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003화 (3/112)



〈 3화 〉003화


생각을 정리한 현수는 어느새 오티가 끝나고 동기들과 선배들을 따라 개강파티에 참여했다.

아직까지 멍하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던 현수의 테이블엔 현수와 말 한마디 해보려고 여자들이 줄을 서서 앉았다.

‘아 공부만 하던 애들이라 그런지 진짜 외모들이 별로네….’

외모와 대학은 반비례한다고 했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한국대를 바라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1등 대학인 한국대는 현수의 마음에드는 여자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일단 맞장구는 쳐줘야겠지.’

외모는 마음에 안 들지만 그나마 집안이라도 좋은 여자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대화를 이어나가던 현수는 문득 맞은편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자 동기와 눈이 마주쳤다.

‘오연희.’

그녀를 보고 현수의 주변에 앉은 여자들을 보면 모두 오징어로 보일 만큼 그녀의 외모는 빛이 났다.

그녀는 현수와 다르게 현역으로 한국대 의대에 들어온 수재로 엄청난 집안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과거, 현수와 연희는 외모로 대학 전체에서 유명했지만, 둘은 실제 말도 번 섞어보지 않았다.

그녀의 주변에는 현수와 비교하면 쩌리조차도 안 될 외모의 수컷들이 그녀와 말 한마디 섞어보려고 경쟁하듯이 말을 걸고 있었다.

연희는 현수와 달리 귀찮아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이 모두에게 친절하게대했다.

수컷들은 그런 연희의 반응에.

‘혹시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어휴, 병신. 모쏠아다새끼들.’

현수는 그런 한심한 수컷들을 바라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그 당시 현수는 여자에 크게 관심도 없었고, 주요학과행사 말고는 연희와 만날 기회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현수는 점점 여자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쯤 돼서는 연희도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고, 현수는 다가오는 여자들을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때 연희 남자친구가 아마 소문난 난봉꾼이었지?’

난봉꾼들에게 당하는 여자들을 보면 대부분 착하고, 순진하다.

주변의 만류에도 만남을 이어가던 연희는 난봉꾼을 믿어주었지만 결국 배신당했었다.

연희는 잠깐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지만 금방 기운을 되찾았고, 난봉꾼은 몇  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그때 아마 연희가 재벌가 딸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었지…. 일단 꼬셔두면 좋지 않을까?’

현수는 미래에 소문날 연희의 뒷배경이 가지고 싶었고,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저 예쁜 외모라면 데리고 있는게 좋았기에 반드시 꼬셔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수야. 듣고 있어?”

옆에서 들려오는 집행부 선배의 말에 상념에서  현수는 바로 영업용 미소를 띠며 맞장구쳐주기 시작했다.

“아, 그럼요. 계속 얘기해주세요.”

시간이 흘러, 하나, 둘 술에 취해 자리를 비울 무렵. 개강파티 시작부터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를 않던 연희가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가는 걸 보았다.

“저 잠시 통화 좀 하고 올게요. 선배.”

현수는 이때다 싶어 핑계를 대며 연희를 따라나섰다.

“연희야.”
“네? 아, 안녕하세요.”

워낙 유명했던 현수를 연희는 알아보았고, 반갑게 인사했다.

“너 인기 되게 많더라.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를 않던데?”
“에이, 무슨 소리예요. 오히려 오빠가 더 심하던데요?”

역시 술자리 내내 아이컨텍을 한 덕분에 연희는 현수를계속해서 의식하고 있었다.

“난 술을 잘 마셔서 괜찮은데, 넌 괜찮아?”
“아, 네! 괜찮아요. 그래도 주변에서 흑기사를 해주셔서 많이 마시진 않았어요.”

‘멍청한 새끼들.먼저 취하게는 만들어 뒀어야지. 경쟁한다고 자기들끼리 취해서는.’

현수는 멍청한 수컷들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연희를 어떻게 꼬실지 생각했다.

3월치고는 쌀쌀한 날씨에 주머니가 없는 겉옷을 입고 있는 연희를 보며, 현수는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해도 될까.’

여자랑 연이 끊어진지도 벌써 십여 년이었다.
그것보다 훨씬 더 전에는 여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잔머리도, 말빨도, 눈치도, 굳은지 십 년이었기에 현수는 자신이 생각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도 될지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 몰라. 어떻게든 다시 해봐야 감도 돌아오겠지.’

답을 내린 현수는 천천히 손을 뻗어 연희의 손을 잡았다.

“어쩐지 손이 엄청 새빨갛다 하더니 완전 얼음장이네. 아직 많이 추울 텐데, 왜 이렇게 얇게입고 왔어.”
“아….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왔거든요….”

현수는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시도했고.

“아 그럼  옷이라도 입어.”
“아, 정말요? 진짜 고마워요.”

자연스럽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었다.

연희는 추운 날씨에 현수의 겉옷을 거절 없이 받아 입었다.

‘이런 애들 꼬시는 정석은 시간 들여서 천천히 잘해주는 게 최고지.’

“추우면 일단 들어갈까?”
“아, 네! 오빠도 추울 텐데 이제 들어가요.”

현수는 두껍게 입었음에도패딩 아래로 드러나는 연희의 다리 굴곡을 바라보며, 살짝 성욕이 일었다.

‘나긋나긋한 게,천천히 하나하나 가르쳐가는 맛이 있겠는데.’

연희 같은 스타일을 어떻게 꼬시는지 아는 현수는 다음을 기약하며, 지금 쌓인 욕구를 풀 만한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쟤는  좀 빼면 이쁘겠고, 쟤는 몸매가 영…. 하…. 하다못해 연희 반만이라도 되는 애가 없네.’

그런데 그때.
현수는 전혀 예상하지못한 지점에서자신의 눈길을 끄는 사람을 발견할  있었다.
주변을 살피던 현수의 눈에 누가 봐도 피곤해 보이는 알바생이 보였다.

‘아, 쟤는….’

그녀를 보자 회귀하기 전의 과거가 떠올랐다.

현수는 20년의 세월동안 공부만 하며 살아왔기에 과거 이 자리에서는 지금처럼 능숙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못했었다.

여자랑은 거의 말도 섞지 않았었고 남자 동기 혹은 선배들과 친해지는 정도였었다.

그렇게 개강파티를 끝내나 싶었을 무렵, 현수가 나가는 것을 본 알바생이 현수에게 와서 번호를 따가면서 남자들의 부러움을 샀었던 경험이 있었다.

‘나는 무척이나 곤란하고 민망했었지만.’

그때는 현수가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 당황해서 휴대폰번호는커녕 말고 제대로 해주지 않고 떠났었다.

그러나 현수는 지금처럼 젊은 몸을 가지고 성욕까지 올라오니 전생에 쌓은 연륜으로 그녀와 즐길 생각이었다.

다만 걱정되는 한가지는 나락으로 떨어진 이후 여자와 대화조차 해보지 않았었기에 녹슨 실력이  발휘될지가 관건이었다.

‘연희를 제외하고는 지금 제일 나아 보이는 여자애는 쟤 하나뿐인 거 같으니까 연습도 해볼겸 쟤로 결정하자.’

현수는 그녀가 알아서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과 술자리를 이어갔다.

‘지금쯤 번호 물어볼 때가 됐는데?’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알바생은 현수에게 별 다른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다.

‘자꾸 슬쩍 쳐다보고 하는거 보면 분명히 관심은 있어보이는데 왜 전처럼  하지?’

기억하고 있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에 꽤나 당황한 현수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현수는 기억을 되뇌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 알바생이 맞았다.

‘내가 쟤한테 미안할 정도로 무안하게 거절을 했었는데, 확실하게 기억해. 쟤가 맞아.’

현수는 대체 무엇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거가 바뀌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갑자기 자존심 상하네. 가만있어도 오던 애한테 내가 먼저 꼬시러 가야되냐.’

자존심이 상했지만, 벌써 그녀를 따먹을 생각을 하고있던 현수는 이왕 따먹기로 다짐한거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서 번 먹고 버리려고 했던 것을 여러 번에 걸쳐 괴롭혀줄 생각을 가졌다.

‘갑자기 먼저 꼬시려니까 조금 떨리네.’

과거에 이날 이후 여자에게 눈을 뜬 다음 갈고닦은 기술들을 오랜만에 꺼내보려니 긴장됐다.

그리곤 현수는 꼬실작정을 한 뒤로 알바생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녀의 성격, 대략적인 나이, 손님을 응대하는 방식까지도 파악하며 어떤 방식으로 다가갈지를 정하며 계속 그녀를 파악했다.

‘저 나이에 생긴것도 나쁘지 않고, 성격도 좋아 보이니까 번호도 꽤 많이 따여봤을건데…. 남자경험도 적잖이 있어보이기도하고.’

어떻게 다가갈지 대략적인 구상을  현수는 생각을 끝내자마자 곧장 알바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저, 저기 혹시…. 그…. 버,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현수는 어리숙한 사람이 용기를 내서 다가가는 것처럼 연기하는 방식으로 그녀에게 작업을 걸었다.

‘와꾸가 딸리는 애들도 이 방법은 은근히 잘 먹히는데 나는 어떻겠어. 게다가 내 외모에 갑자기 능숙하게 다가가도 여자들은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고 거절할 가능성도 있지.’

현수는 과거에 여자를 꼬시던 기억을 떠올리며 알바생이 반드시 번호를 줄거라고 확신했다.

“저, 저요?”

알바생은 당황한 듯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되물었다.

‘그럼 그렇지.’

현수는 자신의 방법이 먹혔음을 확신하며 민망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를 왜….”

그러자 오히려 알바생이 더욱 당황하며 어버버 거리자 현수는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계획대로 계속 어리숙한 척을 하며 작업을 계속했다.

“그…. 되게 제 스타일이셔서요…. 안될까요?”

“아니에요! 잠시만요!”

현수가 급격히 자신감을 잃은 척을 하며 시무룩해지자 알바생이 손을내저으며 덥썩 그의 휴대폰을 빼앗아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여기 있어요.”

그녀가 건네주는 휴대폰을 받고 화면을 쳐다보자 그곳에는 그녀의 휴대폰번호와 이름이 적혀있었다.

‘박지희.’

현수는 그녀의 이름을 되뇌이며 또 다시 말을 더듬으며 지희에게 물었다.

“저, 저기 호, 혹시 가게는 언제쯤 마치나요…?”

“가게는 2시에요.”

“그럼…. 그쪽은 언제 끝나나요?”

“네? 아 …. 마감하는데 30분…. 아니 15분 안에 마감할 수 있어요.”

지희는 현수가 말하는 바가 뭔지 바로 깨닫고는 빠르게 마감하고 오겠다고 하고는 민망했는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후…. 조금 어색했지만 어떻게든 됐네. 하긴  얼굴이면 뭐든 됐었지.’

현수는 거의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하지 못했던 작업을 하며 긴장했었지만, 좋은 결과에 만족했다.

시간이 지나 개강파티가 파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가게도 마감시간이 다 되었을 때, 현수는 지희를 슬쩍슬쩍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 앞에 편의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 네!”

현수는 긴말은 하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떠났고, 주점 맞은편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래도 콘돔은 하나는 사둬야겠지?’

질낮은 모텔콘돔을 쓰기 싫었던현수는 오랜만에 들린 편의점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콘돔을 하나 구매한 뒤 지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이 훌쩍 넘은 시간, 마감이 늦어진다고 해도 그녀는 생각보다 더욱 늦게 나오는 듯 했다.

‘화장 고치고 있나 보네.’

잠시 뒤 예상대로 일한다고 뭉개진 화장을 고치고 나온 지희가 말했다.

“아, 죄송해요. 할 게 조금 남아서 늦었어요.”

그녀는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연신 사과했다.

‘지랄하네. 화장 고치고 온  누가봐도 알겠구만.’

속마음과는 달리 현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근데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 저는 박지희라고 해요.”
“아…. 지희 씨 저는 현수예요. 김현수.”

이미 자신에게 빠져있는  인지한 현수는 지희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죄송해요…. 근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

지희는 훅 치고 들어오는 현수의 멘트에 당황하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근데 갑자기 저한테 번호 물어볼 줄 몰랐어요.  원래 막 주고 그런 사람 아닌데….”

“그럼 저는 왜 주신 거예요?”

“음…. 되게 생긴건 엄청 여자 많아 보이셨는데, 번호 물으실 때 되게 용기내서 하신거 같아보여서 드렸어요.”

역시나 현수의 작전은 먹혔었다.

‘얼굴도 봐놓고는 무슨. 근데 왜 이번엔 번호를 안 물었었지?’

현수는 아직까지 과거가 바뀐 이유를 알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를 꼬시는데 성공했으니 큰 신경은 쓰지 않기로 했다.

“고마워요. 저도 이런적이 처음이라…. 저 안주 되게 맛있는  아는데 거기로 가실래요?”

잠깐의 시간동안 어느정도 긴장이 풀렸는지 지희는 약간의 미소와 함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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