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직감으로 느껴지는 힘의 차이는 너무나 명확했다.
이제 뚜렷하게 패배와 죽음이 보이는데도 아이언은 물러서지 않는다.
‘누군지도 모르는 존재의 꼭두각시로 살 수는 없다.
나는 은하유성 아이언!
현세계 최강의 영웅신이며 최고위 창조신이다!’
강함만을 따지면 현세계의 정점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운명의 통제를 벗는 꼭두각시를 벗어나서 영광된 최강의 위치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반드시 정보행성 코아에 치명적인 한 방을 먹여야 한다.’
무지갯빛과 회색빛의 그림자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는 장치가 정보행성 코아였다.
그래서 기억과 신격을 넘기지 못하게 하고, 지성체의 아기 시체를 분해해서 신체를 만들 정도의 신력만 남길 정도로 피해를 줄 생각이었다.
‘정보행성 코아의 기능이 정지되어서 신격과 기억을 넘기지 못한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억과 신격을 정보행성 코아에 저장하지 않아서 기약이 없는 봉인에 들어갈지 몰라도 올바른 길로 보였다.
물론 그런 사장을 모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기가 막힐 뿐이었다.
“하여간 미래나 바뀐 현재나 나한테 왜 이래?
하나같이 나를 끝장내려고 덤비네.
너와 내가 죽으면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지 몰라서 이런 위험을 감수하느냐?”
“목숨을 걸고서라도 고쳐야 할 일이다.”
“엥? 나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진리와의 계약을 잊었느냐?”
“어느 정도는 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아이언은 진리가 정확히 누구이며 그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
단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록을 보았기 때문에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이 인식의 차이는 심각했다.
“응? 진짜 잘 몰라?
어떻게 내가 그걸 무시할 수가 있지?”
차원창세신 코아는 흑마도사 시절에 마도신이 될 수 있는 차원권능을 받는 대가로 진리와 세 가지 서약을 했다.
‘신이 되는 마도(魔道)를 얻은 대가로 진리보다 오래 산다.’
‘근원(根源)의 칭호를 받은 대가로 진리의 도움과 자랑이 된다.’
‘계약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면 이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에 영원히 처하게 된다.’
그중 진리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서 오래 살아야 한다는 약속이야말로 진정한 족쇄였다.
진리보다 먼저 죽으면 모든 세계에서 가장 처참한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바뀐 현재가 서약을 무시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주우주 차원 오리진의 권능이 발동된다.
위이이잉! 타탁!
그러나, 더욱 강대한 차원권능에 튕기면서 답을 내리지 못하자 세게 혀를 찼다.
“쯧쯧! 둘이서 난리를 치다가 뭐가 또 어긋났거나 조작 중이로군.
그러나저러나 나는 진리님의 고삐가 풀리면 한결같이 모두 미쳐 날뛰는구나.
내가 이렇게 성향이 안 좋았나?
나름대로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입장이 안되니 참은 것인가?
왜 스승님이 마신족이 아니라 신족으로 가라고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
조금만 이 길을 벗어나면 이런 무리수를 둔단 말이야.
참으로 아슬아슬하네.”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아비판을 한다.
그리고, 아이언을 노려보는 시선에서는 차디찬 살기가 빛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느냐?
미친 회색이 된 미래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강자라서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너는 나보다 약자로구나.
나를 방해하면 소멸시켜버리겠다.
거기서 비켜라.”
유아신의 모습으로 나타난 바뀐 현재가 가로막고 있는 저 너머의 응급실을 쳐다보는 시선은 다급했다.
‘이 행성의 유일한 아기가 죽어가고 있다.
죽자마자 시체로 신체를 만들어야지 기억과 신격의 손실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때려죽일 철없는 바뀐 현재 놈이 나를 막고 있어!
미래인 미친 회색 자식은 나를 이그드라실에 흑염의 절대자와 같이 영구봉인을 시켰다.
그런데 바뀐 현재는 내 부활을 방해하는구나!’
더는 참지 못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력과 마력, 투기가 하나로 융합되면서 아이언과 자신을 차원권능으로 격리한다.
전투 여파로 인하여 행성과 아기가 부서지지 않게 하려는 조치였다.
구구구구구구구-!
아이언의 황금의 불변(不變)이 섞인 투기의 회오리가 더 강해지자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의 인상이 팍 일그러졌다.
“뭐냐? 그게 황금이냐?
기초만 떼었냐?
그리고, 허점이라니?
그럼 황금이 아니구나.”
우우우우우웅!
분명 위력적이나 이대 황금의 절대자와 유일용신제의 전투를 직접 보았던 그에게는 너무나 부족해 보였다.
“너의 황금의 불변(不變)은 너무 약해.
그걸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아서겠느냐?
너도 미래인 미친 회색처럼 자살희망자냐?
아니면 여기서 나는 또 미친 것이냐?
내가 도련님이 되더니 너무 행복해서 미쳤다니?
정말 별짓을 다 하는구나.”
이제 아이언의 반응은 상관없이 자문자답(自問自答)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마력의 손톱에 모든 힘을 모은다.
완벽한 황금이라면 도망이 답이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승산이 있었다.
“킬킬킬킬! 강자를 몰라보고 죽으려 덤비는 어리석은 나라면 지워도 상관없겠지.
이제 지나가야 하겠다.
너는 시간의 패배자답게 사라져라.”
“너도 무사하지는 못한다.
나는 여기서 굴레를 끊는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의 분노가 폭발한다.
“닥쳐!
네가 나라면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자유보다 통제를 받아도 확실한 출세를 선택해라!
도대체 과거에 홀로 용병신으로 떠돌 때의 쓰린 기억과 아픈 경험은 전부 어떻게 했기에 그따위 철부지 생각을 하는 것이냐?
네가 겪은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좋아 보이더냐?
아주 머릿속이 꽃밭이 되었구나.
보호든 통제든 지켜봐 주는 상위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 줄 모르는 어리석은 도련님은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
빨리 뒈져버려라!”
“!!!”
황금의 불변(不變)이 섞인 엄청난 저지력을 발휘하는 은하유성의 회오리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뛰어들면서 외친다.
“차원권능부터 간다!”
“!?”
차원권능을 극도로 발휘하면서 시공간을 차단하는 투기의 회오리 안으로 도약한다.
파아아아아아!
은하유성에는 원래 차원 이동도 막혀야 하나 아직 미숙하여 몇 군데 있던 틈이 문제였다.
맹렬하게 회전하는 투기 회오리의 어색한 비틀림을 간파해서 투기 회오리를 관통하면서 아이언의 앞으로 쇄도한다.
이렇게 쉽게 돌파당할지는 몰라서 경악한 표정의 어린 유아신의 얼굴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비웃는다.
“푸후후후! 겨우 이 정도로 놀라다니?
여기 세계는 강자가 전혀 없는 모양이구나
너는 진짜로 모두 잊었는가?
이렇게 허점이 많은 투기 회오리라면 절대계의 강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돌파할 수 있다.
절대계의 하위인 주우주에서도 수천 명이 넘는단 말이다!”
이제 생존을 방해하는 처단해야 할 적으로 규정한 바뀐 현재를 경동시키기 위해서 한 말이지만 거짓은 절대로 아니었다.
‘하나의 주우주가 아닌 일천 개 주우주를 통틀어서 한 분석의 결과다.
이걸 돌파하려면 사백구십구 주우주라도 최소한 상급 창조신이 필요해.
다른 주우주라면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같이 데려와야 어떻게 할 수 있겠다.
일천 개의 주우주에서 일천 명 정도만 넘을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오의이기는 하군.
어떻게 신체단련을 했기에 이 정도의 투기 회오리를 일으키지?’
그런 전제조건을 모르고 방금 말이 진실임을 파악한 아이언의 일순간 방어가 흔들린다.
‘절대계도 아닌 하위 세계에서 나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수천 명이 넘는다고?’
조금 더 온전한 자신의 과거에 패배당했다면 억지로 인정하겠지만, 그건 받아들일 수 없는 진실이었다.
지지지지지지!
자신의 강함에 대한 불안은 그렇지 않아도 아주 작은 틈이 있던 황금의 불변(不變)을 더욱 불안정하게 한다.
그리고, 반격의 반응도 늦어지는데 그걸 놓칠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니었다.
“다음은 흑염권능이다.
절대계 최고의 파괴력을 받아보아라!
1성에 폭음(爆音)-! 2성에 뇌음(雷音)-! 3성에 멸음(滅音)-! 4성에 무음(無音)이다.
그 앞에 적은 없다.
폭혈 뇌음(爆血 雷音)!”
이대 흑염의 절대자의 직접 가호를 받아서 최대한 증폭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의 투기가 발산하는 위력이 아이언의 황금 투기의 방어막을 갈가리 찢어발겨간다.
투하하하하하하학-!
“!!!”
현세계에서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황금 투기의 방어막이 으깨지는 모습을 본 아이언은 놀랄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 익혔는지 모르나 습득된 투기 제어로 다급하게 다시 모아서 투기 회오리를 쏘았다.
가가가가가가가가!
급하게 발동된 아이언의 황금빛 투기 회오리와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의 흑염의 투기가 충돌을 시작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만약 차원결계를 치지 않았다면 항성계 전체가 증발시킬 기세였다.
흑염의 투기로 은하유성의 투기 회오리를 분쇄하면서 전진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커다랗게 웃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절대계 최강의 흑염 투기다.
그런데 겨우 그런 초보수준의 황금 투기로 막상막하라니?
기억도 신격도 거의 잃어서 유아신이 된 주제에 진짜 투기만은 쓸만하구나!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크으으으으!”
은하유성은 소용이 없었다.
이제 서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접근을 허용한 아이언은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신령만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에게 접근전은 불리한데 오히려 음침하게 웃는다.
“크크크! 나는 부정한다.
내가 지금 신체가 없다는 현실은 없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주우주 마도신 오리진에 도달한 현실부정의 마도가 잠시 신체를 구현한다.
“그럼 신체 능력도 어느 정도인지 볼까?”
“윽!”
신체조차 구현하는 마도에 놀라는 아이언에게 마도 오라까지 발동하면서 직접 충돌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서로의 주먹과 발이 급소를 노린다.
그런데 아이언의 공격이 흑염의 직감 때문에 철저히 피해지고, 흑염의 투기를 두른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의 공격은 무자비하게 적중되며 뒤로 날려버린다.
꽈꽈꽈꽈꽈꽈꽈꽈꽈꽈꽈-!
믿을 수 없는 회피력과 속도에 어떤 공격도 성공시키지 못한 아이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러섰다.
“이럴 수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은 차원창세신 코아도 내색은 하지는 않았으나 많이 놀란다.
일방적으로 때린 주먹과 발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폭혈 뇌음(爆血 雷音)에 파호톤까지 사용하면서 때린 내가 더 피해를 보았다.
무슨 신체가 이렇게 단단해?
이거 최고위 창조신의 신체가 맞아?
아무리 보아도 신체는 황금일족에서도 거의 후계급이다.
미숙하여 생긴 허점만 없었다면 도망쳐야 할 상대는 나였구나.’
수련을 더 해서 미세한 허점들만 없애고 나왔다면 자신의 어떤 권능이나 마도, 투기가 통하지 않을 강자가 바뀐 현재라니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러나, 이미 되돌릴 수 없다.
끝났거든.’
일순간 서로 접근하면서 몇 차례의 공방을 펼치자마자 결과를 내어버렸다.
‘잘 큰 것 같기는 한데 아깝군.’
지금 아이언의 오른쪽 약지 손가락 끝에는 회색빛 바늘이 박혀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툭툭툭툭-!
‘저 작은 약점을 찌르기 위해서 내 마력과 신력, 투기를 바늘처럼 가공하여 몰아넣었다.
저걸 맞은 이상 끝난 거지.’
자신이 맞았다면 곤죽이 된 내장을 토해내면서 바로 쓰러져야 한다.
바뀐 현재는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지만 한계였다.
‘움직일 수는 없어.
바늘 형태로 신체 내부로 투입된 마력과 신력, 투기가 신체 내부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하니 말이야.
그런데 정말 대단하기는 하구나.’
아이언이 피를 토하지 않고, 묵묵히 손가락 끝에 깊이 박혀서 피를 뽑아내는 바늘만 쳐다보고 있자 질려버릴 지경이었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단련된 신체로군.
조금만 더 수련해 왔다면 진짜 위험했다.’
황금 투기로 파괴의 진행을 억지로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뽑을 여력이 없어 보이니 이걸로 승부는 끝난 것이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신령에 무리를 주는 신체 구현을 취소하면서 말했다.
“대화를 한 걸 빼면 정확히 칠 초다.
네가 완전한 황금의 불변(不變)을 선택했으면서 불완전을 용인한 순간부터 이 결과는 정해진 것이다.
나는 그 약점을 놓치지 않았기에 이렇게 허무하게 승부가 났다.
지금의 너는 나의 상대가 절대로 못 돼.
너는 황금이 아니라 결국 도금한 가짜에 불과했어.”
아무런 약점이 없이 완벽해야 황금인데 미숙하니 가짜라는 폭언이었다.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한 아이언은 반박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손가락 끝에 박힌 바늘에서 뿜어지는 신력과 마력, 투기의 폭발을 막기도 벅찼기 때문이다.
“….”
이미 신체 안으로 파고들어 온 바늘을 전력으로 막기 위해서 필사적인 아이언을 차원창세신 코아는 스쳐 지나쳐서 말한다.
“거기에는 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차원권능과 마도신이 가진 현실부정의 소멸의 마력이 같이 담겼다.
세계로부터 완전히 부정되어 허신(虛神)이 되지 않는다.
진리님의 심판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완전히 존재가 사라진다.
그러니 발악하지 말고 조용히 끝내라.
추하다.”
“….”
실제 능력은 거의 대등했으나 전투 내용에서 완전한 패배였다.
바늘을 뽑을 힘이 없다는 사실을 깨끗하게 인정한 아이언은 커다랗게 한숨을 쉬었다.
“하-! 이 정도 힘이면 현세계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가 달라지면 나는 겨우 이 정도인가?”
이제 오른쪽 손가락에 박힌 바늘에서 터져 나오는 힘을 억제하지 않는다.
신체 전부를 파괴하기 시작한 힘을 느끼면서 허무한 시선으로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현세계 최강의 존재가 되어서 영원히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약했는가?
너무나 헛된 꿈을 꾸었구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아기가 죽어가는 응급실의 문을 통과하면서 말한다.
“어리고, 어리석구나.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는 이상이 가장 어려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