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039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먼저 내리는 여자의 뒤로 한석은 창피함과 수치스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곧장 화장실로 직행해 속을 비워 낸 한석은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한석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현수와 함께 있는 효주.
혹은 술에 취해 끌려가는 효주.
그것도 아니면 연락을 받지 않는 자신에게 화가 난 효주.
무엇이 되었든 한석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 될 거 같지 않았다.
“젠장!”
불안감이 치솟은 그는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을 나서려고 했지만, 다시 찾아온 ‘급똥’으로 인해 끝내 집을 나서지못했다.
“...젠장!”
결국 나중에 연락이 되지 않아 집까지 찾아온 효주를 보며 그나마 의심과 불안감을 가라앉힐수 있었다.
* * * *
곧 언니가 집에 돌아온다는 효주의 말에 집을 나서려던 현수는 정류장까지 데려다준다는 효주를 거절하지 않고 같이 길을 걷고 있었다.
정류장까지 가는 내내 효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휴대폰을 자꾸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석이가 연락이 없어?”
현수의 입에서 한석이가 튀어나오자 조금 당황했는지 효주가 흠칫하며 대답했다.
“아, 응. 아직도 연락이 없네…. 집에 한 번 찾아가 보려구.”
현수는 급격하게 우울해진 표정을 지으며 효주에게 말했다.
“어제 성민이형이 잘 데려다줬다니까 별일은 없을 거야. 걱정되면 한 번 가보는 게 나을 거 같네.”
우울해 보이는 현수를 보자 효주가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손사래를 치며 변명했다.
“아니, 아니, 어차피 가지러 갈 게 있어서 들렸어야 했어.”
남자친구 집에 찾아간다는데 현수의 눈치를 보며 구차하게 변명하는 효주의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현수는 결코 티내지 않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냐. 남자친구 집에 가는데 왜 내 눈치를 봐. 여기서부턴 알아서 들어갈게. 먼저 간다.”
그리곤 효주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몸을 돌려떠났다.
현수는 효주가 뭔가 말을 꺼내려는 것은 봤지만 지금부터 그가 향할 곳을 알려줄 수는 없어 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현수가 향한 곳은 번화가였다.
“여기 즈음이었는데...”
현수는 번화가 대로변 한편에서, 자신이 찾던 매장을 발견했다.
[Adult 19]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성인용품점이었다.
말도 없이 외박해서 현수를 애타게 기다렸을 가윤을 위해 선물을 사려고 왔다.
지난 번 초크를 활용한 개목걸이 플레이가 주는 만족감이 상상 이상이었던 탓이었다.
매장 안에 들어가자 수많은 성인용품들이 적나라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 현수의 눈길을 끈 것은 묘한 구멍이 뚫려있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용품이었다.
전생에서도 성인용품을 사용한 적이 손에 꼽았고, 그마저도 대부분이 아는 에그형 자위기구였기에 현수는 성인용품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현수가 그 신기한 용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만지작대자 직원이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찾으시는 제품 있으신가요?”
“아뇨. 그냥 괜찮은 거 있으면 둘러보려고 했는데, 이건 어떻게 쓰는 건가요?”
“아, 이 제품은 이렇게 사용하는 거예요.”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구멍은 흡입구였고, 흡입구를 통해 인간은 낼 수 없는 자극을 클리토리스에 준다고 했다.
인간은 낼 수 없다는 말에 현수는 묘한 승부욕과 함께 궁금증이 생겼고, 제품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기대되는데.’
띠리링.
비밀번호를 치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윤이 현관 앞에 서운한 표정으로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좀 늦게 오셨네요….”
입을 삐쭉 내민 채 몸을 배배 꼬는 가윤의 모습은 스스로는 부정하겠지만, 애교를 부리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아서 너무나 귀여웠다.
그 모습에 현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윤에게 말했다.
“미안해. 술자리가 많이 길어져서. 알잖아, 나 인기 많은 거.”
현수의 말에 표정이 약간 풀린다 싶었지만, 이내 불안한 눈빛으로 슬쩍 물어왔다.
“아…. 근데 혹시 누구랑 마셨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조교까지 했던 가윤이 누군가를 알 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을 텐데 누구랑 마셨는지 묻는 것을 보니 아마 여자랑 마시지 않았는지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가윤의 귀여운 질투에도 현수는 웃으며 넘어갈 수가 없었다.
밤사이 효주와 찐득하게 시간을 보내고 심지어 몇 시간 전에 섹스를 하고 왔기에 차라리 술을 마신 게 나을 일이기 때문이다.
‘촉이 좋네.’
“동아리 친구들이랑. 네 명이서 마셨는데 커플 하나랑 여자친구 있는 형 한 명, 이렇게 마셨어.”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가윤의 날카로운 촉에 덜컥한 가슴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가윤은 외박하느라 오랫동안 못 본 현수에게 숨길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안겨 왔다.
“보고 싶었어요.”
가윤은 약간 분리불안에 걸린 강아지처럼 현수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연락은 해줘야겠네.’
“다음부터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해줄게.”
일반적으로 볼 때 함께 동거하는 연인관계로써당연한 일이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그들의 관계에서 가윤은 현수의 말이 엄청난 배려로 느껴진 듯했다.
정말 감격한 표정으로 현수를 잠깐 바라봤다가 금세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매고 있는 목줄을 붙잡고 꼼지락대며 말했다.
“하시고 싶은대로 편하게 하세요. 주, 주인님….”
민소매티에 훤히 드러나는 가슴골과 짧은 반바지를 입은 채 개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는 가윤의 모습은 저번에 한 번 봤음에도 현수의 물건을 불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가윤은 현수의 가랑이 사이에서 바지가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하곤 싱긋 웃으며 목줄을 현수에게 건넸다.
“이것도 마음대로 하셔도 되요. 주인님.”
현수는 고작 몇 시간 전에 격렬한 섹스를 하고 왔음에도 가윤의 도발적인 말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가윤이 건넨 목줄은 잡아채고 확 끌어당겨 진한 키스를 하며 목줄을 이끌고 천천히 침대로 향했다.
* * * *
가윤과 침대에서 한 번, 욕실에서 한 번, 마지막으로 밥 차리며 한 번하고 난뒤 식사를 하던 중 현수가 말을 꺼냈다.
“넌 자위기구 사용해 봤어?”
뜬금없는 현수의 질문에 가윤은 어리둥절했지만, 별 것아닌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혼자서는 안 해봤고 그때 그 사람들 중에 몇 명이랑 사용해 본 적은 있어요.”
“어땠어?”
“좋았어요. 그 사람들이랑은 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걸로 하는 게 기분이 훨씬 좋았거든요.”
가윤은 자위기구에 크게 거부감은 없어 보였다.
“그럼 내꺼랑 비교하면?”
가윤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얼굴을 붉히며 쳐다보며 대답했다.
“당연히 주인님 거가 좋죠….”
“그래? 아무튼 내가 선물 하나 준비해왔어.”
가윤도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없어 보이기도 해서 현수는 포장해온 자위기구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 가끔 내가 자리를 비우면 이걸로 대신해.”
가윤이 포장지를 뜯고 내용물을 확인하자 당황스러워하며 말했다.
“이건 뭐예요?”
가윤은 언뜻 보기에 자위기구 같긴 한데 처음 보는 형태의 물건에 의아한 표정이었다.
“나도 처음 보는 거라…. 팬티까지 다 벗고 이리 와 볼래?”
현수는 내친김에 가윤에게 사용해볼 생각으로 그녀를 죄다 벗긴 뒤 직원에게 배운 대로 버튼을 눌려 이것저것 확인했다.
흡입구에 가윤의 클리토리스를 대고 버튼을 누르자 바로 반응이 왔다.
“흣!”
가윤이 깜짝 놀라며 몸을 흠칫 떨었고, 생각보다 괜찮은 반응에 버튼을 조작하며 다양하게 사용해보았다.
‘와 이 조그마한 게 어쩐지 비싸더라.’
손과 혀를 사용해 한참을 애무해야 도달하는 절정단계를 이것을 사용하면 편하고 쉽게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벌써부터 부풀어 올라서 움찔거리는 음부를 보며 감탄을 내뱉은 현수는 이왕 시작한 김에 끝을 보기로 했다.
오늘만 벌써 네 번을 사정했기에 욕구는 크게 일어나지 않고 그저 이 조그만 용품에 대한 호기심과 가윤을 보내는 것에만 관심이 생겼다.
“흐으으읏.”
기계가 일정한 리듬으로 흡입하고 진동하자 가윤은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완전 즉각적으로 반응이 터지는데?’
현수는 자꾸 뒤척이는 그녀의 다리를 붙잡아 고정시킨 뒤 계속해서 기구를 대고 있었다.
그러자 가윤은 어떻게 해서든 버텨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으나, 몸이 떨리는 것 만큼은 막을 수 없는 듯 해 보였다.
“흐으읏!”
그리고 얼마 가지도 못했을 때였다.
이내 가윤은 허리를 잘게 떨어대며 신음 소리를 크게 내질렀다.
현수는 가윤이 절정에 오르고 있다는 것을 빤히 보고 있었지만, 이대로 멈추고 싶지 않았다.
가학심에 불이 지펴진 것이었다.
가윤은 한 번 가버렸는데도 기구를 떼지 않는 현수를 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한번 가버린 상태에서 계속해서 느껴지는 감각에 부담스러움을 느끼는지 질과 아랫구멍이 끔뻑끔뻑거리며 물을 토해냈다.
현수는 뭔가 질 수 없다는 느낌에 손가락을 가윤의 질 속으로 집어넣었다.
파고든 손가락에 여태 느껴보지 못한 거대한 압력이 느껴졌다.
‘이것 봐라…?’
가윤은 클리토리스와 질 내부에서 느껴지는 손가락에 가버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또 한 번 가버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기구를 사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가윤이 쾌락에 빠져 몸을 움찔거리고 물을 뿜어대며 절정에 달하는 모습에 즐거움이 느껴졌다.
현수는 계속해서 기구를 이용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며 손가락으로 가윤의 질 속을 헤집고 다녔다.
자세가 편해지고 평소에 양쪽에 신경 써야 했던 애무를 한쪽에만 신경 쓰자 가윤도 오히려 더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클리토리스와 질 내부에서 휘저어대는 손가락에 가윤은 벌써 세 번째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현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쉽게 가윤을 절정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기구의 효용성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흐으으흑.”
짧은 시간 동안 세 번의 절정에 도달한 가윤이 흐느끼는 신음은 내며 괴로운 듯 몸을 뒤틀었다.
너무 강한 자극에 온몸이 예민해져 조금만 건드려도 민감하게 반응했고,특히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수축되어 조여왔다.
자칫 잘못하면 손가락이나 가윤의 질 내부가 다칠 수 있기에 손가락을 빼내고 가윤이 어느 정도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이제기구로는 구현 못하는사람의 테크닉을 보여줘야지.’
가윤이 가는 모습에 현수도 이미 극도로 흥분 상태에 들어와 이미 성기가 가장 커져 있는 상태에 돌입해있었다.
현수가 그의 물건을 만지작대며 넣을 준비를 하자 가윤이 그 모습을 보고기겁하며 말했다.
“지, 지금 넣으려고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말까지 더듬으며 말하자 왠지 자신이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응. 벌려.”
그리고 실제로 나쁜 사람이 맞았다.
가윤은 벌벌 떨면서도 현수의 말을 거부하지 못한 채 가랑이를 벌리고 현수를 받을 준비를 마쳤다.
“하으으읏.”
현수의 물건이 천천히 삽입될 때마다 그녀의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극도의 긴장상태가 되어 질 안으로 집어넣기도 힘들 정도로 조여왔다.
그리고 그때 현수의 눈에 옆에 떨어져있던 성인용품이 포착되었다.
현수는 강하게 조여오는 가윤의 속살을 느끼며 천천히 피스톤질을 계속하면서도 기구를 사용할 타이밍을 노렸다.
빡빡하게 들어가던 물건이 조금씩 편해지는 게 느껴질 때쯤, 현수는 피스톤질을 계속하며 옆에 놓인 기구를 켜서 가윤의 음핵에 가져다 댔다.
기구를 가져다 대는 순간 가윤이 온몸을 비틀며 바로 반응했다.
“흐으으윽!!”
가윤의 놀란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현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 보았고, 가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을 내리깔고는 황홀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여러 번의 절정을 통해 예민해진 감각 때문에 버티기에 너무 부담스러웠을 텐데 가윤은 그것마저도 즐기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