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043화
지금 뭐 하는 거야.
효주는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현수는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현수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자 효주는 입을 앙다물고 그를 째려봤다.
-방금 뭐라고 했어?
“아, 아니야. 언니가 불러서….”
효주는 올라오는 쾌감을 꾹 참으면서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데 한석은 무언가를 직감했는지 그의 톤이 날카로워졌다.
-언니 목소리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언니랑 같이 있는 거 맞아?
“뭐야? 지금 나 의심해?”
-언니 좀 바꿔줘 봐.
상황이 자극적으로 흘러가자 현수는 마치 눈 앞에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았다.
효주는미간을 찌푸린 채 현수를 원망의 눈초리를 바라봤다.
“너지금 무슨 의도로 나한테 그런 말 하는 거야.”
그때 현수는 살살 움직이던 자신의 물건을 쑥 하고 밀어 넣었다.
현수의 물건이 효주의 질 깊숙한 곳을찔렀고, 효주의 질이 움찔거리면서 현수의 그것을 조였다.
순간적으로 효주는 스마트폰의 마이크를 껐다.
“하읏.”
짧게 신음을 흘리자마자 효주는 다시 마이크를 켰다.
한석은 효주의 딱딱한 어조에 자신이 좀 과하다고 생각했는지 순간적으로 당황한 어조로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효주는 이젠 원망이 아닌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효주는 본의 아니게 한석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수화기 너머 한석이 느끼기엔 효주가 화가 나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결국 한석이 효주를 달래기 시작했다.
-미안…. 연락이 안 되다 보니까 많이 예민해져 있었나 봐.
‘응, 예민한 거 아냐. 네 여친 지금 내가 따먹는 중.’
현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아랫도리에 힘을 준채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냐, 됐어….”
효주는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고, 다시금 스마트폰 마이크를 껐다.
“하아…. 하으읏!”
효주는 참았던 신음소리를 마음껏 터트리겠다는 듯 전화를 받기 전보다 훨씬 더 뜨거운 교성을 질러댔다.
-화났어…?
“하아…! 하아앙!”
현수는 열심히 효주의 골반을 잡은 채 허리를 튕겨주다가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대답 안 해?”
현수의 말에 효주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휴대폰을 바라봤다.
현수의 눈에 자신에게 박히며 눈이 풀린채 신음소리를 흘리는 효주와, 바로 옆에 효주의 손에 쥐어진 휴대폰 속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함께 들어왔다.
효주가 마이크의 음소거를 풀고서 대답했다.
“화 안 났어….”
효주의 목소리에는 지금 상황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왠지 모르는 슬픔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효주는 다시금 떨리는 손가락으로 음소거를 눌렀다.
수화기 너머로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한석의 대답이 들려왔다.
- …. 다행이네.
슬픔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 목소리에 한석은 그녀가 화가 누그러진 줄 알고 안도하는 듯 했다.
현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안도하는 한석을 보며 짜릿한 쾌감이 올라왔다.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흥분에 허리를 더욱 열심히 튕기자 효주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튀어 나왔다.
“하아! 하아앙!”
현수는 두 눈을 감고서 다시금 그의 물건에 집중하는 효주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눈 떠.”
“…?”
현수는 천천히 눈을 뜨고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효주의 눈에 가볍게 뽀뽀를 해준 뒤 말했다.
“눈 뜨고 거울로 네 모습 제대로 봐.”
현수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부드러운 그것과는 백 팔십도 달라져 있었다.
효주는 갑자기 달라진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녀는 현수의 명령은 쉽사리거역하지 못했다.
효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천장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명령을 내린 현수에게 번갈아 시선을 옮기며 머뭇거렸다.
시선을 집중하지 못하는 그녀를보며 현수도 천장을 바라봤다.
그제야 시선을 따라 옮긴 효주가 천장에 거칠게 박히면서 흔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직시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읏…!”
효주가 천정을 바라보자 현수는 씨익 웃었다.
-언니한테 가봐야 하지?
효주가 대답이 없자 한석의 목소리가 다시금들려왔고, 그녀가 현수를 바라봤다.
대답을 할 수 있게 잠시라도 멈춰달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현수는 모른 척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대답해야지.”
효주는 결국 입술을 꽉 깨물며 다시 음소거 버튼을 터치했다.
“응….”
한석은 최대한 효주의 비위를 맞춰주겠다는 양, 살갑게 말했다.
-그래. 어서 들어가 봐.
“응….”
-응. 끊을게.
“한석아.”
-응?
한석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효주는 또다시 잠깐 입술을 꽉 깨물면서 신음을 참았다.
현수는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낼지 궁금하면서도 통화의 종지부에 도달한 만큼 그녀를 더욱 괴롭히고 싶어졌다.
그래서 현수는 그녀가 마지막 대사를 뱉는 순간 스퍼트를 올렸다.
“미안해….”
효주는 한석에게 이말을 전하며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현수는 그녀의 눈물이 어떤 의미였는지 처음으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었지만, 그녀의 눈물과는 별개로 효주의 질이 점점 더 꽉 조여왔다.
-아냐. 내가 먼저 화냈는데 뭐. 끊을게!
아무것도 모르는 한석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을 들은 현수는 뒷골이 짜릿해지며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현수의 허리 놀림이 점점 더 빠르고 거칠어졌다.
그는 이 정도면 수화기 너무 한석에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싶었지만, 이미 현수는 들려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성이 날아간 듯 흥분되어 있었다.
효주는 입을 꽉 다물고 신음을 참으면서 마지막 대답을 했고, 그렇게 대답하는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으, 응… 하아앙!!”
마지막에는 결국 그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지고야 말았다.
그러나 효주의 대답이 없자 한석은 이미 종료버튼을 누른 상태였는지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끊어진 상황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아!”
현수의 거친 허리놀림에 효주는 온몸을 비틀면서 쾌감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현수는 그녀의 골반을 강하게 움켜쥐고서 점점 더 세게 피스톤질을 했다.
현수는 오늘의 섹스가 너무 즐거웠다.
자극적인 상황이 될수록, 자신이 망가지는 상황이 될수록 효주는 더 심하게 흥분했다.
그리고 방금 전 남자친구와의 통화 덕분에, 효주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할 것 같았다.
꽈악. 꽈악. 지긋이 조여오는 질의 움직임에 그녀의 절정이 머잖음을 느낀 현수는 피스톤 운동의 각도를 살짝 위쪽으로 조절했다.
“아…. 자, 잠시. 안 돼….”
효주에게선 즉각적으로 반응이 왔다.
어느새 효주는 다시금 눈을 감고 있었다.
현수는 그녀에게 명령했다.
“눈 뜨고, 천장으로 네 모습 봐.”
현수의말에 효주는 망설이다가도 스르륵 두 눈을 떴다.
그녀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효주가 절정에 이르렀다.
현수는 멈추지 않고서 피스톤 운동을 이어갔다.
절정감에 빠져있던 효주는 몸을 파르르 떨다가 오르가즘이 끝나자마자 허리를 비틀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가만있어.”
현수의 말에 효주는 힘겨워 하면서도 움직임을 멈췄고,현수는 한결 얌전해진 효주의 골반을 붙잡고서 더 세게 움직였다.
그러자 효주가 자지러졌다.
이윽고 효주가 다시 한 번 절정에 올랐다.
두 번째 절정은 첫 번째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그녀가 허리를 들고서 파르르 떠는 모습에 현수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진짜 확실한 M 성향이다.’
현수는 숨을 고르면서 간신히 안정을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효주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효주는 입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현수는 예상대로 그녀가 자신의 키스를 피하려고 하자 살짝당황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 그녀를 바라봤다.
효주는 화났다는 듯 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뭐하는 짓이야?”
현수는 저지른 짓이 있으니 뒷수습을 확실하게 해야 했고, 효주의 성향을 확실하게 확인했으니 이것만 잘 넘기면 그녀와 즐거운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아.”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어….”
효주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뭐라고 쏘아내려고 하려던 그때, 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굳이 변명하자면, 내가 전화를 받으라고 휴대폰을 준 게 처음부터 잘못됐던 거 같아.”
“무슨 소리야?”
“난 네가 싸울까봐, 그거 때문에 또 스트레스 받을까봐, 그리고 한석이 생각을 자꾸 할까봐 그래서 휴대폰을 준거였어.”
“….”
“근데 막상 한석이 목소리가 들려오니까 기분이 많이 좋지가 않더라. 가슴이 무겁고 먹먹한 기분이 들었어.”
효주의 눈이흔들리며 표정이 조금 풀린 듯 했지만, 여전히 화는 풀리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네가 한석이한테 친절한 말투로 대하는 목소리를 들으니까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어. 네가 한석이를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는지 알 것 같았거든.”
현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효주가 매번 마음에 걸리는문제를 가지고 훅 들어오자 그녀의 표정이 확 풀리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
“하…. 현수야.”
현수는 효주가 가장 힘들어하고 건드릴 수 없는 문제를 꺼내며 그녀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아무튼 미안해. 전화하는 동안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질투심에 이성이 날아갔었나 봐. 오히려 내가 나쁜 놈인데,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널 난처하게 만들고 싶어졌었어.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미안해.”
현수의 진심 어린 사과와 효주가 건드리기 힘든 민감한 문제에 그녀는 사과를 받아들였다.
“아냐…. 나도 전화 끝까지 안 받았어야 했는데, 네 생각을 못 했었어. 미안해….”
“네가 무슨 잘못이 있어.애초에 전화도 내가 받으라고 한 건데. 내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한 거야. 넌 아무 잘못 없어.”
이 와중에도 효주의 죄책감을 확실하게 덜어버리는 현수였다.
현수는 효주를 조심스럽게 껴안아 주며, 현수에게 말없이안긴 효주는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댄 채 중얼거렸다.
“나도 마찬가지야. 이러면 안 되는 거 알면서도…. 둘 다 포기할 수가 없어….”
현수는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를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을 함께 사랑하며, 어느 하나 포기하지 못한 채 한 사람에게 사랑을 속삭일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진짜 흥미롭네.’
이 상황은 현수가 가윤과 효주를 생각하는 마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이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갔고, 그렇기에 효주의 마음을 제멋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현수는 그녀의 멘탈을 더 건든다면 어떤 역효과가 날지 몰랐기에 효주의 마음을 더는 건들지 않고, 오늘의 진도는 여기까지 빼기로 했다.
“오늘은 되게 짧았는데 피곤하다. 그렇지 않아?”
“응. 그러네….”
“우리 다 잊고, 맘 편하게 자자.”
효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현수는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서 침대에 눕히자, 효주는 자연스럽게 그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현수의 팔베개에 목을 벤 채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효주는 현수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는지 눈을 떠서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다시금 스르륵 눈을 감더니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새근새근 잠자는 효주를 바라보던 현수는 효주를 보며 생각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조금 전, 효주가 한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현수의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현수가 없었다면 그와 결혼하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았을 그녀였다.
그런 효주를 꼬셔서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유도해 그녀의 정신을 극한으로 내몰아버리는 것은 현수에게 정신적으로 엄청난 쾌락을 주었지만, 동시에 약간의 찝찝함도 안겨주었다.
처음엔 어찌 됐든 자신의 욕망이 최우선이었지만, 가윤의 인생을 한 번 무너뜨려본 경험이 생기자, 효주까지 거칠게 대하고 망가트리는 것이 맞는 건지 본능적인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과도 같았다.
‘미친 짓이지.’
하지만 현수는 여기서 멈춰야 겠다는 마음이 조금도 일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수는 자신이 가지고 싶은 사람들을 거칠게 다루는 것이 좋았고,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짜릿했다.
‘돌이키긴 늦었다.’
이미 인성을 버리고 쓰레기처럼 살기로 마음 먹은 지 오래였다.
‘막 나가자.’
청순한 표정으로 잠에 빠져 있는 효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냥, 욕망에 따라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