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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487화 (1,488/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창조마신황 코아의 눈이 십중심의 자리를 확인한다.

원탁의 공석은 두 개였다.

‘대신(大神)과 대수(大手)인가?

다행스럽게도 깨어나지 못한 모양이군.’

우주대신(宇宙大神)을 쓴 반작용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을 확인한 창조마신황 코아는 느긋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가져온 문서를 허공에 띄웠다.

제목을 바라본 회색의 절대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묻는다.

“종전이나 정전이 아닌 평화협상인가?”

“언제 싸우기라도 했습니까?

후후후후후!”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음침하게 웃는 창조마신황 코아의 말에 회색의 절대자도 로브 아래에서 간략하게 비웃어주었다.

“하!하!하!하!하! 이미 상황을 다 파악했을 것인데 그런 소리가 나와?

저 허약한 녀석들이 도대체 몇 번째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인가?

수장들이 번갈아서 죽어 나가는데 전쟁이 아니면 뭔가?

신족의 표현대로라면 수확이겠군.”

“큭!”

“윽!”

모욕을 당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발끈하려 하자 가볍게 손을 들어서 막은 창조마신황 코아는 피식거리면서 말한다.

“후후훗! 그렇게 된 덕분에 다른 세계에서 온 제가 창조마신황이 되었으니 많이 이득을 보았습니다.

누가 그렇게 했는지 모르지만, 반작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렇게 과격한 수단을 쓰면 상대도 물불 가리지 않는 법이지요.

솔직히 제가 창조주님의 대리로서 십중심 사장님들의 반대편에 앉아있을 수 있는 것이 정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흥! 세상이 미쳐 돌아간 덕이지.”

다른 십중심들을 둘러보면서 냉소적으로 말한 회색의 절대자는 협상자료를 순식간에 흩어보았다.

창조주와의 협상을 주관하기로 한 대신(大神)이 깨어나지 못했기에 전권을 넘겨받은 것이다.

“내용은 별것 없군.

오히려 너무 간략해.”

절대계를 인수하는 협상 내용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한 협정서였다.

행성 하나를 주고받는데도 탑이 될 정도로 서류가 쌓이는데 서약서처럼 간단했다.

그런데 창조마신황 코아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말이 많으면 꼬투리를 잡힐 것도 많지요

절대계의 일 할을 신족에게 독립권을 부여한다.

대신 창조주님은 십중심에게 완전한 창조주로서 인정한다.

이게 전부이지 않습니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라도 있으십니까?”

“후후! 흥미롭군.

우리 쪽에서 준비한 서류를 보겠나?”

재미있다는 말투로 서류의 탑을 꺼내어서 원탁 위에 올려놓았다.

구궁-!

회의장을 뒤흔들 정도로 막대한 서류였다.

각 십중심들이 생각한 독립영역을 인정했을 때 모든 문제점과 거기에 대한 해결책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약자에게는 족쇄인 막대한 내용에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창조마신황 코아는 눈을 감았다.

“응?”

주변이 놀라는데 회의장의 허공 속에서 수많은 눈동자가 나타나고, 십중심이 내놓은 협정서의 탑을 모두 띄워 올려서 읽어가기 시작한다.

파파파파파파-!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 창조마신황 코아는 느긋하게 대답한다.

“구 할이 중복되는 내용입니다.

최종 검토는 해보셨습니까?”

“후후! 네가 외계로 가면 어차피 폐기될 평화 협정의 내용 따위가 무슨 상관인가?”

노골적으로 속셈을 드러낸 회색의 절대자의 언행에 다른 십중심들이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수장인 황금의 절대자는 심각했다.

‘도대체 회색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우리에게 유리한 협정서를 읽어보지도 않았다니 말이야.’

하지만, 스스로 나서서 협정을 주관하기에는 창조주와 신족의 생각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며 반대세력이 은근히 많다는 점이 나서지를 못하게 한다.

‘어떤 계약을 한 종전협정이라도 힘의 크기가 기울면 파기되기 마련이다.’

제약을 벗어날 방안을 잔뜩 마련해 놓은 협정서가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자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창조마신황 코아는 침중한 음성으로 대답한다.

“흠! 이거 한 방 먹었습니다.

역시 현자의 정점이신 회색의 절대자다우십니다.

제 생각을 눈치채셨군요.”

“플랜 C가 있다고 그렇게 떠벌렸는데 예상하지 못하면 바보 멍청이지.

너는 순조로운 평화 협정을 원하지 않아.

오히려 한판 붙기를 원하는 모양이구나.

그러니 협정서를 이따위로 만들어왔겠지.”

“!”

절대계의 칠 할을 점유한 십중심과 정면승부를 바라고 협상 자체를 파탄시킬 생각이라는 말이었다.

열세인 신족과 마신족의 사정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인데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거짓은 아니었다.

그런데 창조마신황 코아는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설마 제가 황금 회장님과 어르신, 여러 사장님에게 전면전을 바라겠습니까?”

“세력만 제거하고, 영원체들을 동원해서 소모전을 벌이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면 복구했다던 성멸(星滅)은 어디 있지?”

“물론 회의가 파탄 나면 자동조정으로 본성들을 파괴하게 조정하고 왔습니다.”

“여기서는 동시 소멸을 하면 안 되는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제물로 삼아서 우리 발을 묶고, 너는 세력을 소멸시킬 생각이겠지.

참으로 미쳤구나.

그 이후에 벌어질 우리의 분노는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안 미치면 십중심에게 누가 도전하겠습니까?

회색 사장님도 이 평화 협정을 하실 생각 자체가 없으신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차원 결계와 외계의 문까지 준비하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죽이기 힘들 것 같으니 이 지역을 통째로 강제로 외계로 추방할 생각이었다.”

서로의 음흉한 계략을 대놓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약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참으로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어차피 한번은 충돌해야 함을 직감으로 아는 흑염의 절대자로는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저것들이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어차피 그냥은 못 넘어가는 것을 알면서 말이야.’

‘모르겠다.

그래도 밀리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저런 식으로 대화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십중심들의 의문이 커질 때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협정서류를 전부 치우고, 창조마신황이 넘긴 협정서도 쓰레기통에 던지면서 말한다.

“시간 낭비하지 말자.

네가 플랜 C로 십중심 세력을 전멸시킨 이후에 내놓을 협상안을 보여라.”

창조마신황 코아가 나서면 정말 십중심 세력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말에 십중심만이 아니라 측근들조차 당황해했다.

그러나, 이미 황금 본성을 삼키려 했던 전적이 있기에 긴장을 할 뿐이었다.

창조마신황 코아는 품속에서 단 한 장의 협정서를 내놓으면서 말한다.

“여기 있습니다.”

십중심들이 최종 협정서를 보려고 했지만, 손바닥으로 덮으면서 엄중한 봉인을 걸어서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저를 추방하고 난 이후에 바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영구봉인하면서 신족에게 제시할 조건을 같이 보고 싶습니다.”

마치 카드를 숨긴 것처럼 손바닥으로 가린 협정서를 지켜본 회색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겠지.”

아무런 상의가 없었기에 황금의 절대자도 놀랐으나 역시 단 한 장의 서류를 올려놓았다.

탁!

역시 손바닥으로 내용을 가린 회색의 절대자는 나직하게 말한다.

“제목부터 보자.”

“후후! 좋군요.”

창조마신황 코아는 손바닥을 살짝 내려서 제목 부위를 보인다.

거기에는 평화나 종전, 정전이 아닌 다른 용어가 쓰여 있었다.

‘연장전 협정.’

전혀 뜻밖의 단어에 혼란할 때 회색의 절대자도 제목을 보였다.

그런데 똑같은 제목이었다.

연장전 협정이라고 적힌 글을 보면서 창조마신황 코아가 묻는다.

“역시 이 싸움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아시는군요.”

“평화와 전쟁은 반복된다.

그런 간단한 의미를 떠나서 창조주에게 승부를 걸면서 한번 이겼다고 끝나기를 바라면 그게 병신이지.

우리가 소멸하기 전까지 계속 싸워야 할 것이다.

상대가 영원체인 이상 우리의 패배는 결정되어 있다.”

“….”

“….”

이미 각오한 사항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들으니 짜증이 확 밀려오는 십중심들이었다.

그런 동료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힘으로 권력을 잡았으니 반란이 끝없이 일어날 것이다.

신족이나 마신족을 전부 없앤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종족이 탄생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너 같은 존재가 외부에서 몰려온다.

그들이 너처럼 우리가 아닌 약한 세력만을 노린다면 막을 수가 없다.

힘만으로는 결코 창조주의 위치를 유지할 수 없는 이유다.”

“후후! 패배는 시간문제일 뿐이지요.

십중심 사장님 정도라면 거의 영원에 가깝게 끌고 가시겠지만, 영원체이신 창조주님에게는 아주 유리한 승부입니다.

그럼 조항을 볼까요?”

스으으으!

첫 번째 조항은 간단했다.

‘절대계 구 할을 십중심이 창조주로서 관리하고, 일 할은 신족이 그대로 관리한다.’

회색의 절대자가 보인 조항도 똑같았다.

도저히 협정문이라고 볼 수 없는 내용에 모두가 머리를 부지런히 굴릴 때 두 번째 조항이 보인다.

‘상호의 동의로 전쟁을 개시한다.

먼저 전쟁을 일으킨 존재는 창조주의 자격을 박탈한다.’

황당한 내용을 읽은 십중심들이 발끈하려 할 때 회색의 절대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뭘 노리고 있나?

왜 여기서 상호동의가 나오나?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말이다.”

“회색 사장님이 보여주시면 답변하죠.”

회색의 절대자의 두 번째 조항이 드러난다.

‘선제공격하면 창조주의 자격이 박탈된다.’

전쟁 방지 내용은 비슷하지만, 전쟁을 벌일 명분을 약세인 신족이 열어놓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창조마신황 코아는 눈을 빛내면서 말한다.

“선제공격 금지가 벌써 나온 걸 보니 세 번째 조항은 없으시겠군요.”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상황이 오면 둘 중 하나는 소멸한다.

협정 당사자가 없는데 무슨 내용이 더 필요한가?”

회색의 절대자가 협정서에서 손을 치우자 정말 단 두 줄이 전부이고 서명만이 남아있었다.

그걸 본 창조마신황 코아는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 진짜 십중심이시라면 이렇게 나오셔야 하지요.

약자일수록 말과 조건이 많은 법입니다.

그럼 저의 세 번째 조항입니다.”

손바닥을 완전히 치워버리자 정말 세 번째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연장전 협정은 바람의 가문이 주관한다.’

‘!?’

이것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회색의 절대자는 바람의 절대자를 쳐다보았다.

“바람의 가문이 십중심과 창조주의 협정을 주관할 수 있다니?

이게 무슨 뜻이지?

파워 오브 엠블렘.”

“….”

바람의 가문은 당연히 바람의 절대자와 떼어놓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창조마신황 코아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바람의 가문이 십중심을 능가하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바람의 절대자도 아주 특이한 경우다.

그것이 혈족에게 연속될 리가 없어.’

바람의 절대자의 아들이 반영원체이며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 중 대를 이어갈수록 더욱 강해지는 혈연유전(血緣流轉)을 모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잠시 의미를 생각하던 바람의 절대자는 천천히 말한다.

“나는 십중심 중 하나이다.

내가 창조주님의 편을 들 리가 없다.

그럼 태어나지도 않은 내 아들이 연장전 협정을 감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글쎄요.

저는 꼭 넣고 싶군요.”

갑자기 배신의 의혹을 받게 된 바람의 절대자는 미묘한 웃음을 짓는 창조마신황 코아를 당장 베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방금 대화를 들어보니 창조주와의 전쟁은 피하면서 내실을 다져야 했기에 꾹 참고서 명확하게 선언했다.

“원한다면 해주지.

그러나, 나와 내 아들이 창조주의 편을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신족의 위법만을 감시하겠다는 선언이었으나 창조마신황 코아는 바로 서명했다.

“그럼 결정되었군요.

이 연장전 협정은 창조주님께 전권을 받았으니 제가 대리 서명하겠습니다.”

사사사사사사사-!

정말 창조주의 신력 파장으로 경쾌하게 쓰이는 서명을 본 십중심들은 인상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녀석이 무슨 생각이지?’

‘갑자기 바람가라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바람의 절대자의 아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바람의 절대자가 아무리 강해도 셋 이상은 필패였다.

그러니, 그보다 약한 후계가 추가해도 십중심의 단결된 힘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거기에 조항은 너무 간단한 내용이라서 논의를 하거나 조정할 필요조차 없다.’

앞으로 영원한 전쟁을 위해서 창조주의 자격을 받아서 힘을 더욱 키워야 하기에 불필요한 전쟁을 피하려는 십중심은 미련 없이 서명했다.

스스스스스!

너무나 간단하게 절대계의 창조주 자리가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대신(大神)과 대수(大手)에게 권한을 이양받은 일원(一圓)까지 서명을 끝내자 최종적으로 황금의 절대자만이 남았다.

‘일 할은 어쩔 수 없는가?’

완벽을 추구하는 황금의 절대자로서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세력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창조마신황 코아 같은 존재가 있는 이상 절대계가 파괴될 수 있다.’

저울질을 하면서 고민에 빠지다가 창조마신황 코아에게 말한다.

“만약 여기서 당신과 창조신장, 마신황제가 전부 봉인되면 어떻게 됩니까?

창조주의 개입은 방지될 것입니다.

성멸(星滅)도 언제인가는 작동 불능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 정도 전력이 전부라면 일 할을 인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투는 창조마신황 코아와 신족의 전력이 약하다고 판단될 때 시행될 방법이었다.

그리고, 외부에 대기 중인 주신들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으나 전력으로는 약했기에 나온 생각이었다.

그 말에 이미 서명한 다른 십중심의 생각도 급속하게 전투 쪽으로 흐른다.

‘그렇군.

끌고 온 전력은 주신이나 동급의 마신뿐이다.’

‘창조신이나 마신왕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대세를 아는 것이지.’

주신과 마신만으로 이루어진 신족의 전력은 참으로 보잘것없었다.

협상하기로 했지만, 이렇게 끝내기는 아쉬운 다른 십중심들이 서서히 투기를 일으킨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에반젤리의 깃발이 바로 펼쳐질 듯이 떨리자 창조마신황 코아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카하하하! 역시 황금 회장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군요.”

크게 웃은 창조마신황 코아는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익힌 차원권능은 제가 온 세계에서는 겨우 주신장 정도입니다.

상급 창조신으로 인정받게 한 권능은 따로 있지요.

그걸 믿고서 저들은 여기에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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