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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위험 신호 (88/100)


88. 위험 신호
2023.06.03.



 
제훈의 연락을 받고 주차장으로 내려온 세경은 조수석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 제훈만 동행하던 스케줄에 오늘은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물론 태조가 화보 촬영 때 사람을 더 붙여주겠다곤 했지만, 그 사람이…….


“송 실장님도 같이 가세요?”

……송 실장님이었을 줄이야.


“네.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차 문을 열어 준 송 실장이 세경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가 차에 오르자 송 실장도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벨트 매셨죠? 출발할게요.”

룸미러로 뒷좌석을 확인한 제훈이 차를 몰았다. 세경은 어떻게 송 실장이 오게 된 거냐며 그녀에게 물었다.


“원래는 대표님이 오시려고 했는데 갑자기 급한 미팅이 잡혀서. 세경 씨 배가 많이 불러오니까 걱정이 되시나 봐요. 이게 올해 마지막 스케줄이기도 해서, 내가 자청해 온 거예요.”

“그러잖아도 태조 씨가 콘티 보고 걱정을 좀 하더라고요. 촬영하는 데가 수영장이다 보니,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봐.”

“나도 그건 좀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그러니까 수영장 근처론 너무 가까이 가지 말아요.”

“조심조심 걸을게요.”

송 실장의 충고를 받은 세경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차는 금세 복잡한 서울의 도로를 달려 촬영 장소인 호텔에 다다랐다.

차에서 내린 송 실장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전화를 걸었다.


“문 과장님. 저 송 실장이에요. 저희 지금 호텔에 도착해서요. 음, 지금 수영장 쪽에 계세요? 아뇨. 그럼 우리가 그쪽으로 올라갈게요.”

띵.

전화를 끊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송 실장이 세경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차를 주차하고 온 제훈도 잽싸게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지금 옥상에서 촬영 세팅하는 중인가 봐요. 일단 그쪽에 가서 문 과장님이랑 인사하고 내려오죠. 방도 하나 잡아놨다고 하니까, 중간에 힘들면 거기서 쉬었다 찍어도 되고.”

“저 말고 다른 촬영팀도 있는 거죠?”

“그렇다고 들었어요. 세경 씨 힘들까 봐 시간을 여유 있게 잡았대요. 아마 그 사이사이 다른 팀이 촬영을 할 거예요.”

이야기를 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금세 목적한 층에 도착했다. 촬영 준비 때문인지, 복도부터 수영장 입구까지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 보자.”

송 실장이 야외 수영장을 둘러보며 문 과장을 찾았다. 입구에서 가장 먼 안쪽, 포토그래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을 발견한 그녀가 세경에게 말했다.


“아이고, 저 안쪽에 있네. 세경 씨, 조심히 걸어와요.”

송 실장이 앞서 걷자 세경이 그 뒤를 따랐다. 맨 뒤에 선 제훈은 혹여 세경이 넘어지기라도 할까, 긴장한 채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어? 송 실장님!”

촬영팀과 가까워지자 문 과장이 송 실장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뒤이어 세경에게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어서 와요, 세경 씨. 오느라 고생 많았네요.”

“안녕하세요. 저번에 촬영하고 몇 달 만에 보는 거 같아요.”

“그러게요. 설마 다음에 같이 할 작업이 만삭 화보가 될 줄은 몰랐지만.”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거린 문 과장이 선 베드에 세경을 앉혔다. 그리고 오늘 찍을 화보 촬영의 콘셉트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우리가 보낸 기획안은 봤죠? 완전 청순한 여신 스타일로 갈 거예요. 그냥 세경 씨 생각하니까, 이 콘셉트가 딱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옷들도 시폰 소재랑 레이스가 많아요. 거기에 화관이나 꽃다발이 소품으로 들어갈 거고.”

“수영장 안에도 들어가나요?”

“원하면 들어가도 되는데. 혹시라도 몸에 무리가 갈까 봐. 아니면 저기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서 발을 담그고 있는 건 어떨까 싶은데 그럼 또 우리 사진 작가님이 물에 들어가셔야 해서.”

문 과장이 좀 희생하겠냐는 눈빛을 보내자, 근처에 있던 포토그래퍼가 사진기를 들고 도망치듯 이동했다.


“요건 우리도 준비하는 중간중간 고민해 볼게요. 아, 분장실은 이 안쪽에 마련해 놨고, 바로 아래층에 룸 하나 잡아 놨어요. 쉬는 시간 넉넉하게 줄 테니까, 힘들면 바로 말하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요.”

“네. 고맙습니다.”

“카드키는 송 실장님이 가지고 있는 게 낫겠죠? 그럼. 잠깐 쉬었다 메이크업부터 들어갈게요.”

문 과장이 송 실장에게 카드키를 건네고 직원들에게 달려갔다. 세경은 5분 정도 앉아 있다 곧장 몸을 일으켰다.


“슬슬 준비할까요?”

“그래요. 세경 씨는 분장실로 들어가고, 제훈 씨는 카페에서 간단히 요기할 거라도…….”

“아이고, 다들 수고 많으십니다.”

수영장 입구에서 들려온 우렁찬 목소리에 송 실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세경이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창 촬영 준비를 하고 있는 다른 쪽 팀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등장한 사람은…….


“헉. 설마 저 사람도 여기서 촬영하는 건가?”

송 실장이 뜨악한 얼굴로 세경을 쳐다보았다. 당장 문 과장에게 달려가 이게 어찌 된 상황이냐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

세경은 남자의 뒤에 있는 여자를 빤히 응시했다.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한 여자가 이내 세경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마치 이곳에 세경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듯, 눈이 마주친 오여리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나 봐요. 오여리 씨도 이번에 같이 촬영하라고.”

오전 촬영을 마치고 잡지사에서 잡아준 룸에서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문 과장에게 어떻게 오여리가 여기 있냐 물어봤다던 송 실장이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같이 왔던 그 사람은 누구예요?”

“그 덩치 큰 남자 말이죠? A&J 엔터의 안 대표예요. 우리 회사에서 안 받아 주니까, 그쪽이랑 계약했나 봐요.”

"A&J 엔터?"

낯설지 않은 회사 이름에 세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거기 주희가 소속되어 있던…….”

“맞아요. 임주희 씨 소속된 그 회사. 저번에 주희 씨 너튜브 영상 일로 전화했을 때, 아주 뻔뻔하게 굴었던 그 대표예요.”

저긴 우리랑 무슨 원수를 졌나.

이를 간 송 실장이 욱한 마음에 주먹을 말아쥐었다. 제훈이 다 먹은 도시락을 치우는 사이, 송 실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문 과장님. 우리 점심 다 먹었어요. 아, 응. 알겠어요. 우리도 10분 정도 있다 올라갈게요.”

짧게 통화를 마친 송 실장이 세경을 돌아보았다.


“식사 잘 했냐고 그러네요. 다 먹었으면 천천히 올라오라고.”

세경이 시계를 한번 쳐다보곤 입을 열었다.


“그럼 바로 올라갈까요?”

“지금요? 좀 쉬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괜찮아요. 그냥 지금은 빨리 촬영을 끝내고 싶달까.”

어색한 세경의 미소에, 송 실장은 그녀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좀 불편하긴 하죠? 같은 장소에 오여리가 있으니까.”

“좀 그래요. 오전엔 마주치진 않았지만 한 공간에 있으니 계속 신경이 쓰여서.”

“그럼 남은 촬영 후딱 하고 가요. 문 과장님한테 속도 좀 내달라고 할게요.”

오여리가 거슬리는 건 송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정리를 마친 제훈을 불러 다시 옥상 수영장으로 향했다.

다른 팀은 아직 식사를 하고 있는지, 입구쪽 촬영팀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세경은 주변에 오여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곤 자신의 촬영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세경 씨, 여기 좀 앉아 있어요. 나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

핸드폰을 흔든 송 실장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선 베드에 걸터앉은 세경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몸을 일으켰다.


“어? 누나 어디 가시게요?”

제훈이 저를 따라오려고 하자, 세경이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넌 여기 있어. 나 속이 더부룩해서 조금 걷다 오려고.”

“송 실장님도 안 계시는데. 제가 옆에 붙어 있을게요.”

“내가 애도 아니고. 걱정 마. 요 앞에만 왔다 갔다 할 거야. 너는 가서 내 의상 좀 확인해줘.”

세경이 제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는 수영장 주변을 걷는 세경을 지켜보다 문 과장이 부르는 소리에 분장실로 달려갔다.


“후우.”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던 세경은 건너편에 있는 촬영팀을 응시했다.

송 실장이 내리 옆에 붙어 있어 그런지, 아니면 촬영이 바쁘게 진행된 탓인지. 걱정과 달리 오여리는 오전 촬영 내내 자신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때 봤던 오여리의 섬뜩한 시선은 그저 자신의 착각이었을까.


“뭐, 오늘만 무사히 넘기면 더는 만날 일도 없는…….”

수영장 끝까지 다다랐다 다시 돌아선 세경이 몸을 흠칫거렸다. 기둥 뒤에서 저를 응시하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한 탓이었다.


“…….”

대체 언제부터 저기에 있었던 걸까.

입가에 힘을 준 세경이 여자를 본체만체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세경이 수영장 중반에 다다르자 오여리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잘 지냈어요, 윤세경 씨?”

싱긋 웃은 오여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속으로 한숨을 삼킨 세경이 오여리를 쳐다보았다.


“네. 그보다 좀 비켜 주셨으면…….”

세경의 말에도 여리는 벽인 양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답답한 세경이 옆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똑같이 걸음을 옮긴 오여리가 세경의 앞을 막아섰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나 세경 씨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요.”

오여리가 세경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저에 대해 알아봤다는 말에 세경이 눈살을 찌푸렸다.


“세경 씨 어머니도 세경 씨랑 똑같은 상황이었다면서요?”

세경이 제 말에 반응하자 오여리가 입술을 당겨 웃었다.

똑같은 상황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싶어, 세경이 인상을 썼다.


“아이 가지고 결혼한 거 말이에요. 그리고 얼마 안 가 이혼했다면서요?”

“이봐요, 오여리 씨.”

세경이 짓씹듯 오여리의 이름을 내뱉었다. 여리는 제가 뭐 잘못 말했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번부터 계속 선을 넘는 거 같은데.”

“와, 지금 화내는 거예요? 근데 사실이잖아요. 세경 씨 낳고 얼마 안 가 버림받은 거.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던데. 세경 씨도 그런 거 아닌가 해서.”

“그러는 오여리 씨는…….”

세경이 똑같은 말을 되돌려주려다 입을 다물었다.

오여리의 어머니는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했지. 아무리 화가 난다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이며 저 여자를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왜 말을 하다 말아요?”

“나는 오여리 씨랑 다르거든요. 생각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말 다 쏟아내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이런 사람과 더 말을 섞어봤자 제 기분만 불쾌할 뿐이었다.

세경은 그녀를 무시한 채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나 여리는 세경을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말해요. 나한테 무슨 말 하려고 했는지.”

“이 손 놔요. 대체 왜 이러는…….”

오여리의 손이 세경의 팔을 억세게 붙잡았다. 팔목을 옥죄는 통증에 세경이 미간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운동을 하기에 악력이 이렇게 센 건가.

피가 통하지 않는 손등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세경은 팔목을 비틀어 그녀의 손에서 제 손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손은 좀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말해주면 놔줄게요. 그러니 아까 하려던 말 해보라니까?”

“당신이 이런 짓 해봤자. 태조 씨는 그쪽한테 관심도 없다고요. 어릴 때 좀 친했던 걸로 혼자 망상에 빠져 있는 거 같은데. 좀 그만하라는…….”

“하, 망상?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부릅뜬 오여리의 눈동자가 광기로 번들거렸다. 마치 화장실에서 봤던 그 섬뜩한 눈빛이 떠올라 세경이 저도 모르게 다리를 주춤거렸다.


“윤세경 씨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여리가 세경의 팔을 훅 잡아당겼다. 불시에 중심을 잃은 몸이 힘없이 휘청거렸다. 여리가 세경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붉은 입술을 치켜 올렸다.


“태조 오빠는 나한테 큰 빚을 지고 있거든. 그건 평생을 가도 못 갚는 거야.”

“그게 무슨……. 그보다 이것 좀 놔요! 송 실장님! 제훈아! 누가 이 사람 좀…….”

오여리에게 잡힌 팔이 너무 아파 부들부들 떨려올 지경이었다. 하나 아무리 몸을 뒤로 빼고 온 힘을 쥐어짜도 그녀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

세경이 제게 잡혀 발버둥치자 오여리의 눈에 스산함이 감돌았다.

그녀의 시선이 세경의 등 뒤로 향했다. 풀 안의 투명한 물이 바람에 출렁거리자, 세경을 내려다본 오여리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솟아올랐다.


“너무 버둥거리지 마요. 윤세경 씨가 원하는 대로 놔줄 테니까.”

“…….”

“대신 날 너무 원망하진 말고.”

생긋 웃은 여리가 손에서 힘을 풀자, 세경의 몸이 뒤로 기우뚱거렸다.


“아……!”

아찔함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보려 했지만, 세경의 눈에 보이는 건 웃고 있는 오여리의 얼굴과 눈이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뿐이었다.

풍덩!


“꺄악! 세경 씨!”

누군가의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물은 거친 포말을 일으키며 세경을 집어삼켰다.


“저기! 누가 좀 들어가서 세경 씨부터 구해!”

두 팔을 허우적거리던 세경의 몸이 물밑으로 가라앉자, 갑작스러운 소란에 밖으로 나온 문 과장이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말이 들림과 동시에 누군가 수영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단숨에 세경이 있는 곳으로 수영해간 남자가 그녀의 몸을 건져 올렸다.


“…….”

여리는 세경을 구한 남자를 보며 눈을 좁혔다.

흠뻑 젖은 태조가 세경을 안아 들고 있었다.


“세상에! 대표님. 저쪽이요. 저기에 넓은 계단이 있어요. 여기! 두 사람 올라오는 것 좀 도와주세요!”

송 실장이 오여리의 어깨를 툭 치고 달려갔다. 문 과장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수건을 들고 두 사람이 물 밖으로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 세경 씨 괜찮아요?”

수건을 받아든 송 실장이 세경의 몸 위로 커다란 타월을 이불처럼 둘러주었다. 태조의 품에 고개를 떨군 세경은 앓는 소리를 내며 제 배를 끌어안고 있었다.


 


“으…….”

세경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송 실장이 곧장 119를 불렀다. 태조는 눈도 뜨지 못한 채 배만 움켜쥔 세경을 보며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윤세경. 윤세경, 나 좀 봐봐.”

태조가 좀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세경의 뺨을 살짝 두드렸다. 힘겹게 눈을 뜬 세경이 태조를 올려다보았다.


“태조 씨…….”

세경이 그를 부르며 다시 제 배를 감싸안았다.

누군가 배를 쥐어짜는 듯했다.

아프면 안 된다고 했는데, 피도 나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하지만 아무리 제 배를 끌어안고 있어도, 통증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태조 씨……. 흣. 나 배가…….”

결국 견디지 못한 세경이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그때 누군가 헉 소리를 내며 세경을 손짓했다.


“아……. 어떡해요. 저기 피가…….”

태조의 시선이 세경의 다리로 향했다.

축축한 느낌은 그저 물 때문이라 여겼건만.

세경의 종아리를 타고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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