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충성스러운 신족의 십중심들이 창조주에게 미움을 받는 이유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혹시 독살스러운 시어미보다 옆에서 말리는 척하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소리를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설마?”
분명히 황금의 절대자와 반대파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찬성파들은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힘의 우위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미 반대파들에 의해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번갈아가면서 소멸하였으니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창조주가 십중심보다 약하다고 해도 그런 치졸한 반응을 보이실 리가 있나?’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모두가 어르신 같지는 않지요.
부하 주제에 힘과 세력이 조금 있다고 말도 안 되는 행패를 부립니다.
아군이라는 놈들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합니다.
도우라고 강요할 수 없는 약한 상급자의 심정을 어찌 아시겠습니까?
“….”
조금 전에 너무 의심이 많다고 핀잔을 주었던 말이 그대로 돌아오자 인상이 확 일그러진 바람의 절대자였으나 대응을 하지 않았다.
‘창조주님이 신족의 십중심들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사태는 심각하다.
충돌은 도저히 피할 수 없겠구나.’
바람의 절대자는 절대계 창조주와 결판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만이 아니라 후손들까지 세계를 창조하는 영원체들에 대한 반역자의 굴레가 씌워진다는 사실에는 부담이 컸다.
‘절대계에 창조주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상황이 최악이 되면 공석이 되어서 멸망할 확률이 지극히 높다.
무슨 수를 써야겠어.’
힘의 질서를 지키는 파워 오브 엠블렘으로서 현상의 유지는 지극히 당연한 의무였다.
그리고, 지식의 질서를 규정하는 회색의 절대자와 다시 힘을 합쳐야 하는 힘든 시기가 다가옴을 깨달았다.
회색의 절대자의 조언대로 종족을 이끌고 난동을 부린 영웅신들을 말 그대로 시체의 은하계를 만들며 제압한 바람의 절대자의 눈빛에서 백색의 빛이 일렁인다.
‘죽음의 투기가 너무 강해져서 후손조차 볼 수 없는 살법(殺法)은 내 대로 끝낸다.
바람가에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지금의 창조주보다 더욱 강한 영원체가 필요해.
십중심이 아니라 그 무엇에도 쓰러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강자가 말이야.’
앞으로의 방향을 정한 바람의 절대자는 약한 반응이 느껴지는 영원체의 신전을 쳐다본다.
‘영원체의 반려라?
그럴 수는 없겠고, 후손만을 받을 수 있겠지.
그러면 내 후손은 반영원체가 되는가?’
바람가의 오의를 집대성하여 독자적으로 초월자가 되어서 십중심, 그것도 절대계의 힘의 질서를 나타내는 파워 오브 엠블렘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한 단계를 더 뛰어넘으려는 순간이었다.
‘후후후후!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어처구니가 없군.
내 아들은 바람가의 후손과 영원체의 능력을 동시에 가진다는 것인가?
그런 반영원체가 어떤 능력을 갖출 수 있으려나?
비록 절반이지만 초월자로서 정점에 선 나의 신격을 흡수하면 완벽 그 이상의 영원체가 되겠지.
후후! 최소한 대가 끊어질 염려는 없겠군.
으응? 헉-!’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자신의 가문에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음을 말이다.
‘혈연유전(血緣遺傳)을 사용하면 나의 오의와 투기를 태어나는 순간 전부 이어받게 할 수 있다.
나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어.
거기에 영원체의 영원불멸이 합쳐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절대 무적의 존재가 된다.
아마도 영원체를 완벽하게 능가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태어나는 후손들도 모두 영원체가 된다.’
영원체 후손으로 이루어진 바람가의 모습이 보였다.
세계를 창조할 가능성을 가지면서 최강의 무력까지 겸비한 수많은 후손이 연병장에 모여서 바람가의 오의를 일제히 연무하는 모습을 직접 본 것만 같았다.
‘오오!’
갈수록 명확해지는 구상에 온몸에 벼락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은 바람의 절대자는 석상처럼 굳었다.
그리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일은 이루어 내야 하겠구나.
설사 절대계를 내 손으로 멸망시키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람의 절대자의 얼굴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영원체 반응이 있는 신전을 보자마자 보인 격렬한 감정변화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했다.
‘대를 이어갈수록 더욱 강해져 가는 바람가와 영원체의 결합이 어떤 의미인지 드디어 깨달으셨구나.’
이번에는 몰래 숨어들지 않는다.
차원권능이 파악한 격렬한 세계의 흐름이 이 개인신전 안에서 몰아치고 있기에 틀릴 이유가 없었다.
‘드디어 진리님이 잉태되신다.
아니군.
이 시점에는 바람가 백구대 한진안님인가?
창조주의 자리에 오른 일대 십중심을 동시에 쓰러트려 절대 중 절대라 불리실 분.’
양팔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끼이이이이이-! 파아아아아아-!
개인신전의 문이 열리면서 완벽한 영원체의 권능으로는 믿기지 않는 광폭한 투기와 존재감이 밀려온다.
흑염 권능조차 놀랄 정도의 살기와 투기에 위축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묘하게 안정이 되어가는 자신에게 이상함을 느꼈다.
‘어라?
이 익숙하면서 친숙한 감각은 뭐야?’
당장 죽음을 내릴 것 같은 커다란 분노가 서린 기세인데 포근한 어머니의 품이 연상되자 어이가 없었다.
‘들킨 것은 아니다.
살기와 투기에 방향성이 없어.
아무래도 방문자를 무척 싫어하시는 모양이군.’
조심스럽게 걸어서 개인신전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기기기기기기! 쿵!
두 명이 개인신전 내부로 들어서서 문이 닫힌다.
그리고, 바람의 절대자는 차원의 방어구 안에서 나와서 외쳤다.
“약속대로 파워 오브 엠블렘이 왔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단지 무시무시한 투기가 거대한 검의 형태로 바뀌어서 그대로 바람의 절대자를 후려갈겼을 뿐이었다.
그리고, 바람의 절대자는 백색의 투기로 그대로 전면을 그어버렸다.
슉!
죽음의 기운은 투기의 검을 폭음조차 일으키지 않고, 소멸시킨다.
그렇게 잠시 정적을 머문 공간에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 죽음의 기운을 보니 바람의 절대자가 맞는구나.
내 회복구역에 잘 왔다.”
여기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의아함을 느꼈다.
원래 좋은 사이가 될 수 없는데 아주 이상하게 반기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어르신. 진짜 목과 팔다리를 절단하신 것이 맞습니까?
이건 굉장히 호의적인데요?’
‘맞다.
저기를 보면 알지 않느냐?’
분명 여성이 분명한 영원체 그림자의 팔다리가 온전하지 않았다.
목은 정상적으로 붙어있는데 팔과 다리가 하나씩 없었다.
‘아직도 회복 중이시군요.
그러나, 다른 부상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영원체의 신체를 이 정도로 장기간 훼손할 수 있는 존재는 죽음의 기운을 가진 나밖에 없다.
이제까지 내가 싸운 영원체는 단 두 명이니 분명히 맞다.’
오른발 하나로 서 있는 영원체 여성의 그림자는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웃는다.
“호호호호호! 계약금은 잘 받았다.
나도 확신을 주어야 하기에 완전한 여성으로 변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적이 눈앞에 있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배신을 고려하고 있던 두 명은 더욱 긴장되어간다.
‘이거 굉장히 호감도가 높은데요?
계약금은 언제 주셨습니까?’
‘그런 적이 없다.
수련과 심판만 하는 바람가에 영원체를 흡족하게 만들만한 재물이나 정기가 있을 리가 없지 않으냐?’
‘아! 이 시기의 바람가는 그렇지요.
아아! 이해했습니다.
지역 우주라도 통째로 정기로 바꾸어 바치셨습니까?”
‘그런 짓은 안 한다.’
자신을 상종하지 못할 파괴신으로 상정하는 말투에 굉장히 불쾌해진 바람의 절대자의 말은 차가웠다.
그래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그럼 본인이 맞는지 확인부터 하시지요.
이렇게 환대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불길하기 짝이 없군요.’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게 아직도 차원의 방어구 안에 숨어있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원하신 대로 여기 왔습니다.
모습을 직접 뵙고 계약을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힘을 증명하기 위해서 인정사정없이 싸웠던 그 영원체가 맞는지 확인부터 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조금 차가워진 대답이 돌아왔다.
“그대가 죽음의 기운으로 자른 신체의 재생이 끝나지 않아서 회복구역에서 움직일 수조차 없다.
이 그림자를 보면 상태를 알지 않느냐?
그리고, 과연 파워 오브 엠블렘이라고 할까?
죽음과 소멸의 개념이 없는 영원체의 신체를 이렇게 강제로 죽음으로 몰아넣다니 정신체 치고는 정말 놀라운 힘이다.
그러나, 그런 너의 힘 덕분에 나도 큰 이익을 보았으니 환영하겠다.”
영원체의 자부심이 넘치면서 은근히 정신체를 인정하는 말투를 들어보니 본인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의지를 보낸다.
‘맞는 것 같은데 왜 내게 호의를 보내는지는 모르겠다.
네가 보기에 왜 이러는 것 같으냐?’
차원창세신 코아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오른쪽 주먹으로 왼손바닥을 쳤다.
‘아-! 그거군요.’
‘파악한 것이 뭐냐?’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그으면서 의지를 보낸다.
‘어르신이 절대계 창조주님의 목도 베셨지 않습니까?
그 덕분에 다른 십중심들에게 얕보여서 창조주 자리에서 거의 쫓겨난 상황이고요.
이분이 진짜 경쟁자라면 이것 이상의 호재가 없지요.
어르신 덕분에 영원체 서열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보시면 됩니다.’
‘….’
확실히 그것 외에는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영원체들의 살벌한 권력과 경쟁 속에 들어왔음을 깨달은 바람의 절대자는 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그럼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물론이지.
나는 절대계 창조주의 지시를 따라서 의무를 행한 그대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이렇게 장기간 회복을 하게 되면서 생각도 많이 바꾸었다.’
너무나 완벽하여 성스럽기까지 한 영원불멸의 권능이 투기와 살기에 일렁인다.
“나와 똑같이 절대계 창조주가 정신체에게 목이 날아가는 치욕을 당한 것만으로 부족하다.
무참하게 잘렸던 팔다리의 대가로 강제 은거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그를 절대계 창조주의 자리에서 쫓아내 주면 그대의 후손을 낳아주겠다.
이런 계약이었지?
당연히 하겠다.”
영원체로는 믿기지 않는 광폭하기 짝이 없는 투기와 살기를 느끼면서 바람의 절대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변화도 상정 외였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도 투기와 살기가 강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내 죽음의 기운을 이겨내면서 영향을 받아 강해졌는가?
살법(殺法)을 버리려고 했는데 이러면 안 되겠군.’
후손이 저 정도의 살기를 태어나면서부터 받으면 전투와 피만을 갈구하는 광전사 같은 투신이 나올 수 있었다.
‘바람가의 오의를 가진 미친 영원체라?
무섭기 짝이 없군.’
어떻게든 반영원체 후손을 보려는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끔찍한 사태였다.
여기에 절대계의 창조주를 완벽하게 쫓아내는 일은 굉장히 위험이 컸다.
‘살기와 투기를 통제할 수 있는 살법의 오의를 포기할 수는 없겠군.’
영원체로 이루어진 바람가의 영광을 생각해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확실히 본인이 맞으시는군요.
그럼 본계약을 수행하겠습니다.
반드시 절대계 창조주를 쫓아내겠습니다.
그다음에 계약을 지켜주십시오.”
“그럼 나도 완전하게 여성 영원체가 되어서 그대의 후손을 완벽하게 낳아주겠다.”
어떤 세부 조건이나 제약도 필요 없는 깔끔한 구두계약이었다.
약속을 나누고 있는 상대의 무서움과 힘을 잘 아는 둘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절대계 창조주님도 내게 목을 잘리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 영원체만은 팔다리가 잘리는 순간까지도 포기하지 않았다.
끝없는 투지와 특출한 생명력이었어.
다른 영원체들이 중단을 시키지 않았으면 아직도 싸우고 있을지도 몰라.’
‘일시적이지만 영원체에게 죽음을 내릴 수 있는 파워 오브 엠블렘.
영원체조차 파악할 수 없는 바람가의 오의로 싸우면서 나의 공격을 단 한 번도 몸에 닿지 않게 했다.
그리고, 모든 공격을 적중시켰으니 확실히 피할 수 없는 죽음이다.’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고 나눈 계약은 끝났다.
그런데 영원체의 그림자가 일렁이면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차원 방어구를 쓰다듬으면서 묻는다.
“다중 방어막에 융합하여 영원체 거주구에 숨어들 수 있는 차원권능을 가진 상급 창조신이 있었다니?
절대계 창조주의 회복구역 안에 들어가도 들키지 않았으니 너의 차원권능은 정말 특이하구나.
전체적인 수준은 오리진이면서 은밀성과 기동성이 극히 뛰어나서 정신체 수준을 넘어섰다.
네가 십중심의 도끼라는 차원창세신 코아냐?”
“!!!”
혹시라도 배신당하면 바로 도주하려고 극도로 조심했던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놀람은 바람의 절대자가 더 컸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의 투기 제어가 섞인 차원권능은 수많은 영원체들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글…글쎄요?
어르신과 나눈 의지를 읽었을까요?
아니면 너무 티가 났을까요?’
이유가 뭐라고 해도 이건 비상사태였다.
특히 방어막부터 거주구역 안으로 들어온 자신의 행적이 전부 파악되자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이 암울하게 변했다.
그리고, 바로 의견을 내었다.
‘바로 가시지요.’
‘그러자.’
여기 오래 있다가는 뭔가 지극히 꼬일 것 같은 예감에 물러나려 한다.
역시 영원체의 그림자가 일렁인다.
“계약 외의 일이지만, 외계에서 왔다는 그 상급 창조신은 내놓고 가라.
지금의 나약한 창조신들을 나는 더는 봐줄 수 없다.
내가 창조주가 될 세계에서 십중심과 충돌하고 무사했다는 저 창조신을 기초로 복사하여 송두리째 개조해 주겠다.”
창조신을 대량 복제하겠다니 세계를 창조하는 영원체다운 말이었다.
역시 꼬이려는 상황에 잠시 침묵한 둘은 그대로 도주를 선택했다.
그러나, 놓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가 필요하니 놓고 가라 했다.
파워 오브 엠블렘!
아니면 여기서 다시 붙어보겠느냐?”
영원체 그림자의 크기가 폭증하면서 출입구와 신전 전부를 덮는다.
파지지지지직!
이러다가 다른 영원체에게 들킬 수 있다는 생각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원의 방어구 안에서 소리쳤다.
“저는 오류투성이에 불완전해서 복사가 안 됩니다!
차원권능으로 여기저기에 얽혀있어서 함부로 양산을 시도하시면 마구 터질 것입니다.
더구나 잘못하면 폭주해서 파괴신이 될 자질도 농후합니다.
하나면 모를까 많이 만드시면 큰일이 납니다.
저의 정보를 개방해 드릴 테니 조사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