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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自由)와 통제(統制)
얼굴이 검게 변할 정도로 낙심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바람의 절대자는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에반젤리의 깃발을 펼 수 있는 황금 후계라면 이미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다.
같은 후계는 아무리 수가 많아도 소용이 없고, 십중심이 나서야 이길 수 있다.”
“같은 후계인데 그렇게 차이가 납니까?”
“어떤 세계이든 일위는 특별하다.
절대계가 생긴 이후로 서열 일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황금의 절대자와 절대기 에반젤리는 그런 불합리한 존재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상대하면 반드시 당한다.
만약 지금의 네가 황금의 후계와 싸우고자 한다면….”
바짝 긴장하여 고개만 바짝 든 차원창세신 코아를 자세하게 살펴본 바람의 절대자는 한숨을 푹 쉬었다.
“휴우우우우! 정말 한심하군.
이것저것 많이는 익혔는데 황금의 불변(不變)을 변화시킬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것이 전혀 없구나.
황금의 절대자는 아무런 위협이 안 되는 너를 왜 그렇게 경계하여 추방하려는지 모르겠다.”
광대한 세력을 가진 황금의 절대자나 다른 십중심들에게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차원권능과 부하들이 당해낼 수 없는 강함을 지닌 차원창세신 코아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다른 십중심들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혼자서 절대계 전부를 뒤흔들 수 있는 껄끄럽기 짝이 없는 상대이니 반드시 처분해야 한다고 했던가?
처단하려다가 놓치는 날이면 세력이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추방으로 바꾸었지.
아무리 봐도 적당히 강하면서 도망만 잘할 것 같은데 무슨 위협이 되지?’
바람의 절대자는 먼 미래에서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을 보유한 흑염 세력이 이계에서 벌인 일을 모른다.
그리고, 지킬 존재가 전혀 없기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적으로 돌리면 귀찮은 수준이었다.
그러니 다른 십중심의 우려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능한 창조주를 대신하겠다는 명분으로 하는 반역이다.
그런데 이렇게 쓸만한 창조신을 구슬려서 활용할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가?
이렇게 보내버리면 지금 절대계의 창조신 중에서 차원창세신 코아만한 존재가 언제나 나올 것인가?
참으로 답답하구나.’
수많은 절대계의 창조신들을 진화시킬 기회이기도 한데 배제만 하려는 행동에 반발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성심껏 대답해준다.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을 써도 에반젤리의 깃발에 흡수될 것이니 상처 하나 내지 못한다.
네가 가진 힘 중에서 단 하나라도 정점에 도달하지 않으면 황금의 불변(不變)과 에반젤리를 사용하는 황금의 후계에게 아무것도 안 통한다.
너는 원거리에서 공격하다 지쳐 쓰러지거나 발버둥을 치면서 도망치게 된다.”
“….”
“누가 상대인지 모르나 황금의 후계가 적이라면 넌 반드시 죽는다.
그나마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이면 승산이 있는데 약점만을 파고드는 에반젤리의 자동공격 앞에서 허술한 네가 버틸 리가 없다.”
완전한 사형선고에 식은땀이 저절로 흐르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주르르르르르-!
그런 반응에 바람의 절대자는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너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 많은데 그렇게 허무하게 죽게 둘 수는 없지.
여기에 정기가 아예 없는 외계에서 추방되고도 살아 돌아올 자신과 방법이 있는 모양이구나.
그 정도 각오와 대비면 이길 방법이 있다.”
“오! 역시 바람의 절대자님답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희망에 찬 얼굴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바람의 절대자는 죽음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파멸유혼검이 겨누어진다.
“윽!”
과거 오만년 두들겨 맞은 경험으로 반사적으로 바짝 굳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일단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으로 에반젤리의 깃발을 포화상태로 만들어서 봉쇄하라.
그런 다음에 근접전으로 승부를 내라.”
“예? 근접전이요?”
창만을 다루는 황금의 절대자도 강하다.
‘권능의 정점인 황금 권능으로 강화되어 철벽을 자랑하는 방어력과 창술의 조합은 바람의 절대자의 오의를 뛰어넘을 정도다.
나로서는 승산이 없다.’
자신이 없는 근접전만은 피하려고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을 배우려 했다.
그런데도 이기기 위해서는 오히려 근접전투를 하라니 이해가 힘들었다.
“원거리나 중거리 공격은 준비된 황금의 불변(不變)을 깨뜨릴 수 없다.
그러니 근접전의 연속공격을 한다.
난전을 벌이면서 만들어낸 허점을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사용하여 맞춘다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에반젤리의 자동공격은 어떻게 합니까?”
황금의 절대자의 에반젤리는 적의 약점을 알아서 공격하는데 그 수준이 본인과 같았다.
‘황금의 절대자와의 근접전은 두 명과 동시에 싸우는 것과 같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최강의 이유이기도 한데 바람의 절대자에게 해답은 간단했다.
“약점을 노리고 파고드는 에반젤리의 자동공격과 황금의 절대자의 공격을 동시에 피하거나 막을 정도로 네가 강해지면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
차원창세신 코아는 황금의 절대자 두 명의 공격을 버티며 허점을 공격하는 일이 가능하면 이렇게 고민을 할 리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죽음의 기운을 내뿜는 파멸유혼검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며 억지로 인정하게 한다.
“그…그렇기는 하지요.”
이상하게 파멸유혼검만 보면 쥐 앞의 고양이처럼 움츠리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면서 바람의 절대자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훗! 너는 시간을 넘나드는 차원권능을 가지고 있지?
지금 황금의 절대자의 후계는 없다.
그러니 어느 세계의 어떤 시간대의 누구이고 왜인지는 모르나 십중심 중 서열 일위인 황금 후계에게 도전할 모양인데 참으로 무모하구나.
너로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말이다.”
“저도 싸우기 싫은데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진심으로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다는 웃음과 표정을 지은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어선다.
“흑염의 절대자님이 말한 대로라면 외계의 경계막을 완전히 봉쇄한 상태에서도 돌아올 기회가 단 한 번은 있다고 했다.
네가 언급한 황금의 후계는 아마도 외계에서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겨뤄야 할 상대일 것이다.
그럼 이겨야 하겠지.
네게 많은 빚을 졌는데 갚지 못했다.
그러니 살아 돌아와라.”
“감…감사합니다.
그런데 뭘 하시는지?”
말은 지극히 부드러운데 등에 메고 있던 태극천검(太極天劍)을 뽑아서 손에 쥐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너는 운이 아주 좋다.
아마도 나 이상으로 황금의 진정한 힘과 대처방법에 대해서 아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에반젤리의 깃발을 펼친 황금의 절대자와 진심으로 싸워서 살아남은 존재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창조주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십중심이 모여서 서로의 진실한 기량을 겨루던 소름 끼치는 순간을 떠올린 바람의 절대자는 태극천검(太極天劍)에 투기를 집중시켰다.
“넌 이제부터 출정식까지 대련이다.
정확히 황금의 후계가 에반젤리를 다루는 수준으로 맞추어서 해주마.”
“!!!”
영원체조차 일시적으로 죽음을 강제할 수 있는 죽음의 기운이 태극천검(太極天劍)에 집중되어 간다.
한없는 죽음의 기운이 검을 허공으로 혼자서 떠오르게 하면서 창의 모양을 갖추어간다.
“황금의 후계 정도의 에반젤리의 약점 자동공격을 구현해준다.
일단 이것부터 피해내라.”
에반젤리의 모습을 한 태극천검(太極天劍)이 공중에서 혼자서 유영하기 시작했다.
슈르르르르-!
남이 보기에 혼자서 수련하는 모양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태극천검(太極天劍)의 검 끝이 급소인 이마의 신령연옥에게 끝없이 노림을 당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는 악몽처럼 다가온다.
‘저기에 스치면 난 죽는다.
죽음의 기운을 머금은 태극천검(太極天劍)은 내가 견딜 수 있는 성질의 위력이 아니야.
어떤 재생력으로도 견딜 수 없다.’
영원체 거주구에서 죽음의 개념이 아예 없는 영원체들이 조각나서 뿌려지던 광경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다급하게 외쳤다.
“어르신?! 그냥 적당히 태극천검(太極天劍)의 오의만 전수해주시면 제가 알아서 해보겠습니다.
왁-!”
입을 열어서 신경이 분산된 것이 화근이었다.
빈틈을 발견했는지 먹이를 발견하여 솟구치는 독사처럼 태극천검(太極天劍)이 이마에 쏘아온다.
투하하학! 파파파파파파파-!
공간을 가르는 태극천검(太極天劍)의 찌르기와 차원창세신 코아의 필사적인 회피가 충돌한다.
우두두두둑! 우지지직!
흑염 권능의 신체 능력과 초단거리 차원도약을 연발하여 가까스로 피해내자 겨우 귀에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의 위기만 대충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내일에는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온다.
어떤 시련이라도 정면에서 이겨내며 자신의 힘을 높이거라.”
“그러다 죽으면요?
개죽음이지 않습니까?”
“….”
방금 이마의 신령연옥을 스치듯이 지나간 태극천검의 기세에 이제까지 힘겹게 살아온 기억이 전부 떠올랐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치를 떨면서 말했다.
그런데 바람의 절대자는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운이 없거나 재능 부족이겠지.
그럼 어쩔 수 없다.”
“!?”
다시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이자 태극천검(太極天劍)이 공중에서 유영하다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쏘아진다.
까닥! 파아아아-!
무수한 잔상이 보일 정도로 차원도약을 반복하면서 피해내는 모습을 본 바람의 절대자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이렇게 잘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굉장한 회피능력이다.
최소한 아무것도 못 하고, 죽지는 않을 것 같구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바람의 절대자와 달리 차원창세신 코아는 계속 이마를 노리는 태극천검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섬뜩한 느낌이 밀려왔다.
“지금 옆구리가 비었다.”
바람의 절대자가 주먹으로 차원창세신 코아의 허리를 쳐버린다.
“컥!”
태극천검(太極天劍)에 집중했기에 이런 기습공격은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가볍게 뻗은 주먹에 옆구리를 내준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린다.
으지직! 투하하하하-! 퍼어억!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허공으로 날았다.
신전의 벽을 부수며 처박힌 차원창세신 코아의 모습을 쳐다본 바람의 절대자는 가볍게 주먹을 풀면서 말한다.
“허점을 만들어서 공격해야 하는데 오히려 네가 생기지 않느냐?
약점을 노리는 에반젤리의 공격에만 너무 신경을 쓰지 마라.
내 경험으로는 충분히 힘을 모으고, 빈틈을 파고든 황금의 절대자 본인의 공격이 진짜였다.
황금 후계의 공격을 우선 대비해야 한다.”
“그…그게 말이 쉽죠?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동급의 강자 두 명의 합공을 감당하는 일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리면서 날아드는 에반젤리보다 덜 위험한 본체의 공격에 주의하라니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바람의 절대자는 손가락으로 태극천검을 움직이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건 여러 가지 권능과 마도, 오의를 동시에 발동하는 너라면 가장 쉬운 대응방법이다.
현자들이 자랑하는 다중 연산을 이럴 때 쓰지 않고, 도대체 언제 사용하느냐?”
“!!!”
순간적으로 크게 깨달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바람의 절대자는 다시 태극천검을 날려주면서 말한다.
“아무리 보아도 너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일단 그것부터 파악해나가자.”
“예!”
뭔가 희망이 보이자 열성을 보이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신력과 마력을 나눠서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연산력을 이번에는 회피와 상황대처에만 쏟아부어 간다.
‘오오! 모두 보인다.
태극천검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뒤에서 조종하는 본체의 움직임까지 말이다!’
황금 후계의 공략방법이 보여서 희열에 차오르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는데 갑자기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퍼어어억-!
보인다고 전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하게 맞는 결과도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커어어억!”
이번에는 뒤통수를 얻어맞아 쓰러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위로 엄격한 음성이 쏟아진다.
“생각이 많으면 반응도 늦다.
넌 잡념이 너무 많아.
그리고, 에반젤리에만 의지를 집중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번에 뒤가 비었다.”
분명 움직임을 보았는데도 두들겨 맞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억울했지만, 그래도 길이 보이는 느낌이니 다시 일어선다.
벌떡!
바람가 마도신의 오리진과의 대련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가 없으면 휴식은 없었다.
이렇게 쓰러져 있다가 무지막지하게 당한 기억이 생생한 차원창세신 코아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다…다시 부탁드립니다.”
그 판단은 정확했다.
“그런 타격을 받고도 이 정도라니 대단하다.
넌 이런 상황에 아주 익숙한 모양이구나.
바로 안 일어나면 치도곤을 낼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
그렇게 바람의 절대자와 차원창세신 코아의 대련이 이어질 때 은하유성 아이언은 자신의 중앙 신계의 알현실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십중심 후보에서 제외된 분노를 다스리고, 새로 유모로 들어온 대모(大母) 마하의 대우를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