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머릿속으로 권능을 구성하는 영창이 울리기 시작한다.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의 결말은 현실에서는 없다.
누군가 돈을 주어서 행운에 기뻐한다면 돈을 잃은 누군가는 불행에 슬퍼한다.
하나를 얻으면 무엇인가 하나를 잃는 것이 진실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현실을 선택한다.
이것이 나의 여왕으로서 권능!
가장 올바른 길을 선택하리라.’
이것이야말로 분석과 지배권능을 가진 프롬 여제와 조합권능을 가진 크롬 공주를 이끌고 오백억 년을 유지하게 했던 그녀의 진실한 힘이었다.
개인의 이익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흑염의 직감권능과는 다른 모든 주변환경과 조직의 운명까지 고려하는 집단을 위한 선택 권능이었다.
사사사사사사-!
아이언에 의해서 그녀는 신계주신 대리라는 높은 지배자가 되고, 이런 피하지 못할 순간이 아니라면 절대로 지금 깨어나지 않았을 선택의 권능이 발휘된다.
그녀의 앞에 놓인 갈림길은 무수히 많았으나, 자신이 이끄는 중앙 신계에 가장 유익한 길을 선택한다.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분이 없으면 이 은하계의 중앙신계는 무너진다.’
결론을 내린 선택의 권능은 냉혹하고 신속했다.
죽어가던 아기를 살린 창조력을 바로 회수해버린 것이다.
팟! 스르르르!
선택의 권능으로 인하여 창조력이 거두어지자 아기는 완전히 건강해졌다가 원래의 운명대로 죽어간다.
두근! 두! 뚜뚝!
없었던 영혼의 통제 대신에 창조력으로 크게 뛰면서 기운차게 피를 돌리던 심장은 바로 약해지면서 멈추어가기 시작한다.
급작스럽게 위급해지는 아기의 용태에 당황한 의사들이 당황해하면서 바쁘게 뛰어나간다.
“심장박동이 다시 약해지고 있다!”
“주사약의 부작용인가!”
“간이 치료장치로는 더는 안 돼!
집중치료실로 옮겨!”
위급해지는 아기가 옮겨지는 모습을 본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용서하렴.
내가 괜한 고집과 욕심을 부려서 너와 모두를 힘들게 했구나.’
이 선택으로 그녀의 신격 하락 징조는 하복부 신력의 원의 차원권능이 방어하면서 다행스럽게 멈추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그렇지가 않았다.
최고위 창조신을 세계의 변화로부터 방어하기 필요한 차원권능의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탓이다.
‘지금의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선택으로 현재는 아주 약간만 바뀌었다.
내가 최고위 창조신이 되는 결과는 변하지 않게 되었다.
천만다행이지만 아직도 문제가 있다.’
아기의 시체를 재료로 신체를 만들어서 부활하는 과거는 지켜졌다.
덕분에 변화가 최소화되어서 세계에 흡수되어 허신(虛信)이 되어야 하는 신세는 면했으나 계속 약해지려는 징후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으으으윽! 설마 지금의 내가 최상의 상태였다니?
아기가 죽는 시간에 조금의 변동이라도 있으면 지금의 나의 강함은 존재하지 못하는가?’
차원권능이 대답한다.
‘아기가 오래 살수록 신체가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잃는 신력과 정기의 양이 많아진다.
여기가 제약의 끝이 아니었다.
영혼이 있었거나 건강했던 육체를 억지로 죽여서 재료로 하여 신체로 만들면 강한 반발력이 생긴다.
그러면 더욱 많은 기억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 상황이 너무나 이상하게 좋았다.
사고로 시공의 구명에서 신령의 상태로 떨어지자마자 가장 신체로 만들기 좋은 영혼이 없이 태어나서 갓 죽은 미숙아가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유모로 정신체는 아니나 강대한 창조력의 재능을 가진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있다.’
영혼이 없이 태어나는 미숙아는 비교적 많으나, 현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창조력을 잠재적으로 가진 지성체 여성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확률로 존재한다.
그걸 생각해보니 지금 자신의 주변 환경의 상태는 거의 기적의 확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운인가?
이게 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우연인가?
나는 그렇게 운이 좋은가?’
절대로 아니었다.
정보행성 코아가 알려준 자신의 과거는 지독한 악운 속에서 발버둥 치는 삶의 연속이었다.
기억과 신격을 전부 정보행성 코아에게 봉인하였다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자신이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
‘그럴 리가 있나!이건 누군가의 조작이고 음모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어!’
성질이 날 대로 난 아이언은 이런 상황을 조성하여 운명을 희롱한 누군가에게 분노를 터트리려 했다.
‘누구냐!
누가 최고위 창조신인 나의 운명을 감….
커억!’
아이언은 ‘감히’라는 단어의 생각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섬뜩한 위기감을 느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한없이 거대한 무엇인가의 그림자가 자신의 신령을 덮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
현세계 전부를 떠받치듯이 왼손 손바닥에 쥐고 있는 무지갯빛의 그림자가 흐릿한 환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손바닥 위의 현세계 내부로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무엇인가를 끄집어내고 있는 회색빛의 그림자도 있었다.
아이언은 직접 쳐다보기는 고사하고 인지하기도 힘든 강대한 두 명의 권능이 현세계와 자신에게 간섭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파악했다.
‘적대할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인 힘의 차이다.
아주 희미하게 읽었는데도 이 정도인가?’
현세계 최강의 영웅신으로서 초월자이면서도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를 혼자의 힘으로 얻었다는 자부심이 송두리째 날아갈 지경이었다.
바뀐 과거에 의해서 떨어지려는 힘과 신격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차원권능이 뒤흔들린다.
자신의 강함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기에 격이 다른 강자를 본 절망은 너무나 컸다.
‘이들 앞에서 나는 벌레보다 못해.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저기까지 도달할 것 같지가 않아.’
현세계를 손바닥으로 떠받치고 있는 무지갯빛의 그림자가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조정하는 회색빛의 그림자를 참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지켜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손가락의 끝을 보니 정보행성 코아가 있었다.
자신 외에 누군가 접속해있었다고 여겼는데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정보행성 코아가 내 운명을 조정하는 매개체였구나.
그러나, 지금의 나는 정보행성 코아가 없으면 단지 신체 능력과 투기만 뛰어난 영웅신일 뿐이다.
버릴 수가 없어.
그럼 무슨 수를 써도 저들의 손바닥 안이다.’
차원권능이 저들의 관리와 관심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벗어날 방법이 정녕 없는가?’
필요하면 현세계의 모든 기반을 들고서 다른 세계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로 불가능하다고 통보된다.
‘힘과 권능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
더구나 저들도 차원권능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지금의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러면 내 차원권능이 작동하지 못해.’
무슨 짓을 해도 저들이 깔아놓은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었다.
잠시 침묵한 아이언은 이빨을 악물었다.
‘으득! 나는 은하유성 아이언이다.
누군가의 꼭두각시는 되지 않는다.
대항할 수 없다면 여기서 그냥 사라지겠다.
자살은 하기 싫다.
마침 적당한 상대도 있군.’
신령만 있지만, 위압감을 느꼈던 절대계에서 막 떨어진 자신의 과거라면 좋은 전투 상대였다.
무엇보다 지금 자신의 운명을 이렇게 애써 조절하고 있는데 동시에 소멸한다면 굉장히 당황할 것 같았다.
‘멋지게 한 방 먹여주고 사라져주마.’
자신의 운명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과거의 자신과 싸울 생각을 굳힌 아이언이었다.
그 순간에 전혀 뜻밖의 감각이 하체에서 느껴졌다.
“아-!”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애잔한 표정으로 아이언의 성기를 앞뒤로 흔들면서 자극하고 있었다.
“제발 힘을 내세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기세가 팍 죽어버린 성기와 자꾸 약해지려는 아이언의 모습을 본 그녀는 더는 범해질까 두려워하지 않았다.
겨우 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 분명히 내 친 아기가 아니야.’
이제 그녀에게 아이언은 자신의 선택으로 조금은 늦추었지만, 원래의 운명대로 죽어가는 아기 대신에 주어진 축복의 아기처럼 보였다.
더구나 항문에 파고든 여왕의 열쇠가 매우 작아졌지만, 전달되는 비장한 감정에 다급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이언님은 지금의 삶을 포기하려 하고 있으셔.
그렇게 할 수는 절대로 없어.’
과거로 돌아오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 탓이었다.
‘나의 잘못된 고집으로 과거와 현재의 아기를 동시에 잃을 수는 없어.’
활짝 깨어난 선택의 권능이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었다.
‘아이언님을 세계의 변화에서 보호하는 차원권능의 강화.’
그 방법의 선택은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지만, 아이언을 선택한 지금의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던 아이언의 성기가 잃어버린 삶의 열정처럼 무척이나 작아졌고, 거기에 따라서 여왕의 열쇠도 작아져서 차원권능도 약해져 간다.
지금 자신의 하복부 신력의 원에 있는 차원권능과 아이언의 차원권능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깨달은 그녀는 결심했다.
‘지금 문제를 유발한 내가 해결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차원공통원소가 또 적용된 차원권능이 다가올 미래를 보여준다.
자신을 현재로 강제로 돌려보낸 아이언이 처음 볼 정도로 강력한 살기와 투기를 뿜어내면서 과거의 자신의 신령과 격돌하려는 모습이었다.
거의 죽어가는 신생아가 이동된 응급실을 차원권능으로 봉쇄한 아이언은 공간 이동해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을 막아선다.
“정보행성 코아에 정보를 넘길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반쯤 죽여주지.”
슬슬 신령에 가진 정기와 신력이 빠져나가려 하자 다급해진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가 막혔다.
멀쩡한 주우주 오리진 차원권능이 상대의 정체를 바로 파악한 것이다.
“이건 또 뭐야?
무척 어리지만 내가 맞잖아?
이 세계의 신체를 보아하니 여기서 부활한 이후인 모양이군.
그런데 왜 나를 막아서?
뭐라?
누군가에게 통제되거나 계획된 운명을 깨닫고 삐져서 이렇게 나온다고?”
혼잣말하듯이 과거와 미래, 현재를 읽어서 응답하는 차원권능과 문답을 주고받아서 상황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도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아오 시바! 불확실한 운명을 통제받는 것이 어때서 이렇게 날뛰어?
먹이 잘 주고 보호가 확실한 새장의 새가 야생의 새보다 몇 배는 오래 살고, 편하다는 사실을 왜 몰라?
무엇보다 상위존재가 가호를 해주면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받을 것이지 이따위로 나와!”
이건 아무리 보아도 가문의 휘광이 싫으니 벗어나겠다는 배부른 도련님의 투정이었다.
용병신으로 지독하게 구른 차원창세신 코아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네가 그렇게 원하는 야생에 풀어놓은 자유로운 새처럼 방치되어서 죽을 고생을 수없이 했다.
그런 고생을 사서 하다니 네가 애냐?
아직 유아신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꼬마가 맞기는 하군.
성향을 보니 그것도 아주 따뜻한 보호 속에서 잘 자란 도련님이야.
크큭!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하다니 팔자가 아주 잘 폈나 보구나.
이걸 기뻐해야 하나?
나를 방해하려 하니 그건 아니군.”
차원권능과 전투와 삶의 경험으로 단숨에 아이언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음침하게 웃는다.
“크크크크크! 나의 생존을 막는다면 나라도 죽인다.
투기와 신체 능력은 꽤 올린 것 같은데 허점이 있구나.
오른쪽 손가락 끝의 아주 약간에 이동도 가능해 보이지만, 너를 처분하기에는 충분하다.”
“!!!”
투기 제어로 최대한 약점을 숨겼는데 바로 파악 당한 아이언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진다.
‘과거의 나는 느낌대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여기서 분명히 죽는구나.’
신체가 없는 신령의 상태인데도 서서히 죽음과 패배의 느낌이 몰려오고 있었다.
“약점이 있는 허술한 접근전 투신을 선택한 네가 나를 막을 수 있겠느냐?
이제 나는 동급의 접근전 투신에게 필패하는 수준에서는 벗어났단 말이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에게서 흑염의 권능이 요동치면서 마신황제의 마력과 결합한다.
“마력과 신력은 왜 그 꼴이야?
차원권능도 너무 형편없구나.
물리 방어력과 완력만 엄청나게 올린 모양인데 후회할 거다.
지금의 나는 그런 존재를 처단하기 딱 좋은 상태로 진화되어 있다.
그리고, 황금의 불변(不變)을 선택한 모양인데 그럼 이건 못 쓰겠구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가진 권능과 마도, 투기가 결합 되면서 신력이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과과과과과-!
지금의 아이언이 꿈꿀 수 없는 조 단위의 최대출력을 선보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너무나 작아진 상대를 내려보면서 선언했다.
“역시 증폭을 못 하는군.
하나만 극한대로 익혀서 변화할 수 없는 완벽한 존재의 한계지.
이 정도의 출력 차이가 나면 아무리 너의 방어력이 뛰어나도 너의 소멸을 이끄는 데까지 칠 초만 걸릴 것이다.
지금이라도 물러서라.
도련님이 된 나라도 지우기는 싫다.
절망을 느낄 정도의 상위 존재의 통제를 받다니 지금의 나보다는 상황이 좋아 보인다.
아까우니 돌아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