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시작의 부모는 외계 침략자가 나타났는데도 너무나 태연한 딸에게 이상함을 느꼈다.
‘저 아이가 많이 이상해요.’
‘뭐가?
초능력을 얻었다고 사고를 치는 다른 애들보다는 나아.
당신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아서 좋은데 뭘 그래?’
‘이이가!’
차원창세신 코아와의 만남은 기억이 지워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에서 저런 무덤덤한 태도가 낫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집 밖을 나온 시작은 바로 하늘의 신계를 쳐다보면서 외쳤다.
“차원창세신 코아! 저들은 또 뭐예요?”
시작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 수 있는 원흉은 한 명밖에 없었다.
과연 바로 하늘에서 나타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공손한 어조로 보고를 시작한다.
“예!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
저들은 행성 인류의 경쟁자들입니다.
세계수를 오르면서 육체와 영혼을 단련하라 했더니 행성의 지배층들은 포기 상태입니다.
역시 자극이나 라이벌이 없으면 발전도 없어서 불러들였습니다.”
“아아! 그러세요?
경쟁자가 너무나 많군요.”
겨우 그런 이유로 하나의 종족도 아니고 수천 종족을 불러들였다니 다시 머리가 아파지는 시작이었다.
그동안 꾹 눌러놓았던 불만을 이야기한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정기와 초능력이 생겼으니 알아서 발전할 수 있지 않아요?
꼭 이렇게까지 개입을 하셔야 해요?”
“그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이대로 만족하고 살려고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더구나 초능력을 사용하는데 수련을 하지 않으면 육체와 영혼의 괴리로 자멸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말로는 하지 않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심하잖아요!”
불평을 이야기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이 맞는다는 사실은 시작은 잘 알았다.
‘세계수의 정기로 초능력을 얻은 인류는 진화했지만, 주어진 힘이기에 영혼의 수준은 그대로야.
이대로는 모두의 육체가 붕괴할 수 있어.’
강력한 초능력이 허약한 육체에 엄청난 부하를 준다는 사실을 차원창세신 코아가 부여한 창조권능으로 알고 있는 시작은 다시 묻는다.
“저들의 통제는 확실하겠지요?
저들과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늘에서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수천 척의 강하정을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그러나, 이미 안주하지 않는 폭주로 조치해놓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 있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의 권능을 받아들이고 신도가 된 이상 저의 의지를 거역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들의 행동반경은 제가 세계수에 주변에 만들어 준 섬과 세계수로 한정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는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습니다.
저들이 세계수를 올라가면서 자극을 받은 행성 인류가 도전하여 신계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시면 됩니다.”
“너무 급한 것이 아니에요?”
“물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요.
지금 깊은 바다로 나아가지 않으면 나중에는 배가 뒤집힙니다.”
“무슨 배요?”
비유가 아닌 사실의 은유임을 파악한 시작의 물음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풋! 눈치를 채셨군요.
외계의 지배자들이 저의 존재를 눈치챘습니다.
곧 새까맣게 밀려올 것입니다.”
“!?”
물론 발각된 것이 아니라 표류 종족을 찾으면서 차원권능을 뿌려서 끌어왔지만 거기까지 말할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니었다.
‘일단 서로 잘 모를 때 뒤흔들어야 한다.
정기 보충이 힘들고, 행성 방위병력이 완성이 안 되었는데 본대가 진심으로 달려들면 곤란해.
나는 괜찮지만, 이 행성은 반드시 파괴된다.’
끌어들인 것은 이 지역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아주 일부였다.
거대한 벌레 같은 몸체를 이끌고 공간 이동해 오는 외계 지배층의 접근을 파악하고 있는 그로서는 서둘 수밖에 없었다.
‘행성 방어체계를 완성하고 나는 출전한다.
그나저나 오래간만의 특식에 좋아 날뛰는군.
킬킬킬! 어서 와라.’
내 생각대로라면 정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속으로 좋아하면서 외계의 지배자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시작에게 차근차근 설명부터 해간다.
“현재 외계의 지배층은 정신이 아닌 육체로서 한계를 넘어 진화한 존재들로 보시면 됩니다.
저희 정신체에게는 세계를 좀 먹는 암 덩어리로 치부하는데 전부 그걸로 지배층들이 이루어졌더군요.
지금 이 행성으로 한창 이동해 오고 있습니다.
도착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행성 방어전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마음껏 싸울 수 있습니다.”
“협상은 할 수 없어요?”
전투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시작에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되묻는다.
“외계에 정기가 없는 이유가 정기를 탐낸 그들이 지성체만이 아니라 행성까지 전부 먹어치웠기 때문인데도 말입니까?
행성들은 저들에게 살아남기 위해서 정기를 발산하지 않게 변화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정기가 완전히 고갈된 현재의 외계입니다.
외계의 지배층들도 대가는 치렀습니다.
정기가 고갈되었으니 비대해진 육체를 감당할 수 없어서 가장 유지가 간단한 벌레로 전락해버린 것이지요.
이성도 증발해서 본능만 남을 정도입니다.”
“!!!”
뜻밖의 사실에 경악하는 시작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위성 크기의 애벌레들이 공간이동을 반복하면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의 세계수로 억지로 행성의 정기를 깨웠고, 정기가 풍부한 행성을 정말 오래간만에 감지한 저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 행성을 먹어치워 허기와 이성을 되찾으려 할 것입니다.”
“세계수를 취소하면 되잖아요.”
“훗! 그러면 저들처럼 모성을 잃게 됩니다.
경쟁자로 삼을 표류 종족들이 너무 많다고 하셨지요?
모두 여기 외계 지배층 탓입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손가락을 하늘 위에 가득 찬 표류종족의 우주선들을 가리킨다.
“외계 지배층들의 주식이 바로 지성체가 가득 찬 행성입니다.
정기가 없으니 물질과 육체만으로 배만 채우는 것이지요.
저들은 그렇게 되기 전에 탈출한 생존자들입니다.
대략 일백억 정도의 인구가 모이면 자연재해처럼 덮쳐서 행성째로 삼킨다고 하더군요.
시작님의 행성은 막 식사대상이 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이런데 무슨 이야기가 되겠습니까?”
“아!”
현재 인류가 칠십오억 명이다.
그러니 저들이 행성을 먹어치우러 오기까지 이십오억 명만이 남아서 종말이 가까웠다는 선고에 머리가 아찔했으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외계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존재들이 넘치는 절대계를 뒤흔들었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무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막을 방법이 없나요?”
“후후! 제가 누구인지 잊으셨습니까?”
차원창세신 코아의 로브로 가린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입이 미소로 지은다.
시작은 안심이 되면서도 불안해서 묻는다.
“그건 문제가 아니군요.
피해 없이 이길 수 있나요?”
“시작님의 본성과 영역의 방어체계가 완성되면 바로 출장을 갈 생각입니다.
변변한 권능도 사용하지 못하고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거대한 육체 능력만 남아있는 외계의 지배층들은 저의 상대가 못됩니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차원창세신 코아의 장담에 한결 마음이 놓인 시작이었다.
그런데 경고를 하듯이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다.
“저들의 흉한 모습이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정기가 넘치는 행성을 원하는 만큼 시작님도 저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멸시킬 수는 없으니 양해하십시오.”
“아?”
외계 지배층은 아무리 보아도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거대한 벌레 이상이 아니었다.
지성체 행성을 통째로 삼키는 괴물과 같은 존재들을 모두 전멸시켜 달라고 이야기할까 생각했던 시작은 내심이 들키자 놀랐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지성체가 가득 찬 행성을 찾아서 포식하는 욕망만 남은 외계 벌레 지배층들이 왜 시작에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세계를 지배하려면 창조만이 아니라 파괴도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과도한 성장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식동물이 늘어나면 초원이 사막이 되어서 멸망하기에 잡아먹는 육식동물이 필요한 법입니다.
통제받지 않는 지성체의 과도한 증가는 세계를 그렇게 파멸시킵니다.
제가 부활시킨 신족과 마신족이 제자리를 찾아도 외계를 전부 점령할 정도가 되라면 장구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공백을 저들이 충분히 메울 것입니다.”
“….”
행성 인류에서 최상의 재능을 가지게 된 시작은 무슨 말인지 분명 이해했으나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시작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이 직접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주관해서 처리할 것이니 창조주의 능력을 갖추시고 자리에 오르시면 됩니다.
공석이 된 창조주의 자리이니 아무런 반대도 저항도 없습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생활하시며 시간을 보내시면 모든 것이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으음! 알아서 하세요.”
평범한 여고생인 거대 벌레와 같은 외계 지배층과의 전투나 그들에게 모성을 잃고서 헤매는 표류 종족의 운명은 너무나 무서웠다.
여기에 언제 먹힐지 몰라서 불안에 떠는 현재 외계의 지성체들의 불행까지 겹치면 더는 견디기 힘든 시작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을 설득시킨 차원창세신 코아는 표류 종족들이 본격적으로 하려는지 중형 우주선까지 강하를 시작하는 모습을 올려다본다.
대부분 중형이상의 이민선은 행성 표면에서 재이륙 기능이 없어서 저렇게 되면 다시 우주로 갈 수 없는데 과감한 조치를 하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벌써 각 종족에 영웅이 생겼나?
급하기는 한 모양이군.
이거 진짜로 밀릴지도 모르겠는데?”
차원창세신 코아의 생각대로 표류 종족들에게 이제까지 아무런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인물들이 갑자기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면서 수장을 갈아치우는 중이었다.
이 일은 시작의 행성에서 가져온 정기가 가득 찬 물과 공기를 마신 순간 일어났다.
파아아아아-! 파아아아!
모든 승무원이 통제되던 물과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흡입한 순간 여기저기서 초능력을 각성하는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압도적인 초능력을 보인 인물은 마치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수장의 자리를 요구했으며 모두에게 받아들여졌다.
인구수가 적은 이민 우주선일수록 지배층의 교체는 신속했으며 아무런 반발이 없었다.
멸족을 피하고 싶은 종족의 무의식이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최초 결정은 하나였다.
“행성으로 모두 내려간다!”
“더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우주를 헤맬 수 없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말씀대로 저 세계수를 올라서 개조 행성에 정착한다.”
신족과 행성신이 일으키는 엄청난 폭풍과 해일은 아무리 발달 된 과학문명을 가진 표류종족이라고 해도 대형 장비를 투입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세계수의 줄기를 오르기 위해서는 초능력이 더 필요한데 강화하기 위해서는 물과 공기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파악한 그들의 선택은 모선의 강화와 충돌이라는 배수진이었다.
구구구구구구구궁-! 과과과과과과과과과-!
방어막의 구멍을 통과한 중형 우주선이 거대한 폭풍을 뚫고서 세계수로 떨어지듯이 전진한다.
부서질 듯이 진동하는 우주선 속에서 완전무장한 군인과 충격에 대비한 민간인들이 모두 긴장한 눈빛으로 점점 커지는 세계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충격이 덮친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활주로는 당연히 없다.
그나마 평평한 뿌리를 찾아서 동체착륙을 시도한 우주선은 다시는 날아오르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간다.
드드드드드-!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결정한 새로운 지도자와 지배층은 더욱 강해지는 초능력으로 어떻게든 폭발과 붕괴는 막아내었다.
“견디어라!”
“암흑의 우주에서 말라죽는 것보다 행성에서 죽겠다.”
구구구구구구! 구구구구구구궁!
반파된 우주선이 세계수에 도착하는 모습은 차원창세신 코아에 의해서 모든 종족이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주선의 파괴된 문을 강제로 열고서 나타난 지도자와 종족이 양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 비친다.
“위대하신 차원창세신 코아이시여.
당신께서 명령하신 대로 여기에 왔나이다!
모든 것을 걸고서 명령을 시행한 저희 종족을 어여삐 보아주소서.”
기도와 함께 바로 내려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축복은 모두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성과에는 보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너희는 내가 외계에 존재하는 한 멸족하지 않을 것이다.”
“!!!”
역사에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온 다섯째 날에 외계 종족들이 나타나 세계수에 먼저 도달했다고 기록된다.
그리고, 종족보존을 약속받으니 모든 종족의 필사적인 도전이 시작되었다.
‘대등반의 시대(大登攀의 時代)’
초능력을 각성한 인류와 신족, 행성신들까지 전부 얽혀버린 도전의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