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1====================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프롬 여왕은 인간으로서 최고 경지의 초능력자이며 나이는 조금 들었지만, 엄청난 미녀였다.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이면서 과학자, 거기에 자연적인 절세미녀의 조합이면 다시 나타나기 힘들 정도다.
더구나 태어나는 자녀들도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인간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작품이나 마찬가지이지.
프롬 여왕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육체에 미련을 가졌다.’
비록 철저하게 유전자 위주로 대공을 선택해서 잘 낳았지만, 태어난 공주들의 능력을 고려하면 솔트가 생각해도 그 가치는 무한했다.
‘아무리 내가 유도한 불치의 병에 걸렸지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육체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뇌의 극히 일부만 뽑아내 기계 몸에 이식했지.
나머지 육체는 병을 치료하면 다시 돌아갈 기회를 남기기 위해서 전부 영구보관을 명령했다.’
솔트도 초능력자로서 경이로운 능력치를 보이는 프롬 여왕의 육체를 제국 최고 보물로 인식했기에 철저하게 시행한다.
‘여왕의 육체를 보관하고 있는 위치는 본인만 안다.
나도 당연히 특급 비밀이라 몰랐는데 아이언님의 말을 듣고 보니 역시 여왕의 침실이 가장 유력했다.’
확실히 협상의 재료로는 아주 좋았다.
그러나, 기계 인간이 된 프롬 여왕 개인에게는 쓸모없는 육체를 통한 협박이 통할지는 미지수였기에 충심으로 조언한다.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된 지금 프롬 여왕에게는 육체를 미끼로 한 협상이 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프롬 여왕은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된 이후로 변했습니다.”
“호오? 근거가 있느냐?”
아이언은 별 흥미가 없는 듯 여왕의 침실을 향해 걸어가면서 묻는다.
솔트는 처음의 조언이 가장 중요하기에 신중한 어조로 말한다.
“지금 프롬 여왕은 공주들의 친부인 대공을 공개 처형하면서도 아무런 감정의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나 아끼던 크롬 공주가 선처를 애원했는데도 말이지요.
육체도 이미 처분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국 지배층에 경종을 울린 대공의 공개재판과 공개처형은 법으로만 보면 정당했다.
그런데 여왕 개인으로서 결과는 참혹했다.
‘여왕으로서 당연하나, 아내나 어머니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이지.
극악무도한 범죄조직과 연계하여 사익을 취한 대공이 죽을죄를 지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아버지를 잃은 딸들의 심정을 읽지 못했다.’
후계자인 크롬 공주가 은거해버리고, 에메랄드 공주는 해적 여왕으로서 제국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대사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똑똑한 프롬 여왕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대공과 같이 공개 재판정에 섰던 솔트에게조차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기계 인간은 감정을 모르는 것인가?
지배자로서 공정함이 우선인 줄 알았는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어.’
이 일로 이미 감정을 완전히 잃었다고밖에 볼 수 없기에 자신의 과거 육체조차 필요 없다고 버릴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아이언은 기계 꽃으로 변한 솔트의 생각을 전부 읽을 수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벌써 자신의 남편인 대공을 공개처형을 했는가?
빠르기도 해라.
그럼 네 말대로 인간 육체는 협상 자체가 안될 수 있겠구나?”
“필요 없으면 전부 처분할 것입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냉동보존을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프롬 여왕이 자신의 신체와 소유에 어느 정도 애착을 두고 있었는지 잘 아는 아이언은 여왕의 침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벌컥!
“과연 그럴까?
너는 최고 권력자의 집착과 소유욕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구나.”
거기에는 파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반듯하게 누워있는 자세로 순간 냉동되어 투명한 얼음에 들어간 프롬 여제의 수정관이 있었다.
“훗! 잘 있지 않은가?”
“으음.”
여왕의 왕관과 복장을 갖추고, 수정관 속에 얼어있는 그녀의 모습은 위엄이 넘치면서 아름다웠다.
그리고, 얼마나 보관에 신경을 썼는지 넓은 침실이 생명 유지장치로 꽉 차 있을 정도였다.
아이언은 프롬 여왕의 수정관을 쳐다보면서 기쁜 미소를 지었다.
“최상의 보관상태다.
바로 부활 작업이 가능하겠어.”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어서 더없이 냉혹해진 프롬 여왕이 설마 이렇게까지 필요 없는 육체에 신경을 쓸지 몰랐던 솔트에게 아이언은 차분하게 설명을 한다.
“최고 권력자는 소중하고 쓸모 있다고 생각한 자산은 단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수리만 하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기계 인간이 되어 이제 필요가 없어진 육체도 그러하지.
그리고, 유사시에 제국을 이어줄 후계자인 공주들도 마찬가지이다.
원래의 관계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감수할 것이다.”
수정관 주변에 있던 경계장치를 모두 해제한 아이언은 냉동을 풀면서 명령했다.
“수련 외에 귀찮은 것은 질색이다.
네가 여왕과 협상에 나서라.”
“맡겨만 주십시오.”
신족으로 군주를 바꾸고, 드디어 첫 번째 명령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보일 기회이며 왜 일부러 구했는지 깨달은 솔트는 의욕이 넘쳐흘렀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는다.
내 성향은 일인자는 안 돼.
이인자로 만족하자.’
제국의 왕이 되기 위해서 프롬 여왕에게 본격적으로 도전했다가 패배하고 나서 곰곰이 원인을 분석해보니 결국 자신의 성향 문제였다.
‘나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누구보다 유능한 관리자는 될 수 있지만, 지배자로는 부족하다.
완전한 기계 인간으로 만드는 과정에 나의 명령장치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나와 기계 귀족 극히 일부밖에 모른다.
그들이 사실을 여왕에게 고발하지 않았으면 실패할 리가 없었다.’
실패 원인은 절대로 배신할 리가 없다고 믿었던 심복 중 하나가 배신한 것이다.
‘기계 귀족들은 프롬 여왕과 나를 제국의 지배자로서 저울질했다.
그리고, 프롬 여왕이 낫다고 생각해서 바로 갈아탔다.’
표면상으로는 같은 기계 귀족인데 배신당해서 처음에는 분노했다.
하지만, 곧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냉정하게 나 자신과 프롬 여왕을 왕으로서 비교하고 분석하자 이해가 가는 결정이었다.
내가 왕이 되면 제국은 초능력자와 기계 귀족들로 인하여 두 조각이 난다.
그럼 앙숙인 연합에 차례로 먹힌다.
아직은 평범한 인간이 주축인 연합은 기계 귀족을 아주 싫어하니 프롬 여왕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실패한 원인을 파악한 솔트는 두 번의 실패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머리를 굴린다.
여왕의 침실 안에 보관장치의 수준은 제국의 과학 수준을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프롬 여왕의 육체가 이렇게 보관할 가치가 있다면 확실히 협상할 가치가 있겠어.’
이제 여왕이 아닌 여성으로서 가치를 냉정하게 산정한다.
‘초능력 발생부위를 기계 인간의 몸체에 이식하여 초능력을 쓸 수 없어도 연합이 포기한 불모 지역에 제국을 만든 은하계 최고의 과학자의 두뇌가 남는다.’
이것만으로도 막대한 가치였는데 그녀는 여성이었다.
‘프롬 여왕은 그다지 뒤지지 않는 초능력과 재능을 가진 크롬 공주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거칠기 짝이 없는 우주 해적들을 통솔하는 지배력과 전투력을 가진 에메랄드 공주까지 얻었지.
가장 적합한 유전자를 받아서 임신해도 항상 좋은 결과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은하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초능력자를 탄생시킬 가능성을 가진 모체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만에 하나 크롬 공주와 같은 초능력자와 지배자로서 자질을 가진 존재가 다수가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본다.
‘프롬 여왕은 두 명만 낳으면서 이제 충분하다고 멈추었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공주를 열 명만 낳았어도 연합과 결판을 냈어.
이건 확실한 협상 재료로군.’
여왕의 신하라는 입장에서 벗어나니 이제야 제대로 프롬 여왕의 육체 가치를 파악한 솔트는 해바라기 꽃의 중앙에 나타난 눈이 빛난다.
‘프롬 여왕의 성향을 나만큼 아는 존재는 없다.
이 협상은 확실히 내가 할 일이야.’
나름대로 얼마나 뜯어낼 수 있을지 파악한 솔트는 아이언의 명령을 기다렸다.
“협상 재료는 두 가지다.
육체의 부활과 크롬 공주의 후계자 복귀다.”
“예! 그럼 제국의 일 할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
갑자기 나온 엄청난 협상 대가에 동면의 해동을 시작하는 아이언의 손이 멈추었다.
자신이 생각하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이제 직접 보면서 묻는다.
“너는 그 정도나 가능하냐?”
“제가 아는 프롬 여왕의 성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충분합니다.
이 할까지 넘겨줄 것입니다.”
“….”
마지막 순간 넘치는 욕심에 실수했지만, 개국공신이라서 프롬 여왕의 성격은 훤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감이 넘치는 솔트의 대답에 아이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지성체들의 나라인 제국의 지배권은 필요 없다.
내가 바라는 것은 따로 있다.
프롬 여왕은 육체의 부활 대가로 내 유모가 되어야 한다.
크롬 공주의 복귀 대가로 여왕의 명예 대공 자리를 달라는 정도다.”
“!!!”
이번에는 솔트가 너무 놀라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님. 죄송합니다만 대가가 너무 작습니다.
제국에서 대공은 아무런 권력이 없습니다.
여왕의 명목상의 남편인 명예 대공이면 어떤 가치도 없습니다.
프롬 여왕은 전대 대공을 공개 처형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습니다.”
살을 맞대고 딸까지 낳은 진짜 대공도 그렇게 했는데 명예 대공이라면 더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그러나, 아이언은 그렇게 안 될 자신이 있었기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안다.
후계를 낳은 상태에서 아무 능력도 없는 대공이 설치니 거추장스러워서 치웠겠지.
그러나, 그녀는 나의 적합자다.
유모로서 원한다.”
과거 변화로 인한 흐름의 조정으로 없었던 일이 되었지만, 이미 겪었던 상황이기에 자신감 있게 말한다.
그런데 솔트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해바라기 꽃으로 만들면서 말한다.
“유모가 필요하시다고요?
그러시기에는 조금 크신 것 같습니다.”
“….”
유아신을 벗어나기 시작한 아이언은 이제 소년신이었다.
솔트가 보기에 엄마 젖을 찾을 시기가 한참 지난 것이다.
‘제국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명예 대공과 인간의 유모를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이 탐내다니?
이건 아무리 보아도 다른 이유가 있어.’
솔트의 민감한 감각에 이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무엇인가의 중간단계라는 추측이 된다.
그런데, 살짝 감정이 상한 은은한 투기가 아이언에게 풍겨 나오자 재빨리 말을 한다.
“기본적으로 명예 대공과 신족의 유모를 협상 대가로 받아오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쉽습니다.
그 이상을 바라신다면 지금 말씀해주십시오.”
“….”
협상을 나서면서 명확한 목표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리겠다는 솔트에게 숨기지 않고, 최종 목표를 말한다.
“나는 제국 여왕이나 은하계 전부를 다스리는 은하제국 여제의 대공이 된다.
물론 나는 신족의 창조신이니 지성체를 직접 지배하거나 간섭한 생각이 없다.
번성만 해주면 충분하고 후견자으로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
그리고, 지금은 내 유모이나 제국의 여왕을 벗어나서 초월자가 되거나 죽으면 내 후궁이 되어주면 좋겠다.”
신족과 적대시하는 고대문명의 후계자 중 하나인 프롬 여왕이다.
그런 입장이니 당연히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제외했던 목표였다.
“….”
잠시 곰곰이 생각한 솔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말한다.
“그럼 가능합니다.
프롬 여왕의 첫째 관심사는 제국이지 자신의 정조가 아닙니다.
제국의 여왕으로서 절대 권력에 도움이 된다면 누가 대공이 되든 별 관심이 없습니다.”
공개 처형된 대공을 선발한 방식이 뛰어난 후계자를 낳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남성들의 검색이었다.
‘여왕에게 도전할만한 권력을 가진 가문은 가장 먼저 제외했지.
강대한 힘을 가진 최고위 창조신이 대공이자 여왕의 후견인이 되는데 정말 제국의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면 무엇보다 환영할 것이다.’
최종 대공 후보들을 자신이 추천했으니 당연한 판단이었다.
신족을 경계하는 프롬 여왕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아는 솔트에게 죽은 이후에 창조신의 후궁이 되는 일도 큰일이 아니었다.
“아이언님의 후궁이 되는 문제는 지금은 문제가 있습니다.
제국 여왕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겠지.”
아이언도 그렇게 생각해서 협상 자체에서 빼버린 것이다.
그런데 솔트의 생각은 달랐다.
“그러나, 제국의 여왕이 아닌 죽은 이후라면 다시 생각할 것입니다.”
“응?”
“프롬 여왕은 고대문명의 후계자로 이 세계를 신족이 지배한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여왕이 아닌 다른 신분으로 무작위 환생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죽은 이후에 창조신의 후궁이 된다는 사실을 이건 다르게 생각하면 사후 보장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혼을 관리하는 신족이며 최고 지배층인 최고위 창조신의 후궁이 되어 신족의 지배층이 된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일 겁니다.”
“….”
똑같은 사건이라도 생각하는 주체나 방식이 달라지면 확연하게 내용과 결과가 달라진다.
아이언은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부하를 처음 보았으니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협상이 귀찮아서 맡기려고 먼저 뽑았는데 정답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