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차원창세신 코아가 갑자기 거대화되어 나타나서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모르지만, 현재의 대비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흑염의 절대자는 욕설을 내뱉었다.
“제길! 불안요소를 제거하려다가 몽땅 망하겠다.
겨우 은하계 하나 아끼다가 이게 무슨 꼴이냐?”
행성보다 수백배가 거대한 신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을 리가 없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입이 벌어지면서 일원(一圓)의 파이가 방패막으로 방어하는 황금 본성이 통째로 삼켜지는 꼴을 지켜보아야 했다.
모여든 십중심 지지 세력에게는 마른하늘에 떨어진 날벼락과 같은 사태였다.
“이게 뭔가!”
“먹하고 있다!”
입속에 들어간 황금 본성에 순식간에 깔린 어둠보다 더욱 무서운 공격이 퍼부어지기 시작한다.
꽈득! 꿀꺽!
마치 사탕을 깨부수려는 것처럼 이빨이 아래위에서 내리쳐진 것이다.
꽈드드득! 와지지지지지직!
엄청난 물리력이 파이의 방패막을 통해서 전해지자 방어로서 정점인 일원(一圓)이라고 해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으으윽-!”
‘당했다.
파이를 전개하면서 전멸세계(全滅世界)를 방어하려고 권능방어에 중점을 둔 것이 실수였다.’
더구나 이 정도 크기의 적이 씹어 삼키려는 물리력을 상대해본 적도 없었다.
‘커억! 우주신을 능가하는 힘을 지닌 신체인가?
깨무는 힘을 견딜 수가 없다.’
지지지지지지-! 우지지지지직!
어금니 사이에 낀 파이의 방패막이 금이 갔으나, 간신히 막아낸 일원(一圓)이었는데 바로 두 번째의 공격이 덮쳐오는 것을 보자 눈이 커졌다.
“액체?
저건 못 버틴다!
으윽!”
위성 영역까지 휘저을 엄청난 크기의 혀가 녹색의 타액으로 뒤덮어서 황금 본성을 휘감아온다.
슈가가가가가가가-! 슈하하하하하-!
혀가 황금 본성을 물샐틈없이 휘감았다.
그리고, 품어진 타액이 파이의 방패막이 금 간 곳에 스며들자 녹아드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슈하하하하-!
아무리 타격을 받았다고 하지만, 파이가 만들어낸 방패막이 뒤흔들리면서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파하하하하하-!
자체발광을 시작한 황금 본성의 하늘 위로 뒤덮인 파이의 방패막이 혀와 녹색 액체에 휘감겨 무너지는 모습이 모두에게 확실하게 보인다.
고위 정신체에게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독액이 행성 전부를 뒤덮고 있었다.
“맙소사! 십중심님의 절대기를 융해시키고 있다!”
“그럼 저것에 닿으면 신체도 무조건 녹는다.”
이미 승리했다고 생각하면서 축제 분위기였던 정예와 지지세력의 마음에 한기가 어린다.
십중심에게 이런 존재를 누가 보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었다.
“역시 창조주님답다.”
“숨겨놓으신 전력이 있으셨구나.”
십중심 지지세력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행성을 휘감으며 조이는 혀의 모습을 본 회색의 절대자는 더는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런 젠장! 뭐 이따위 차원권능이 다 있나?
핵심에 있는 차원공통원소는 뭐길래 내 분석력까지 안 통해?
더구나 정보행성 이데아의 연결까지 끊어지다니?”
창조마신황 코아에게 황금 본성이 먹힌 순간 정보행성 이데아의 접속도 끊어져 버렸다.
덕분에 차원권능의 해석이 끝부분에서 막혀버린 것이다.
‘세계들의 백 도어로 유지되는 내 접속이 강제로 절단되었다.
그럼 이 거대 신체는 일반적인 신체가 아니야.
독자적인 세계라고 보아야 해.’
십중심이 집결해 있는데 덤비는 존재가 있어서 지지세력이 뒤흔들린다.
그리고, 창조주가 드디어 미쳤는지 외부의 존재에게 저런 신격을 허락하는 있을 수 없는 사태에 빠르게 대책을 수립해간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지금 신격은 십사 써클이다.
차원권능의 해제에 시간이 더 걸린다.
그리고, 저 망할 녀석이 외부로 나가는 도약을 막는데 차원권능 전부를 쏟아붓고 있어.
외부에서 들어오기는 쉬워도 내부에서 탈출은 무리다.
더구나, 이 신체는 철저하게 외부 세계와 격리되어 있기에 우리도 공간이동이 불가능해.
일단 입에서 나가야만 해.”
“!!!”
십중심조차 입 안에서 공간이동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판정이었다.
권능의 분석과 파훼에서 따라올 존재가 없는 회색의 절대자의 단언이었기에 십중심들은 의심하지 않고, 빠르게 대책을 수립해간다.
“타액이 십중심의 절대기가 만든 방어벽을 녹이다니?
설마 우유 바다의 한 방울인가?”
“그런 극독으로 어떻게 신체를 유지할 수가 있지?
“색깔을 보니 아니군.
하지만, 이건 그 이상의 권능조차 녹이는 극독이다!
“저런 거체가 발휘하는 물리력도 치명적이지만 이게 더 위험해.”
파이가 만들어낸 방패막의 균열을 무참하게 녹이던 창조마신황의 타액이 마침내 최종방어선까지 닿기 시작한다.
슈르르르르르륵-!
절대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견고한 황금 본성의 방어막이 용암에 닿은 빙산처럼 녹기 시작하자 십중심들도 다급하게 외쳤다.
“저 극독이 한 방울이라도 황금 본성에 떨어지면 생명체는 전멸한다.
“무조건 완벽하게 막아라! 황금!
“이건 너밖에 없다.”
모두가 명령형으로 외쳤지만 황금의 절대자는 두말하지 않고 따랐다.
‘여기서 정예와 지지세력을 전부 잃었다가는 절대계를 관리할 수가 없다.’
잘못하면 인수까지 취소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으니 바로 시행한다.
“황금 시대!”
황금 권능의 불변(不變)이 황금 본성 전부를 뒤덮는다.
화우우우우우우우우웅!
방패막 틈 사이로 떨어지는 녹색 액체에 황금빛은 녹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외부로 밀어내면서 무너지려던 파이의 방패막을 지지한다.
여기에 녹색 독액의 침식작용까지 막아낸다.
치이이이이이-! 치이익!
독액의 융해반응이 멈추어 버린다.
이제 평범한 녹색 액체의 바다가 황금 본성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역시 황금의 절대자님!”
“막아냈다!”
정예들의 환호 속에서 십중심들도 잠시 숨을 돌리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다시 창조마신황 코아의 이빨이 다시 황금 본성을 깨물었다.
짜증이 난 목소리가 모두의 뇌리를 울렸다.
“에라이! 뭐가 이리 단단해?
이 정도 했으면 좀 부서져라!”
어금니 사이에 고정된 황금 본성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과지지지지지직!
황금의 불변(不變)으로 강화된 파이의 방패막은 혀와 이빨, 타액의 공격까지 이상 없이 막아내었다.
그런데 추가로 영창이 울린다.
“좌표 완전 고정 완료.
신력 무한복원 시작!
차원신멸포(次元神滅砲) 무한 연사!”
수만 발이 넘는 황금빛의 빛줄기가 불변(不變)으로 강화된 파이의 방패막을 공간 도약한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황금 본성의 표면으로 무차별로 내려꽂힌다.
그런데 빛의 폭우가 십중심이 있는 주신전을 피해서 다른 지역을 전부 노리자 창조마신황 코아의 목적을 모두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아닌 정예와 세력만을 노리고 있다!”
“막아야 한다!
저 공격은 우리 외의 존재들은 감당할 수 없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폭우처럼 쏟아지는 무시무시한 위력의 신멸포의 연사를 막아낼 존재는 정예 중에서도 거의 없었다.
개인 전투에 치중된 십중심도 마땅하게 대응할 방법이 없었는데 검편(劍蝙)의 절대자의 몸이 주신전의 지붕을 가르면서 위로 치솟는다.
“내가 하겠다!
차아아아아-!”
공중에서 바로 발도의 자세를 취한다.
스르르르르르르릉-!
모두의 귀에 박쥐의 검이 뽑히는 소리가 울렸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리도록 차갑게 빛나는 박쥐의 검이 날아오르는 환상이 보인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발동된 초고속의 발검술이 행성표면에 떨어지는 빛줄기를 남김없이 베어서 소멸시킨다.
솨사사사사사사사사사-!
빛의 폭우가 박쥐의 검이 날아다니는 모습에 가려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끝없이 쏟아지고 있는데 행성표면에는 단 하나도 닿지 않게 하니 기적과 같은 검술이었다.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
놀라운 초고속 발검술이 아니었으면 순식간에 전멸당할 뻔했던 지지세력들이 지르는 환호가 울렸지만, 정작 검편(劍蝙)의 절대자는 당황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신력포에 실린 신력의 밀도가 너무나 높다.
더구나 이런 연속사격이라면 내 박쥐의 검이라도 오래는 못 견딘다.
으윽!’
지지지지지지지지징-!
다수의 신멸포를 베어가는 박쥐의 검에서 점점 굉음이 들린다.
‘무리가 가고 있다는 증거다!’
전해지는 충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검편(劍蝙)은 다급하게 외쳤다.
“소마(笑魔)! 가면을 벗어라!
전부 지워버려.”
소마(笑魔)가 가면을 벗으면 존재 자체를 지우는 마력의 빛이 방출되는데 그걸 사용하라는 말이었다.
‘방어의 절대기 파이조차 으깨는 이빨과 혀다.
거기에 권능까지 녹이는 독액의 바다에 이런 위력의 신력포까지 무한대로 쏟아내는 상대에게 그 수밖에 없다.’
소마(笑魔)도 이미 상황을 파악했는지 중성적인 목소리로 대답하며 웃는 가면을 오른손으로 잡아간다.
“알고 있다.”
살포시 들어 올린 웃는 가면의 사이로 검은 마력의 빛이 용솟음친다.
완전히 벗으면 이런 거체라도 이빨이나 혀만이 아니라 머리까지 통째로 날릴 수 있음을 아는 모든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끝났다.’
‘위험했어.’
‘창조신이 이런 공격을 해오다니 어이가 없군.
파! 파파!
가면의 빛이 막 방출되려는 순간 창조마신황 코아의 추가 영창이 울린다.
“여기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할 수 없는 삶을 저주하는 존재들이 모여있구나!
그래!
여기가 곧 절망이자 파멸의 끝이다.”
“!!!”
추가 권능의 발동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끝없이 내리는 차원신멸포의 빛을 바라본 십중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권능의 숫자가 자신들조차 능가한 것이다.
“이런 위력의 권능을 다중 발동한다고?”
“도대체 권능의 날개가 몇이기에 이게 가능한가?”
자신들보다 위력이 약한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권능 하나하나가 세력의 정예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이렇게 다급해진 것이다.
추가 영창도 순식간에 완성되어버린다.
“패배의 죄를 정기로서 갚을 때까지 삶의 윤회는 무한히 반복하리라.
지옥의 꿈!
이것이야말로 신의 지옥이다.
신령연옥!
후우우우우우-!”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입안에서 일어난 황금빛의 연기가 다시 차원 도약하며 행성표면에 깔리려 한다.
자욱한 안개처럼 서서히 내려오는 황금 연기의 정체를 파악한 대신(大神)이 다급하게 외쳤다.
“소마(笑魔)! 저 황금 연기부터 마도로 지워라.
창조신이라도 닿으면 신령이 어딘가의 지옥에 끌려가 강제 정기 회수에 들어가는 권능이다!
절대 당해서는 안 돼!”
“!?”
고위 정신체의 신령을 뽑아서 정기를 갈취하는 지옥이 있다니 금시초문이지만, 신족의 권능이라면 가장 박식한 대신(大神)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탁! 파파파파파! 다다다다다다!
막 들추려던 가면을 다시 덮은 소마(笑魔)에게서 마력의 빛이 용솟음치면서 황금 본성을 뒤덮어갔다.
여성과 남성이 커다랗게 웃는 소리와 동시였다.
하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
녹색 독액을 침투를 막는 황금의 불변(不變) 아래에서 검은 박쥐의 환영이 날면서 차원신멸포의 연사를 막고 있었다.
황금 연기의 하강에 크게 입을 벌려서 흡수하는 웃는 가면의 형상이 추가로 떠오른다.
슈하아아아아아아-!
거대한 웃는 가면의 입이 크게 벌어지면서 행성표면을 덮으려던 황금 연기를 남김없이 빨아들인다.
수월하게 처리하는 모습인데 구현하는 소마(笑魔)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콜록!
황금 연기를 입으로 조금씩 내뱉으면서 괴로워하고 있던 것이다.
“소마(笑魔)? 설마 용량 초과인가?”
마도의 정점인 소마가 겨우 창조신의 신력과 권능을 제거하면서 과부하가 걸리리라는 생각도 못 한 십중심들은 놀랐다.
콜록! 콜록!
몇 번의 기침을 해서 황금 연기를 토해낸 소마는 곧 안정을 되찾으면서 말한다.
“나는 괜찮다.
뜻밖의 신력 밀도에 약간 놀라서 잠시 걸렸을 뿐이다.”
평온하게 말하는데 입에서 황금 연기가 조금씩 새어나는 모습을 보니 쉽지 않아 보였다.
‘십중심을 긴장시킬만한 초월급 이상의 권능이 동시에 연달아서 쏟아내는가?
‘창조신에게 우리가 고전하다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미 일원(一圓)과 황금(黃金), 검편(劍蝙)과 소마(笑魔)까지 직접 나섰다.’
‘그런데도 끝을 내지 못하는 상대가 있다니 이럴 수도 있었군.’
회색의 절대자는 공간이동을 완전히 차단한 차원권능의 해석과 파훼에 매달려있었으니 창조마신황은 실질적으로 십중심 다섯 명을 상대하고 있는 셈이었다.
더구나 권능의 발동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서 대응을 멈출 수도 없었다.
‘완전히 당했다.’
‘흑염의 절대자는 권능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지금처럼 다수의 권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공간이동을 사용하지 못하니 전력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럼 대신(大神)과 일선(一線), 대수(大手)와 바람만이 남는가?’
‘대수(大手)는 전투능력이 낮으니 제외해야 한다.’
‘그럼 세 명이 있다.’
압도적인 힘과 전력을 갖추었다.
그래서, 절대계를 인수하는 날짜까지 잡은 상황에서 설마 이런 힘든 전투를 벌이게 될 줄 몰라서 경악했던 십중심이었으나 곧 안정을 되찾는다.
‘우리의 승리는 변함이 없다.’
남은 세 명 중에 어떤 전투에서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최강의 초월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의 절대자의 등 뒤에 메어있던 태극천검(太極天劍)이 머리 위로 치솟고, 파멸유혼검(破滅有魂劍)이 합체하여 커다란 대검이 된다.
파파! 착착! 착! 사사사사사사사사(死死死死死死死死)!
검신의 중앙이 목검을 흡수하자 붉은 검날과 파란 검날이 더욱 커지면서 무시무시한 죽음의 기운을 내뿜는다.
대검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움켜쥔 바람의 절대자는 신언으로 외친다.
“네가 어떤 생각으로 우리까지 전부 삼켰는지 모르나 이걸로 일소를 노렸다면 커다란 실수였다.
네가 거신이 아니라 세계가 되어있을지라도 단칼에 베여주마.”
“그렇게 하시면 제가 플랜 C로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를 싹 쓸어버리는 방식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무척 귀찮으니 그만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