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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나 보면서 해. (26/100)


26. 나 보면서 해.
2022.10.29.


그가 세경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빼앗아 테이블에 던져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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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태교를 쟤네를 보면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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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굴 보면서 해요?”

세경이 순진하게 되묻자, 태조가 그녀의 옆으로 몸을 바짝 붙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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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걸로 치면 내가 더 낫지. 나 좋아한다며. 세경 씨한테는 내 얼굴이 더 취향 아닌가?”

세경이 황당함에 입을 떡 벌렸다. 물론 태조가 웬만한 배우 뺨칠 정도로 잘생기긴 했지만. 그걸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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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굴 태교를 하려면 나 보면서 해야지. 어차피 내 유전자가 반인데. 왜 실물을 앞에 두고 다른 남자한테 설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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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좀 뻔뻔…….”

세경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태조가 한쪽 입술을 끌어올렸다.

그가 세경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귓바퀴에 닿았던 손끝이 선을 그리듯 내려와 얇은 귓불을 만지작거리자, 세경이 흡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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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모르게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세경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호텔에서 밤을 보낸 이후, 그와 이런 식으로 닿은 적이 없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열이 번진 얼굴이 빨갛게 물들자, 세경이 그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

저만 가슴이 뛰는 듯해 좀 억울한 느낌이었다. 그러자 커다란 손이 그녀의 뺨을 감싸 쥐고, 그를 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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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표님?”

태조의 시선이 제게 꽂히자 세경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가 귀에서 울려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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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렇게 떨어.”

장난스럽게 속삭인 태조의 시선이 오뚝하게 솟은 콧망울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우디 향이 짙어지는 만큼, 태조의 얼굴도 점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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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코끝이 닿았다 느낀 순간. 입술과 입술이 부딪치고, 뜨거운 숨이 뒤섞였다.

태조가 세경의 목덜미를 감싸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질끈 눈을 감은 세경이 밀려 들어오는 숨결에 태조의 옷을 잡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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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을 타고 넘어오는 햇볕이 따뜻했다.

매서웠던 꽃샘추위도 한풀 꺾이자 계절은 어느새 완연한 봄으로 물들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태조는 태블릿으로 결재할 서류를 훑어보았다.

펜으로 몇 가지 상황을 체크하고 있던 중,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잘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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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촬영장이에요. 샐러드만 먹으려니 배고파 죽겠어요.]

문자를 본 태조가 피식 웃었다. 세경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아침부터 촬영이 있어 굶는다더니. 점심으로 먹는 샐러드가 영 입에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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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 먹을 거 없어? 배고프면 신 매니저한테 소고기라도 사 오라고 해.]

메시지를 전송한 태조가 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문질렀다. 어젯밤 세경에게 키스했던 그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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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도 나 좋다고 달려들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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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달려들 만하네.”

세경의 말을 떠올린 그가 촉감을 더듬듯 입술을 핥았다.

생각만으로도 힘이 들어간 아래쪽에 열이 몰렸다.

입안에 감겨오는 게 뭐가 이렇게 말랑말랑한 건지. 필름이 끊겨 진작 기억해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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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송지화 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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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태조의 허락에 송 실장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문 앞에서 인사를 한 그녀는 허리에 끼고 온 결재 서류를 태조의 앞에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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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융권 광고, 윤세경 씨가 한다고 한 겁니까?”

서류를 넘겨보던 태조가, 세경의 이름을 발견하고 펜을 톡톡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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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6개월 단발이라서요. 그리고 작년에 사전 제작했던 드라마 말입니다. 윤세경 씨가 출연했던 ‘우아한 가족’이요. 그 작품 편성이 다음 달로 당겨졌다고 제작사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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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요? 그거, 올 연말에 방영 예정 아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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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중간에 편성 잡힌 드라마에서 인명 사고가 좀 있었나 봐요. 사고 기사가 나면서 그쪽 분위기가 안 좋은 모양이에요. 여론이 부정적이니까, 해당 작품 편성을 뒤로 미루고 다른 작품으로 대체하려고 하는데……. 앞서 방영 예정인 작품들은 이제 막 제작에 들어가거나 아직 캐스팅도 끝내지 못해서 급하게 메꿀 작품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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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우아한 가족이 12부작 드라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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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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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방송이면……. 곧 홍보차 바빠지겠네요.”

태조가 심각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듯, 손가락을 꼼질 거리던 송 실장이 태조의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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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저 여쭤볼 게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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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말입니까?”

태조가 시선을 들어 보자, 침을 꼴깍 삼킨 송 실장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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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세경 씨 임신이 확실한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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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99프로라고 말한 사람은 송 실장님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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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랬죠. 제가 그러긴 했는데…….”

하아. 송 실장이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임신 확률이 99프로라 말하긴 했지만, 사실 그녀는 남은 1프로에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앞으로 있을 후폭풍이 두려워서였다.

세경의 임신 사실에 기자들은 뭐라고 떠들어 댈지, 또 그런 것들에 세경이 상처를 받진 않을지 걱정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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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확인하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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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피 검사도 했고, 초음파로 확인까지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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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이 아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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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는 말에 바로바로 답을 해주던 태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사무실 안에 잠시간 침묵이 감돌았다.

멀뚱히 서서 태조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송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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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도 모르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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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데. 내가 지금 말하기는 그렇고.”

시치미를 뗀 태조의 대답에 아무것도 모르는 송 실장이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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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긴 그건 세경 씨한테 들어야겠네요. 그보다 앞으론 어떻게 하죠? 세경 씨 임신 사실이 새어나가면 언론에서 엄청나게 물고 뜯을 텐데. 먼저 열애설이라도 터트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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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그건 좀 생각해보고. 그보다 송 실장님, 세경 씨 임신 사실 누구한테 말한 적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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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당연히 없죠. 이게 보통 일도 아니고. 그때 대표님도 함구하라 하셨잖아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듯 송 실장이 펄쩍 뛰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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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일은 당분간 나하고 송 실장님만 알고 있는 걸로 합시다. 세경 씨 스케줄은 송 실장님이 먼저 체크하고, 무리다 싶은 건 알아서 커트하도록 해요. 나한테도 일정 다 공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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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숨기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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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드라마 끝날 때까진 외부에서 몰랐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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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상무님이나 직원들에게도 비밀에 부치나요? 매일 같이 있는 신 매니저는 금방 알아차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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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매니저는 세경 씨 잘 챙기니까. 피해 없게 눈치껏 움직일 겁니다. 강 상무는…….”

뒷말을 삼킨 태조가 인상을 썼다. 아직 강 상무에겐 말도 안 했는데, 생각만으로도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세경이 임신했다는 걸 알면 놀라겠지. 그 아이 아빠가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 육두문자가 날라오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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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상무는 나중에 내가 따로 불러 이야기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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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그럼 드라마 홍보 일정도 올라오는 대로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한 송 실장이 태조의 사무실을 나섰다. 한숨을 쉰 태조가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물다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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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끊어야겠네.”

쥐콩만 한 게 금연까지 시키기는.

의자에 몸을 묻은 태조가 구겨진 미간을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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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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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쉬었다 합시다.”

짝짝, 포토그래퍼의 박수 소리가 휴식 시간을 알렸다. 아침부터 시작된 의류 카탈로그 촬영은 이제 막 중반을 넘기고 있었다.

늦은 점심시간이 되자, 세경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대기실 소파에 앉은 세경은 싱싱한 양상추를 소처럼 우물거리다 제 앞에 놓인 채소들을 포크로 푹푹 찔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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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어.’

어제 태조와 저녁을 먹고 난 후 아침에 물만 조금 마셨을 뿐, 지금껏 아무것도 먹은 게 없었다.

이제야 조금 여유도 생겨 샐러드로 허기진 배를 채울까 했더니. 배 속의 새끼 호랑이는 풀을 뜯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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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안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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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잘 안 들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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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드시는 걸로 사 온 건데. 혹시 속이 안 좋으세요? 다른 걸로 사다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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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많이 먹어.”

제훈의 도시락을 보며 입맛만 다신 세경이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촬영장 한쪽엔 스태프들이 먹을 핑거 푸드가 맛깔스럽게 담겨 있었다.

세경은 그 주변을 기웃거리다 소시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머스터드와 케첩까지 뿌려 입에 넣자 아까와 달리 음식이 술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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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고 싶은 건지, 아이가 먹고 싶은 건지.’

세경이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이쯤 되니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육류를 좋아하긴 해도 끼니마다 챙겨 먹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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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 그나마 다행이지.”

꼬치 하나를 입에 문 세경이 과일과 마카롱, 생크림이 올라간 와플을 담아 대기실로 들어갔다.

광고주 측에서 제공해준 도시락을 먹던 제훈은 세경이 들고 온 접시를 보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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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그거 다 드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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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같이 먹자고.”

세경이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때 태조에게서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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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촬영했던 드라마 편성이 당겨졌대. 오늘 촬영은 언제 끝나? 앞으로의 스케줄 관련해서 이야기 좀 했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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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경이 낮게 탄식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제훈도 연락을 받았는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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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누나. 우아한 가족 편성 당겨졌대요. 이거 연말로 잡혀 있던 건데. 중간에 드라마가 펑크 났나? 다음 달에 방송 시작한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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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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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잠깐만요……. 아, 이때 편성된 드라마 촬영장에서 사고가 있었대요. 저번에 언뜻 기사는 보긴 했는데. 무슨 드라마 촬영 중에 사고가 났다고. 그게 이거였나 봐요.”

제훈이 기사까지 검색해 세경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작년에 촬영했던 <우아한 가족>은 복수극에 가까웠지만, 그렇다고 아예 로맨스가 배제된 것은 아니었다.

12부작이면 넉넉잡고 두 달 정도 방송이 될 텐데.

제 배를 내려다본 세경이 날짜를 헤아렸다. 드라마 방송일이 한참 남아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따지고 보면 편성이 당겨진 건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

연말이었다면 임신 사실을 숨기기도 어려웠을 테지만, 지금은 임신 초기라 아이를 가졌다는 티도 별로 나지 않았으니까.

다만, 만일의 경우가 문제인데…….

혹시라도 그사이 제 임신 사실이 바깥으로 퍼지면, 제가 출연한 드라마에도 괜한 불똥이 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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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끝나면 연락드릴게요. 늦게라도 잠깐 봬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뭔가 대비책이 필요했다.

세경은 곧장 태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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