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외계가 정기가 아예 없는 세계라서 권능을 이룬 정기조차 흡수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아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래서, 방어력이 가장 견고한 고유세계 ‘자폐(自斃)’로 법칙을 파악할 시간을 벌면서 신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했는데 이변이 일어난다.
화아아아아아아아-!
가슴에서 터져 나온 황금빛의 차원권능이 신체 전부를 감싼다.
신력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정기를 빼앗아가려는 외계에 대항하여 부족함을 보충한다.
‘오오오! 이것은 차원공통원소-!’
불완전한 권능을 보완하여 완전하게 만드는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의 힘이 발동되었다.
‘팔륜봉인에 죽어있던 흑염의 절대자를 일시적으로 부활시키더니 이번에는 외계에 특화된 새로운 신체를 창조하는가?
도대체 정체를 모르겠군.’
차원창세신 코아가 외계에서 끄떡없이 버티는 광경은 정황을 잘 모르는 시작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십중심에게는 달랐다.
앉아있던 의자에서 모두가 일어설 정도였다.
벌떡! 꽝!
차원창세신 코아의 고유세계가 외계로 흡수되면서 허신이 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측정하기 위해서 한껏 열어놓은 인지와 측정 장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신력과 신체 능력 수치가 상승하자 놀란 음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저게 뭐냐?”
“왜 안 녹아?”
이제 명확하게 십중심의 수좌가 된 황금의 절대자가 가장 당황했다.
‘정기가 아예 없는 외계에서는 어떤 정신체라도 버틸 수 없다는 법칙이 무너졌다.
외계에서는 황금의 불변을 가진 나조차 오래 버틸 수 없다.
원래 세계처럼 권능을 마음대로 사용하는데 막대한 시간과 정기가 들어간다.
그런데 더욱 강화되고 있다니?’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한 황금의 절대자는 닫히는 외계의 문을 향해서 외쳤다.
새로 창조주가 된 십중심과 전 절대계 창조주가 전부 합의해서 외계의 벽을 봉쇄했기에 이렇게 닫히면 다시 열 수 없어서 다급했다.
“이제 돌아오십시오. 코아!
당신 대신에 대리자를 보내겠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가슴에서 품어진 황금빛의 차원권능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십중심에게도 수준이 높아서 완벽하게 분석되지 않는다.
그러나, 효과만은 바로 알아내었다.
‘완전히 익히면 어떤 세계에서도 완벽하게 권능과 신체를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세계로 갈 때 발생하는 제약이 전부 사라진다.’
‘세계를 주관하는 법칙의 분석조차 자동으로 시행된다.’
‘그럼 다른 세계를 넘나들 때 발생하는 모든 장애가 사라지는 것이다.’
십중심이 약해서 절대계에만 만족하거나 창조주의 자리를 노리고 있던 것이 아니다.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존재일수록 다른 세계로 갈 때 막대한 제약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모든 세계와 차원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권능이 바로 앞에 있으니 마음이 매우 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권능이 존재한다니?’
‘이건 모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권능이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유세계 ‘자폐’를 걷었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자신의 신체를 멍한 시선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돌아오려 하지 않자 이제 급한 것은 황금의 절대자였다.
“코아! 원한다면 열한 번째 예외로 인정하겠습니다.
돌아오십시오.”
저 차원권능을 손에 넣으면 열 개로 나누어진 절대계만이 아니라 모든 세계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다른 십중심들은 황금의 절대자의 발언을 저지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벌어진 사태와 새로 알게 된 정보에 폭주하는 절대 직감에 머리를 움켜쥐던 흑염의 절대자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회색-! 이 망할 자식아!
외계의 문을 닫지 마!
모든 세계를 점령할 수 있는 차원권능을 버릴 셈이야?”
“!!!”
“!!!”
다른 십중심들이 그 말에 깜짝 놀라서 회색의 절대자를 쳐다보니 과연 외계로 가는 문을 닫는데 은밀하게 힘을 쓰고 있었다.
“그만두십시오!”
“멈춰!”
그러나, 들킨 회색의 절대자는 오히려 가속해서 닫아간다.
드드드드-!
다시 확장하려 해도 이미 가속도가 붙어서 급속도로 작아지는 외계의 문을 본 십중심들은 당황했다.
“이제 무슨 짓이냐?”
“멈추십시오. 회색!”
이제 왕복하기에는 너무나 작아진 외계의 문을 보고서 분노한 십중심이 다시 열려고 할 때 회색의 절대자의 차가운 음성이 울린다.
“모두 정신 차려!
저 차원권능은 현자의 정점인 나조차 분석이 안 되고 있다.
우리라도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잊었느냐?
각 계열의 정점에 도달한 십중심이 다른 권능을 익히면 문제가 생긴다.
저런 정체불명의 차원권능을 익혔다가는 전투력이 급감할 것이다.
그럼 십중심이 아니게 된다.”
“으윽!”
“음!”
잠시 욕심에 인지가 흐려져서 놓친 사실을 지적받은 십중심을 앓은 소리를 내면서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이대로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차원권능에 미련을 놓지 못하면서 거의 닫힌 외계의 문을 쳐다보았다.
이제 전력으로 외계의 문을 더욱 가속해서 닫기 시작한 회색의 절대자는 단언했다.
“저 차원권능을 익힌 저녀석의 상태를 좀 봐라.
저게 정상이냐?
저건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나는 불량식품이다.
빨리 치워버려야 해.
이런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그 잘난 절대 직감으로 말해봐라.
흑염!”
“….”
가장 빠르게 회색의 절대자의 행동을 예측했던 흑염의 절대자도 침묵한다.
저 차원권능을 익히면 자신에게 어떤 결과가 돌아올지 절대 직감이 판단을 못 하고 있던 것이다.
‘내 절대 직감이 확실하게 내게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지수인가?
아니군.
내가 아는 결과에서는 없어.’
비록 혼자서 살아왔지만, 용병신으로 했던 많은 경험에서도 저 차원권능을 익힌 미래와 비슷한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회색의 말대로 내가 봐서 바로 못 익힐 정도면 십중심의 고유권능에 육박하는 수준의 권능이다.
그럼 신체제약이 풀린 십중심이 되게 해준 흑염 권능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한다.’
십중심의 힘을 포기하고, 세계의 제약을 풀어주는 권능을 익힌다면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존재가 익히게 할 수 없다.
포기해야 하겠군.’
그렇게 흑염의 절대자가 저 차원권능이 십중심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인정하자 다른 십중심들도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투기가 넘치는 음성이 울려 퍼진다.
“크하하하하하하-! 그렇구나!
나의 운명은 바로 이것이었어.
나야말로 첨병이며 선봉이다!
모든 세계의 제약을 뛰어넘고, 넘나들면서 그분의 이상을 펼치는 것이다!”
거의 닫힌 외계의 문 너머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의지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십중심들은 영향은 없지만, 겉에 있던 측근들과 정예는 몸이 굳을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이었다.
‘으음! 안 좋군.’
‘저 차원권능을 익힌 외부의 위협부터 대비해야 한다.’
십중심이 되었을 때는 절대계의 안정만 생각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창조주가 되었으니 다른 세계의 침략을 걱정하게 되어버린 십중심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를 보낸 영원체에게 저만한 강자가 얼마나 있을까?’
‘상급 창조신으로 소개한 자신의 이야기로는 십만 이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존감이 특히 낮았으니 그건 아니겠지.’
‘차원창세신 코아가 첨병에 불과하다면 그래도 일천 명 이상으로 보아야 하겠지.’
‘일천 명이라?’
차원창세신 코아 정도의 상급 창조신은 귀중하다.
그러니 그 정도가 침략을 위해 다른 세계로 소모성이 큰 단독 첨병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의 최소치이기는 했다.
‘만약 일천 명이 모두 저 차원권능을 가지고 있다면 큰일이다.’
차원창세신 코아 혼자서 절대계를 이렇게 뒤흔들었는데 일천 명 이상이면 진짜로 멸망이었다.
영웅신인 흑염 군단조차 바짝 몸이 굳은 모습을 보면서 결심한다.
‘그들에게조차 세계의 제약이 없다면 결론은 정해져 있다.’
‘외부에 눈을 돌리기 전에 자체적인 전력 강화부터 해야 한다.’
이제 십중심조차 무시 못 할 정도로 강렬한 투기를 뿌리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의지가 더욱 강하게 울린다.
“전부 파괴해주마!
모두 창조해주마!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이루어지리라!”
광기마저 느껴지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의지는 외계로 가는 문이 완전히 닫히면서 끊겼다.
잠시 침묵한 십중심들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영역으로 떠났다.
앞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세계의 제약조차 벗어난 침략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외계에서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도시의 불빛과 매연으로 별이 거의 없이 달만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웃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참으로 어둠이 눈부시구나!
신이 나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렇게 감동적일줄은 몰랐다!”
차원공통원소로 인하여 자신의 신체가 녹기는커녕 오히려 최적화되자 기쁨을 감출 수 없어서 한참을 웃는다.
외계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던 정기흡수가 무효화 된 이상 자신을 막을 존재는 진정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으응?”
그러다가 묘한 시선들을 느끼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찰칵! 찰칵! 찰칵!
밝은 불빛과 괴음이 여기저기서 터진다.
어느새 주변에 몰려온 지성체들이 자그마한 네모난 장치를 내밀고서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와! 굉장한 서양 미남이야.
저렇게 빛나는 검은색 로브도 처음 봐!”
“등의 원은 마법진을 그린 건가?
“머리도 흑발이면서 황금빛이네.
어떻게 염색했을까?”
“무슨 코스프레인가?
어떤 게임의 캐릭터인가요?”
“광고에요?
언제 출시해요?”
쏟아지는 질문에 잠시 당황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을 찾았다.
‘이것들은 뭐야?
그보다 시작님이 어디 계시지?’
호위 대상은 바로 찾았다.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주변에 몰려든 지성체 사이로 창피한지 얼굴이 붉어진 시작이 빨리 다른 곳으로 가지고 손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경거리가 된 사실을 깨달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벗겨진 로브를 다시 써서 얼굴을 가리면서 말한다.
“아아! 시작님! 방금 말은 이유가 있어서 한 일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쉽게 창조주가 되고 정식으로 인정받아서 반란 걱정도 적어진 십중심이라면 다음에는 영역확보를 위해서 다른 세계로 침략을 노리기 마련이었다.
‘나를 추방했던 황금의 절대자가 돌아오면 열한 번째로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제안은 전쟁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었기에 그냥은 넘어갈 수가 없었다.’
평화보다는 세계의 변화를 최소화하여야 돌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눈에 띄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미친 듯이 웃으면서 파괴와 창조를 외쳐서 몰려든 시민들로 인하여 당황한 시작은 입장이 달랐다.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자신까지 사진을 찍어대니 등을 떠밀 수밖에 없었다.
“어서 집으로 가요.
그리고, 여기서 사고는 절대로 치지 마세요.”
주변에 즐비한 유리와 거울로 본래의 평범한 얼굴로 돌아온 사실을 확인한 시작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도 바로 옆에 다시 고쳐줄 존재가 있으니 안심이야.
신체가 녹아서 유령이 될 수 있다고 겁을 주더니 팔팔하잖아?
괜히 걱정했어.’
자신의 보호자가 힘이 넘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는 좋았다.
그런데 주변을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들어보니 데리고 있기가 정말 만만찮다는 사실을 파악해서 고민 중이었다.
“정말입니다.
다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시작의 마음 변화를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등을 떠밀리면서 부지런히 변명 중이었다.
“제가 시작님이 사시는 행성과 지성체들에게 무슨 짓을 하겠습니까?
바라시지 않는 한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겠습니다.
부디 믿어주십시오.”
“아! 몰라요!
제발 집에 가서 이야기해요.”
찰칵! 찰칵!
그런 광경은 지나가던 시민들이 부지런히 찍고 있었다.
무엇이 이 세계로 넘어왔는지 모르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