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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463화 (1,464/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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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自由)와 통제(統制)

솔트는 자신을 배신했다고 추측한 기계 귀족들에게 비밀통신을 보낸다.

그것은 당당한 축하와 위로금 요구였다.

‘몰수당했던 원래 재산은 복구했다.

그보다 더욱 막대한 금액을 벌어들인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죽었다 살아난 이런 상황에서 요구하는 금액은 귀족이라고 해도 기겁을 할 정도로 거액이다.

그러나, 기계 귀족들은 솔트가 감정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종류의 인간이며 재상으로 복귀한 이상 적극 협조를 해야 하기에 바로 지급한다.

비이이이! 삐이이이!

기계 귀족들의 기계 눈동자가 빛나면서 난무하기 시작한 통신과 계좌 이체를 지켜보는 초능력자 귀족들의 심정은 복잡했다.

‘기계 귀족들의 공개적인 뇌물 바치기가 시작이군.’

‘여왕님은 왜 저런 부패한 귀족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거야?’

‘그보다 도대체 저놈들은 왜 저렇게 사는 거야?’

‘기껏 벌어들인 돈을 솔트에게 거의 뜯기면서 붙어있는 이유를 모르겠어.’

‘그럼 이제부터 솔트는 자기 외에는 뇌물 받는 것을 금지하겠지.’

‘무슨 일이 있으면 선심을 쓰거나 지시할 일이 있으면 조금씩 나누어주면서 말이야.’

‘다시 똘똘 뭉쳐서 덤비겠어.’

전형적인 군인인 초능력자 귀족들에게 저런 뇌물을 주고받으면서 생기는 유대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솔트를 직접 배신하지 않은 하위 기계 귀족들이나 기계 재상으로 복귀하니 기꺼이 성의를 보인다.

‘여왕의 신임을 받는 솔트 재상은 돈의 귀신이었지만, 받은 만큼 해주는 확실한 해결사이다.’

‘얼마를 주든 남는 장사다.’

정확한 뒷배가 없는 그들로서는 오히려 솔트의 재상 복귀를 반기는 쪽이다.

새로 권력을 잡은 고위 기계 귀족들의 욕심이 너무 지독한 탓이었다.

‘솔트는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어떤 청탁도 들어주지 않는다.’

‘조금만 잘못해도 무마하는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고, 못 내면 무능하다고 쫓아낸다.’

‘그래도 돈만 바라니 영지나 권력까지 넘기라는 다른 고위 귀족보다 나아.’

뇌물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무리한 요구를 다른 고위 기계 귀족들에게 질려버린 하위 기계 귀족들은 바로 입금을 하면서 배를 갈아탔다는 표현까지 했다.

“복귀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다시 돌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하위 귀족들의 이런 행동에 솔트의 후임 재상을 노리던 고위 기계 귀족들은 당연하게 분노했다.

‘이런 철새와 같은 놈들!’

‘우리에게 충성을 바치겠다고 할 때가 조금 전인데 바로 이렇게 돌아서나?’

잠시 하위 귀족들에 대한 분노를 보인 그들은 하나의 대상을 비난하는데 의견을 모은다.

물론 지하감옥의 반역자에서 다시 재상으로 부활한 솔트였다.

‘이런 나사를 일일이 분해해서 용광로에 넣어 녹여 버릴 놈이 또 뇌물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대공까지 공개 처형시킨 함정에서 잘도 살아나왔구나.’

‘여왕님께서는 무슨 감언이설을 들었기에 또 복귀시킨 거야?’

제국의 모든 귀족에게 여왕의 이번 조치는 충격이 아니었다.

이미 몇 번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귀족들이라면 이미 수십 번은 처형당할 짓을 벌이고도 용케도 살아있구나.’

‘저 자식이 바로 전설의 불사조인가?’

‘재상직을 박탈당했다가 돌아온 것이 이게 몇 번째야?’

그들은 설마 솔트가 신족과의 협상을 미끼로 기계 재상으로 되돌아왔다고는 꿈에도 몰랐다.

여기에 너무 기세등등한 분위기와 여왕이 허용하는 모습을 보니 잘 복귀했다고 축하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고위 귀족이었기에 품위 있는 인사와 커다란 봉투를 건네면서 말이다.

“복귀를 축하합니다.

솔트 재상.

여기 가벼운 마음의 표시입니다.”

“반드시 돌아오시리라 믿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부탁드립니다.

사소한 예의입니다.”

솔트는 바로 봉투를 열어보고, 금액을 확인하면서 인상을 확 일그러트리면서 말했다.

“정말 가볍고 사소하군.”

“….”

고위 기계 귀족들의 재산 사정을 환히 알기에 비밀통신을 바로 날렸다.

‘너 재산이 이만큼 있으면서 겨우 이거냐?

내 복귀 기념인데 성의가 너무 적다.

이만큼 더 내놔.

역시 배신을 주도한 것은 너였냐?

나와 한번 해보자 이거지?

요구금액을 못 채우면 가문 전체를 탈탈 털어서 전 재산을 몰수해버린다.’

‘!?’

비밀자금까지 망라한 정확한 재산을 보여주면서 정확한 금액을 요구한다.

‘이렇게 직설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다음에는 솔트가 제국을 직접 움직여서 달려든다.’

‘안 줄 수가 없다.’

너무나 큰 금액이라서 기계 몸의 엔진이 터질 것처럼 화가 났지만, 속으로 욕설을 하는 것이 한계였다.

‘이런 나사까지 분쇄기로 갈아버릴 놈!

어떻게 내 가문 재산을 나보다 더 잘 알지?

역시 간첩이 있나?’

‘이 자식은 법을 어기거나 무슨 일만 있으면 무조건 절반을 긁어가는구나.’

‘이놈 때문에 제국의 귀족들이 모두 거지가 되겠다.’

마음속으로 욕설을 바가지로 퍼부었지만, 금속 얼굴은 환한 미소를 만들면서 추가로 금액을 입금한다.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 될 비자금까지 파악 당했으니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당연히 일부입니다.

바로 추가로 보내겠습니다.’

‘서로 나누는 돈과 이익의 크기가 바로 신뢰와 충성의 무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열세를 인정하면서 아부를 시작한 그들의 전자두뇌에 솔트가 재상 시절에 무슨 부탁만 하면 대놓고 뇌물을 요구하면서 앵무새처럼 하던 말이 무한 반복된다.

‘불법을 무마하기에는 모자라!

특혜를 받기에는 부족해!

이 일로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을 내놔.

그것도 내놓기 싫으면 전부 몰수당하던가.’

이번 일처럼 뇌물을 안 주면 문제에 대한 대가를 치러 주겠다는 경고는 일상이었다.

솔트가 무슨 거래를 해서 재상으로 복귀하고, 여왕의 신임까지 되찾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고위 기계 귀족들은 이를 갈면서도 추가로 이체했다.

‘그래도 이렇게 해결되어서 다행이군.’

‘이렇게 주고 나면 뒤탈은 없지.’

‘딱 하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솔트 재상의 국정 운영지침과 평판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자기 외에 뇌물을 먹는 것을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 재상.’

‘뇌물만 주면 뭐든지 처리해주는 부패한 관리.’

그의 평판은 이렇게 청렴결백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하위 귀족들은 이런 돈에 미친 솔트를 뇌물의 망자라고 욕하면서 쫓아내는 데 찬성했다.’

‘그랬던 주제에 막상 복귀한다고 하니 이렇게 지지하는 이유가 뭐야?’

자신들이 돈 외에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했단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고위 귀족들에게는 이런 태도변화는 이상할 뿐이었다.

잠시 후 너무 많은 돈을 빼앗겨서 심각한 재정과 심리적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던 기계 귀족들은 바로 원흉인 솔트와 화통한 웃음을 나누면서 대화를 한다.

“하하! 이번 식민지 행성과 제 사업도 지원을 잘 부탁드립니다.”

“난 받은 만큼 일해.

받은 신뢰 순으로 조치해 주지.”

“그 대답이 참 멋집니다!

성의가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이야기하십시오.

크하하하!”

기계 인간이라서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으로 보일 정도로 과장된 웃음이다.

이제 비밀통신도 사용하지 않고, 열띤 청탁과 사업 이야기를 하는 촌극에 떨떠름한 표정의 초능력자 귀족들이었다.

잠시 후 급한 안건이 처리되고, 여왕과 둘만 있게 된 솔트는 거두어들인 축하금과 뇌물을 프롬 여왕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언제나처럼 기계 귀족들의 충성과 성의가 모였습니다.

절반을 왕실예산에 넣고, 나머지는 국고에 쓰겠습니다.

따로 조정하실 일이 있으신지요?

여왕 폐하.”

솔트는 자신을 배신한 기계 귀족들에게 복수하지 않는 대신에 협박하여 제국 예산조차 가뿐히 넘는 엄청난 금액을 단번에 확보했다.

이런 행동을 여왕이 묵인한 이유가 있었다.

“비율은 그대로 유지하라.

역시 솔트가 맞구나.”

뇌물을 거두고서 전부 내놓은 배포와 입금금액을 재확인한 프롬 여왕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다시 채워지는 왕실 금고와 국고를 보니 그대가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난다.

다른 귀족들은 자신의 금고만 채우기 급급해서 줄어들기만 했는데 말이다.”

“제국은 모두 여왕님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쓸 만큼은 충분히 있는데 뭐하러 욕심을 더 내겠습니까?”

“원래 과학자였던 그대가 이런 현실감각이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이제 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셨는지요?”

“물론! 이번 반역을 용서하는 대가로 충분하다.

그대를 다시 한번 믿어 보겠다.”

절대권력자인 프롬 여왕 밑에서 솔트가 재상으로서 몇 번이나 잘못과 반역을 반복하면서 살아남은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솔트는 권력에서 결코 근절할 수 없는 뇌물을 혼자만 받고, 여왕과 국가에 전부 받쳐온 것이다.

솔트는 이제야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부드럽게 말한다.

“바라시던 신족과 협상을 시작할 준비는 되셨습니까?”

“네가 고위 창조신에게 받아온 협상에 대해서 경청해주마.”

여기서 잘해야 기계 신이 될 수 있기에 프롬 여왕의 성향을 다시 떠올리면서 아이언의 협상요구를 설명한다.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님은 프롬 여왕님의 육체를 부활시켜주는 대가로 유모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유모라고?”

고대문명의 경우처럼 신성 국가로의 전환이나 일부 영역의 성역화를 생각했던 프롬 여왕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요구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솔트는 재빨리 아이언의 절세 미소년의 얼굴을 허공에 띠어 올렸다.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님은 아직 어리신 분이십니다.

유모가 필요하신 모양입니다.”

인간의 상식을 아득하게 초월한 아이언의 아름다움에 흠칫 놀란 프롬 여왕은 긴 신음을 내었다.

“흐으음?”

소년의 모습이라 젖을 빨 나이는 아닌 것 같지만, 거부감이 생기는 모습은 절대로 아니었다.

더구나, 이미 딸을 둘이나 키워본 경험이 있는 그녀로서는 결정이 쉬웠다.

“부활의 대가가 겨우 유모라니?

너무 가볍지 않은가?”

솔트는 프롬 여왕이 확답하지 않았으나 긍정적인 반응에 다음 항목으로 넘어간다.

“이 외에 공주님들을 제국에 원위치시키는 대신에 정식 대공이 되기를 원하십니다.”“대공이 되고 싶다고?

정말 그렇게 요구했느냐?”

이번에는 정말 놀란 프롬 여왕이 되묻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여왕의 남편 자리는 가장 빨리 죽을 장소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대공은 아무런 권력이 없다.

그리고, 내가 전 대공을 공개처형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냐?”

기계 몸이 된 이상 대공은 필요가 없었다.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었으니 방해만 되는 대공은 필요 없어서 처분했다.

그런데 그걸 원하다니?’

다시 육체로 돌아가면 대공이 필요하기는 했다.

과학 문명으로서는 불가능한 부활을 해주면서 겨우 유모와 대공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부친의 죽음에 이탈해버린 딸들을 원래대로 되돌려준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전부 알고 계십니다.”

“흐으음! 묘하구나.”

이번에도 아이언의 얼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인지 판단하려다가 매혹당해 긴 신음을 내는 프롬 여왕을 지켜본 솔트는 다시 정리했다.

“아이언님의 최초 협상 조건은 프롬 여왕님의 부활과 공주님들을 제국으로 복귀시켜주는 것입니다.

그 대가로 프롬 여왕님이 유모가 되어주고, 대공의 자리를 원하십니다.”

잠시 생각한 프롬 여왕은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나쁘지 않다.

받아들이겠다.”

불치병 때문에 버렸지만, 은하계에서 최고 수준의 육체였다.

반드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도 생겼다.

‘기계 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제국에서 이탈해버린 공주들까지 원래대로 돌아오면 이런 소년의 유모 역할과 소꿉놀이 같은 아내 노릇 정도야 쉬운 일이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그런데 솔트의 다음 말이 충격적이었다.

“그분의 유모 적합자가 프롬 여왕님만이 아니라 공주님들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다음에 나온 협상 조건입니다.

프롬 여왕의 부활과 여왕과 공주들의 후견을 하는 대가로 제국의 여왕과 공주는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의 유모가 되며 대공이 된다.

죽거나 초월자가 되면 후궁이 되어야 합니다.”

“!!!”

부활을 대가로 자신만이 아니라 딸들까지 유모와 아내로 삼고, 그것도 모자라 사후에 후궁으로 삼겠다는 제안이었다.

당연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이이이이! 그건 나와 내 공주들까지 한꺼번에 희롱하겠다는 뜻이 아니냐?

내가 부활하고 싶으면 공주들의 몸까지 바치라고?

거기에 죽은 이후에 후궁까지 되어야 해?

이런 걸 협상이라고 받아왔느냐?”

이 황당한 요구에 프롬 여왕의 분노가 폭발한다.

왕좌에서 초능력으로 만들어진 푸른 번개가 작렬하기 시작한다.

파지지지지지지지-!

“솔트! 이놈! 역시 완전히 배신했구나!

사라지거라.”

기계 꽃의 권능으로 임시로 만들어진 솔트의 기계 몸에 푸른 번개가 작렬한다.

투하하하하-!

거대한 빌딩도 일순간에 녹여버릴 위력이었지만, 권능으로 방어한 솔트였다.

그러나, 상위의 힘인 권능으로 만들어낸 방어막이 초능력에 점점 녹아내리는 놀라운 위력에 속으로 식은땀을 흘린다.

‘역시 프롬 여왕님. 엄청난 위력이다.

본성의 고등 기계를 전부 장악하여 조종할 수 있다고 힘으로 덤볐다면 나사도 못 추렸겠다.’

아직은 개발 중인 권능이 초능력 번개를 잘 막고는 있지만, 한계가 오려 한다.

임시로 만든 기계 몸에 악영향이 일어나자 전력으로 외쳤다.

“여왕 폐하! 진정 이 협상을 포기하시렵니까?

후회하실 것입니다.”

“닥쳐라!

아무리 내가 기계 인간이 되었어도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

기계 인간이 되자마자 바로 대공을 처형했기에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줄 알고 밀어붙였던 솔트로는 뜻밖에 험악한 반응이었다.

아이언이 여기까지 하라고 말하지 않았으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게 분명 아이언님이 바라시는 정답이다.

넘겨주신 자료에 의하면 유아신은 유모가 정기와 권능이 강하고, 숫자가 많을수록 강해진다.

프롬 여왕과 공주들이 적합자이기에 한꺼번에 거두시기를 원하시겠지.

그러나, 이런 거부반응을 예상해서 직접 말씀하지 못하시는 것이다.

그럼 심복이 될 내가 나서야겠지.’

신족과 창조신을 인지한 솔트에게 새로운 야망이 생겼다.

‘유한한 제국의 권력 다툼에 더는 몰입하지 않다.

신족에서 지금 이상의 존재가 되려면 아이언님이 원하시는 이상의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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