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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自由)와 통제(統制)
물론 똑똑한 부하답게 믿기가 힘들고, 지성체라서 종합적인 능력 면에서는 신족과 비교할 가치도 없이 부족했다.
‘아무리 관리로서 뛰어나다 해도 초능력도 없는 지성체의 과학자다.
은하제국의 기계 관리나 맡기려고 했는데 이런 재능도 있었나?’
지금 장담한 말로는 자신보다 훨씬 나은 협상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았다.
아무리 부족한 부하라도 적재적소로 배치하면 직접 나서는 것보다 굉장한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지식의 진위에 대해서 재인식하는 순간이었다.
“바라시는 것이 정말 더는 없으십니까?”
“훗! 좋아!
맡기겠다.”
자신이 직접 나섰던 경우에는 많은 시간 동안 도움을 주면서 신뢰를 얻어 명예 대공과 유모를 받아내는 것이 한계였다.
이번에는 솔트에게 전적으로 협상을 넘겨 보기로 한 아이언은 똑바로 바라보면서 명령한다.
“내 의도는 적합자인 프롬 여왕과 공주들이 내 유모가 되고, 죽거나 초월자가 되면 후궁이 되는 것이다.
그 대가로 제국은 은하계를 총괄하는 은하제국이 된다.
은하제국은 모든 행성에 지성체를 번성시켜 많은 정기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여제의 후견자가 되어주며 직접 지배는 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으로 프롬 여왕이 악감정을 가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협상해서 좋은 결과를 내라.
그러면 너를 기계 신이 되게 해주마.”
신족에 대한 상세한 정보까지 알려주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반드시! 만족하실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드디어 나온 명확한 목표와 정보, 엄청난 보상인 기계 신이 된다는 말에 전신에서 흥분의 빛을 내뿜는 솔트였다.
슈우우우우우-!
해바라기 꽃에서 원래의 기계 인간 형태로 변해서 여왕의 알현실로 달려갔다.
그런 솔트의 열성적인 모습을 본 아이언은 가만히 중얼거렸다.
“시켜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처럼 직접 나서면 된다.
이렇게 맡기는 방식이 더 좋은 것 같아.
이번에 잘 되면 나는 수련에만 집중한다.”
나름 좋은 성과를 기대하면서 프롬 여왕의 육체의 해동과 부활작업을 시작했다.
솔트는 기계 꽃이 되어서 본성의 인공지능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얻었지만, 알현실을 무력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보아도 지금은 프롬 여왕이 자신의 기계 몸의 팔다리를 자르고, 지하감옥에 가둔 복수를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프롬 여왕님이 죽은 이후에 새로운 주군이 된 아이언님의 후궁이 된다면 최대한 잘 보여야 한다.
결국에는 상하관계가 변하지 않는군.
후우-! 능력의 차이겠지.’
반역했는데도 살려준 것은 큰 은혜였다.
기계 꽃의 권능으로 다시 획득한 기계 재상의 신분으로 정중하게 요청한다.
“프롬 여왕폐하! 기계 재상 솔트가 알현을 신청하옵니다.”
기계 귀족들과 초능력자 귀족들이 모여서 심각한 회의 중인 알현실에 커다란 안내음성이 울린다.
“!!!”
“!!!”
“!!!”
솔트 재상이 이미 반역으로 처분된 사실을 전부 알고 있던 모든 존재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음성이었다.
장막 너머의 왕좌에 앉은 프롬 여왕의 음성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솔트는 재상이 아닌 탈옥범이다!
드디어 본성 중앙 컴퓨터에 고장이 났느냐?
자체점검을 시작해라.
필요하면 기능을 멈추어도 좋다.”
기계 귀족과 고등 기계를 주로 관리하던 솔트 재상이 사라져서 혼자서 통제를 하느라 무리를 한 그녀의 음성에는 기계 인간답지 않은 피곤이 묻어났다.
그런데 알현실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자신감 넘치는 음성이 울렸다.
“이 정도의 공백으로 문제가 발생하다니 역시 그 기계 몸으로는 본래의 육체에 비해서 지배의 초능력이 떨어집니다.
점검해보니 본성의 통제에 한계가 오고 있습니다.
기계 귀족 몇 명에게 시범적으로 분할을 해서 맡겼다가 폐기하신 기록도 있더군요.
저는 혼자서 한 일을 다른 기계 귀족들은 나누어서도 못 하다니 참으로 무능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니 제가 아니면 누가 제국의 기계 재상이 될 수 있겠습니까?”
“….”
솔트가 모두의 몸을 멈칫거리게 할 정도로 기세를 내뿜으면서 걸어오자 자연스럽게 여왕으로 가는 길이 열려 진다.
특히 일부 고위 기계 귀족들은 솔트가 너무 멀쩡하게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너무 놀라서 오작동이 일어났는지 몸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여왕의 제단 아래에 서서 무릎을 꿇지 않고, 허리만 숙인 솔트가 본성 컴퓨터의 기계 통제권을 넘겨받는다.
파파파파파!
여왕의 기계 몸에 집중되던 막대한 연산부담이 솔트에게 전환되었다.
새로 얻은 기계 꽃의 뛰어난 연산력과 과학자로서 판단력으로 수월하게 모든 안건과 문제를 처리한 솔트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보고한다.
“오래간만에 기계 재상으로서 알현실에서 뵙습니다.
이제 부담이 줄어드셨다면 협상을 요청하옵니다.
프롬 여왕폐하.”
뜻밖의 솔트의 출현에 잠시 대답을 하지 않으면서 생각에 빠진 프롬 여왕은 조용히 말한다.
“제국 귀족의 도움도 없이 어떻게 혼자서 탈옥했는지 의문이었다.
연합의 비밀공작이라고 생각해서 정밀탐색을 하고 있었는데 아니었구나.”
긴급회의는 누가 솔트 재상을 구출했는지 범인을 색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제국 귀족은 아무도 혐의가 없자 외부의 도움이라 판단하고, 본성을 정밀 파악하려는 중이었다.
그런데 탈주범이 이렇게 멀쩡하게 나타나자 상황을 짐작한 여왕의 기계 몸의 손아귀에 왕좌의 손잡이가 으깨진다.
우드드드드드!
그녀는 뛰어난 분석력으로 솔트가 지금 가진 기계 몸이 무엇으로 변했는지 파악한 것이다.
“그 기계 몸은 제국이나 연합의 것이 아니다.
훨씬 고등한 기술이 적용되었구나.
누가 도와주었느냐?”
“아주 운이 좋았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도움이 오더군요.”
“참으로 뻔뻔하구나!
감히 그들과 손을 잡았느냐?”
유일한 가능성은 고대문명을 멸망시켜 그렇게나 꺼리던 신족의 힘이었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할 말이 아니기에 돌려서 추궁한다.
“나라가 아니라 종족을 갈아탔구나!
제국이 아니라 인류를 배신한 것이냐?”
은하계 최강의 초능력자인 프롬 여왕의 기세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솔트는 지극히 여유롭게 대답한다.
“여왕폐하. 왕좌의 수리금액은 왕실예산의 배당금에서 삭감하겠습니다.”
은하계 최강의 초능력자라고 해도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의 권속이나 다름없는 솔트가 겁을 먹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세계의 지배자인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의 부하가 되었다.
그리고,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기계 꽃이 된 이상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너무나 수월하게 기계 재상의 신분을 되찾아서 기계 꽃의 위력을 확인한 솔트의 자신감 넘치는 반응을 확인한 프롬 여왕은 확인하듯이 묻는다.
“왕실 배당금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세뇌는 안 되었군.
정녕 그대가 맞는가?”
“어느 정도 경지가 넘어가는 존재는 세뇌가 안 된다는 사실은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저는 분명 마지막 순간까지 여왕 폐하의 충실한 신하인 기계 재상 솔트입니다.”
프롬 여왕을 자신이 명령 권한을 가지고 있는 완전한 기계 인간으로 만들어 제국을 암중에서 지배하려던 반역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당당한 태도였다.
이미 반역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제국의 귀족들도 혼란해 하는 상황에 프롬 여왕은 추궁을 시작한다.
“그대가 제국과 나의 신하라면 나에 대한 반역 사실은 어떻게 변명하겠는가?”
공개재판에서 유죄로 판정 난 이런 불필요한 대화를 끝내고, 처단할 생각인데 뜻밖의 날 선 대답이 돌아온다.
“제국은 적대적인 연합과 전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불치병에 걸리셨다면 걸출한 후계자이신 크롬 공주님에게 양위하고, 상왕으로서 영광스럽게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검증되지 않는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는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제가 몇 번이나 은하 최강의 초능력이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는 아직 불완전한 수준이라고 말씀드렸는데도 말입니다.”
“….”
“….”
실제로 솔트가 만든 완전한 기계 인간이 평범한 인간 대상으로는 아주 완벽한데 초능력자에게는 아직 불완전한 부분이 있다고 발표한 사실을 알고 있는 귀족들은 침묵했다.
솔트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면서 간절한 음성으로 외친다.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권력욕에 판단력이 흐려진 군주를 그대로 모실 수는 없었습니다.
불완전한 초능력자용 기계 몸은 폭주의 위험까지 있었습니다.
제가 극히 일부의 제어권을 가지려 했던 것 또한 여왕님에 대한 충성이었습니다.”
어리석어진 군주의 실수를 방지하고, 폭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넣은 제어장치라는 변명이었다.
그런데 솔트의 반역에 대한 고발을 접수하고, 자신의 기계 몸에서 제거한 제어장치의 높은 수준을 보면서 간담이 서늘했던 프롬 여왕으로서는 생각해볼 가치도 없었다.
그만 닥치라고 일갈하려는데 솔트가 핵심적인 부분을 가지고 지적한다.
“저의 우려대로 지금 여왕 폐하의 상태가 지극히 안 좋습니다.
제 기계 몸은 아직 고위 초능력자의 초능력을 장기간 감당하기 힘듭니다.
바로 새로운 완전한 기계 몸이 필요하십니다.
그런데 그것도 임시방편입니다.”
“흐으으으음!”
실제로 점점 기계 몸이 조금씩 이상해짐을 느꼈던 프롬 여왕은 신음을 흘렸다.
‘제국의 기술로도 완전한 기계 인간의 전면 수리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제조는 개발자인 솔트만이 가능해.
그런데 예비품이 없다.’
대공도 처형했는데 반역자를 살려놓은 이유였다.
그런데 혼잣말처럼 흘러나오는 작은 비밀통신 소리에 저절로 관심이 쏠려진다.
‘제일 좋은 방법은 다시 건강해진 육체로 부활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전하의 불치병을 치유하는 방법을 가져왔습니다.
점점 망가지는 기계 몸을 버리시죠.
그럼 은하계 최고의 초능력자로서 제국의 위대하며 유일한 지배자로 돌아오실 수 있습니다.’
“!?”
갑자기 나타나서 제국의 의료진이 전부 포기한 불치병을 치료할 방법이 있다니 프롬 여왕은 경악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고대문명을 멸망시킨 신족의 도움임을 짐작한 프롬 여왕은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병을 주고 약도 주겠다는 것이냐!
내 병이 네놈의 수작임을 모를 줄 아느냐?’
도대체 누구를 배후로 삼았는지는 모르나, 인류의 적이나 마찬가지인 신족을 등에 업고서 나타난 반역자가 반가울 리가 없었다.
그래서 독기어린 추궁에 솔트는 천연덕스럽게 받아쳤다.
‘의료진의 진단결과를 다시 보고드립니다.
폐하의 병은 체질에 근거한 선천적인 질병이십니다.
지금처럼 무리하시면 언제든지 발병하거나 악화할 수 있습니다.’
‘….’
솔트가 여왕에게 썼던 마이크로 로봇도 고위 초능력자에게는 큰 효과가 없었다.
‘제국의 외료진이 어떻게든 여왕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는 허무했다.’
인간의 육체에 너무 많은 초능력과 재능이 담겨있어서 발생한 문제라서 해결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과도한 업무와 초능력 사용으로 발생한 스트레스가 주원인인 불치병입니다.
은하계 최강인 폐하의 초능력을 이길만한 독약이나 기계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모든 제국 귀족이 알고 있는 불치병의 원인과 일치한다.
그리고, 이 말을 거부하면 프롬 여왕이 은하계 최강의 초능력자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기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솔트의 비밀통신이 계속 날라온다.
‘이제 시험은 그만하시지요. 프롬 여왕폐하.
그동안 신족에 관한 정보를 통제하시면서 찾으시던 복수의 빛의 날개를 가진 고위신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고대문명을 멸망시켰던 주신이 아니라 상위의 창조신입니다.’
‘!!!’
장막 너머 프롬 여왕의 기계 몸이 진동하는 모습을 파악한 솔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전언을 보낸다.
‘저를 구한 존재는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이라고 합니다.
그분이 여왕님과 협상하라고 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나 원하시던 고위 신족과의 협상 기회입니다.’
‘신족의 부하인 천족이나 마족이 아닌 고위신이 확실하겠지?’
‘생체와 기계가 조합된 저의 새로운 기계 몸을 분석하소서.
이런 걸 쳐다보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완성을 시켰나이다.
이건 천족은 불가능한 기적이옵니다.’
프롬 여왕은 이제까지 은하계에서 천족과 마족밖에 못 보았는데 갑자기 고위 창조신이 나타났다니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증거는 확실히 앞에 있었다.
‘너의 기계 몸을 그런 수준으로 순식간에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존재는 은하계에는 확실히 없다.
고위신을 만난 것 같다면 언제나 꺼림칙하던 신족과 대화의 기회가 맞다.
그런데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고대문명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몰살시켰던 그런 잔혹한 존재가 아닌가?’
고민에 빠지는 프롬 여왕에게 솔트는 자신이 파악한 프롬 여왕의 속마음을 들추어낸다.
‘고민하지 말고, 협상하소서.
저를 지하감옥에서 구해준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님의 힘의 진정 위대합니다.
여왕 폐하께서 제국을 만드시고 바로 원하시던 영원한 젊음은 이미 보장받은 것과 같사옵니다.
육체의 완전부활은 이미 약속받았습니다.
그리고, 죽은 다음에 오는 환생의 반복에서 벗어난 진정한 권력조차 하시기 나름입니다.
이 모든 것을 영원히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제국에 아무런 피해 없이 원하시던 대부분을 손에 넣으실 것 같아서 기쁘게 나섰습니다.’
‘….’
프롬 여왕의 대답은 한참 없었다.
허나, 지금 당장 처분 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정확하게 속마음을 찍어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음을 파악한 솔트는 여유로웠다.
곧 프롬 여왕의 결정이 내려진다.
“모든 오해와 혐의는 풀렸도다.
원래 직위로 복귀하라.
솔트 기계 재상.”
“영원히 아름다우실 여왕 폐하께 봉사할 수 있게 되어 무한의 영광이옵니다.”
움찔!
영원과 아름답다는 말에 장막 너머의 프롬 여왕의 기계 몸이 가장 큰 흔들림이 보였다.
그 반응을 본 솔트는 역시라는 듯 속으로 크게 웃었다.
‘후하하하하! 은하계 최고 미인이라고 칭송받던 프롬 여왕님이 아무리 잘 만든 기계 몸이라고 만족하실 리가 없지.
역시 협상이 순조로울 것 같으니 오래간만에 내 업무도 처리하자.
아무 이익도 없는 배신자 색출 및 처단보다는 위로금과 뇌물이나 다시 받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