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차원창세신 코아는 행성을 마음대로 개조하는 절대적인 창조력만으로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주신을 능가하는 수만 대가 넘는 기계신 세력까지 갖추었으니 부활한 신족이 과도한 충성을 시작한 것이다.
시작이 감각으로 확인하니 과연 동네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수많은 신력에 잠시 머리가 어질해진 정도로 많았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변화의 과정이야.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어.’
부담감에서 벗어나 얼굴이 밝아진 시작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가져온 대수(大手)의 권능요약본과 작은 금빛 열쇠를 내밀었다.
“창조력의 정점인 대수(大手)의 권능입니다.
부모님에게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충실한 신도에게 내리는 가호를 받았다고 말씀하시고 익히십시오.
지성체가 배울 수 있게 조정해놓았으니 한계가 없으신 시작님이라면 손쉽게 입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열쇠는 용자동맹과 영웅동맹을 총괄하는 이동신계이자 생산공장인 영웅황제의 시동키입니다.
이것들을 가지고 계시면 동맹들이 어떤 조종사를 얻어도 시작님의 배신하지 않는 친위세력이 되어드릴 것입니다.”
“이걸 전부 주는 거예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책과 열쇠가 어떤 의미와 힘을 가졌는지 깨닫기 시작한 시작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반짝!
조종사만 잘 얻는다면 외계를 제압할 수 있는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기계신 군단과 영구히 유지할 수 있는 영웅황제가 시작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현세계에서는 은하제국의 여황이 될 에메랄드 공주에게 여왕의 열쇠가 건네지려 한다.
그런데 과다한 초능력의 남용으로 한계에 도달한 에메랄드 공주의 육신은 쩍쩍 금이 가서 붕괴 직전이라서 무리였다.
제국의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도 치료 불가라는 판정에 천국에서 부활한 육체를 단련하던 프롬 여왕까지 달려올 정도였다.
“어…어마마마. 살…살아계셨군요.”
침상에 누워서 간신히 말문만 여는 에메랄드 공주를 보는 프롬 여왕의 눈에서는 불꽃이 튈 정도로 다급해졌다.
그녀가 익힌 분석의 권능으로도 에메랄드 공주의 상태는 절망적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항상 반발하고 해적이 되겠다고 문제를 일으켰던 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 지금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가게 할 수는 없다.
지성체의 나라인 은하제국은 인간의 여왕이 다스려야만 해.’
이미 크롬과 프롬 여왕은 인간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가 강화된 상태였다.
지금도 조금씩 신하들이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이건 과학 문명으로는 안 돼.
신계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아야 해.’
에메랄드 공주가 개조 인간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상태라는 사실은 중앙 신계에 연락된다.
아이언의 유모와 관계된 긴급 보고를 받은 삭월의 시즈지는 에메랄드 공주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서 초조하게 지켜보는 프롬 여왕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생명력을 대가로 초능력을 사용하여 수명이 다했습니다.
이건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군요.”
“!!!”
비록 최상급 여신이나 창조신을 능가하는 창조력을 가진 삭월의 시즈지가 이렇게 말한다면 대책은 없었다.
“현실을 강화하는 것이 신의 권능입니다.
수명만 남아있다면 재가 되어도 살릴 수 있지만, 생명력 자체가 모두 소모되었다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주신 이상이 나서도 이 상태를 고정하거나 연장하는 수준이에요.”
차분하게 에메랄드 공주의 상태를 설명하는 삭월의 시즈지는 이제 눈물을 흘리는 프롬 여왕에게 말한다.
“왜 슬퍼하나요?
당신들의 아이이자 저희 중앙신계의 신계 주신이 누구이신지 벌써 잊었나요?
저에게 불가능하지 그분에게는 아무런 문제조차 아닙니다.
현세계 최강의 영웅신이자 최고위 창조신인 은하유성 아이언님에게 지성체의 일로 불가능은 없습니다.”
“아-!”
그 말에 프롬 여왕의 안색이 더없이 환해진다.
삭월의 시즈지는 에메랄드 공주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조치하고서 공간의 문을 열었다.
“그분께서는 용자동맹의 일로 지옥에 계십니다.
가서 찾아뵙고 부탁하세요.
유모이시니 분명히 이루어주실 겁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해놓겠습니다.”
“감…감사합니다. 시즈지님.”
이제까지 가졌던 경쟁심까지 잊고서 감사를 표시한 프롬 여왕이 지옥으로 떠나자 삭월의 시즈지는 크롬 여왕에게 의지를 보낸다.
‘이래도 정말 되겠느냐?
중앙 신계의 천국으로 이송해서 일천 년 정도 요양시키면 소모된 생명력이 자연스럽게 채워질 수 있다.
초월자로 강제진화하는 방법도 있지.’
그러자 제국의 본성을 아이언에게 얻은 차원권능으로 신력과 조합하여 요새화하고 있는 크롬 여왕의 대답이 돌아온다.
‘그건 최상의 해답이 아닙니다.
아이언님이 언제 흑염군단과 싸우실지 모르니 일천 년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생명력이 전부 소진된 상태에서 강제진화는 에메랄드 공주의 함대지배 권능을 약화를 시킬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삭월의 시즈지님.’
본성의 중앙컴퓨터를 통째로 흡수하여 동맹의 요새로 행성개조를 진행하고 있는 크롬 여왕의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이언님과 저희가 조금이라도 빨리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여창조신 대모 마하에게 얻은 정기와 권능에 만족하신 아이언님은 아직 자격을 갖추지 못한 다른 유모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결혼식까지 올린 프롬 여왕에게 손도 대지 않으셨습니다.
이대로 두면 에메랄드 공주를 언제 유모로 만드실지 의문입니다.’
정확한 예측에 삭월의 시즈지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프롬여왕을 빨리 초월자로 승급시켜서 유모로 만들라고 했지만, 아이언은 조금 더 강해진 이후로 하자고 미루었기 때문이다.
‘황금 책탑에 접속하기 위해서 나와 크롬 여왕만을 원하고, 수련행성의 단련을 위해서 대모 마하를 찾아가니 그녀들은 상대적으로 잊히고 있다.
그렇기는 하구나.
미래를 위해서 대책이 필요하기는 해.’
아이언이 언급해 준 여왕의 군세라는 미래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프롬 여왕과 에메랄드 공주의 합류가 필요했다.
그래서, 에메랄드 공주의 위급을 기회로 프롬 여왕의 뒤를 떠민 것이다.
지옥의 관리소에 도착한 프롬 여왕은 다급하게 아이언을 찾았다.
“아이언님은 어디 계시느냐?”
“철혈의 요새의 주신전에 계십니다.”
그녀가 다시 공간이동으로 도착한 곳은 용자동맹의 주둔지로 ‘철혈의 요새’라고 명명한 군사기지였다.
마치 원래 있던 것처럼 지옥에 들어선 반구형의 거대 요새의 하늘 위로 ‘기간틱 베틀 쉽’이라고 이름 붙인 신력이 부여된 변신 전함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파파-!
아이언과 중앙 신계의 창조력으로 대량 양산되고 있는 변신 전함의 주인은 요새 지붕에 늘어선 용자왕과 일반 용자 기체의 머리 위에 타고 있는 개조 인간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는 동물의 머리가 새겨진 갑옷들은 주제가를 힘차게 부르고 있었다.
“기운 센! 무적의 용자!
드디어 주먹을 불끈 쥐고서 일어선다.”
지옥에 오니 천사 대신에 갑옷이 노래를 부르니 당장 벗어던지고 싶은 표정을 지은 개조 인간들이다.
하지만, 기계 몸과 일체화되어서 기계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는 벗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직 약한 이들의 영혼을 지옥의 악령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안식처가 될 인형 병기와 변신 전함의 완성을 전력으로 보좌하면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일차로 완성된 십만 대의 인형 병기가 동시에 기동하면서 합창을 시작한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용자동맹이 왔다!
우리는 인류의 구세주!
무상의 정의로 썩어빠진 강자들을 타도하리라!
누구라도 막으면 박살을 낸다!
아아! 그 이름 용자동맹!
정의와 용기, 희망의 화신!
인류의 운명은 우리에게 맡겨다오!
아아! 그 이름 용자동맹!”
“….”
갑옷과 똑같은 인형 병기의 가슴에 달린 맹수의 머리가 노래하는 소리는 실로 우렁찼다.
사자왕 가이처럼 도주하려다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천사들의 열창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와버린 용자왕들이 외쳤다.
“아! 이제 왔잖아!”
“구세주 소리는 당장 그만해!”
“용기, 희망은 이제 지겨워!”
“정의는 머리가 아파!”
하도 많이 들었더니 이제 주제가를 외울 정도였다.
왜 이렇게 해주는지 모르지만,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용자왕을 받은 기계 인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젠장! 어지간한 행성은 혼자서 제압하겠군.”
“이러다가 진짜 구세주를 하겠다.”
“그건 좋은데 왜 대가를 못 받아?”
“공짜로 일하라고?”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해서 돈을 버는 개조 인간으로서 참으로 이해 못 할 규칙이었다.
이유도 가관이었다.
“기계신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용자동맹이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정의는 대가를 받지 않아?”
“우리만 사나?
내 부양가족은 어쩌고?”
“어떤 자식이 이따위 규칙을 만든 거야?”
그 소리에 요새의 가장 위에서 기간틱 베틀 쉽으로 거대변신을 완료 한 사자왕 가이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지옥에 소환되기 전까지 자신도 불만이 많았지만 용자동맹에 대해 알면 알수록 마음에 쏙 들어서 지극히 만족 중이었기 때문이다.
‘무상의 정의가 뭐가 어때서?
정의를 집행하는데 대가를 받으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완벽한 자급자족이 가능한 인형 병기와 기동성과 확장성을 보장하는 변신 전함까지 개인장비로 가진 용자가 십만 명이 넘는 용자동맹이다.
무력만으로도 놀라운데 무상의 정의로 인류를 구원한다는 이념은 가이의 이상과 일치했다.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세계를 구원할 힘을 가지고 정의를 집행한다.
용병 생활을 하면서 꿈꾸던 진정한 용사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물론 가이가 고아에 홀몸이라서 가능한 생각이었다.
아직 가족이 남아있는 개조 인간들에게는 무보수로 일하라는 규칙은 날벼락과 같은 사태였다.
‘힘도 생겼는데 확 뒤집어버려?’
‘아서라.
전부 자폭장치 달렸다.
전원 콘센트만 빼면 해제된다고 하지만, 그랬다가는 바로 처분될 분위기다.’
‘젠장! 못 믿으면 주지 말든가!’
이렇게 화산처럼 들끓던 불만은 누군가의 시큰둥한 질문에 완전히 사라졌다.
“무상의 정의가 불만인가?
너희는 어차피 그렇게 될 테니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쓸데없는 새로운 흐름을 밟고 싶은 용자가 있으면 자폭장치 떼고서 언제든지 나서라.
내가 직접 힘과 의지를 시험해주마.”
“….”
“….”
철의 요새에서 신력이 깃든 용자동맹의 인형 병기와 변신 전함을 제조하고 있는 은하유성 아이언의 존재감에 모든 개조 인간들이 침묵했다.
천사들의 용자 주제가 합창에 못 이겨서 지옥에 도착하여 아이언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이 가시지 않는 개조 인간들은 감히 더는 불만을 말하지 못했다.
받은 갑옷과 일체화되어 기계신체가 되었어도 아득할 정도의 격차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도…도대체 저 존재는 뭐야?
쳐다보기도 불가능하다.’
‘저 소년이 최고위 창조신 은하유성 아이언이라고?’
‘진짜 신이 존재한다고?’
그렇게 철혈의 요새에 마련된 주신전의 영광의 의자에 홀로 앉아서 용자동맹의 혼란을 억누르면서 변신 전함과 인형 병기를 양산하고 있던 아이언은 길게 한숨을 쉬고 있었다.
‘휴우! 황금권능이 완전해질수록 차원권능이 제약된다.
황금 권능이 분명 모든 권능의 정점인 것은 맞으나 종합적인 것이라서 차원권능의 창조력을 능가하지는 못해.
그리고, 현실을 부정하는 마도 자체를 배제해서 응용도 힘들다.
이제 단독으로 높은 수준의 창조가 힘들어.
이러면 곤란해.’
차원창세신 코아 시절이었다면 순식간에 끝냈을 용자동맹의 일반 기체와 변신 전함의 건조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아이언이었다.
‘휴유유유유-! 분명 나의 개인 전투력은 무척이나 강해졌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의 다양성과 예측불허의 가능성을 많이 잃었어.
이제 주신성을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오른쪽 약지 손가락 끝의 약점까지 없어진 이상 차원창세신 코아 시절의 자신과 싸워서 압승할 자신은 생겼다.
개인적으로 강해진 대가로 대수(大手)와 비견될만한 창조력과 현자로서 예측불허의 다양성을 잃어버린 아이언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 현자라고 볼 수도 없다.
이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그러나, 곧 자신의 권능을 보좌할 수 있는 유모들의 존재를 떠올리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창조력은 삭월의 시즈지가 도와주면 과거 이상으로 할 수 있다.
현자로서 다양성은 크롬 여왕이 있으면 된다.
예측불허의 가능성 보충은 영웅신의 자질을 부여하는 대모 마하가 있다.
기계신과 관련된 각종 분야와 통제는 프롬 여왕과 에메랄드 공주를 개발하면 된다.
유모들의 권능을 나를 중점으로 정보행성 코아로 통합하면 모든 면에서 과거를 아득히 능가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결혼식 후 바로 천국에서 요양을 시킨 프롬 여왕이 생각이 났다.
‘찾아가 볼까?
설득이 만만치 않겠지만 말이야.’
정보행성 코아로 데려가려면 항문에 삽입하여 하복부 신력원에 직접 차원권능을 심고서 조작을 해야 했다.
‘대모 마하의 경우에는 지워진 흐름에서의 경험으로 밀어붙여서 성공은 했다.’
아이언에게 여왕 중 가장 성격이 드세면서 정치적인 프롬 여왕은 꺼려지는 상대였다.
‘프롬 여왕은 나중에 하자.
지금 과학 문명과 신력의 조합인 동맹의 강화가 급한 것이 아니야.
흑염 군단을 남김없이 처단하기 위해서는 황금권능과 신체수련이 우선이다.’
그렇게 순서를 뒤로 밀었는데 갑자기 날아온 삭월의 시즈지의 의지가 의문을 만들었다.
‘에메랄드 공주가 위급해져서 프롬 여왕이 나에게 순종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고?
그러니 이 기회에 반드시 끝을 내라니?
이게 무슨 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