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갑자기 나온 어이없는 소리에 영원체 그림자의 확장이 멈추었다.
그림자에 눈이 생기면서 일부가 개방된 차원의 방어구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우! 아쉽지만 너의 말이 맞는구나.
너의 존재는 이미 여러 시간대에 뻗어있다.
흐름을 거스르는 차원권능이 권능의 기반이 되니 세계의 흐름을 이겨가면서 어렵게 복사해야 한다.
성공한다고 해도 태어난 순간에는 약한 존재이니 바로 세계에 흡수된다.
그걸 막고 성장시켜도 파괴신이 될 확률이 대부분이다.
그럼 보내줄 테니 가거라.”
그 말에 황급히 고개를 숙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람의 절대자를 차원의 방어구 안에 넣어서 물러난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도주하는 둘을 쳐다보는 영원체 그림자의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놀람이 섞여 있었다.
“나조차 신령의 본질을 완벽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겨우 상급 창조신의 신격이면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오의와 마도, 권능을 익히고 있구나.
더구나 차원권능을 저렇게 높은 수준으로 습득했으면서 저렇게 용량이 남을 수 있다니?”
그림자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서서히 바닥으로 스며들어 간다.
파워 오브 엠블렘 앞에서 약한 척을 하기 싫어서 강하게 나갔지만, 치료와 동시에 여성체의 변화는 상당히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림자의 눈동자가 신비로운 무지갯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정신체의 용량을 뛰어넘은 상태를 폭주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일부러 저런 상태로 유도했다면 실로 대단하다.
수많은 불량품에서 어쩌다 나온 기적의 명품인가?
어떤 영원체가 저런 무모한 시도를 하여 성공했을까?
저런 재미있는 창조신이 있다니 아직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어.”
영원체 그림자의 독백이 이어지는 순간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십 년은 감수했다는 표정으로 부지런히 방어막을 향해서 상승한다.
방금 자신이 파악한 진실로 굉장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저 존재감은 분명 사백구십구 주우주 창조주님이시다.
지금은 전투와 수련을 위해서 남성체로만 유지하고 계시지만 거의 확실해.
설마 그분의 여성체가 진리님의 모친이셨다니?’
왜 사백구십구 주우주 창조주가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과 일 년이나 넘게 다과회를 열어주었으며 대련을 명목으로 바람가로 몇 번이나 찾아갔는지도 알았다.
‘자신이 뿌린 결과를 확인하시는 것인가?
그러면 전부 말이 되기는 한다.’
몰라야 할 사실을 너무 많이 알게 된 차원창세신 코아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내가 알아도 될 수준이 넘었어.
돌아가면 숙청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흔들리는 심리를 반영하듯이 점점 불안정해지는 차원의 방어구를 보면서 바람의 절대자는 길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서둘러라.
발각되었다.”
“예?”
사백구십구 주우주 상급 창조신이니 사백구십구 창조주의 시야를 어지간해서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영원체에게는 들킬 리가 없는데 당황스러운 소리였다.
기익! 기이이익!
그런데 방어막의 회전이 멈추어간다.
기기기기기기기-!
삼천 겹의 방어막이 거의 동시에 멈추어가면서 구멍을 막아가고 있었다.
“헉! 어라?”
차원권능으로 방어막의 회전 흐름을 읽어서 구멍이 겹치는 순간에 은하유성으로 돌파하는 것이 원래 차원창세신 코아의 계획이었다.
‘저렇게 되면 관통력이 부족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원체 거주구에 비상이 걸렸는지 여기저기서 빛이 번쩍인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
‘저건 또 뭐야?’
거주구의 모든 신전이 가동하면서 측정할 수 없는 신력과 권능이 연결되기 시작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신족과 마족의 병렬과 직렬 신력 연결이다.
영원체가 그런 것이 왜 필요해?
역시 여기에다가 십중심을 잡을 함정을 만들었구나.’
한눈에 보아도 심상치 않은 통합권능이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급하게 물었다.
“광역권능으로 보이니 특정되지 않기만 하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저의 차원 방어구는 이상이 없습니다.
어르신은 어떻습니까?”
“내 투기 제어도 문제가 없다.
절대계 창조주가 아니라면 발각될 확률은 없다.”
그럼 답이 나왔다.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창조주로 의심되는 존재가 신고한 것이다.
“그럼 그분이 배신하신 것입니까?
계약하기로 했으니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바람의 절대자는 담담하게 회복구역을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말한다.
“내가 본대로 그녀와는 그 정도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필요 때문에 계약을 주고받은 정도이지.
그리고, 무척이나 약해졌더구나.
그럼 그녀의 입장으로는 이렇게 해야 한다.
네 말대로 저렇게 약한 상태에서 보호해줄 영원체들과 완전히 척을 질 수는 없지.”
자기 아들을 낳아줄 모친이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니 딱하게 여겨져서 변명을 해주는 바람의 절대자였다.
‘설마 저렇게 약해져 있을 줄이야.
그보다 이런 관계가 되다니?
오래 살게 되니 별일이 발생하는군.
앞으로 손을 쓸 때 조심해야겠어.’
지성체에서 초월자가 된 이후로 영원한 삶에 대해서 고민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나중을 생각해서 손속에 사정을 둔 적이 없는데 이런 아쉬운 상황이 되어서 마주치니 지극히 껄끄러운 것이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성질을 부리면서 상승 속도를 높이면서 외쳤다.
“아오-! 그게 바로 사업가에서 사기꾼이 되면서 하는 변명이라니까요!”
“원래의 힘을 회복하면 달라질 것이다.”
자신의 창조주가 확실해 보이지만, 한 방 거하게 맞아서 부리는 한탄이었다.
기기기!
점점 멈추어가는 방어막의 회전을 보면 불안했지만, 아직 발견이 안 된 이유가 차원의 방어구 덕이기에 벗어나서 속도를 높이지 못했다.
‘이거 왜 이렇게 느려-!
단숨에 차원도약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렇다가 발각되어서 전부 이쪽으로 몰려올 판국이니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머뭇거리며 다중 방어막에 도착한 순간 회전도 거의 멈추어져 가고 있었다.
기기기기-! 기이익!
다급하게 구멍의 흐름을 맞추면서 은하유성을 방출할 순간을 고르는데 바람의 절대자는 가볍게 양손을 털면서 말한다.
손에 들고 있던 태극천검은 등에 매어놓은 상태였다.
“이번에는 내가 들킨 것 같구나.
절대계 창조주님이 온다.”
“!!!”
목에 붕대를 두르고서 완전무장을 한 채로 노기충천(怒氣衝天)한 절대계 창조주가 회복구역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다른 영원체들은 보지 못하지만, 인도에 따라서 수백 명의 영원체들이 그 뒤를 따른다.
‘이러면 포위당한다.
빨리 뚫어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거의 멈추어진 방어막을 관통하기 위해서는 은하유성도 최대한 위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은하유성만으로는 부족해.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의 투기 제어와 관통력도 추가해야 한다.’
전신의 투기를 순간적으로 모을 수 있는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이라면 은하유성의 발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거기에 관통력을 추가할 심산이었다.
‘아무런 연구나 연습도 없이 즉석에서 오의를 수정한다고?
나의 재능으로 될까?’
과거라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당연히 도주부터 생각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가능하다는 판단이 선다.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실패할 것 같지가 않아.’
구구구구구구궁-!
차원의 방어구 안에서 거대한 투기 회오리를 일으키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본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보이는 투기 제어는 바람가의 수준에서도 충분히 합격 수준이었다.
“목숨 하나를 버리더니 확실히 잘 배웠구나.
그럼 시간을 벌어주마.”
백색의 투기가 무형의 투기로 바뀐다.
영원체 거주구에서 발동되어 준비하고 있는 통합권능의 영향인지 공간이동을 못 하고, 날아서 접근하던 영원체들을 향해서 되돌아섰다.
십중심을 상대로 하니 나름대로 전투태세를 갖춘 영원체들인데 그의 눈에는 거의 무방비로 보였다.
“언제나 느끼는 것인데 영원체님들은 영원불멸의 신체라고 너무 방심하시는 경향들이 크구나.
공격을 막거나 피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
그러면 안 되지.”
가볍게 정권을 앞으로 내지른다.
마치 장난처럼 보였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퍼어어억-! 퍼어어억!
“컥!”
“억!”
영원체 두 명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서 추락한다.
무엇에 당했는지 감지도 못한 영원체들의 심장이 백색의 기운에 먹히기 시작한 것은 순간이었다.
“어떤 위력이 있는지 모르니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고통과 죽음의 개념에 영원체 두 명의 신체가 분해를 시작한다.
“크아아아아! 신체의 기능이 정지된다.”
“죽음이라고?
이게 죽음인가!”
바로 영원불멸의 권능이 발동되면서 완전분해는 면했지만, 심장을 잃은 신체의 전투력은 현저하게 추락했다.
이미 당해 보았기에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 파악한 절대계 창조주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쳤다.
“파워 오브 엠블렘! 네놈이구나!
세계의 안위를 위협하는 정신체들을 감독하라고 내가 허락한 힘을 영원체에게 돌렸느냐?
어디 있느냐?
당장 나타나지 못하겠느냐!”
정확하게 시선을 맞추지 못하자 바람의 절대자는 사태를 파악했다.
“완전히 파악하신 것은 아니군.
단지 이 방향의 가까운 곳에 뭐가 있다는 정도인가?”
절대계 창조주가 절대계 십중심의 정확한 위치와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대략적인 방향과 거리만 알 수 있다면 차원 방어구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권능이다.’
파워 오브 엠블렘이 분명히 거주구 안에 들어왔다는 판단이 되자 영원체들의 당황은 곧 수습되기 시작한다.
“전면을 모두 쓸어버린다.”
“어떤 은신권능이라도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명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영원체들이 대량포격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자 바람의 절대자는 다급하게 말했다.
“이번 공격은 너까지 못 막는다.
아직 멀었느냐?”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의 대답이 없었다.
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은하유성을 발동하면서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차원창세신 코아의 투기 흐름이 급속도로 가속되면서 회오리가 끝없이 강해지는 것을 본 바람의 절대자는 피식 웃었다.
“후후훗! 이 상황에서 열매를 맺었는가?”
처음 장담은 방어막의 구멍을 일렬로 만들어서 통과하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지금 방어막의 회전이 멈추어서 막혔기에 거기에 맞추어서 위력을 끌어올리는 중으로 보이는군.’
투기를 다루는 초월자들의 정점답게 현황을 파악한 바람의 절대자는 점점 빨라지고, 강해지는 은하유성의 회오리를 쳐다본다.
바로 결론이 나왔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의 투기 제어를 흡수한 은하유성의 투기 회오리가 가속해서 위력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 방어막의 회전은 중요하지 않을 정도인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오의를 정립할 수 있게 잠시 보호해주면 무리 없이 빠져나갈 수 있어 보였다.
“필요한 것은 시간뿐이군.”
바람의 절대자가 가볍게 심장을 치자 백색의 전신 갑옷이 온몸을 감싼다.
툭! 파슛!
태극천검을 오른손에 쥐고서 다시 파란 칼날과 빨간 칼날을 추가하여 참마도(斬馬刀)로 만들었다.
우우우우우웅-!
왼손에 쥔 파멸유혼검이 조상의 가호를 받아서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양손에 검을 쥐고서 차원의 방어구 밖의 영원체들을 쳐다보는 그의 눈의 은은한 백색으로 빛난다.
“시간 정도라면 얼마든지 벌어주마.”
죽음의 투기로 완전히 전투태세에 들어간 바람의 절대자의 모습이 일순 사라졌다.
그리고, 차원의 방어구에서 벗어나자 확실히 존재를 느낀 절대계 창조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자신의 목을 잘라버렸던 섬뜩한 죽음의 감각이 또 밀려온 것이다.
죽음의 기운으로 잘린 목을 붙이느라 고생했던 순간을 떠올리니 신체가 저절로 반응한다.
그대로 몸을 굴려서 바닥으로 낙하한 것이다.
파파파파파파-!
체면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는 필사적인 회피였다.
그러나, 다른 영원체들이 저게 뭐하는 짓이냐는 의문과 조롱의 시선을 보내자 후회가 밀려왔다.
‘또 이 꼴이로군.
십중심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어.
아무리 혼란하고 희생이 있어도 내가 직접 처단해야 했다.
아니면 신족과 마신족에게 끝까지 맡길 것을 잘 못 했구나.’
절대계가 만들어진 시기를 지나서 안정화된 세계에서 눌려있던 정신체들의 불만과 욕구가 터지면서 종족 간의 충돌이 일어났다.
통제해야 할 신족과 마신족조차 계파를 나누어서 싸우기 시작하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정신체를 대표할 힘과 세력을 가진 열 명을 뽑아내었다.
‘십중심으로 임명하고, 영원체와 동등한 대면권과 특권을 베풀었다.
그 힘으로 정신체의 혼란을 수습했는데 그다음에 설마 나의 목을 조를 줄이야?
시간을 되돌아가서 그때의 나를 말리고 싶을 정도로 참으로 어리석은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