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045화
“우와…. 뭐야? 진짜 예쁜데?”
“여기 디저트들 다 여기 주방에서 파티셰들이 직접 만드는거래. 그리고 여기 봐.”
현수가 위의 메뉴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커피도 직접 로스팅하는 것들이고, 시그니처 블랜딩도 있어. 처음에는 인테리어 보고 오는데, 나중엔 맛보고 단골 되는 사람들도 많아.”
“와…. 진짜?”
“나도 어머니 모시고 종종 와.”
현수는 능숙하게 몇 가지 디저트와 원두들에 대해서 추천을 해줬다.
그러자 효주가 놀라서 물었다.
“이런 것도 알아?”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주말마다 한 번씩 브런치해주셨었거든. 옆에서 같이 원두 갈면서놀고 배우고 그랬었어.”
“진짜?”
효주는 연신 감탄사를 남발하며 현수에게 반응했다.
‘진짜겠냐.’
하지만 현수의 말들은 그냥 있어보이려고 하는 허세, 개소리에 불과했다.
효주가 어리고 순진한데다 수동적이고 의존성이 짙은 성향이다보니 어른스럽고 있어보이려는 연기를 할 뿐이었다.
“되게 멋있다…. 아버님이 로스팅도 할 줄 아시고, 브런치도 해주신다니까. 되게 가정적인 분이셨나보다.”
“가정적이신 분이시지. 어릴 때부터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았고 존경할만한 분이라고 생각해.”
효주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현수를 바라봤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효주가 현수에게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주문을 마친 뒤 이번에도 창가 구석 자리로 향했다.
음료와 디저트가 나온 뒤, 효주는 그것들을 먹고서 감탄했다.
“와. 진짜 맛있어!”
‘맛있겠지.’
현수는과거 이곳에 왔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현수를 꼬시려고 안달 났던 여자들이 차만 있다면 하나같이 이곳으로 몇 번씩 데리고 왔을 정도로 유명했던 곳이었다.
아직까지 입소문을 제대로 타지 않았는지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지만 아마 조만간 웨이팅이 생길 정도로 유명해질 것이다.
효주는 행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디저트를 한 입 더 입에 넣었다.
아까 밥을 먹을 때도 그렇고 효주는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진짜 잘 먹네.”
그 말에 현수의 얼굴을 바라본 효주가 입을 삐쭉내밀며 창피하다는 듯 포크를 슬쩍 내려놨다.
“잘 먹는 거 보기 좋아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
현수는 어제 효주를 너무 거칠게 대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에 대한 보상으로 행복한 데이트를 선사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겸사겸사 지금까지 한석과의 어설픈 데이트만 해왔을 효주에게 새로운 경험을 해주려는 목적도 있었다.
나이 차이가좀 나는 사람과 만나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대접받고 배려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어른들의 데이트.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도란도란 나누고 난 뒤 그들은 다음 코스를 향해 출발했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다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연인처럼 손을 꼭 잡은 채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현수가 운전하던 차가 도착한 곳은해변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해가 질 무렵이 되었는지 저녘노을진 해변은 붉은색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우와…. 이쁘다….”
“그러게….”
효주는 자연스럽게 현수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말했다.
“오늘 뭔가 되게 많이 해보는 거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노을을 바라보다가 현수는 고백하듯 말을 꺼냈다.
“고마워. 시간 내줘서. 난 어제보다 오늘이 훨씬 기억에 남을 거 같아.”
“정말?”
되묻는 효주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뻐 보였고, 그 모습이 현수는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현수는 진심을 담아서 대답해줄 수 있었다.
“응.”
현수의 진심 어린 말에 그녀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도 오늘 너무 즐거웠어.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마주 보고는 웃음이 터졌고, 자연스럽게 손을 잡아 일어났다.
그들은 여전히 노을진 바다를 보며 해변가를 걷기 시작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데이트하기 좋은 날씨였다.
불어오는 바람과 바다내음을 맡으며 해변의 끝에 도달한 그들은 어느새 사라진 노을에 아쉬움을 느끼며 자동차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아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 오랫동안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바다를 걸으면서 현수를 속으로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당사자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었다.
현수가 오늘 데이트를 하며 그녀를 즐겁게 만들었던 이유.
효주는 어제의 전화통화로 인해 한석에게 엄청한 죄책감을 가진 듯했다.
통화의 막바지에 흘리던 눈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던 그는 한석과 현수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저울이 한석에게 기울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어제 채찍을 주었으니 오늘은 달콤한 하루를 선물하며 당근을 주었고, 저울추를 현수에게 다시금 기울이게 만들었다.
현수는 고개를 돌려 효주를 묘하게 바라봤다.
효주는 현수의 시선을 느끼고 여전히 감상에 젖어든 눈으로 그와 눈을 마주쳤다.
“왜?”
현수는 대답 대신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네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네.’
현수는 기울어졌던 추의 균형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 저울에 올라가 있는 추의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워졌다.
추의 무게는 효주가 현수와 한석에게 가지는 마음의 무게.
현수는 이 균형을 유지시킨 채, 양쪽에 추를 하나씩, 하나씩, 끊임없이 무게를 올릴 생각이었다.
무게가 올라갈수록 그녀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계속해서 올라가는 추의 무게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아무것도 아냐.”
현수는 나머지 한 손으로 효주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을 느낀 효주가 배시시 웃었다.
* * * *
마지막 데이트 코스는 야경이었다.
현수는 근처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와 여기 진짜 유명한 곳인가 봐.”
“그러게. 나도 여기는 처음 와 봐.”
네비에 찍힌 목적지 근처에 들어서자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 효주가 중얼거리자 현수는 적당히 대답해주면서도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그게 아닐 텐데.’
현수는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서 차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될 것 같아.”
“응.”
두 사람은 현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손을 잡고서 향했다.
그리고 현수는 가던 길목에서 차 몇 대를 유심히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러나 효주는 그런 현수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야경 전망대에 도착했다.
야경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효주는 야경에 푹 빠졌다.
그러나 현수는 야경에 별 관심이 가지 않았다.
‘여기가 어른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지.’
본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러나 관심 없는 척을 할 수는 없었기에 활기차 보이는 효주에게 적당히 맞장구는 쳐주었다.
“슬 추운데 이제 돌아갈까?”
그렇게 삼십여 분의 시간을 보낸 뒤, 현수는 효주에게 이만돌아가자는 제안을 했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효주는 이제 차로 돌아가면 집으로 향할 것을 알기에 아쉬운 목소리로 현수에게 말했다.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자 날이 정말 추워졌고, 현수의 벌겋게 변한 귀를 보자 더 있자는 소리를 하지 못한 채 차로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 삼십 분 사이에 길목에는 차가 더 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차 중에는 선팅이 짙은 차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 있었다.
‘여기가 불륜의 메카라고불리는 이유가 있지.’
현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들이 오늘의 본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중 현수는 눈에 띄는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어디 있을까….’
그렇게 차들 사이를 지나가던 도중.
’여기 있네.‘
드디어 현수는 빼도 박도못할 대상을 하나 발견했다.
“헐. 저게 뭐야.”
현수는 효주가 들으라는 듯 은글슬쩍 중얼거렸다.
그러자 효주의 시선이 현수가 향한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효주의 몸이 살짝 굳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의 차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효주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현수의 팔을 잡은 채 현수를 이끌었다.
“가, 가자….”
그리고 난 뒤에도 현수는 눈에 보이는 흔들리는 차를 몇 개 더 발견한 뒤 가리켰다.
그때마다 효주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현수를 이끌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는 자신들이 타고 온 차를 발견하자마자 도망치듯 조수석 문을 열고서 쏙 하고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현수는 웃음이 쿡 새어 나왔다.
여유롭게 현수는 운전석 문을 열고서 차에 몸을 실었다.
효주는 한숨을 쉬면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그런 곳인가봐….”
“음. 그러게.”
차 안의 분위기는 야경을 보던 때와는 백 팔십도 달라져 있었다.
은은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이상야릇한 공기가 차 안을 채우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이 길어지자 애매한 분위기는 더더욱 증폭되어갔다.
효주는 그 이상한 분위기를 깨고 싶었는지 무언가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현수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효주가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 현수가 먼저 입을 열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효주야.”
“아, 응?”
효주가 화들짝 놀라며 현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효주는 현수의 표정을 보고서 한 번 더 놀랐다.
현수의 눈빛에서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감하는 듯했다.
현수의 손이 효주의 손을 천천히 덮었다.
오늘 하루 내내 끊임없이 잡고있던 손이 지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곧이어서 현수의 얼굴이 효주의 얼굴로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중얼거렸다.
“안 돼….”
그러자 현수는 고개를 돌린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하며 물었다.
“왜.”
“여기서 어떻게 해. 누가 보면 어쩌려고….”
현수가 남은 한 손을 뻗어서 그녀의 볼을 감싼다.
그의 손이그녀의 얼굴을 돌려서 눈을 마주쳤다.
현수가 효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서로한테 집중하느라 우리 볼 시간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현수는 효주의 눈을 지긋이 응시했다.
그렇게 몇 초를 바라본 뒤, 현수는 다시 효주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효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지만 그 모습도 이내 눈꺼풀이 눈을 덮으며 사라졌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현수의 혀가 그녀의 입술 속으로 파고들자 효주의 입이 조심스레 열렸다.
저번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키스.
현수는 효주가 남자 경험이없기 때문에 20대의 풋풋한 첫 연애라는 컨셉으로 그녀를 꼬셨고, 그래서 그녀와의 진도는 천천히 빠질 줄 알았다.
그러나 서로 안 지 며칠 만에 섹스를하질 않나, 관계 중에남자친구와 통화를 하질 않나, 심지어 지금은 야외에서 차 한 대를 두고 섹스를 하려고하고 있었다.
섹스 진도는 빼기 나름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으며 현수는 효주가 앉은 조수석을 뒤로 조심스레 젖혔다.
키스를 퍼부으면서 효주의 뒷목을 받친 채로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현수는 지갑에서 콘돔을 하나 꺼낸 뒤, 손가락에 씌웠다. 그 후 그녀의 치마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자, 잠깐만 나 땀 흘렸어….”
“괜찮아. 향기밖에 안나.”
차량구조 덕분에 치마 속으로 손을 넣기가 너무 편했다.
쏙 들어간 손가락이 곧바로 치마 속의 팬티 안까지 파고들었다.
’일이 참 쉽게 풀리네.‘
어제는 천장의 거울 때문에 미리 젖어있었다면, 오늘은 야외라는 특별한 상황 덕분에 이미 그녀의 질은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현수는 그녀의 질을 살살 간지럽히면서 애무를 시작했다.
“흐응…. 하아….”
효주는 평소보다 조금 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남들에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스릴을 느끼는 것 같았다.
현수는 문득 가윤이 떠오르며 그녀와 야외에서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가윤이는 다음에….‘
가윤과도 한 번 차를 끌고 나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현수는 충분히 젖은 손가락을 조금 더 깊숙이 집어넣었다.
능숙하게 손가락으로 성감대를 애무하자 효주의 질이 현수의 손가락을 콱콱 물어왔다.
현수는 그녀에게 조금 더 수치심을 주기 위해서 그녀의 상의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