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차원공통원소를 흡수한 신계라고 적힌 달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구구구구구구구궁-!
이미 위성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신계는 일반 행성 일만 배 이상의 개조 행성들까지 가뿐하게 뛰어넘는 크기로 자라났다.
파파파파파파-!
그리고, 신계에서 길게 뻗어 나간 빛줄기는 개조 행성들과 시작의 행성을 삼키듯이 휘감아서 고리처럼 연결된다.
연속되는 기적에 단련된 인류도 항성계 규모를 연상시키는 이번 변화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에 신계만 보인다!”
“저건 뭐지?”
개조 행성보다 커진 달에 중앙 신계라 적혀지면서 위성 크기의 신계를 열 개를 뱉어내듯이 만들어내 개조 행성들에 붙였다.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의 의식을 뒤흔드는 신언이 울려 퍼진다.
‘모든 신족과 행성신은 들어라.
위대하신 창조주님에게 권한을 위임받아서 은하계를 관리하는 신황인 창조신으로서 칙령을 내린다.’
‘!!!’
‘!!!’
갑자기 터무니없이 강대해진 존재감에 모든 정신체가 일제히 굴복했다.
지위 고하를 가라지 않고서 엎드린 그들에게 드디어 고대하던 명령이 떨어졌다.
‘내가 모시는 분의 지침에 따라서 강자에게 영광을 부여하겠다.
각 일족 최강의 투신과 최고의 창조력을 가진 여신을 선출하여 중앙 신계로 보내라.
나는 그들 중 승자를 선택하여 개조 행성의 신왕으로 삼아서 행성 신계와 개조 행성을 맡기겠노라.’
이 선언은 행성 전체에 걸린 부활의 권능으로 끝없는 전쟁을 벌이면서 서서히 지쳐가던 모든 일족의 투신들에게 벼락과 같은 환희를 안겨주는 말이었다.
그리고, 최고의 창조력을 가진 여신이라는 말에서 모든 여신의 눈빛이 뜨겁게 빛났다.
‘신족의 황족이 아니더라도 드디어 신왕이 되는 길이 열렸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선언이 뒤따른다.
‘약자들에게도 기회를 주겠노라.
최약의 투신과 최저의 창조력을 가진 여신이라도 스스로가 원한다면 중앙 신계로 보내라.
나는 그들에게 앞으로 창조주가 되실 분을 모실 기회를 줄 것이다.’
‘!!!’
차후에 창조주가 될 존재를 모신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였다.
그러나, 다음 말에 대부분이 포기했다.
‘패자는 승자의 부하가 된다.
모든 정신체에게 기회는 공평하게 부여될 것이다.
내 밑에서 버틸 수만 있다면 말이다.’
도발과 같은 칙령이 끝나자 신족과 행성신은 바로 전쟁을 끝내고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모든 고위신이 모인 회의장은 참으로 조용하며 수장의 혼잣말만 울렸다.
“각 일족에서 최강의 신과 최고의 여신을 보내라.
승자는 신왕이 되고 패자들은 그의 부하가 된다.
참으로 단순명쾌해서 좋군.
수장이라도 지는 날이면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패배하고서 부하가 되는 것을 거부하면 소멸하거나 말소되겠지.”
행성 신계의 수장이 될 수 있는 주신은 얼마 없다.
개조 행성이 열 개나 되니 가만히 있어도 하나는 자신에게 부여될 것으로 생각하던 수장의 얼굴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신왕의 될 기회라고 좋아하던 고위신들도 엄청난 부담에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수장은 그런 고위신들을 쳐다보다가 이를 악물면서 고개를 위로 올렸다.
거기에는 어떤 행성보다 커다란 중앙 신계와 목걸이처럼 황금빛의 고리로 둘러싸인 열 개의 개조 행성들이 보였다.
후우우우우우웅-!
개조 행성들을 휘감은 황금빛의 고리는 보기만 해도 신체가 저릴 정도로 강한 정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만 그루의 세계수가 일제히 성장하며 녹색의 대지로 바꾸어간다.
이미 이 행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 개조 행성은 적당한 지성체를 만난다면 몇조가 넘는 정기를 생산할 수 있는 보물창고였다.
“으득!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위대한 창조력으로 모든 행성과 지성체에 정기가 발생하고 있다.
일만 배 규모의 개조 행성을 놓치면 우리 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하류 일족이 될 수 없으니 최강의 투신과 최고의 여신을 보낸다.
영광을 손에 넣을 것이다. ”
“옛!”
드디어 참전으로 수장의 결정이 떨어졌다.
그런데 수장의 옆에 있던 고위신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방금 말의 허실을 깨달은 것이다.
‘패배하면 승자의 부하가 된다.
거부하면 신황님의 처벌이 기다리니 반드시 해야만 하지.’
‘다른 일족들도 최선을 다할 것이니 승패는 미지수다.’
‘승자는 단 한 명이고, 패배자는 아홉 이상이니 확률은 일 할미만이겠군.’
‘그런데 이 자식이 수장이면서 자기가 간다는 소리를 죽어도 안 하네.’
‘도박을 싫어하는 성향은 여전하군.
끝까지 안 가겠어.’
‘아마도 요행을 바라는 심정으로 다른 투신을 보내겠지.’
부지런히 부하들의 사기를 울리는 수장을 지켜본 고위신들은 한마디씩을 한다.
“일족의 수장다운 참으로 대단한 결심이십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신기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한참 열성적으로 연설하던 수장의 말이 멈추었다.
툭!
이미 일족에서 최고의 위치인 수장이 남의 부하가 되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역시 늙은 여우들답게 바로 나의 마음을 파악하는군.
승자는 무한한 번영을 약속할 개조 행성의 신왕이 되지만, 패자는 그 밑에서 죽도록 고생하면서 개척해야 한다.
그럴 수는 없지.’’
바로 무시무시한 얼굴로 고위신들을 노려보면서 외친다.
“나보고 개조 행성까지 가지라고?
그대들은 다 늙어서 어찌 이렇게 욕심이 많은가?
이런 좋은 기회는 당연히 젊은 신들에게 양보해야지!
“허-!”
“억-!”
전혀 뜻밖의 명분에 고위신들은 역시 수장이라고 감탄하면서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에잉! 고인 물 같으니라!’
‘그렇게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고 싶으면 수장을 관두고 가장 늙은 네가 나가야지.’
‘역시 수장다운 명분이다.’
잘못하면 자신들에게 출전하라는 말이 떨어질 수 있으니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잠시 멍해진 일족을 보면서 수장은 특유의 말발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흠! 물론 위험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했다.”
서서히 다시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고위신들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르는 소리!
젊어서 고생하면 늙으면 병신이 된다.’
‘몸은 골병들고 마음은 너덜너덜해지지.’
수장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헛소리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최강의 투신이 대상이면 적어도 주신을 내보내야 하는데 패배하면 부하가 된다니 아무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장도 갈 생각이 전혀 없고, 고위신들은 강제로 시키면 덤빌 기세다.’
‘그럼 주신 이하가 대상이겠군.’
‘강하지만 없어도 되는 투신이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못 먹는 감을 찔러나 본다는 식의 선출이었다.
그것도 신황의 명령으로 강제로 승자의 부하가 되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었다.
수장은 최대한의 신언을 발휘하면서 외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일족의 희망인 젊은이들이여!
나는 일족의 수장으로 개조 행성의 신왕이 될 기회를 젊은 투신들에 줄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가진 것이 없기에 읽을 것도 없는 젊은 투신들이다.
그들의 힘찬 함성이 울린다.
이런 사정으로 출전권이 육마왕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면서 겨우 국경선의 영역을 확보한 손오공에게 돌아왔다.
그렇게나 원하던 신왕이 될 기회였지만 위험성을 파악했으니 당연히 옥황상제의 칙사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보고 개조 행성 신왕 선출전에 출전하라고?
최강의 신이면 당연히 옥황상제님이 아니셨나?
무조건 자기가 올라가서 신황이 된다고 줄기 근처에도 못 오게 영웅신들을 배치한 분이 누구시더라?
그런데 이렇게 쉽게 도전기회를 넘기시겠다?
행성신 출신인 나에게 너무 잘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원래 이런 달콤한 제안은 이랑진군이 전부 맡지 않았나?”
“이제까지 공…공적을 생각하신 조치입니다.”
관리신은 손오공의 살기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할 말을 해간다.
“하아? 천병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도 아까우냐?
이 기회에 치워버릴 심산이지?”
“천…천계 최고의 무장이신 제천대성(齊天大聖)님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랑진군님이나 다른 천장 분들은 육마왕을 제압한 공로를 인정하여 기회를 양보하신 것입니다.”
“에헤헤헤? 내 정식 직함이 투전승불(鬪戰勝佛)이 아니었나?
그런데 툭하면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며 추겨 올려서 사지로 밀어 넣는 것까지는 참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 한 명만 영광이고 나머지는 몽땅 절망인 곳으로 보내?
차라리 순천대성(順天大聖)이라 부르란 말이다!”
손오공은 옥황상제의 칙사고 뭐고 목을 잡아서 들어 올리며 물었다.
“옥황 어딨어?
이번에는 도저히 못 참겠다.”
과거 천계를 뒤집어엎던 행성신의 살기에 관리신은 바로 대답했다.
“알현실입니다!
최고의 여신을 선발하시는 중입니다.”
“젠장! 벌써 보고해버렸군.
가만두지 않겠다.”
천계의 알현실에 만신창이가 된 갑옷과 여의봉을 수선하지도 않고 쳐들어간 손오공은 다짜고짜 외쳤다.
“옥황! 이랑진군은 어딨나?
이런 좋은 일은 네 조카나 보내!”
모든 고위신과 여신들이 모인 알현신이 울릴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우르르르르르르-!
무례함에 노기를 띠운 투신과 전신들이 일어서려 했으나 옥황상제의 눈짓과 의지를 받고서 바로 앉았다.
‘방해하지 마라.
반드시 한 명은 보내야 한다.
네가 갈 거냐?’
‘개국공신인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
저는 천계와 옥황상제님을 수호해야 합니다.’
‘그러니 닥치고 앉아있어.
언제나처럼 비위를 맞추어서 나서게 하겠다.’
전장에 나가 있던 손오공은 모르지만 치열한 물밑 싸움 끝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물론 안 가려는 경합이었다.
‘누가 나올지 모르는 결전에 오직 단 한 명의 승자만 영광을 가진다.’
‘저 개조 행성을 개척해야 하는 패배자들의 운명은 참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군.’
신족의 힘이 일 할로 급감하는 행성의 저항력으로 대륙을 제압하는데도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일반 행성의 일만 배가 넘는 행성을 지성체가 살 수 있게 안정화하려면 어떤 고생을 해야 할지 눈에 선했다.
옥황상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먼저 발견했다.
“어서 오게!
육마왕은 패퇴시켰다는 낭보는 잘 들었네.
역시 천계 최강의 투신 제천대성(齊天大聖)다운 무위네!
능력으로 보면 당연한 인사인데 뭐가 불만인가?
그리고, 이미 명단 보고가 올라갔네.”
“뭐야! 누구 마음대로?”
발작하려는 손오공에게 옥황상제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언제나 신왕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나?
그런데 고위신은 고사하고 지원하는 천병이 없어서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지.
우수한 부하를 얻을 이런 좋은 기회는 다시 없네.”
“….”
천연덕스러운 대꾸에 성질을 터트리려던 손오공은 등의 깃발을 펴면서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천계에 있는 열 개 군부 중 하나인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의 대표자리였다.
“순천대성(順天大聖)으로 방금 바꿨어!
나는 앞으로 순천대성(順天大聖) 손오공이다.
앞으로 사고를 치지 않고, 말 잘 들을 것이니 다른 놈을 보내.”
“어?”
뒤에는 아무도 없는 대표자리에 앉은 손오공의 등에 메고 있던 깃발에 정말 순천대성(順天大聖)으로 적혀있었다.
손오공의 능력은 탁월하지만 통제하기 힘든 것 때문에 싫어하던 옥황상제는 잠시 갈등했다.
‘앞으로 충성하겠다고?
이러면 조금 상황이 달라진다.’
천계의 어떤 세력과 연결점이 없으면서 단독으로도 강력하기 짝이 없는 손오공이 충신이 된다면 엄청난 이익이었다.
그러나, 다른 고위천장들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면서 시선을 피하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천장들을 강제로 보냈다가는 바로 다른 일족으로 도망칠 기세군.
그렇다고 이랑진군을 보낼 수는 없지.’
이랑진군이 비록 반신이지만, 여동생의 아들이며 친조카라서 황족에게 든든한 전력이었다.
아쉬움을 참고서 말한다.
“이랑진군은 육마왕과 싸운 여파로 치료 중인데 그대는 무사히 돌아왔지.
이러니 신계 최강의 투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손오공일세.”
“아 좀!”
창피를 무릅쓰고 칭호까지 바꾸었는데 상황이 변하지 않자 발작하기 시작한 손오공이었다.
“그렇게 싫다면 직접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뵙고 말씀드리게.
통행증을 써주지.”
“응?”
영웅신과 후계들이 완전히 장악하여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줄기다.
이미 한번 올라갔다가 두들겨 맞고서 쫓겨나왔는데 선선히 통행증을 고쳐주겠다는 말에 손오공의 눈동자가 굴렀다.
“정말이냐?
내가 먼저 올라가도 돼?”
신계에 줄기를 타고 올라온 신에게 앞으로 운영방침을 상의하겠다는 선언은 유명했다.
모든 신은 신황에게 조언을 주는 참모가 신왕 이상의 직위라고 판단했지만, 수장들의 생각은 달랐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하는 일이 워낙 규모가 크니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큰 것이다.
‘행성도 아니고, 항성계가 통째로 조작되고 있다.’
‘조언을 잘못했다가는 큰일 나겠군.’
‘잘못 걸리면 죽는다.’
엄청난 권한이야 얻겠지만 어지간한 주신은 업무에 그대로 압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깔끔하게 욕심을 접은 옥황상제는 바로 허락했다.
“상관없네.
나는 최고의 여신을 뽑는 일 때문에 바빠서 직접 할 수가 없어.
그렇지만, 다른 수장들의 승인도 받을 수 있게 연락을 해주지.”
“좋아! 내가 가서 신황님을 뵙고, 참가 투신의 명단을 바꾸겠다.”
“그렇게 하게.
대신 참가할 투신의 동의부터 얻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게.”
“그건 또 뭐야?
위에서 시키면 그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야?
투신이잖아?”
승자의 부하가 되는 승부에 순순히 참전하겠다는 고위 투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우리는 힘을 우선하는 마신족이 아닌 명분을 중시하는 신족이니 당연한 일이네.
투신은 특히 권리보다 의무가 먼저이지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해야 하지.
이런 일이 귀찮은 절차나 소모적인 논쟁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아주 중요하네.
하급자의 마음은 아주 복잡한 법이니 말이야.
이걸 모르면 짐승의 왕은 될 수 있어도 절대로 신왕이 될 수 없을 것일세.
신족이 왜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지 이번 일로 깨달았으면 좋겠군.
제천대성(齊天大聖) 손오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