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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결혼 대신 연애 (24/100)


24. 결혼 대신 연애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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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 순간 짧은 버퍼링이 걸린 듯했다. 드문드문 끊어지는 사고에 정신을 차리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대표님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결혼을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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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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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생각에 잠겨 멍해진 눈이 두어 번 끔뻑거렸다. 세경이 골난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하고 태조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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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부터 바르고 거짓말을…….”

턱을 괸 태조가 가볍게 웃었다. 뾰로통하게 입을 내민 세경이 섞박지를 한입 베어 오독오독 씹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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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자는 건 진짜야. 벌써 두 번째 말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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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는 건 거짓말이잖아요.”

저 달콤한 말에 혹해 깜빡 넘어갈 뻔했다.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저를 좋아한다고 할 수가 있나. 결혼하지 않겠다는 저를 설득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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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묘한 의미가 담긴 말에 세경이 눈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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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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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 씨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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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히…….”

……그렇지 않나?

자신은 그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고, 저 잘생긴 외모에 혹하기도 했지만……. 진 대표는 저를 좋아할 만한 계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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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니라고, 그거. 생각보다 나 세경 씨 좋아하거든.”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세경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누군가 발바닥을 깃털로 간질이는 듯했다.

솔직히 태조에게 저런 말을 들은 줄은 몰랐던 터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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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절 좋아하는 게…… 사랑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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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이라고 말하면, 믿긴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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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잠시 고민하던 세경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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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평소에 저런 말을 해도 믿을까 말까인데. 자신이 임신을 한 상황에서, 그것도 아이 때문에 결혼하자고 하는 사람의 말을 순순히 믿을 리가 없었다.

태조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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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사랑이냐 묻는다면,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내가 그동안 세경 씨를 연애 상대로 본 게 아니라서.”

역시나. 그것 보라지.

세경의 입꼬리가 시무룩하게 내려앉았다. 태조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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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요 며칠 생각해 봤는데. 내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세경 씨를 안은 것도, 임신 사실에 화가 나는 것보다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되는 것도. 어쩌면 내가 세경 씨를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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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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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혼하자고 한 건데, 싫다고 하기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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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표님이 저한테 결혼하자고 한 건, 아이 때문이긴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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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계기가 되면 안 되는 건가?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선결혼 후연애라고.”

선결혼 후연애라니.

저 말이 진 대표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일까? 묘하게 그와 어울리면서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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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어디서 들으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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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콘텐츠 제작사 대표야. 트렌드에 뒤처지면 안 되지.”

그 트렌드를 굳이 본인에게 적용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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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세경 씨는 연애를 순서 따져가며 하는 건가? 감정 쌓고, 고백하고, 스킨십하고. 마지막엔 결혼으로 이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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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일반적이긴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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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라.”

태조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리고 세경과 눈을 맞추더니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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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쩌지? 세경 씨랑 나는 이미 순서가 꼬일 대로 꼬여버렸잖아.”

짓궂은 미소를 띤 얼굴엔 세경을 놀릴 준비가 만반에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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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도 안 하고 나랑 잔 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가지고.”

태조가 친절하게 뒤죽박죽이 된 순서를 읊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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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 그건…….”

말문이 막힌 세경이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곤 열이 올라 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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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 좋아했다면서, 왜 고백도 안 한 거야?”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억울했다. 세경이 진작 절 좋아하는 줄 알았다면, 문석주가 저한테 주정이니 뭐니 하지도 않았을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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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소속사 연예인하고 사적으로 엮이는 거 안 좋아하시잖아요.”

세경이 손가락 사이로 태조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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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백받으셔도 다 거절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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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누구한테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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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건너 건너. 소문으로요.”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걸까. 얼굴을 가린 세경이 살짝 손을 내려 태조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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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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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틀린 건 아니지.”

태조가 뭔가를 생각하듯 턱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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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 씨가 들은 건 그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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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고 또 다른 게 있어요?”

의아한 눈을 한 세경이 고개를 갸웃댔다.

제가 들었던 건 태조에게 여러 배우들이 고백하고, 그 뒤에 가차 없이 차였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과거 진 엔터에 소속된 여배우 중 몇몇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또 일부는 중간에 소속사를 떠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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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별일은 아니고.”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내용인지, 태조는 그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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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건 또 신기하네. 나한테 거절당할까 고백도 안 했으면서, 어떻게 같이 잘 생각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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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 게 뻔한데 굳이 고백할 필요는 없잖아요. 대표님하고 어색해지기도 싫고. 그리고, 그날은 저도 분위기에 좀 취한 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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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 못 할 거라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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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가능성도 있겠다 싶긴 했는데. 사실 다 기억하고 계실 줄 알았어요. 그때 제 이름도 부르셨으면서. 아침에 만났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시죠?”

아찔했던 그 순간이 다시금 떠오른 듯, 몸을 부르르 떤 세경이 들썩거리는 가슴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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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지. 그땐 세경 씨랑 잔 것도 기억하지 못 했으니.”

태조가 물끄러미 세경을 바라보았다. 긴장한 숨을 내뱉느라 동그랗게 말린 입술이 귀엽게 쫑긋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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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결혼도 안 하겠다면서, 앞으로는 어쩔 생각이야? 세경 씨 임신한 거 알고 있는 사람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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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스케줄은 그대로 진행하고, 앞으로는 일을 좀 줄일 예정이에요. 배가 부르면 제주도든, 해외든 나가 있을까 하고요. 임신한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대표님하고…….”

말끝을 흐린 세경이 순간 심각해진 얼굴로 태조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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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실장님도…… 알고 계시겠죠?”

그간 태조가 모두 알았다는 사실에 혼이 나가 잠시 잊고 있었다.

제 가방에서 튀어 나간 임신테스트기를 주워, 태조에게 바친 사람이 바로 송 실장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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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겠지. 임신 사실 99프로라고 확신까지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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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아이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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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까진 모르겠지.”

세경이 끙, 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었다.

당장 송 실장이 제가 임신한 사실을 떠벌리진 않을 테지만. 생각해 보니 수습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적어도 1년 정도는 일을 쉬어야 할 것 같은데, 매니저에게는 뭐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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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나랑 결혼만 하면 일은 단번에 해결될 텐데.”

자리에서 일어난 태조가 아일랜드 식탁을 돌아서 세경의 옆에 섰다.

그가 이마를 짚고 있는 세경의 손을 잡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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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이 더 복잡해지는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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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에서 더 복잡해질 일이 있어?”

태조의 반문에 세경이 힘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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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집안이 굉장한 집안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런 집에서 저를 쉽게 받아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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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맞선 상대까지 고르고 계신다고 하니까, 결혼할 사람이라고 데리고 가면 좋아하시긴 할 것 같은데.”

딱히 사람을 까다롭게 따지시는 분들이 아니니, 제가 결혼할 사람이라며 세경을 데려간다면 반대는 하지 않으실 거였다.

다만, 세경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하실지는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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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세경 씨가 나랑 당장 결혼하는 건 싫다고 하니까.”

뭐 좋은 방도가 있냐는 눈으로 세경이 태조를 바라보았다.

그가 세경의 손을 당겨 그 위에 입술을 묻었다.

태조의 숨결이 피부를 간질였다. 그가 그녀와 눈을 맞추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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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 대신, 연애부터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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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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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배송 기사들을 배웅한 세경이 현관문을 닫았다. 아침부터 주문했던 가구들이 들어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새로 온 침대와 협탁, 6인용 식탁까지 들어오자, 허전했던 집이 조금은 꽉 차 보였다.

세경은 미리 사 두었던 침구를 침대에 깔고 매트리스 위에 몸을 누였다. 양팔을 쭉 뻗어도 될 만큼 침대는 넓고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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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대신…….”

연애를 하자고.

천장을 올려다본 세경이 눈을 깜빡거렸다.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태조가 없어서 더 그랬다.

세경은 몸을 모로 굴려 이불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태조의 입술이 닿았던 손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어제 그가 한 말은 모두 진심이었을까?

태조는 생각보다 자신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을 하자고 했던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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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경 씨도 확신이 안 서는 거 같으니까. 그럼 연애부터 해. 결혼 전에 서로를 알아가기에 딱 좋잖아.’

 
결혼에서 연애로 선회한 태조가 세경에게 한 말이었다.

확실히 당장 결혼하는 것보단 좋은 제안이긴 했다. 몇 개월 뒤의 일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웅, 우웅-.

머리 위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세경이 고개를 들었다. 협탁 위에 둔 핸드폰이 몸을 떨고 있었다.

팔을 뻗어 핸드폰을 쥔 세경이 발신인을 확인하곤 몸을 벌떡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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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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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났어?

마치 제 행동을 보고 있는 것처럼, 건너편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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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죠. 시간이 몇 신데. 대표님은 언제 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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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한 다섯 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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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까지 있으셨다고요? 잠도 안 주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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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눈 붙였어. 세경 씨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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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경이 탄식과 함께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불이라곤 저를 덮어준 거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럼, 그냥 앉은 채로 졸았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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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좀 깨우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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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게 자는데 어떻게 깨워. 그보다 침대는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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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늘 아침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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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네. 오늘도 안 들어오면 내 집으로 데려가려 했는데.

아니, 왜 자꾸 자기 집에 데려가려고 하시는 거지?

세경이 새로 들여온 침대를 둘러보았다. 두 사람이 눕기엔 충분해 보였지만…….

음, 대표님처럼 게스트룸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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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은? 따로 스케줄은 없는 거 같던데. 오후엔 계속 집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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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먹으려고요. 오후엔 심 원장님한테 연락해 보고 병원에 가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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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데리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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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오늘은 저 혼자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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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진료 끝날 때쯤 연락해. 집으로 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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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시려고요?”

잠도 못 잤을 텐데. 피곤하지 않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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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이 떨떠름한 반응은? 내가 가는 게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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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싫은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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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귀기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너무하네. 나 좋다고 잡아먹을 땐 언제고.

영상 통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저를 놀리는 태조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세경이 뾰로통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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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도 나 좋다고 달려들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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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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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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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경이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태조는 그녀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뭐라 반박도 하지 못했다.

속으로 웃음을 삼킨 세경이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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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제가 얻어먹었으니까, 오늘 오시면 제가 맛있는 저녁 차려 드릴게요.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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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경 씨 먹고 싶은 거로 해. 난 가리는 거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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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저녁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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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저녁에 봐.

전화를 끊은 세경이 피식 웃었다. 진 대표와 이런 통화를 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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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보다 명함이 어디 있더라.”

침대에서 내려온 세경이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가방에서 심 원장의 명함을 찾은 세경이 그녀의 번호를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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