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1425화 (1,426/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차원창세신 코아는 방어막의 회전을 손으로 억지로 멈추었다.

지지지지직!

마찰음과 함께 움직임이 정지된 방어막의 구멍은 모두 어긋나서 통과할 수가 없게 된다.

“맹렬하게 회전을 하면 움직이는 구멍이 겹쳐서 길이 열립니다.

하지만, 멈추면 철통같은 감옥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일일이 힘으로 뚫고서 나와야 합니다.”

바람의 절대자가 보기에도 구멍들은 모두 어긋나서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볍게 투기로 상처를 입히자 바로 복구가 된다.

“영원불멸의 권능이 담긴 결계라면 파괴속도보다 원상회복 속도가 빠를 수가 있습니다.

삼천 명이 넘는 영원체님의 권능이 모인 방어막 전부를 일격에 부수어야 한단 말이지요.

중간에 끼이면 절대계의 법칙에서 벗어나신 시작(詩作)님이 없으면 아무리 십중심이라고 해도 꼼짝도 못 할 것입니다.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지는 것이죠.”

“….”

설사 거주구에서 도망을 쳐도 잘못하면 결계 사이에 박제될 수 있다는 경고에 바람의 절대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정지된 방어막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나는 절대계의 창조주님을 능가하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를 믿겠다.

그러니 간다.”

“문제가 발생하여 단번에 돌파하지 못하면 그대로 결계 사이에 갇힙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확신하시다니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회전을 시작한 축소 거주구에서 이제 원하는 황금 구슬만 빼낼 정도로 숙달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후! 만나실 영원체님에게는 이 일이 절대계 창조주님을 능가할 수 있는 대사업인 것 같군요.”

“그렇다.

영원의 숙원이라고 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싸워본 나는 알 수 있다.

그녀는 누구를 속여야 할 정도로 약한 존재가 아니다.”

그 당시 치열했던 전투로 회상하며 신뢰할 수 있다는 바람의 절대자의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도 이해는 했다.

‘영원체님들이 십중심에게 부여된 특혜와 힘을 시험하기 위해서 대표로 나선 존재였으니 약할 리가 없겠지.’

황금 구슬을 넣는 것과 빼는 동작을 동시에 하면서 말한다.

“그런데 아십니까?

원래 모든 일이 잘되면 사업이고, 망하면 사기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사기를 쳐서 범죄자가 되고 싶은 존재는 거의 없습니다.

어려워지니 자신만이라도 살려고 동료를 버리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동업자는 투자금의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까지 싹 날리죠.”

이제는 삼천 겹의 방어막이 불규칙하게 회전하는데도 구슬을 줄지어 왕복시키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확신이 어린 어조로 말한다.

“그분이 어르신에게 패배해서 약해졌다고 하셨죠?

그럼 제가 보기에 지금이 사기를 치고 싶어 하기 딱 좋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영원체의 신분으로 하위의 정신체에 죽임을 당했으니 입지는 최하에 바닥이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정신체의 후계를 이어주겠다는 비상수단을 제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보다는 창조주님에 대한 반란의 깃발을 들고 있는 십중심을 처단하는 데 공을 새우는 방법이 더욱 안전하면서 좋습니다.

잘못하면 저희는 그분이 재기하기 위한 제물이 됩니다.

어르신.”

“….”

바람의 절대자도 이야기를 듣자 이마를 찌푸리면서 말한다.

“너의 생각은 뭐냐?

다른 십중심이나 시작(始作)님을 모시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냐?

그러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십중심과 명문 일족의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이번 일의 도움의 대가로 다른 십중심들이 창조주의 반란 이후에 파워 오브 엠브렘의 활동 중지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래서,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쪽이 이미 알고 있는 몰래 들어가는 것보다 다른 방식을 제안합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제 거의 일렬로 이어지며 왕복하는 황금 구슬을 보이며 말한다.

“분석 완료입니다.

저의 차원권능의 기동력과 결계 파괴로 어르신을 보좌하겠습니다.

회전하는 상태에서 단 한 번이라면 관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은 불가능하군요.

그러니 몰래 침투했다가 탈출하는 방식은 포기하고, 처음에는 정면으로 뚫으시지요.”

“!?”

삼천 명의 영원체들이 만든 삼천 겹의 방어막을 돌파할 수 있다는 말에 황당하기까지 했다.

‘나 역시 할 수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바람가에도 삼천 겹의 영원체 방어막을 뚫을 수 있는 오의는 분명 존재했다.

‘일 검에 세계를 가르는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

전신의 투기를 모아야 하는 준비시간과 태극천검(太極天劍)에 걸리는 부담으로 미완성이 된 오의이다.

그러나, 그 위력은 절대계조차 양단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의가 아니었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으로 투기를 모으는 준비시간은 어느 정도 해소했으나 절대기의 강도 문제로 쓸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투기를 집중하여 세계를 가르는 날을 만드는 과정을 태극천검(太極天劍)이 견디지 못한다.

오의 발동 도중에 반드시 부러진다고 예상이 되니 사용할 수가 없다.‘

태극천검(太極天劍)과 파멸유혼검(破滅有魂劍)은 절대계에서도 서열 이 위의 절대기였다.

그런데도 잠시도 버티지 못한다고 하니 방법이 없는 것이다.

‘회색의 절대자님은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은 절대기 중 가장 경도가 높은 에반젤리조차 견디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지만 투기를 모으는 준비과정 중에 방해를 받으면 위험하다.

이러니 영원히 미완성의 오의겠지.

애들 앞에서 시범이나 보이겠군.’

에반젤리를 능가하는 절대기를 얻기까지 미완성인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이다.

그렇게 절대기를 잃을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오의를 사용해야 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다시 보게 되는 바람의 절대자였다.

‘허풍이 아니라면 대단하군.

창조신도 이렇게 잘만 키우면 쓸 만해지는 모양이야.’

그동안 별의 환경 조성과 신계 운영 외에는 전혀 쓸데가 없다고 생각한 창조신의 가치를 상향시키면서 묻는다.

“자세히 설명해 봐라.”

함정일 확률이 높다는데 무작정 들어갈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말이 통할 것 같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추가적인 설명을 했다.

“이런 철저한 방어구조는 외부에 대한 공격수단이 거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들어갈 때 정문으로 들어가겠다는 예고를 하거나 공격하면 영원체님들은 방어를 위해서 결계의 문을 활짝 열고 나오실 것입니다.

영원체님들이 정신체를 두려워하는 일은 수치이니 반드시 정문 밖으로 토벌하려 하시겠지요.

정문이 열린 순간 저희는 투기 제어로 정체를 숨기고, 단숨에 목적지인 치료구역으로 차원 도약합니다.”

거주구 모형의 방어막의 구멍이 일렬로 이어지고 통로가 생긴다.

거기에 영원체를 뜻하는 무지갯빛의 인형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투명해진 바람의 절대자와 차원창세신 코아의 인형이 거주구의 회복실로 차원 이동한다.

그러자, 통로에 쏟아져 나온 무지갯빛 인형들이 당황해하면서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안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확실히 우왕좌왕하겠군.’

전신파도격의 은밀성과 차원권능의 공간이동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공간이동의 파악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다.

다른 십중심이 있어도 파악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영원체도 놓쳤다.

“저희가 갑자기 눈앞에 사라지면 비상이 걸리면서 방어막이 닫히겠지만, 이미 내부에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영원체님들은 십중심이 문을 겁 없이 두들기다가 다수가 몰려나오자 겁을 먹고 도주했다고 생각하지 침투했다고 예측은 못 할 것입니다.

설사 내부를 정밀조사를 해도 전신파도격의 투기 제어와 저의 차원권능의 복합된 은신 효과로 인하여 찾을 수 없습니다.

직접 대면해야 하는 그분의 배신만 아니라면 저희는 안전하게 용무를 마칠 수 있습니다.”

투명한 인형이 회복구역에서 머물렀지만, 영원체 인형들은 침입자가 있는지 모르고 흩어져서 들어간다.

방어막은 원래대로 천천히 회전한다.

“어르신께서 일을 마치시면 저는 이걸 사용하겠습니다.”

회복구역에서 검붉게 타오르는 회오리 투기 기둥이 터져 나오면서 방어막과 구멍들을 관통한다.

투명한 인형들이 그 구멍으로 차원권능을 사용하여 빠져나오면서 설명은 끝났다.

그런데 삼천 겹의 방어막을 일격에 뚫어버리는 오의를 목격한 바람의 절대자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건 뭐냐?

실제라면 심상치 않은 오의로구나.”

“은하유성이라 합니다.

투기를 회오리 기둥 형태로 투사하여 광역의 결계와 요새를 부수는데 특화된 오의입니다.

하나의 세계를 제압한 오의 이기는 하지만, 어르신에게는 보여드리기 부끄러운 잡기(雜技)입니다.”

“이게 잡기(雜技)라고?

그러면 뭐가 오의가 될 수 있는가?

겸손할 필요는 없다.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주 대단하다.”

비록 권능으로 구현한 축소된 가상상황이었지만, 삼천 겹의 영원체 방어막을 관통하는 오의의 가치는 무한한 것이었다.

영양실조로 고생하던 현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오의가 인정하자 기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전신파도격의 투기 제어를 얻어서 겨우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만약 봉쇄체제로 들어가서 멈추면 뚫을 수 없습니다.

잘 보십시오.”

다시 방어막들이 멈춘다.

드드드드드드드-!

굉음이 울리면서 마치 하나의 벽으로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방어막이 회전하지 않으면 제가 아무리 결계의 허점을 전부 읽었다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통제가 집중되지 않는 멈춘 방어막이 아니라면 반드시 뚫어 보이겠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그분께서 배반하실 상황을 생각하셔서 외부에서 만나시는 것을 건의를 드립니다.

십중심들도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을 만들어 놓은 영원체 거주구 안으로 들어와야 후손을 낳아주는 계약을 하겠다니 솔직히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분명 함정입니다.”

아무리 빠져나올 방법이 있어도 삼천 명의 영원체가 웅크리고 있는 사지(死地)로 기어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저기는 안 돼.

완벽하게 갇히면 십중심이 힘을 합쳐도 끝장이 난다.’

어려운 문제의 해답은 내놓았지만, 지극히 곤란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 얼굴과 영원체의 거주구의 닫힌 정문을 번갈아 쳐다본 바람의 절대자는 양손을 가볍게 풀면서 앞으로 나선다.

“네 말이 맞다.

아마도 함정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약속장소를 바꾸자고 연락을 하시죠.”

쉽게 풀릴 기미라서 기뻐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내버려 두고, 바람의 절대자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너의 제안대로 정문으로 가서 은밀 침투하겠다.

계약의 전제조건이 거주구로 만나러 오라는 것이니 아무 문제는 없다.

그녀의 배신은 걱정하지 마라.

아무리 가능성이 커도 그런 존재라면 내 아이의 모친으로 선택하지 않겠다.”

진리의 모친이 될 가능성이 큰 영원체를 다시 만나지 않겠다면 그것대로 또 큰일이었다.

다급하게 따라나서면서 말한다.

“어르신!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 그분의 상황은 최악입니다.

큰 타격을 받아서 남의 사정이나 자부심을 생각할 여력이 없으셔서 그러셨을 것입니다.

회복하시면 다시 믿을만하니 이번만 만날 장소를 조정하시지요.”

“넌 도대체 어디 편이냐?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구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런 언변이 한심한지 허탈한 웃음을 짖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하하하하.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속 시원하게 밝힐 수 없는 제 입장이 아주 곤란하군요.”

바람의 절대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태극천검을 오른손으로 잡으면서 말한다.

“거주구에 들어가고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너는 여기 남아도 좋다.

나를 배신하면 그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하니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이 낫다.”

슈가가강!

태극천검(太極天劍)에서 반투명한 붉은 칼날과 파란 칼날이 솟아나면서 거대한 참마도(斬馬刀)가 된다.

파슈슈슉!

전신에 투명한 죽음의 기운이 응집되어서 갑옷의 형태를 갖추어갔다.

죽음의 투기로 백색의 전신 갑옷까지 갖추어 입은 바람의 절대자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영원체 거주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바람가는 나까지 일백 팔대를 조상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어져서 여기까지 올라선 가문이다.

그런데 나의 살업(殺業)의 원죄로 위대한 가문의 대를 잇지 못한다면 영원체들과 싸우다 같이 사라지는 것도 좋겠지.

영원체님들과의 공멸(共滅)한 바람가는 최고의 무가(武家)로서 영원한 영광으로 남을 것이다.”

“!!!”

영원불멸의 권능을 가진 삼천 명의 영원체들과 싸워서 같이 소멸하겠다는 말인데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머리까지 백색의 투구를 쓴 바람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말한다.

“너의 도움에는 감사한다.

위험이 두렵고, 목숨이 아깝다면 따라오지 마라.

그러나, 오겠다면 만약 그녀가 배신할 경우는 내가 책임지겠다.

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탈출시켜주마.”

그러면서 천천히 거주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소름이 오싹 밀려오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여기서 바람의 절대자를 저렇게 혼자 보내면 그나마 호감을 샀던 노력을 전부 날릴 판국이었다.

‘또 미움을 받아서 목숨의 위협을 걱정해야 하나?

그보다 여기서 영원체님들과 바람의 절대자가 정면충돌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무리 바람의 절대자라 해도 삼천 명의 영원체를 상대로 무사할 수는 없다.

지쳐서 죽겠지.’

바람의 절대자의 소멸은 아직 진리조차 태어나지 않았는데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절대계까지 몽땅 망한다!

완전히 틀어진 유상전생(有償轉生)의 흐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만 해도 무섭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다급하게 따라나서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소리쳤다.

“같이 가시지요.

지금 어르신의 전투준비태세를 보니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아직 완벽하게 전수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내기의 대가는 전부 치러 주셔야지요.”

“….”

자신의 입으로 십중심이 힘을 합쳐도 죽을 함정이라고 경고했는데 억지를 부리면서 따라온다.

당연히 신기한 동물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차원창세신 코아를 흩어 본 바람의 절대자는 태극천검을 영원체 거주구의 정문으로 내던졌다.

꽈가가가가가가가가강-!

태극천검의 확대된 칼날이 영원체 거주구의 정문을 그대로 관통해버린다.

“바람가에서 내려오는 방식으로 오의 전수는 끝났다.

이 이상은 가르쳐 줄 수 없고, 방법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더 배우기를 원한다면 옆에서 잘 보면서 훔치거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