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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011화 (11/112)



〈 11화 〉011화

동그랗게 뜬 커다란 눈과 살짝 상기된 낯빛으로 대답하는 현수는 가윤의 말이 너무나도 기쁜 듯이 보였다.

그러한 현수의 연기에 가윤의 눈빛에는 설렘이 차올랐다.

그녀의 표독스럽게 올라간 눈매가 지금만큼은 약간 쳐져보였다.

“다 내가살테니까 현수 네가 코스 다 짜놔야해? 맘에 안들면 죽어.”

“그건 걱정하지마세요. 누나 인생 중에서 오늘이 제일 즐거웠던 날로 만들어 드릴게요.”

현수의 호언장담을 들은 가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가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 한 환한 미소였다.

“그럼 마치고 도서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넵! 너무 기대 많이 해서  못해도 되니까 기대 많이 하고오세요.”

서로 장난치며 얘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봐도 예쁘게 사귀는 연인들의 그것과 똑같았다.

‘뭘 해볼까...’

강의실에 들어온 현수는 매번그래왔듯이 강의를 듣는 척하며 데이트코스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저녁. 카페. 산책. 술.

카테고리를 나눠 가윤이 가장 좋아할만한 분위기의 데이스코스를 짜며 생각했다.

‘얘가 그렇게 환하게 웃을  있는 사람인지는 몰랐네….’

현수는 새로 사는 삶이 마치 게임 같다고 느꼈다.

전생의 가윤과 지금의 가윤의 대비되는 모습에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

현수는 연애감정 없이 가윤을 꼬시는 거였지만 만약 자신이 아닌 다른 얼빵한 존재였다면, 저 미소에 분명히 홀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재벌이 괜히 넘어간  아니었구만.’

전생에서 가윤은 항상 자신을 깔보며 내려다봤고,  한 번도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가윤은 현수에게 확실한 연애감정을 가지고 현수를 연인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현수가 무슨 생각을 가진지도 모른 채.

현수는 자신에게 매달리는 가윤을 모습을 상상하자 묘한 정복감과 함께 욕구가 올라옴을 느꼈다.

‘이제 몇 발자국만 가면 된다. 네가 아무리 스폰서들을 가지고 놀면서 남자들을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너도 똑같은 여자야.’

현수는 가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신에게 벗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의 가윤은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쉬운 축에 속했다.

‘진짜 사랑’이라고 사람들이 착각하는 감정에목마른 존재.

그게 지금의 가윤이었고, 현수는 그 지점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심지어 판타지스럽게 공략해줄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가윤을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하며 데이트코스를 계속해서 짜둔 현수는 어느새 끝난 강의를 뒤로하고 도서관을 향해 발을 옮겼다.

도서관 앞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내자 저 멀리 도서관을 향해 걸어오는 가윤이 걸어오고 있었다.

현수는 가윤을 향해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런 현수와 눈을 마주친 가윤은 걸음을 재촉하며 현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현수 너 손흔드는 게  강아지보는거같더라.”
“제가 그렇게 귀여웠어요?”
“아니. 그냥  같아서 말했어.”

현수의 물음에 가윤은 약간 정색을 하며 얼굴에서 감정을 지우려했다.

‘얘는 말을 해도…. 갑자기 잘하지도 못하는 밀당하려고하네. 그렇게 급발진하면 누가 속냐.’

너무 뻔하게 보이는 가윤의 밀당에 현수는 어이가 없었지다.

정작 가윤은 진짜 자신이 잘하고 있는 줄 알고있는 듯 보였다.

지금 이 행동 또한  사이에서 주도권을 자신이 가져가기 위해 현수를 긴가민가하게 만들려고 하는 행동 같았다.

‘가윤아. 넌 나한테 안 돼. 그런 건 아저씨들한테나 통하는거야.’

“왜 아무말도 안해? 장난이었어.”

현수가 일부러 가윤에게 대답하지않고 가만히 있자, 가윤은 되려 당황해했다.

“멍?”

현수의 개소리에 가윤은 대부분의 남성들은 다 빠져들만큼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한참을 웃던 가윤은 아직 가시지 않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현수야. 넌 나 만나는 게 그렇게 좋아?”

“어…. 갑자기 그렇게 물으시면 당황스러운데.”

“음…. 현수야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쁜사람일거야.”

‘뭐래는거야. 알고 접근한건데. 네가 나한테 한 게 있는데 나쁜년인거 당연히 알지.’

속마음과는 다르게 현수는 처음엔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점점 당당한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저도 착하진 않아요. 저도나쁜남자니까 걱정하지마세요.”

현수는 진짜 사실을 말했지만, 가윤은 그런 현수를 기특하다는 듯이쳐다보았다.

하지만 가윤의 눈빛에는 가여움과 걱정스러움이 섞여있었다.

정작 그런 눈빛은 가윤이 받아야 하는 모른 채.

현수와 가윤은 강의시간에 짜온대로 데이트 코스를 돌다가, 마지막 코스인 칵테일 바에 도착했다.

‘칵테일도 오랜만에 마셔보네. 일단 도수 제일 높은거만 먹여야겠다.’

“제가 다른 데는 많이 가봤는데. 칵테일은 처음이라서요. 누나는  알아요?”

“음.  알긴 하는데…. 넌 이런 거 잘 어울릴 것 같다.”

가윤은 칵테일 바를 난생처음온 척하는 현수에게 이것저것 추천해주었다.

그러나 현수는 가윤이 추천해주는것 중에 가장 낮은 도수를 골랐다.

“전 이거 괜찮을  같아요. 그럼 누나껀 제가 고르고 제껀 누나가 골라주는거 어때요?”

“음. 그래. 그러자 한 번 골라봐.”

가윤은 뭘 알겠어 하는 표정으로 현수에게 고르라고 했다.

그런데 현수가 하나같이 높은 도수의 칵테일을 고르자 가윤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가윤이 현수를 바라봤다.

현수는 선량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혹시 제가 고른  다 별로에요? 다른 거 골라드릴까요?”

현수의 태도에서 가윤은 이상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결국 여기서 뭐라 말을 꺼내기도 조금 애매한 분위기였기에 가윤은 현수가 골라준 것들  하나로 주문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 잔. 두 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현수가 고를 때마다 높은 도수의 칵테일을 골랐다.

세 잔째부터 가윤도 현수에게 높은 도수의 칵테일을 골라주었다.

그리고 현수가  번째 잔을 골랐을 때였다.

가윤이 피식 웃으면서 현수에게 말했다.

“야, 그만해.”

가윤의 말에 현수는 깔끔하게 연기를 포기했다.

“아 걸렸어요?”

“그래. 너무 노골적이지 않아?”

“음. 사실 일부러 노골적으로 한 건데.”

“뭐?”

현수가 쑥쓰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누나랑은 한 번도 술을 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잖아요. 저도 취해서 누나 앞에서 솔직해져 보고 싶고, 누나 솔직한 모습도 보고 싶고. 그랬어요.”

‘진짜 스물 한  모쏠 동정 만세다.’

현수는 기적의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자신의커리어가 너무 뿌듯했다.

가윤은 순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연애 한 번도 안 해본 거 맞구나 너.”

가윤은 현수가 자신을 취하게 만들어서 잠자리로 이끌려고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가윤은 이내 그 생각을 접을  밖에 없었다.

연애 초보, 이제 갓 성인이 된 스물 한  대학 새내기에게 그것은 너무 겁나는 일일 터였다.

그렇기에 가윤은 현수에게 마음이 조금 더 열렸다.

“그럼 너도 지금부터 내가 고른 술로 다시 마셔.”

가윤의 말에 현수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첫 잔 원샷하고 시작할까요?”

“그럴 필욘 없고. 마시던 건 빨리 마시자. 그거 알콜 거의 없는 거라.”

현수는 최대한 빠르게 그것을 들이켰다.

그러자 가윤이 웃음을 지었다.

현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큰 그림 그리는데 이정도 연기쯤이야.’

현수의 계산대로라면 레이디 킬러 칵테일이면 세 잔 정도부터 여자의 주량을 넘나들고, 네 잔이면 완전히 취하게 만든다.

그리고 딱 가윤은 현수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네 번째 잔을 마시는 순간, 가윤은 취했다.

“현수야. 내가 진짜아아. 어! 아무나 안 만나. 진짜야!”

“그랬어요?

”그럼! 내가 조건을얼마나 많이 따지는데. 너 진짜 운 좋은줄 알아야 된다니까?“

‘확실히 조건을 많이 따지긴 했지. 재벌 3세랑 만나는 거면 전생의 너도 운이 진짜 좋긴 했나봐.’

현수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며 가윤의 말에 대충 대꾸를 해주며 가윤을 데리고 칵테일 바를 나섰다.

물론, 계산은 가윤의 가방에서 꺼낸 지갑으로 해결을 했다.

취해서 비틀거리는 가윤을 부축한 채 현수가 물었다.

”누나, 집이 어디에요? 데려다 드릴게요.“

”와 ~! 데려다 주는거야? 그럼 데려다 주는 김에 우리집에서 라면먹고갈래?“

아무리 취했다지만 은근한 눈빛으로 애교를 부리는 가윤의 모습에 현수는 적잖이 놀랬다.

‘와 진짜 신기하네. 항상 철저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런 모습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어리숙하면서도 능숙한 역설적인 모습에 확실하게 마음을  듯 했다.

이제 대놓고 현수를 유혹하는 가윤을 데리고 택시를 타고 가윤이 불러주는 주소로 향했다.

띡.

”감사합니다.“

현수는 가윤의 카드로 결제를 한 뒤 가윤을 부축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누나. 집에 다 왔어요. 몇 호로 들어가면되요?“

”나 604호….“

가윤은 집 안으로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다.

”누나 좀 괜찮으세요?“

”아니이이.... 안 괜찮아... 내 가방 안에 숙취제좀 가져다 줄래?“
”네 조금만 기다려요.“

가윤의 가방을 뒤지다 숙취제를 찾은 현수는  구석에 박혀있는 사전피임약을 발견했다.

‘어라. 피임약 먹고 있나 보네. 안에다 쌀  있겠다.’

질내사정을 생각하며 사전피임약을 꺼내보려던 현수는 가방 깊숙한 곳에 주머니가 나있는 것을 보았다.

‘응? 뭐지?’

현수는 본능적으로 그 주머니 안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안을 확인한순간, 현수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그 주머니 안에는 휴대폰이 보였다.

휴대폰을 발견한 현수의 머리에 느낌표가 터져나왔다.

‘이거다! 투 폰을 쓰면서 스폰들을 관리했구나!’

원래 가윤이 골아떨어진 뒤 찾아보려던 것을 금방 찾았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현수는 휴대폰을 스쳐 보낸 뒤, 가윤에게 숙취제를 건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여기 있어요. 누나. 일어날 수 있겠어요?“

‘왜 이렇게 퍼져있어. 너 이렇게 약한애 아니잖아. 너랑 하려고 며칠을 공사했는데. 일어나 이년아.’

속마음과 대비되는 걱정스러운 말투는 다른사람이 봤다면 감탄이 절로 흘러나올만했다.

”응. 좀 괜찮아졌어.“

가윤은 몸을 일으키더니 숙취 해소제를 들이켰다.

그  그녀가 간신히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을래? 나  씻으면 이대론 찝찝해서 못 자거든.“

가윤을 말을 들은 현수는 속으로 쾌제를 부르며 절로 나는 미소를 억누르며 말했다.

”앗, 네. 씨, 씻고 나오세요. 누나.“

씻는다는 말에 말을 약간 더듬으며 허겁지겁 나가는 현수의 모습은 누가봐도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런 현수의 모습에 잠깐 미소를 지은 가윤은 화장실 문을 약간 닫아두고 속옷까지 다 벗은   번에 모아 문밖으로 던져둔 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현수는 가윤이 샤워하는 것을 확인한 후 가윤의 숨겨진 휴대폰을 켜보았다. 하지만 지문인식잠금이 되어있어 내용을  수는 없었다.

‘오늘 완전 보내버려야겠네. 정신도 못차릴 정도로.’

현수는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고 가윤의 침대를 정리하고 불을 다   침대옆에 있던 무드등만 켜 둔 채 미리 분위기를 잡아두기 시작했다.

‘근데 집이 진짜 좋네. 스폰서들 위치가 생각보다 높은거 같은데?’

현수는 가윤의 집을 조금씩 뒤져보았고 의외로 명품같은 사치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 의외네. 돈 모으고 있는건가?’

현수는 가윤이 생각보다 검소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단 오늘의 섹스.’

현수는 오늘의 섹스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지희때와는 달리, 연기를 해야 했기에 현수는 조금  치밀하게 섹스를 상상했다.

그렇게 현수가 충분한 트레이닝을 했을 즈음, 가윤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현수야. 너도 씻을래?“

속옷만 입고 나온 가윤의 모습에 속으로 군침을 흘렸지만 현수는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며 손으로 눈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와 몸매 미쳤네 진짜.’

차분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계속해서 유난을 떨었다.

”앗, 네!“

현수는 엄청 당황한것처럼 어쩔줄 몰라하며, 등을 돌렸다.

그런 현수를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 가윤이 현수를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빨리 씻고 나와. 기다리는거 싫어해.“

가윤의 말을 듣자마자 현수는 몸을 돌려 화장실로 후다닥 들어가 샤워기의 물을 틀며 차분하게 생각했다.

‘가윤은 내가 처음인 줄 알고있을거야. 아다행세를 하면서 즐겨야된다니…. 재밌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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