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거대화된 여의봉에 몇 대를 허용했으나 별 상처를 입지 않은 반고의 승리의 선언이었다.
“우가가가가가가가가가-!”
비명을 지르면서 중국 대륙으로 떨어지는 손오공의 본신은 인간이 보기에는 실로 거대했다.
구구구구구구궁!
하늘에서 벌어지는 괴수와 거인의 결전을 보고 있던 모든 인류는 손오공이 떨어지자 하나의 생각을 가졌다.
‘삼십 킬로미터가 넘는 거대 돌덩어리가 하늘에서 운석처럼 하강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인류의 멸망이다.’
‘다 죽었다!’
저 거체가 가지는 끔찍한 질량만 생각해도 핵폭탄이 우스운 수준이었다.
거기에 갈수록 하강 속도가 빨라지니 잘못하면 대륙 전체가 파열될 수 있는 위기였다.
그 광경을 보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혀를 차면서 줄기에 차원결계를 발동했다.
“쯧! 고위신과 행성신이 본래의 힘을 되찾으니 행성 자체가 위험해지고 있다.
이제 전장에 차원결계를 쳐야 하겠군.”
이미 차원결계를 벗어난 손오공의 본신을 들어 올릴 수 있으나 할 수 있는 부하들이 있으니 시킨다.
바로 육마왕이었다.
“귀중한 신왕 후보자다.
받아내서 다시 도전시켜라.
행성에 어떤 피해도 가서는 안 된다.”
“옛-!”
“가자!”
배신자를 도와야 한다니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중국 대륙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은 육마왕은 신속하게 움직인다.
‘저 본신이 그대로 떨어지면 중국 대륙은 산산이 조각난다.’
‘우리를 재생시킨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명령이시니 어쩔 수 없지.’
솔직히 행성신의 힘이 일 할로 감소하는 우주에서 선조신과 대등하게 싸우는 손오공을 보면서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손오공은 여전히 무식하게 여기저기 들어 박으면서 사는군.’
‘그런데 상대가 너무 나쁘다.
반고라는 거인신이 만만치 않아.’
‘일단 명령대로 힘을 모아서 받친다.’
육마왕은 수 킬로미터가 넘는 각자의 본신을 드러내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손오공의 본신을 몸으로 밀어붙였다.
파파파파파-! 슈슈슈슈-! 구구구구궁!
어차피 부활권능으로 안 죽으며 정기가 넘치니 한계까지 힘을 사용한 탓에 꼼짝할 수 없었던 손오공으로서는 감격스러운 상황이었다.
“형님들!”
“….”
“….”
“….”
그 말에 육마왕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특히 과거 손오공의 저항군 토벌여행에 가족까지 말려들어서 가장 심하게 당한 우마왕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이 녀석이 설친 덕분에 내 가족들까지 인질로 끌려갔다.’
다른 마왕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천계의 금단과 영약을 몽땅 훔쳐먹고 무적이 되었다고 혼자 설쳤지.’
‘그러다가 고위 신족에게 잡혀서 앞잡이가 되더니 동족인 행성신들을 때려잡아서 바치기까지 했어.’
‘방금까지 천병을 이끌고 부활한 우리에게 덤비던 녀석이 인제 와서 뭐라고?
형님?
‘여전히 참으로 태세전환이 빠르구나.’
‘같은 원숭이가 기본이지만 너무 방정맞아.’
당장 박살을 낼까 하다가 손오공이 중화신족의 선조신인 반고와 싸우던 모습을 생각하고서 꾹 참았다.
‘지금 과거의 원한을 풀 때가 아니야.’
‘재생까지 시켜 주셨는데 행성과 국경선을 지키라는 말 이외에는 이제까지 아무런 언급조차 없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처음 한 직접 한 지시다.’
‘실수해서는 안 돼.’
더구나 손오공을 귀중한 신왕 도전자라고 했던 말도 무척 마음에 걸렸다.
‘이건 단순한 시험이나 오락이 아니다.’
‘반드시 도전자 중에서 개조 행성의 신왕이 나올 것 같아.’
나름 왕이라고 자칭할 정도로 세력을 거느린 덕분에 일반 행성의 일만 배가 넘는 개조 행성의 신계 주신의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아는 육마왕이었다.
‘손오공이 개조 행성의 신왕이 되면 이제 너무나 좁은 이 행성에서 벗어나 신천지로 갈 수 있다.’
‘이 녀석이라면 할 수 있다.’
자신들처럼 쓸만한 부하가 없는데도 천계와 중국 대륙을 뒤흔들었던 손오공의 저력을 잘 아니 감정을 수습한다.
다른 육마왕의 언질을 받은 우마왕은 나직하게 말했다.
“좋아! 우리를 형님으로 부르겠다면 아우님으로 다시 부르지.
곤란해 보이는군.
중화신족이 돕지 않으면 중국의 행성신인 우리가 돕겠네.
다시 가게.”
부서져 가는 손오공의 본신이 행성과 가까워지자 다시 복원되면서 단단해진다.
원래 모습을 되찾은 손오공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형님! 제가 그런 짓을 했는데 아직도 아우님이라고 부르십니까?
크흐흐흐흑! 죄송합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중화신족의 최고 투신으로서 신왕 선출전의 대표로 올라섰으나 모두에게 설움만을 당했던 손오공은 감정이 복받쳐서 진짜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래서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의형제들에게 과거에 어쩔 수 없이 저질렀던 일을 사과하면서 용서를 구한다.
“제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형님들과 형수님과 조카에게 못 할 짓을 했습니다.
이렇게 용서해주시니 반드시 신왕이 되어서 백배 천배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이보게. 손아우.”
이런 격정적인 반응에는 육마왕도 깜짝 놀랐다.
‘행성신들이 손오공에게 배신자라고 욕하면서 신족의 개가 되었냐고 비아냥거려도 웃었지.’
‘혼자 힘으로 천계에서 가장 출세했다고 깐죽거리던 손오공이 아니구나.’
손오공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벽을 만났는데 다른 경쟁자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수월하게 올라간다.
그리고, 홀로 악전고투하다가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기에 나온 마음의 고백이 흘러나온다.
“크흐흐흐! 죄송합니다!
그때의 전 정말 사라지기가 싫었습니다!
뭐든 할 있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소멸하기가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
가진 재능과 얻은 힘이 너무나 컸기에 상실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거대했다는 말이었다.
“천계에 고개를 숙여도 반드시 이겨내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큭! 큭!”
하늘에서 패배해 추락했으나 한번 버렸던 의형제들에 의해 받쳐져서 꺼이꺼이 우는 손오공의 한 서린 고백을 듣는 육마왕들의 표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신족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신왕으로 출세하기만 하면 전부 지금처럼 풀어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더군요.
천신은 고사하고 천병조차 없는 이름뿐인 군부의 군단장이 한계였습니다.
하위 행성신조차 다스리지 못해, 원숭이의 왕 노릇을 했던 제가 신족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너무나 어리석었습니다.
크흑! 흐흑!”
손오공의 흐느낌을 듣는 육마왕은 결심한 표정으로 서로의 의지를 나누면서 세계수의 줄기를 향해 날아간다.
신족과 싸우며 산전수전을 전부 겪다가 영구봉인되어서 소멸했던 육마왕이 보기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다스리는 지금 상황은 굉장한 위기였다.
‘의형제에게 배신당해서 영구봉인되어 소멸한 과거의 원한은 끝이 없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이다.’
‘과거에도 끝없이 전력을 늘리는 신족에게 밀려서 토벌만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손오공이 나서지 않아도 결국 영구봉인을 당했겠지.’
‘오히려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재생되고 나서 확인해보니 손오공의 공로 때문에 행성신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다.’
‘엄청난 권능을 가진 신황님에게 재생되어 행성과 국경선을 지키게 된 지금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명령을 따르지 못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면 살아있는 지옥으로 변해버린 인간의 나라처럼 될 가능성이 컸다.
역시 신황답게 신족에게 조치가 치우쳐서 이대로는 미래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고 느끼기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한다.
“가세. 손아우.
방금 그 마음을 잊지 말게.”
“반고는 우리가 잡아두지.”
“신왕의 길을 우리가 열어줄 테니 가자!”
“길은 내가 열겠다.”
우마왕이 하얀 소인 본신을 더욱 키우면서 뿔을 앞세우고 질주한다.
음메에에에에-!
소 울음소리가 하늘을 진동시킨다.
구름을 밟고 달려간 하얀 소는 그대로 신족의 줄기 요새들을 들이받았다.
두두두두두두두-! 꽈꽝-!
선조신들의 강습을 막기위해 애써 만든 요새가 송두리째 뒤흔들리면서 방어막이 해제됨을 파악한 중화신족의 후계가 노성을 터트렸다.
“윽-! 육마왕! 아니 다시 칠마왕인가?
이 괴물 놈들이 또 천계에 대항하느냐!”
급작스러운 행성신의 침공에 다른 영웅신들과 직계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애써 만들어놓은 방어막들이 우마왕의 돌진 한 번에 박살 난 것이다.
“허어! 중첩 방어결계가 박살이 났다.
저 괴물들은 또 뭐냐?”
“중화신족이 세상의 중심이니 어쩌고저쩌고하더니 많이도 키웠네.”
행성신들은 자신들의 영역에도 많았지만, 육마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강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모든 육마왕의 본신을 태우고도 하늘을 나는 거대한 봉황이었다.
하얗게 타오르는 뿔로 중첩 방어결계를 부수며 넓힌 우마왕이 소리쳤다.
“단번에 하늘 끝까지 날아라!
붕아우!”
“예! 큰 형님!”
대답과 함께 거대한 날개 그림자가 신족의 줄기 요새를 전부 가렸다.
그것은 태양을 전부 가릴듯한 거대한 새였다.
“뭐야? 날수가 없다!”
“우리의 권능이 침식당하고 있어.”
대부분의 행성신이 땅의 힘에 의지하고, 덩치 때문에 날지 못한다.
그래서 줄기를 타고 오르는데 저 괴수 새는 무식하게 빨랐다.
무엇보다 신족을 날게 하는 모든 권능이 밀리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주신 이상의 하늘의 권능이라고?”
“행성신이 가능한 일인가?”
가가가가가가-! 그지지지지지직-!
모든 비행형 행성신 중 유일하게 하늘과 우주에서 신족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붕마왕의 본신 출현이었다.
요새에서 날아오르려는 영웅신과 후계들을 날개짓의 충격파로 막아버리고 외친다.
“하늘 또한 우주의 일부!
그렇다면 나 혼천대성 붕마왕 (混天大聖 鵬魔王)의 영역이다!
봉황의 날개는 순간에 구만리를 난다.”
파아앙! 파파파파파-!
한번 휘저으면 구만리를 나아간다는 장담처럼 붕마왕의 날갯짓이 힘차게 움직이자 이 신족의 줄기 요새를 순식간에 통과해버린다.
고위 행성신들을 통과시켜버린 영웅신과 후계들이 기겁해서 요새에서 튀어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저런! 일반적인 이동이 아니다.
공간을 관통해 버렸다!”
“이런 제길! 이게 무슨 수치냐!”
몇만 킬로미터를 공간이동처럼 단숨에 도착한 붕마왕은 이제 모습을 드러내고서 줄기를 둘러싸고 있는 거인족들의 앞에 도달해서 힘껏 날갯짓을 했다.
“봉익파천(鳳翼破天)”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깃털 모양의 충격파 덩어리가 거인신들을 덮친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앙-! 투하하하하항-!
수많은 천병과 천신을 하늘 끝까지 날려버렸던 붕마왕의 주특기였다.
단숨에 간격을 벌려서 돌파할 생각인 것이다.
파파파파파파-!
엄청난 충격파가 거인신들에게 집중되었지만 날아가는 존재는 없었다.
오히려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흥! 시원하군 그래.”
여기 모인 이들은 각 신족의 선조신으로 주신 이상의 신격을 가진 거인신이다.
신족의 주무대인 우주에서 추태를 보일 정도로 약자는 없었다.
붕마왕도 지형의 불리함을 자각하고서 바로 포기했다.
“쳇! 행성 표면에서 싸울 때처럼 쉽게는 안 될 모양이다.
형제들.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
본신의 형태를 줄여가면서 압축을 시작한다.
권능이 안 통하면 이제 남은 것은 육박전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아진 붕마왕은 등에 태우고 있던 육마왕을 줄기에 내려놓았다.
“가장 강한 막내가 고생할 정도면 예상하였다.”
“몸 좀 거창하게 풀겠군.”
중앙신계로 달이 진화하면서 폭이 수십 킬로미터로 커진 투명한 줄기는 그들의 전장이 되기에 충분했다.
육마왕의 함성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크르르르르릉!”
“카아아아아아!”
그들은 괴수의 형태에서 몸만 인간 형태인 머리는 야수인 수인의 거인행태로 모습을 바꾸고,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크르르릉! 이 모습으로 싸우는 것도 오래간만이군.”
“카르르르! 거인신들이 신족에서 사라진 이후로 처음이지.”
얼굴만 각자의 본신의 형태를 남겨놓고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그들의 앞에 손오공이 섰다.
“이 막내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미안함과 죄송함이 겹친 얼굴로 한 제안이었으나 소머리를 한 거인신으로 변한 우마왕이 곤장 모양의 쇠몽둥이인 혼철곤(混鐵棍)을 꺼내서 앞장섰다.
“되었네. 손아우님.
우리가 싸울 테니 힘을 아끼다가 빈틈이 생기면 지나가시게.”
“큰…큰 형님.”
줄기 요새의 몇 겹의 방어막을 단숨에 부수어버린 뿔을 빛내면서 다시 칠마왕의 선두에서 선 우 마왕은 외쳤다.
“신왕이 되려는 손 아우는 여기 말고도 갈 길이 멀다.
비록 다른 길을 가서 충돌하기는 했으나 다시 모였다.
의형제인 우리가 길을 열어준다.
가자! 아우들!”
우오오오오오오오-!
어떤 거인신보다 커다란 봉황이 날갯짓하면서 중앙신계로 돌진하는 모습은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가 쳐다보았다.
붕마왕을 타고서 줄기 요새를 돌파하고 수인 형태로 덤벼오는 육마왕과 손오공을 본 거인신들은 한숨을 쉬면서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었다.
“후우! 신족으로 전향한 돌 원숭이 괴수만 올라왔네.”
“한패인 행성신들까지 끌고 왔어.”
“개조 행성의 신왕으로서 쓸만한 신족은 안 오고, 괴물 같은 행성신들만 기어오르는군.”
“그런데 저 녀석은 자기 신족에서 따돌림당하더니 바로 행성신을 끌어들이나?”
“그놈 참! 저런 재주는 쓸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