전 투신들에게도 환상과 같은 오의이다.
‘그걸 현자계열인 내가 완벽하게 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머리가 과열될 정도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어르신. 저는 바람가의 오의를 익힐만한 재능이 전혀 없습니다.
설사 억지로 익힌다고 해도 절반 정도일 겁니다.”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를 익힌다고 오만년을 두들겨 맞았는데 겨우 방어만 불완전하게 익히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니 지극히 타당한 결론인데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바람가의 오의는 원래 혈족 외에는 완벽하게 익히는 일이 불가능하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이 습득 난이도가 다른 오의에 비해서 비교적 낮다고 해도 완벽은 어렵겠지.
그럼 네가 익히고 있는 다른 권능들처럼 허점투성이의 불완전 흉내가 될 것이다.
그런데….”
바람의 절대자의 눈빛에서 백색의 투기가 뿜어져 나와서 차원창세신 코아를 조사한다.
“너는 마치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익히기 위해서 준비된 신체 같다.
황금의 불변(不變)이 머물러서 부러지지 않는 뼈와 무엇에도 찢어지지 않는 피부, 어떤 부상도 치료하는 재생력을 가졌으니 수련에 잘 버티겠지.
거기에 세계와 상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차원권능과 흑염권능으로 강화된 신체 능력을 합치면 아슬아슬하게 도달할 것이다.
이 오의의 완벽함에 말이다.
그러면 십중심조차 너를 죽이겠다고 함부로 말하지는 못한다.
상대의 신체 흐름을 뒤틀어 자멸시키는 이 오의는 상대가 강하고 끈질길수록 치명적이니 말이다.”
“예?”
십중심조차 경계하는 존재가 된다니 아주 가슴이 뛰는 말이었다.
그러나, 과거 몸으로 직접 배워야 한다면서 오만 년 동안 두들겨 맞았던 처절했던 경험으로 조심스럽게 묻는다.
“수련방법이 어떻게 됩니까?
설마 대련은 아니겠지요.”
이 물음에는 당치도 않다는 대답이 바로 돌아온다.
“대련이라니?
그런 온화한 방법으로 언제 오의를 완벽하게 익히겠느냐?
바람가의 모든 수련은 실전이다!
익히면 살고, 실패하면 죽는다.”
“!!!”
아무리 보아도 이건 지옥문이었다.
그런데 너무나 시원하며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인상이 확 일그러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는데 바람의 절대자가 타이르듯이 말한다.
“무슨 일이든 전부를 알면 죽어도 하기 싫어진다.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강해지고 싶다면 이게 너의 기회다.
선택하고 나아가라.
진정한 강함이란 이성과 이해 너머에 있다.
제정신으로는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
그래도 대답이 없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나약하구나.
너는 강해지지 않으면 절대계의 변화한 흐름에 의해서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과거를 바꾸려는 존재가 치러야 할 대가다.
미래에서 과거로 와서 이렇게 설친 이상 물러설 곳이 전혀 없다는 점은 명심해라.”
“물론이지요. 어르신.”
자신의 술잔을 채워서 들이킨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보행성 코아에 접속했던 자신과는 너무 다른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은하유성 아이언을 떠올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서서히 내가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감이 잡혀 오고 있다.’
현세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은 자신을 진리가 바로 처분하지 않고, 이곳으로 보낸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그 고생을 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데 변화된 흐름에 의해서 지워진다면 너무나 억울했다.
“으득!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의뢰를 받겠습니다.”
그렇게 결심을 굳힌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바람의 절대자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오른손을 들어 올려서 죽음의 투기를 집중시킨다.
사사사사사사사사(死死死死死死死死)!
“!!!”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 끔찍한 백색 투기가 다시 자신을 노리자 경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더듬거리면서 말한다.
“어…어르신. 전 돕는다고 했습니다.”
“바로 오의 전수를 시작한다.
차원권능으로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투기의 흐름을 파악해라.
못 익히면 죽는다.”
“옙!”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는 식으로 나오는 바람의 절대자에게 모든 차원권능을 동원해서 분석에 들어간다.
그리고,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아!’
바람의 절대자가 일부러 잘 파악하게 색깔을 집어넣은 백색의 투기는 실로 장엄했다.
‘투기의 흐름이 도도하게 흐르는 강이며 바람이구나.’
강력한 회전으로 위력을 끌어올리는 은하유성의 투기회오리 정도는 바로 사라질 만큼의 끝없는 깊이와 폭이었다.
구구구구구구궁!
어떤 존재라도 죽여버릴 만한 살상력을 가진 투기의 흐름이 바람의 절대자의 신체를 휘감고 흐른다.
그리고, 모든 투기가 오른손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은 바람가의 오의 중 가장 간단하다.
신체의 투기를 이렇게 하나로 집중하여 상대의 몸에 찔러넣으면 된다.
그러면 이질적인 투기의 흐름을 견디지 못한 적의 신체는 터져서 죽게 된다.
요점은 자신의 투기를 전부 응축해서 상대에게 투입한다는 점이다.
처음 이 오의가 만들어졌을 때는 신체의 투기를 단번에 상대에게 집어넣을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신체 전부를 사용하거나 주먹이나 발로 연속타격으로 점진적으로 집어넣는 방식을 선택했다.
완성형은 다르다.”
아무런 색깔도 소리도 없는 무형의 투기였지만 지금은 백색으로 보였기에 진행 과정이 파악되었다.
전신의 투기가 단 한 점도 남지 않고, 주먹으로 몰리고 있었다.
“모든 투기를 일격에 쏟아부을 수 있게 투기를 완벽하게 조정한다.
여기가 중요하다.
신체에서 투기를 전부 모으고, 응축하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소멸할 것이다.
어차피 실패하면 끝이니 차원권능으로 눈동자가 터져도 좋다는 각오로 매달려라.”
바늘처럼 응축된 죽음의 기운은 이미 정신체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도망치기도 글렀으니 그 말대로 필사적으로 차원권능을 가동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에 핏발이 섰다.
주먹에 모인 죽음의 기운이 바늘처럼 가늘어지며 길어지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기이이이이이잉!
소름이 일어나는 굉음이 울리면서 죽음의 기운이 회전하면서 가늘어진다.
마침내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어진 투기의 바늘에는 바람의 절대자의 모든 죽음의 투기가 담겨있었다.
‘이게 바람의 절대자의 전력이 담긴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인가?
이런 걸 맞으면 영원체도 무사하지 못한다.’
이제까지 보아왔던 어떤 오의 보다 위험하고 은밀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완벽함에 이르면 이 투기의 바늘은 형태조차 사라진다.
이렇게!”
오른쪽 주먹을 움켜쥐자 아주 가늘어 잘 보이지 않던 바늘이 모습을 감추었다.
팟!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든 투기가 사라지고, 주먹을 움켜쥔 바람의 절대자였다.
그러나, 사라진 투기의 바늘이 주먹 위에 있음을 알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흑염권능이 이제까지와는 격이 다른 위기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온다-!’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물러설 곳이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강제로 도망치려는 흑염본능을 억눌렀다.
따끔!
그리고, 왼쪽 가슴에 아주 미세한 통증이 일어났다.
“헉!”
화들짝 놀라서 쳐다보았지만, 어떤 흔적도 없었다.
쥐었던 주먹을 풀고서 자신의 술잔과 안주를 양손으로 들어 올린 바람의 절대자는 느릿하게 말한다.
“바로 거기다.
공격 목표는 심장으로 해라.”
확실히 공격을 받았지만, 아무 감각이 없어서 의아해하던 차원창세신 코아의 심장에서 죽음의 기운이 터져 나온다.
사사사사사사사사(死死死死死死死死)!
신체 내부에서 폭발한 죽음의 기운은 어떤 권능이나 마도, 생명력이 발동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었다.
죽음의 기운이 단숨에 모든 신체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신령을 강타한다.
그렇게 모든 움직임과 생명 활동이 멈춘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은 차원 결계까지 해제되어서 그대로 술상 위로 쓰러졌다.
쿵!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탁자 위의 안주와 술병은 치워진 채였다.
단말마의 비명도 없이 확실히 죽어서 미동도 하지 못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옆으로 안주와 술병을 내려놓은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즉사(卽死)한다.
이게 시작이다.”
꿀꺽! 꿀꺽!
진짜로 죽은 차원창세신 코아를 지켜보다가 술병을 들어서 한입에 삼킨 바람의 절대자였다.
내심 기대했는데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는 실패인가?
역시 혈족 외에는 제대로 익힐 수가 없나 보군.”
걷힌 차원 결계 너머로 방금 일을 보고서 눈동자가 커질 대로 커진 용신제와 고위 용신족들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좌아아아아아!
이들은 용신족의 희망이 될 황녀를 위해서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태세를 완전히 갖추었다.
하지만, 온몸이 정체 모를 위기를 느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들에게 빈 술병을 던지면서 명령한다.
“술 두 병과 안주를 추가로 가져와라.
먹을 만 하구나.”
그제야 그들의 몸과 입이 움직였다.
“옛! 어르신!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자신들도 모르게 빈 병을 공손하게 받아들고서 외친 용신제와 고위 용신족들은 모두 도망치듯이 대전에서 물러났다.
그들에게 시선을 거둔 바람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채워 놓았던 술잔을 잡아간다.
그 순간 분명히 죽어있던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이 힘겹게 움직인다.
“제…제 겁니다.”
완전한 생명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렇게 빨리 되살아날 줄 몰라서 살짝 놀란 바람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술잔에서 손을 떼었다.
“목숨이 세 개라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그런데 나의 투기가 불러온 죽음까지 한 번으로 끝냈는가?
너에게 그런 완벽한 목숨을 내린 영원체가 누구인지 정말 보고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바람가 마도신의 오리진에게 받은 완벽한 생명이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에 의해서 하나 사라졌다.
그리고, 진짜 돌아버릴 만한 사실을 파악한다.
‘어떤 미친 자식이 내 완전한 생명을 허락도 없이 사용했다.’
완전한 생명 세 개 중 하나는 이대 흑염의 절대자와 복수전을 벌였던 미래 회색을 위해서 사용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분명히 남아있어야 할 두 개 중 하나가 증발해 있었다.
‘누구야?
미래의 미친 회색인가?
아니면 아이언이냐?
누구이든 용서하지 않겠다.’
완전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해야 했던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토벌과정을 생각하면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절반 정도 눈이 돌아간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바람의 절대자가 혀를 차면서 경고한다.
“쯧! 목숨이 여러 개라서 아직도 여유가 있느냐?
집중하라.
이제 내가 투기를 집중시킨 과정을 그대로 하여 죽음의 기운을 수습해서 신체 외부로 방출하라.
그러면 오의 전수는 끝난다.”
심장을 파고들어서 전신으로 퍼진 죽음의 기운을 자력으로 회수하라는 말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항의하고 싶지만, 이미 그럴 여력이 없었다.
또 죽음의 기운이 발동되고 있었다.
“커허! 허헉!”
차원권능이 아까 보였던 투기를 모으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당연히 거슬리려는 죽음의 기운을 흑염권능이 악착같이 발버둥을 치면서 끌어내면서 모은다.
화아아아아!
이 과정에서 못 견디고, 소멸하려는 신체의 붕괴를 황금의 불변(不變)이 막아내면서 파란 보호막이 유출을 방지한다.
그리고, 죽어가는 신체를 근원의 생명력이 치유한다.
우지직! 두두두둑-!
그동안 익혀왔던 모든 생존에 관련된 권능이 총동원되어서 바람의 절대자의 죽음의 기운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