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008화 (8/112)



〈 8화 〉008화

강의실을 문을 열고 걸어오는 조교. 웨이브 진 갈색 머리. 브라운 톤에 맞춘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듯 표독스럽게 보이는 눈꼬리와 매력적인 갈색 동공에 시선을 떼지 못한 현수는 바로 묘한 느낌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서가윤.

의과대학의 조교이자, 의과대학은 물론이고 주변의 다른 단과대 사람들까지도 아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유명한 여자였다.

당연히 유명세의 이유는 전적으로 외모였다.
연예인이 연상되는 이목구비와, 타고난 몸매.

그리고 현수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미래까지도 완벽하게 펴게 된다.

그녀는 몇   재벌가 며느리가 된다.

일반인 신분으로 재벌3세와 결혼한 그녀는 당시현대판 신데렐라로 꽤나 이슈가 되었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우리과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까 나갔던 교수가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했던 말이 발단이 되었다.

‘저 밑바닥 기면서 살던 애 데리고와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줬더니, 감히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었어.’

당시 같은 자리에 있었던 현수는 그 말에 흥미가 동해 교수의 발언을 귀기울여 들었었다.

교수의 말에 따르면, 가윤은 한국대 근처 바를 전전하며 모델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바에서 일하고 있던 가윤을 본 교수는 가난한 그녀에서 스폰제의를 했다.

그녀는 처음엔 거절을 했지만 교수의 선물 공세에 결국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상황은 교수가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난했던 가윤이 돈맛을 보기 시작하자 점점 과한 요구를 해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당시 가정이 있던 교수는 가윤의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수 있는 수준에서 다 들어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교수는 과한 요구를 들어주었음에도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자신이 지원해준 금전과 선물보다도  재산을 보유한 것을 보고 다른 주머니를 찼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윤에게 푹 빠져있던교수는 짧은 만남이라도 유지하며 계속해서 가윤을 지원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

그 소식에 교수는 화가 나서 울분을 토하며 우리에게 하소연했었다.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교수는  술자리 이후 교수직을 박탈당하며 더이상 볼  없었다.

그리고 술자리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은 입을 닫고 침묵을 유지했다.

잠깐 과거를 떠올린 현수는 오늘 가윤이 자신의 레포트를 잃어버려 고생했던 것까지 떠올랐다.

‘내가 쟤 때문에 고생했던 거만 생각하면 치가 떨리긴 하네.’

그런데 문득 현수의 눈에 가윤의 라인이 들어왔다.

‘괜히 스폰부터 재벌까지 몸 하나로 인생역전한 건 아닌데?’

몸매가 보통내기가 아니였다.

들어갈 데는 들어갔고, 나올데는 확실하게 나왔다.

그런데 그건 기본이었고, 그녀에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가 있었다.

탄력있는 살결? 흰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

현수는 그것이 무엇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그녀에게서는 매력적인 아우라가 풍겨나오고 있었다.

‘내가 전생에선 빡쳐서 이걸 놓쳤었구나.’

현수는 본능이 끓어올랐다.

‘쟤는 재벌가 며느리 되기 전에 한 번 내가 가져보고 싶다.’

현수는 몇 년  현대판 귀족이 될 것이 확실한 가윤이 자신의 아래에 깔려서 신음소리를 뱉는 상상을 했다.

벌써부터 짜릿한 쾌감이 올라왔다.

‘하는 김에 묵혔던 복수도 하고 말야.’

치졸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수는 그녀에게 묵은 감정이 조금 남아있었다.

‘이번에도 분명 나와 동기들의 레포트를 잃어버려도 가윤을 스폰하는 교수가 봐줄테지.’

전생에서 가윤이 현수와 몇몇 동기들의 오늘 제출할 레포트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교수의 봐주지 않겠다는 으름장에 그들은 겨우겨우 레포트를 찾아냈다.

하지만 유독 훼손이 심했던 현수의 레포트 때문에 현수는 개고생을 하며 낮은 점수를 겨우 받았다.

당시 미안함을 느꼈던 가윤이 현수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화가났던 현수가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현수에게 앙심을 품은 가윤이 현수를 계속해서 괴롭히기 시작했고, 현수는 부당함을 느끼고 교수에게 말했지만 교수는 가윤을 감싸기만 할 뿐이었다.

‘네가 백날 교수님한테 말해봤자, 교수님은 내 편이야.’

오히려 교수에게 말한 게 악효과가 되어서 괴롭힘은  심해졌다.

과제는 물론이고, 과 전체로 돌리는 공문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심지어 같이 다니는 동기들에게도 연락을 해주지 않아서 성적을 생각한 동기들은 점점 자신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현수는 분노를 느꼈지만, 가윤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가윤을 찾아갔지만.

‘무릎 꿇고 엎드려서 사과하면 받아줄게.’

현수는  모욕감을 느끼고 돌아갔다.

가윤은 자신을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끼는 듯 했었다.

가윤의 괴롭힘은 더욱 집요해졌지만 현수는 참을 수밖에 없었고, 가윤이 조교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수는 그 당시 당했던 것들을 배로 돌려주며 자신의 분노도 풀어낼 생각이었다.

‘미래가 바뀔지도 모르지만 오늘 그녀가 레포트를 잃어버린다면 금방 기회가 생길거야.’

* * * * *

현수는 레포트를 작성해서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기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수야. 오늘까지 제출하는 레포트 조교가 누락 됐다고 다시 제출하라던데?”

연락을 받은 현수는 예정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의 일은 전과 똑같이 진행되었디.

현수는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레포트를 다시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레포트를 방치했다.

“야 어떡하냐. 너 이건... 진짜...”

동기의 걱정어린 말에 현수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쩌겠어. 뭐 이럴 때도 있는 거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현수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래야 접근이 가능하지.’

그렇게 현수는레포트를 제출하러 갔다.

가윤은 훼손도가 심한 레포트를 다시 제출하러 온 현수에게 사과했다.

“내가 교수님한테는 잘 말해줄테니까 성적은 너무 신경쓰지마. 너한테는 좀 미안하니까 다음꺼는 좀 더 신경써줄게.”

과거에 레포트를 쥐어짜듯 써내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나있던 현수는 저딴 사과를 듣자마자 무시하고 가버렸었다.

하지만 이번엔 애초에 같은 걸 두 개 써놨던 현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죠. 교수님한테 말씀 잘  해줘도 되요.”

가윤은 스스로도 기분 나쁘게 말했던 것을 알고 있는지 웃으며 말하는 현수를 조금의 놀램과 함께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더 미안하게 만드네. 알겠어. 앞으로    신경 써줄게.”

“저한테 신경써주시는 것도 좋은데, 미안하시면 저 부탁하나만 들어주실수있어요?”

“응? 뭔데?”

가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현수를 바라보았다.

“저 레포트 쓰는 내내 아무것도 못먹었는데…. 저랑 같이 밥먹으러 갈래요?”

. . .

그렇게 말하는 현수의 모습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용기내서 데이트 신청하는 것처럼 보였다.

혹여나 거절당할까 조마조마한 눈빛을 연기하는 현수를 눈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가윤은 그런 현수를 귀엽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  이것만 마무리하면 오늘 일은 끝이니까 저기 잠깐 앉아있어. 밥은 내가 사줄게.”

내용물은 이미 완숙한 어른인 현수는 20대 특유의 풋풋함을 연기했다.

어린 나이부터 아저씨들을 상대해 온 가윤은 그런 현수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는  했다.

현수는 가윤의눈빛에서 자신에게 약간의 호감이 생겼음을 보았다.

‘시작은 작은 호감부터지. 제일 어려운 스타트는 잘 끊었어. 이대로만하자.’

가윤의 일을 마무리 하는 동안 현수는 맛집을 검색하고 있었다.

‘내가 죽기 전에도 남아있는 가게들은 다 맛집이겠지.’

현수는 죽기 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항상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떼웠다.

그는 오랜만에 무엇을 먹을지고민할 수 있게 되자, 식욕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가윤의 일이 끝나고 현수는 미래에도 남아있는 맛집들을 찾아 가윤을 안내했다.

“여기가 진짜 괜찮아요. 적어도 10년 안에는 망할  없을거라 확신합니다!”

가윤은 자신과 밥을 같이 먹는게 신나서 계속해서 그녀에게 잘보이려 하는 현수가 싫지 않은  대꾸했다.

“그래? 맛없으면 네가 사야된다?”
“그럼요. 여기가 맛없으면 다음에는 훨씬 더 맛있는 곳으로 다시 사드릴게요. 대신 맛있으면 다음에도 사주셔야되요?”

꺄르르.계속해서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현수를 보며 가윤은 마치 설렘을 느끼는 소녀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맛있으면 내가. 맛없으면 네가. 약속할게.”

“진짜죠? 약속하신거에요. 누나.”

가윤은 다음에도 같이 밥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로 신이 난 듯 누나라고 부르는 현수의 모습에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는  같았다.

현수는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명당이라고 생각되는 살짝 구석진 곳의 창가쪽자리로 향했다.

가윤보다 앞서서 바깥자리의 의자를 빼주고, 현수는 벽쪽 자리에 앉았다.

가윤은 마치 여러 여자를 상대해 본 듯 능숙하게 자리를 안내하는 현수의 행동과 여자라곤 자신이 처음인 듯 자신을 어리숙하게 대하는 현수의 행동이 대조되어 혼란스러워 보였다.

“현수야. 너 여자친구 많이 만나 봤어?”

가윤의 질문에 현수는 민망한 듯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뇨. 남중, 남고에 매일 공부만하다가 재수까지 했는데 여자 만날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현수는 가윤이 처음으로 상대하는 여자인 것마냥 계속해서 부끄러움과 어리숙함을 연기했다.

‘서가윤처럼 연상을 많이 만나는 여자는 절대 능숙하지 않으면 끌리지 않아. 전생에 나를 괴롭히는 성향을 보면 기본적으로 자기보다 아랫사람을 만나고 싶은 본능도 있을 테고.’

가윤의 스타일은 현수의 생각대로라면 경력많은 신입.

현수는 식당에 들어온 순간부터 식사를 마칠 때까지 분위기를 주도하면서도 어리숙함을 유지하며 가윤을 즐겁게 해주었다.

“어때요? 맛있었나요?”

“응. 확실히 맛있었어.”

“그럼 다음에도 사주시는거 맞죠?”

현수는 맛있었다는 가윤의 대답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만남을 무의식적으로 가윤의 머리에 집어넣었다.

“알겠어. 다음에 찾아와. 대신 다음집도 맛집으로 가야해.”

“그럼요! 제가 여기 근처 맛집은 빠삭해요. 다음에 끌리는 거 말씀해주시면 근방에서 제일 맛있는데로 안내할게요.”

그렇게 식사를 끝마친 둘은 계산을 한 뒤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수는 처음 본 날 오랜 시간을 보내며 상대방이 지치는 마음이 들지 않게, 적당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지금이 헤어질타이밍이라 생각했다.

“전 이제 집에 들어가봐야  것 같아요. 누나는 이제 뭐하실거에요?”

다만, 헤어지는 게 아주 아쉽다는 표정을지으며 가윤에게 물었다.

“나도 집에 가야지. 오늘 레포트 잃어버려서 누락 건 해결하느라 나도 나름 고생했거든.”

‘구라치네. 스폰 만나러 가는거면서.’

자신과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치는  본 현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현수는 애써 연기력을 올리며 헤어지기 아쉽다는 말투로 말했다.

“저희 과 조교시니까 앞으로 연락할 일 많을 거 같은데 연락처좀 알려주실  있어요?”

“그럼.  생기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해.”

현수는 가윤의 말에 기뻐하며 허겁지겁 휴대폰을 건냈고, 가윤의 번호가 찍힌 휴대폰을 다시 소중하게 받으며 말했다.

“오늘 진짜 즐거웠어요. 제 레포트는 진짜 걱정안해도되니까, 신경쓰지마세요.”

그렇게 인사를 현수는 가윤이 가는 길을 계속 지켜봤다.

그는 가윤이 한  씩 뒤돌아 볼때마다 손을 흔들며 자리를 지키다 가윤이 사라지자 길을 떠났다.

* * * *

‘지금쯤이면 될거같은데.’

집에 돌아온 현수는 가윤이 집에 도착해 잠에 들기 한 시간전 쯤을 대략 예상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잘 들어가셨어요? 저 김현수에요. 이 번호 저장해두세요!]

몇  뒤, 진동이 울리며 답장이 왔다.

[응.ㅋㅋ너도잘들어갔어?]

[네네. 오늘 진짜  먹었어요 ㅎㅎ]

[그랰ㅋ나도오늘즐거웠어.]

[넵 ㅎㅎ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구 다음에  밥먹으러 가야해요!]

[알겠엌ㅋ다음에도맛있는데로데려가]

[넵 ㅎㅎ  자고 다음에 봐요!]

연락을 마친 후, 현수가 씨익 웃으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껐다.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 잘했다. 이제 절반이상은 나한테 넘어왔다고 보면 되고,  다음은 어떻게 요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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