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임신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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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임신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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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임신 스캔들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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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에 파묻혀 있던 몸이 작게 들썩였다. 느지막이 잠에서 깬 세경은 주변을 더듬거렸다.
핸드폰을 찾아 켠 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세경은 느른한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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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잤네.”
이틀 연속 지면 광고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피곤이 쌓인 모양이었다. 세경은 뻐근한 목을 돌리며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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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을까.”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한 뒤 주방으로 들어간 세경이 냉장고 안을 뒤적거렸다. 감귤즙과 단팥빵, 그리고 꿀 백설기를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은 세경이 쟁반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태교를 위한 클래식 리스트를 플레이하고, 세경은 책장에서 책을 골라왔다. 지난번 서점에서 산 동화책과 에세이집, 그리고 육아 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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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빠가 읽어줘야 하는데.”
세경이 아이와 교감하듯 배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마치 그 말에 응답하는 것처럼 배 속이 꼬록거렸다.
음, 이게 태동인가?
세경은 긴가민가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해바라기가 그려진 동화책을 제일 먼저 펼쳤다.
동화책은 예쁜 삽화가 있는 데다 내용도 길지 않아 금방 읽혔다. 마지막 장을 넘긴 뒤 세경은 작게 자른 빵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육아 책을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책에 집중하고 있었을까.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던 세경의 핸드폰이 길게 진동했다. 그녀는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곤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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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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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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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집이야. 오늘은 스케줄이 없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유나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소파에 책을 엎어 놓은 세경이 핸드폰을 들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침묵을 지키고 있던 유나가 먼저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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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혼자 있어? 너 지금 뭐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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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조금 전에 일어나서. 간단히 요기하면서 책 읽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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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무슨 책? 혹시 육아 서적이야?
움찔한 세경이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냥 찔러 본 건가? 내가 육아 책을 보고 있는 건 또 어떻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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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무슨 육아 책이야.”
세경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자, 반대편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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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숨 쉬다 땅 꺼지겠다. 불안하게 왜 이래? 너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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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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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세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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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무 문제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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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일단 내가 지금 링크 보내는 기사부터 확인해 봐.
갑자기 무슨 기사를 보라는 걸까?
영문 모를 소리에 세경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유나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녀는 곧장 메시지창을 열어 링크된 기사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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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언제…….”
헤드라인을 본 세경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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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에 나온 기사야.
기사를 훑어내리는 세경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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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임신했다는 거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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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의 물음에 세경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손이 사진 한 장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들은 셔터음이 착각이 아니었나?
기사에 덧붙여 나온 사진은 태조와 함께 서점에 갔을 때의 사진이었다.
***
[단독] 윤세경♥, 열애 인정 후 초고속 결혼 준비? 상대는 사업가 겸 J 그룹의…….
[한국 연예=최오수 기자] 가수 겸 배우 윤세경이 결혼설에 휩싸였다. 열애설을 인정한 지 일주일만이다.
같은 소속사 배우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데이트를 즐겼고, 최근엔 명동의 모 백화점과 광화문 서점에서 같이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윤세경이 임신 중이라 결혼 일정을 빠르게 잡을 거라고 했다.
한편, 윤세경의 열애 상대는 엔터 업체의 대표로 국내 굴지의 기업 J 그룹의 차남으로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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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어떡하냐.”
우현이 태조의 앞으로 프린트된 기사를 내밀었다. 열애설과 보도 자료가 나간 지 이제 1주일 정도 되었는데, 예상도 못 한 폭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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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부모님한테 인사드리고 난 뒤에 밝히려고 했더니. 이게 왜 지금 터지냐고.”
고심해서 짠 계획이 틀어지자 우현이 악을 쓰며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태조는 가라앉은 눈으로 기사에 첨부된 사진을 살펴보았다.
단독 기사에 붙은 사진은 총 다섯 장. 그중 두 개는 세경의 집 앞에서 찍힌 거였고, 다른 하나는 백화점 안의 카페, 나머지 두 장은 서점 육아 서적 코너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이날 세경은 자신을 만난다고, 따로 차를 끌고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백화점에서 나온 이후에도 계속 주변을 맴돌며 자신과 세경을 따라왔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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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사람들은 네 신분을 어떻게 알아냈대? 세경 씨 임신한 건 또 누구한테 들은 거고?”
우현은 세경의 임신 사실을 아는 사람을 추리며, 기사에 난 익명의 관계자를 찾아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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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야 두 사람 사귀는 건 알아도 세경 씨 임신 사실은 비밀이라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을 텐데. 나랑 석주, 송 실장님이랑 차 피디님, 공 작가님 정도가 아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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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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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석주가 술에 취해서 사람들한테 떠들어 댄 건…….”
그 말에 항의하듯 잠잠하던 우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호랑이가 아닌 곰에게서 온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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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어디서 세경 씨 임신했다고 이야기를 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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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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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너 아냐?”
전화를 받자마자 석주를 추궁하려던 우현은 억울해하는 목소리에 두 눈을 껌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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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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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들 아냐? 그보다 난 어떡해? 여기저기서 전화해서 물어보는데. 정말 세경이 결혼하냐고. 재벌 집 며느리 된다는 게 사실이냐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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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코멘트 한다고 해. 나중에 소속사에서 공식 입장 나오면 그거 보라고. 임신 사실도 함구하고. 아우, 지금 그거 때문에 회사가 아주 난리다. 연예인은 사생활도 없나. 무슨 그런 것까지 취재해서 기사를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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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이. 태조는 괜찮아? 누가 제보한 건지는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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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해당 언론사에 전화했더니 우리 말은 듣지도 않아. 그럼 자신들이 낸 기사가 잘못된 거냐면서, 틀렸으면 제대로 된 정보를 달라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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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뭐 그런 데가…….
석주의 입에서 질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현도 머리가 아픈 듯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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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알았다. 여기 상황 좀 정리되면 내가 다시 연락할게.”
우현이 툭,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기사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태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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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또 왜. 그렇게 기사만 보고 있음 일이 해결되냐? 일단 어떻게 할지부터 생각해보자고. 저번에 송 실장님이 세경 씨한테 손 편지를 써달라고 했으니까, 일단 그거를 좀 수정해서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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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말이야.”
태조가 손가락으로 사진을 톡톡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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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저녁에 만나기로 해서 세경 씨가 따로 차를 끌고 오지 않았거든? 그 뒤에 내 차를 타고 광화문으로 이동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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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가 이상해? 파파라치가 카페까지 따라간 거면, 그 뒤에 좀 떨어져서 쫓아 간거겠……. 아, 잠깐. 네가 회사에서 바로 백화점으로 갔으면 세경 씨한테 붙어 있던 기자가 바로 그렇게 차로 쫓아올 수 있나?”
태조가 어디에 차를 주차한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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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그러니까 지금 기자가 세경 씨한테만 붙은 게 아니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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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기자가 일찌감치 눈치채고 너도 따라다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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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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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소름.”
그거 취재를 빙자한 스토킹이 아니냐며 우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태조는 창가로 걸어가 블라인드를 걷어 올렸다. 바깥을 내다보는 그의 눈이 먹이를 찾는 매처럼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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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주변을 훑으며 수상한 차량을 찾던 태조의 눈에 순간, 운전석에서 내리는 남자가 포착됐다.
눈치를 보듯 주변을 두리번거린 그는 길을 건너 소속사 사무실 주변과 주차장 안쪽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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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태조가 이리 와보라는 듯 손짓하자 우현이 다가왔다.
아래로 시선을 내린 그는 이내 회사 주변을 맴도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고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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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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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저 차에서 내린 사람. 우리 회사 CCTV로 저기까지 확인 가능하지? 오늘 내가 출근했을 때부터 체크해 봐. 저 사진 찍힌 게 세경 씨 드라마 종영한 다음 날이니까, 그날 오전부터 퇴근 때까지도 한번 확인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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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우현이 보안실에 연락하며 태조의 사무실을 나섰다. 태조는 여전히 창밖에 시선을 둔 채, 남자의 움직임을 좇고 있었다.
주차장과 소속사 건물을 한 바퀴 돈 사내는 별다른 수확이 없자 다시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이쪽을 주시하며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세경의 집 앞에도 사람이 깔려 있으려나.
태조는 테이블 위에 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세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찰나, 화면이 바뀌며 차 피디의 이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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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진태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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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대표. 나 차 피디예요. 방금 세경 씨 기사 봤는데. 그…… 세경 씨 열애 상대가 진 대표였어요?
확인차 묻는 차 피디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태조가 여상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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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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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구나. 그래서 그날 같이……. 아, 다른 게 아니라 기사 나온 익명의 관계자 말입니다. 그거, 우리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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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습니다. 두 분이 흘렸을 거라고 의심하지도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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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저번엔 외부로 누출되면 나랑 공 작가가 흘린 거로 생각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지난번 식사 때 나눴던 이야기를 언급하는 거였다. 그걸 또 기억하고 있나 싶어 태조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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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때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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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의도하고 낸 거 아니죠? 누가 저런 제보를 한 건지 알아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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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이요. 이제 알아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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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적당히들 하지. 아무튼 갑자기 기사 터진 거면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겠네요. 혹시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요. 나든 공 작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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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겠습니다.”
태조가 전화를 끊자 이번엔 내선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흥분한 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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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CCTV 확인했는데, 아까 본 그 차 네가 회사 들어올 때부터 이 앞에 서 있더라. 그 전날에도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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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태조가 무심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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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 사람 도망치지 못하게 잡고 있어 봐. 이야기 좀 해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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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케이. 바로 내려와라.
태조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사무실을 나섰다.
1층으로 내려가자 주변은 아주 아수라장이었다.
회사 차량 두 대가 기자로 추측되는 사람의 차를 앞뒤로 막고 있었고, 차에서 내린 남자는 이게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강 상무가 삐딱하게 선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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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 뺍니까? 사람 가지도 못하게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확, 경찰을 부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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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좋네요. 경찰 부르는 거.”
태조가 악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반 넘게 열린 차창 너머로 긴 렌즈를 단 카메라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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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소속입니까?”
태조의 물음에 조금 전까지 시끄럽게 굴던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태조의 시선을 차단하듯 걸음을 옮겨 운전석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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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왜 묻습니까? 그냥 평범한 직장인인데. 여기가 뭐 그쪽 땅이라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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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번상 이 도로까지가 저희 법인 땅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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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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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나 따라다녔던데. 경찰 부를까요? 내가 그쪽 스토커로 신고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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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라니…….”
졸지에 범죄자 취급을 당하자 남자가 불쾌한 듯 얼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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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가 스토컵니까! 취재차 온 겁니다. 기자라고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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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신분을 증명할 만한 건요? 아니면 명함이라도 보여주시든가.”
강 상무가 남자를 의심스럽게 훑어보았다. 차 안으로 몸을 구겨 넣은 남자는 명함 하나를 꺼내 강 상무에게 내밀었다.
[한국 연예 - 최오수 기자]
우현은 남자가 기사를 낸 당사자라는 것을 확인하곤 태조에게 명함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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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부터 날 따라다닌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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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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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 씨 임신 사실을 알려준 익명의 관계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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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에 대한 정보는 밝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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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럼 경찰서에서 조사 좀 받으시죠. 강 상무, 경찰 불러서 이 사람 좀 데려가라고 해. 몇 주 동안 사람 미행하며 사진 찍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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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정당한 취재였다고요! 진짜 사람 이런 식으로 몰아가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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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취재가 몰래 미행하며 사진 찍는 걸로 변했습니까? 게다가 기사에 난 대로 나는 공인도 아니고 평범한 사업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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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남자가 반박할 말을 찾는 듯 눈을 굴렸다. 태조는 더 들을 것도 없다며 우현에게 눈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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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연락해. 바로 이 사람 데려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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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우현이 경찰서에 전화를 걸려 하자, 남자가 돌아서는 태조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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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세경 씨 임신했다는 정보 준 사람 알려줄게요. 그러니까 경찰에는…….”
태조가 우현을 쳐다보았다. 일단 그 정도로 정리하자는 듯 그가 고개를 까닥거렸다.
우현이 최 기자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태조는 다시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손에 든 그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인을 확인한 태조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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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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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집으로 좀 와. 할 말이 있으니까.
골치 아파졌다는 듯 태조가 미간을 긁적였다.
되도록 늦게 아시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어머니가 발 빠르게 기사를 접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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