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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512화 (1,513/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군복에 베레모를 쓴 혁명가가 경례하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행성 전체의 모형을 만들어서 화면에 비추었다.

“분탕 종자들은 저들로 되었다.

그럼 다른 종자들의 상태를 확인해 보자.

세계수의 상태는 최상이고, 신족과 행성신들도 좋군.

바다를 막았으니 지성체들의 통행이 힘든 지형은 손을 좀 봐야겠어.”

가볍게 손가락으로 모형 지구를 긋자 바다에서 땅이 솟구치면서 대륙과 대륙을 연결한다.

달에서 보면 가벼운 색깔 변화이지만, 행성 전체로 보면 대격변이었다.

세계수를 둘러싼 대륙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궁! 드드드드드-!

물속에서 엄청난 크기의 통로가 떠오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아나운서는 이제 놀라지도 않는다.

바다에는 대륙과 같은 크기의 나라가 자라고, 옆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보다 수십 배는 큰 삼십 킬로미터가 넘는 돌 원숭이가 수 킬로미터의 괴수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바다가 조금 땅이 되었다고 이상한 일이 아니지.’

담담한 목소리로 대본을 읽어간다.

“아침 뉴스입니다.

신계와 관련된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 각 대륙을 연결하는 바닷길이 생겼습니다.

언제나처럼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기적인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인류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하니 안심하십시오.”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부지런히 일하는 임시 천사들로 인하여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금방 파악했기에 주의사항만을 전달한다.

“굉장한 넓이의 통로로 모든 대륙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동차로도 이동할 수 있으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아직 지표가 안정화되지 않았습니다.

민간인들의 출입은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 현재 군대가 출동 중입니다.”

대륙을 연결하는 통로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그래서, 각국의 군대가 새로 생긴 통로를 최대한 많이 점령하기 위해서 전진하는 중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아! 구우우우웅!

그러나, 하늘을 새까맣게 채우면서 다가오는 신족과 바다에서 상륙하는 행성신을 보고서 모두 도망치는 광경을 비춘다.

이제 포기한 얼굴이 된 아나운서는 기계적인 어조로 말한다.

“보시다시피 군대의 통제는 불가능합니다.

행성신님과 신님들이 통로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격돌하고 계십니다.

주변에 지진과 해일경보가 발령 중이니 근처에 사시는 주민은 주의하시고 쓰나미가 일어나면 힘을 합쳐서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행성신들이 보기에 흉측한 괴수들인데 깍듯하게 존칭을 쓴다.

거대 괴수들이 행성신이며 원래 이 행성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천사들에 의해서 이미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인류 지배층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 행성의 주인은 인류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괴수에게 우선권이 있다니요?”

행성 주인에서 갑자기 세입자가 되어버렸으니 각자 국교로 삼은 주신들에게 간청했으나 매정한 대답이 돌아온다.

“너희 인류가 번성한 지는 일만 년도 안 되었으나 행성신은 행성의 탄생부터 존재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영역은 보호해줄 테니 빨리 세계수로 올라갈 전력부터 갖추라.”

차원창세신 코아가 세계수로 오르지 않는 인류에게 과거 인물들을 부활시켜서 마구 쏟아붓는 조치를 본 신족의 수장들도 마음이 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러다가 신족에게 화살이 돌려지면 큰일이다.’

‘소멸한 선조신을 부활시켜서 투입할지를 몰라.’

직접 겪어보니 부활과 재생을 주관하는 창조신의 창조력은 정말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특히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골육상전의 전쟁을 저질렀던 수장들일수록 다급했다.

‘이러다가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부활하시는 날이면 올림퍼스 일족은 완전히 무너진다.

내 거기부터 자르려고 할지도 몰라.

신족도 어서 올라갈 대표자를 정해야 돼.’

그렇게 신족은 인류에게 선을 명확하게 그었고, 행성신들의 크기도 감당이 안 되는데 수도 헤아릴 수 없는 무리까지 본 인류의 군대는 침묵하고 있는 상태였다.

핵무기도 안 통하는 존재들에게 전면전쟁을 거는 어리석은 지도자는 아직은 없었기에 큰 충돌은 없었다.

군대가 도주하는 한심한 모습을 끈 아나운서는 피곤한 얼굴로 말을 이어간다.

“다음은 세계수의 소식입니다.

표류 종족의 이미르씨가 현재 오십 킬로미터를 돌파하여 나무 중간지점에 기지를 건설한 공로로 종족들의 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천사들과의 축하 인터뷰에서 어서 달의 신계에 도착하여 개조 행성의 개발을 시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달의 신계에서는 화답하듯이 개조 행성에 세계수를 심고 줄기로 연결하였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아나운서가 개조 행성들에서 세계수가 자라나서 달의 신계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달에 열 개가 넘는 개조 행성의 줄기가 연결되는 모습은 이제 특이하지도 않았다.

“개조 행성의 개발권을 얻기 위한 표류 종족의 도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각 정부의 신속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절대계에서 돌아온 지 겨우 열흘 정도가 지났는데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의 시작은 이질감을 애써 무시하면서 뉴스를 지켜본다.

“다음은 지옥 소식입니다.

현재 사형이 확정되어서 지옥으로 공간 이동된 사형수는 총 일만 오천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하루 열 명 정도가 사형의 선고 후 공간 이동되었으나 현재는 갈수록 숫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형을 받을만한 흉악한 범죄자가 사라졌으며 범죄율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나온 듣기 좋은 소식에 시작은 눈을 빛내면서 쳐다봤다.

‘도움이 되기는 하는구나.’

아나운서는 과거의 범죄율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하향된 현재의 범죄율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추가한다.

“법정에서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지옥으로 공간이동이 되지 않은 피의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어진 정밀한 재조사에서 무죄로 판결되는 사태가 많아집니다.

그러자 사법부와 경찰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야기되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신에게 판결을 맡기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이 논란에 대해서 특별히 인터뷰를 해주신 염라대왕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죽기 직전에 인류의 영웅이 되고 싶어서 세계수에 핵무기를 날렸다가 나라와 국민이 지옥으로 변하게 해버린 동무국의 독재자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악마가 되었으면서도 묘하게 쾌활한 얼굴에 정장 차림이었고, 머리 옆에 돋아난 커다란 악마의 뿔에는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까지 했다.

그리고,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마이크를 대면서 신호를 주자 화면을 향해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부터 한다.

“웰컴 투 헬!

동무 지옥의 염라대왕입니다.”

뉴스 화면에 이야기 속에 나오는 뿔난 악마가 화사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자 시작의 얼굴과 옆의 부모들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해 버렸다.

시작은 서서히 의문이 생기고 있었다.

‘여기가 내가 살던 평범한 세계가 맞나?

혹시 다른 평행세계가 아닐까?’

그런데 변치않은 가족이 곁에 있으니 맞는 것 같았다.

‘세계를 박살 내는 십중심과 같은 강자는 거의 없지만, 점점 상식과는 동떨어지고 있어.’

염라대왕은 열기 띤 음성으로 투표에서 지지호소를 부탁하듯이 연설을 시작한다.

그럴수록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져갔다.

“저희 동무 지옥은 용서하지 못할 흉악 범죄자에게 인류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을 부여하여 정기와 마력을 짜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죄인을 회개시켜서 다시 선한 인간으로 만들어 바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놀랍게도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바로바로 이루어집니다.

과거의 지옥은 죽어서 회개하기에 피해자 보상이 될 수 없으나, 저희 동무 지옥은 살아서 회개시키기에 확실한 보상이 보장됩니다.

더구나, 함부로 죽여서 지옥에 끌고 가지 않으며 인류의 법의 심판을 우선시합니다.

저희 동무 지옥의 뛰어남은 범죄율 하락을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인류에게 분명히 공헌하고 있습니다.”

독재자는 염라대왕이 되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지 열띤 홍보였다.

악마인 염라대왕이 설마 이렇게 나올지 몰랐던 아나운서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마치 대통령 후보 연설을 보는 느낌에 냉정해지려던 시작도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제부터 흉악한 사형수는 쓸데없이 교도소에서 가두어서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동무 지옥으로 보내주세요.

유죄가 확실하다면 무료로 회개시켜드립니다.

마력이나 특수한 정기가 필요하신 신님들의 개별주문 또한 받아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무 지옥은 모든 종교에 부합되며 신족과 인류를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통합지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를 든 천사가 인터뷰 시간이 다 되었다고 눈짓을 주자 염라대왕은 양손을 펼치면서 외친다.

“무엇보다 저희 동무 지옥은 차원창세신 코아님께서 직접 만드신 지옥입니다!

어떤 지옥보다 정통성이 있고, 절대적으로 우월합니다.

인권을 생각해서 못 죽이는 범죄자에게 귀한 세금을 낭비하지 마시고 저희에게 넘기세요.

지금 전속계약을 신청하시면 특별히 사형수만이 아니라 중범죄자도 처리해드립니다.

저희 동무 지옥에서 무료로 징역 기한 동안 잘 관리해드립니다.

무기 징역은 특히 우대합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동무 지옥에 모든 인류의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이건 악마의 왕이 아니라 지옥 상품을 팔려는 기업가 같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지옥 광고영상까지 흘러나온다.

“이제 과거 지옥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지극히 높은 효과를 자랑하는 신생 동무 지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나라 전체를 마치 거대 유원지처럼 꾸며놓은 동무 지옥의 모습이 광활하게 보였다.

거기에 칼로 만들어진 산과 활활 타오르는 불 저수지에 떨어지는 사형수와 그 위에서 환호하는 악마들의 모습들이 흘러나온다.

“헉!”

지옥의 생생한 모습이 나오자 이번에는 아나운서도 당황했는지 손짓으로 영상을 끄라고 했다.

광고영상을 끈 염라대왕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저희 동무 지옥은 언제나 범죄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회개한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십시오.

저희 동무지옥은 어떤 범죄자라도 누구나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살아서 지옥을 보고, 죽어서 천국에 갑니다.”

악마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억지웃음을 짖고 있는 험악한 범죄자들의 모습을 끝으로 인터뷰 영상이 끝나간다.

“여러분의 친절한 친구이자 이웃!

동무 지옥의 염라대왕이었습니다.

모두! 고우 투 헤븐!”

엄청나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염라대왕의 마무리 발언과 함께 동무 지옥의 송출 영상이 끝난다.

팟!

이제 어지럽다는 표정을 숨길 수 없는 아나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잠…잠시 방송사고가 있었습니다.

사…사회 소식입니다.

각국에서 과거의 혁명가들이 부활하여 정당을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불법 이민자나 사회 불만 세력을 포섭하여 게릴라를 조직한 반국가적이며 폭력적인 일부 혁명가들에 대한 긴급 체포명령이 떨어졌다.

특히 유럽과 러시아에서는 세계전쟁을 일으킨 독재자들이 부활하여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변 국가에서 자신들을 침략한 독재자를 당장 내놓으라고 요구를 하자 내정간섭이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향수를 잊지 못한 일부 국민과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도피하면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첩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부활한 자에 대한 과거의 죄를 명분으로 법적 구속과 처벌이 의미가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저히 현실 세계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엉망진창인 뉴스를 본 시작은 식사를 마치고,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분명히 자신의 요구대로 인류에게 어떤 피해도 없이 진행되고 있기에 애써 신경을 끊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라.”

“조심하렴.”

텔레비전에서 다른 나라는 난리지만, 시작의 나라는 조용했다.

부모들도 자신의 나라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집 밖을 나선 시작의 눈에는 하늘을 날아서 출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보였다.

부우우우우우웅-!

하늘 가득히 근사한 자세로 날아 당기는 사람들을 본 순간 저절로 머리가 아파졌다.

‘이미 이건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

인류는 확실히 개선되고 있으니 손을 떼라고 할 수가 없었다.

‘전쟁을 없애달라고 부탁했다가 국경선에 수십 킬로미터가 넘는 행성신들이 날뛰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섣불리 요구도 못 해.’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공부나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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