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바뀐 흐름에서도 가이는 돈이 없어서 완전히 기계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조 인간이 되었다.
그 이후 연합과 제국의 전쟁에서 용병이 되어서 잘 나갔는데 갑자기 나타난 변신 전함의 함대에 의해서 은하계가 완벽하게 정복된 이후로 실업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크롬 여왕은 개조 인간들의 일제 소집령을 내렸는데 가이는 당연히 안 나가고 잠적해 버렸다.
“무슨 교육을 한다고 초능력자들을 총소집하더니 이제 개조인간 차례냐?
가보았자 좋은 꼴을 못 본다.
보나 마나 위험분자들을 정리하는 모양인데 당할 수야 없지.”
용병단까지 해체하고 숨어든 가이 앞에서 천사들이 나타나서 크롬 여왕의 소환에 응하라고 권고한다.
당연히 거부하고 계속 도망치자 신계에서 무슨 연락을 받았는지 이렇게 쫓아오면서 이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오오! 그 이름 최강의 용자왕!
이제 전설을 넘어서 신화가 되리라!”
“으아아아아! 신화는 또 뭐야?”
이런 낯부끄러운 노래를 한시도 쉬지 않고 배경음악처럼 계속 불러대니 전혀 있을 곳이 없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무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배경음과 함께 음성이 울린다.
두두두두둥!
“나의 이름은 사자왕 가이!
몸은 차가운 기계이나 영혼과 마음은 인간이다!
이 목숨을 바쳐서 무상의 정의로 인류를 구원하리라!”
어떻게 조작을 했는지 모르지만, 생생하게 울리는 자신의 영혼이 담긴 외침이었다.
아직 부족한 기계 몸만 잘 건사하면서 자신이 나온 보육원만 부양할 생각만 있는 가이로서는 기함할 일이었다.
“푸후후후후후-! 그만해!”
모두의 시선을 모으는 당사자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도망치듯이 건물에서 나오면 이제 즐기는 듯이 노래하는 천사들을 말리는 음성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네…네놈들은 악마냐?”
그러자 정색을 하면서 품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명함을 빼 든다.
“중앙 신계의 정식 중급 천사입니다.
여기 신분증도 있습니다.”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당연히 알 리가 없는 가이는 보지도 않고 외쳤다.
“그런데 왜 죄가 없는 인간을 이렇게 괴롭혀?”
전쟁이지만 살인을 직업으로 하는 용병으로 살면서 아무런 죄가 없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죄가 없지는 않으신데요.
참 많이도 죽이….”
“스읍!”
옆에 있던 하급천사가 입바른 소리를 한마디 하다가 도끼눈을 한 중급 천사의 기세에 식겁했다.
“실례했습니다. 사자왕 가이님.
이것은 모두 가이님을 위해서입니다.
크롬 여왕님께 가시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됩니다.
전설의 용자왕은 신화로서 사라진다는 세 번째 시즌은 보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으으으윽!”
무슨 소리인지 모르지만 이대로는 살 수가 없다는 사실을 가이는 인정했다.
그렇다고 함정일 것이 분명한 크롬 여왕의 소환에 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젠장!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살면 그만이다.
나는 개조 인간이다.
옷이 조금 문제지만, 몇 년이라도 끄떡없다.”
그러자 천족들이 재빨리 사자왕 가이의 갑옷을 가져온다.
“약한 옷이 문제이십니까?
그럼 이것을 입으십시오.
사자왕 가이님.”
사자 머리가 포효하는 검은 색의 전신 갑옷을 본 가이는 어이가 없어진다.
‘번쩍이는 모양이 심상치 않은 고급 갑옷인 것은 확실한데 너무 눈에 띄어서 제정신으로 입고 다닐 수가 없다.’
위장복만 걸치는 개조 인간으로 보는 시각에는 마치 나 여기 있다고 선전하는듯한 동물 인형 옷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끌려서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허어? 이것들이 미쳤냐?
이런 우스운 걸 입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입어보시면 앞으로 평생 입고 다니실 정도로 편안합니다.”
“사자왕 가이님의 운명의 갑옷이지요.”
그 말대로 너무나 흡족해서 들어서 살짝 들어 올리면서 투덜거린다.
“이 무거운 걸 입고 어떻게 다녀?”
그러자 천사들은 드디어 걸렸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착용하시면 무게가 사라집니다.
이걸 입고 있으시면 태양이나 블랙홀 속에서도 멀쩡해지실 것입니다.”
“내가 그런 위험한 곳을 왜 들어가?”
“스스로 많이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그러면 더 안 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천사들의 배경음악과 대사 남발에 결국 시내에서 못 살고, 황야에서 노숙을 시작한 사자왕 가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실업자에 은하계의 지배자가 된 크롬 여왕의 개조 인간 호출을 거부한 도망자 신세가 되었는데 천사들이 자꾸 부추기자 짜증이 극도로 나서 외쳤다.
“나를 방해하는 악은 전부 사라져라-!”
자꾸 악이니 정의이니 귀에서 반복하는 천사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사라지라는 말이었는데 그 말과 동시에 하늘이 갈라졌다.
구구구구궁! 구구궁-!
그 사이에서 튀어나온 일백 미터 크기의 인형 병기가 지축을 뒤흔들면서 가이의 앞의 땅에 내려앉는다.
무슨 작용인지 지진과 충격음은 요란한데 먼지조차 일어나지 않는 인형 병기의 출현장면에 잠시 할 말을 잃는 가이였다.
“….”
“….”
천사들도 이건 예상을 못 했는지 멍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인형 병기에게서 커다란 외침이 울린다.
“용자동맹 사자왕 가이 강림!
약자를 괴롭히는 악은 어디냐?”
귀청이 터질듯한 고함이 평야를 뒤흔들고 가이의 의지가 백지장이 된다.
“아아! 또 내 미래의 대사냐?”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깜빡이면서 방위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이자 허탈한 표정이 된 가이는 천사들에게 말했다.
“이 녀석까지 곁에 있으면 숨지도 못해.
이제 황야에서도 쫓겨나겠군.
너희가 이겼다.
가자!
가!”
성질이 나서 외치는 가이와 달리 천사들은 환호하면서 부지런히 공간이동의 문을 열었다.
“와-! 드디어 끝났다!”
“애들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힘들었어.”
“오글거리는 대사는 어떻고?”
“으! 천사의 몸에서 닭살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 봐.”
초능력자들이 사용하는 초장거리 공간이동과 유사한 공간 문을 보면서 넌지시 묻는다.
“그런데 정말 미래에 내가 저런 낮 뜨거운 대사를 말하고 다니냐?”
과학의 발전으로 음성변조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천사가 재생하는 음성과 이번에 나타난 인형 병기가 들려준 음성은 분명 조작할 수 없는 자신의 투혼이 느껴졌다.
상급 천사들이 나타나서 신속히 크롬 여왕에게 자발적으로 가라고 권하면서 했던 말이 머리에 메아리친다.
‘용자왕이 되는 내 미래를 더 나은 모습으로 앞당기기 위해서라고 하던가? ’
천사는 용자왕이 언제 완성이 되었는지 몰랐는데 갑자기 나온 질문에 놀란 표정이 되어서 대답했다.
“위대하신 신계 주신이신 아이언님께서는 그렇다고 하십니다.
대사는 녹음해 주신 것이지만, 노래는 지어주신 것입니다.”
“처음에는 천사더니 이제는 신이냐?
그리고, 신이 왜 남의 주제가를 만들어서 천사에게 부르게 해?
할 일이 그렇게 없어?”
그 말에 곤혹스러운 미소를 지은 천사가 말한다.
다른 존재가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당장 신벌을 내리겠지만, 중앙 신계의 무력의 한 축을 담당할 용자동맹의 용자왕이라면 아슬아슬한 허용선이었다.
“아직 어리셔서 그렇습니다.
용자동맹의 최강의 용자왕이시기에 다른 용자들에 비해서 특혜를 받으신 것이니 감사하셔야 합니다.”
“응?”
그제야 다른 개조 인간들에게도 천사들이 보내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다른 용자왕…아니 개조 인간들은 어떻게 했는데?”
이제 슬슬 입에 붙기 시작한 용자라는 단어에 혼란해 하면서도 정확하게 묻는다.
그러나, 중급 천사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신계 주신의 명령 불복종의 처분은 지성체는 무조건 지옥입니다.
일단은 크롬 유모님인 내리신 집합명령이기에 지옥으로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만 상당히 감점되었습니다.
일반 용자들은 아무런 공적을 쌓지 못하고 죽으면 모두 지옥행입니다.”
“그…그래? 명령 불복종은 지옥이라고?”
“당연합니다!”
천사의 가혹할 정도로 냉정한 대답에 일순간 할 말이 없어지는 가이였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들어서 여기까지 챙겨온 사자 갑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으면서 묻는다.
“지옥이 진짜로 있나?”
“용자동맹의 주둔지가 지옥입니다.”
“….”
눈앞에 천사가 있고, 미래를 알려주는 신도 있다고 한다.
그럼 지옥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는데 하필 주둔지가 지옥이라니 어이가 없어진 가이에게 중급 천사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고통을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지옥의 악령들과 관리자인 마족조차 어쩌지 못하는 힘을 가진 용자동맹입니다.
지옥이 용자동맹의 주둔지인 이유는 단지 이제 받으실 기계신체에 마력과 투기를 원활하게 보급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지옥은 영 아니다.”
처음 입어보는 갑옷인데도 마치 수없이 탈착해 본 것처럼 빠르게 입을 수 있었다.
“젠장! 이건 또 왜 이렇게 익숙하지?
몸에 달라붙는 것 같아.”
찰칵! 찰칵! 펄럭-!
검은 사자 갑옷을 다 입자 마치 살아있는 듯이 가슴의 사자의 머리가 벌려지며 포효한다.
카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갑옷에 연동되어 인형 병기의 사자 머리도 움직이면서 울부짖는다.
“으윽-!”
영혼을 뒤흔들고 본능을 자극하는 울부짖음이었다.
펄럭-! 펄럭-!
갑옷과 인형 병기의 검은 망토가 같이 펼쳐지며 하늘에 휘날린다.
인형 병기의 얼굴은 기계 인간처럼 금속 가면이었는데 지금의 가이 얼굴로 변했다.
우우우우우웅-!
일백 미터가 넘는 인형 병기가 사자 갑옷을 입은 자신을 복사하듯이 변한 모습에 가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난이 아니군.”
갑옷과 인형 병기의 휘날리는 검은 망토에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글씨로 용자동맹 사자왕 가이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천사들의 동원과 이런 엄청난 인형 병기의 동원은 지배층의 놀이로 생각하기에는 규모가 너무나 다른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수없이 천사들에게 들었던 자신의 미래가 흘러나온다.
“사자왕 가이.
세계의 약자들을 포악한 강자들에게 무상으로 지켰던 최강의 용자왕.
그게 바로 나인가?”
일백 미터가 넘는 사자왕 가이의 기계신체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하늘에는 몸체에 용자동맹이라는 글씨가 적혀진 거대한 검은 변신전함 한 대가 있었다.
은하계를 순식간에 제압해버린 변신 전함을 보는 사자왕 가이의 눈빛이 투기에 물든다.
“그래. 비록 받은 힘이나 발버둥이라도 한번 해보자.
최소한 절대적인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휘이이이이잉! 파파파파파파-!
그 말대로 용자동맹은 현 세계를 떠돌며 오백억 년 동안이나 어떤 세력의 독재도 용서하지 않았다.
지성체를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강자의 가혹한 지배에서 구해내어 이계(異界)의 구원자로 자리 잡았던 용자동맹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외계에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구현한 용자왕들의 인공지능은 조종자들의 신념과 정의까지 그대로 이어받았다.
은하유성 아이언이 넘긴 조종사들이 성격까지 적용했기에 영웅왕들과 마찰을 빚는 중이었다.
중앙 신계의 정문은 구현화 된 영웅왕과 일반 영웅기체들이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밀고 나가려는 용자왕들을 막아서는 중이었다.
“비켜라. 영웅왕들!
신계 앞이 전쟁터가 되고 있는데 왜 우리의 출전을 막나?”
“신계 주신님의 명령이 없이는 누구도 나갈 수 없다.”
영웅왕들도 아직 조종자는 없으나 탑재된 인공지능들은 자신의 창조주인 차원창세신 코아를 최우선으로 하여 움직인다.
거기에 원래 조종사인 신족의 주신과 천사가 된 초능력자들이 조직을 우선하는 생각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명령체계와 임무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합친 칠마왕은 선조신들을 밀어붙이면서 중앙 신계의 입구까지 왔다는 점이었다.
인정받기 위해 공을 세울 기회만 노리는 용자동맹으로서는 참기 힘든 상황이다.
“신계가 침략당하는데 지금 명령만 기다릴 생각인가?”
“싸우기 싫다면 비켜라.
신계 주신님께 용자동맹의 힘을 보여드리겠다.”
생전처럼 인정받기를 원하는 용자왕들의 인공지능들이 나서자 일반 영웅기체로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천사의 대표가 된 잔 다르크를 새로운 조종자로 받아들인 영웅왕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용자왕들을 막아선다.
“용자동맹은 가만히 있으라.
신계를 지키는 것은 영웅동맹의 신성한 임무이니 싸워도 우리가 나서겠노라.
그러나, 출전하라는 신계 주신님의 명령이 없으셨다.”
영웅왕들과 일반 기체는 조종사로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과거에서 부활시킨 영웅 천사들을 받아들여서 어느 정도 본래 위력을 발휘하는 상태였다.
싸우면 조종자가 없는 용자동맹이 불리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용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용자동맹.
자발적으로 무상의 정의로서 세계를 위협하는 강자와 싸우는 투사로다.”
“세계를 신계로 정의했을 때 우리가 싸울 권리가 있다.”
“신계 앞에서 감히 전투를 벌이는 저들을 악으로 규정한다.”
“명령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너희 영웅동맹과는 생각이 다르단 말이다!”
쿠쿵! 쿠쿵! 파파파파파파-!
기계신체이면서도 투기를 내뿜기 시작한 용자동맹이 강제로라도 정문을 통과하려 하자 영웅동맹도 참지 않는다.
“막아라!
필요하다면 파괴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