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058화 (58/112)



〈 58화 〉058화

‘그래, 갈 생각 없었어. 자, 들어가자.’

현수는 자연스럽게 연희의 집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정말 같이 있고 싶은거 맞아?”

“응. 진짜로. 미안해, 내가 너무 서툴러서 좀 그렇지?”

“응. 진짜 집에 갔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갑자기 또 서운하려고하네.”

“아….”

연희의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듯이 변화하는 것을 보는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 * * *

두 번째로 연희의 집에 다시 입성한 현수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는 참아야 됐는데, 오늘은 참을 필요가 없지.’

그럴 필요까지도 없었지만 제거해버린 방해꾼도 없었고, 무엇보다 금세 사랑에 빠져버리는 흔히 금사빠라고 부르는 스타일의 연희였기에 그녀는 이미 반쯤 사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다.

어떻게 따먹어야  먹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연희가 말을 걸어 왔다.

“오빠, 기분 좀 풀렸어?”

“음…. 잘 모르겠어.”

“아, 아니 왜? 아직도 기분이 많이 나빠?”

“글세, 저번처럼 요리해주면 풀릴거 같기도?”

현수의 말에 연희의얼굴에 화색이 돌며 기뻐하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진짜 맛있는걸로 다 해올게.”

그리곤 주방으로 달려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요리를 해가기 시작했다.

‘음식이 참 맛있던데, 넌 어떤 맛일까.’

앞치마를 두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음식을 준비하는 연희의 뒷모습을 입맛을 다시며 보다가 예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마워 잘 해결됐어. 다음에 내가 한 번 대접할게.]

[앜ㅋㅋㅋ 그럼 나야 고맙지 그리고 나도 오늘 진짜 재밌었음ㅋㅋㅋ]

[왜? 걔는 어떻게 됐는데?]

[아닠ㅋㅋㅋㅋ 너네 가고나서 멘탈 나가서 나자빠져있다가 현금 다 줍고 지갑에 넣더니 이왕 이렇게 된거 나보고 한판하고 헤어지쟄ㅋㅋㅋ]

[헐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방에 들어가서 샤워하는 동안 지갑에 돈 다빼내왔지롱~]

[아니 ㅋㅋㅋㅋ 그래도 돼?]

[뭐 어때. 내가 여태까지 해준게 있는데 지가 뭘 어쩔거야]

전형적인 창녀마인드를 가진 예린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가끔씩 불러서 따먹어야겠다.’

적당히 고마움을 표시한 현수는 연희가 금세 해온 요리들을 보며 휴대폰을 내려뒀다.

“누구랑 연락했어?”

종억에게 한  데여서 그런 것일까 현수가 따로 연락을 하고 있자 연희는 도끼눈으로 현수에게 물어왔다.

“아, 나 좀 늦게 들어간다고 룸메한테  보냈어.”

“어? 뭐야? 혼자 사는거 아니었어?”

“응. 둘이서 사는데?”

연희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쉽네. 오빠 집 자주 들리려고 했는데. 학교랑도 가깝고.”

‘나도 너 존나 데려와서 따먹고 싶은데 아쉽네 연희야.’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지에 이른 현수는 순진한 연희를 구워삶는 것이 너무 쉬웠다.

“가끔 집 비어있을  놀러와. 허락만 맡으면 괜찮을거야.”

“응! 오빠 집 진짜 궁금하다.”

“암만 그래도 여기보단 안좋으니까 기대는 하지마.”

“알겠어. 헤헤.”

연희가 가져온 음식은 저번처럼 성대하진 않았지만 술안주로 먹기에 딱 좋은 음식들이었다.

“다 안주네?”

“역시 잘 아네. 술 한잔 해야지.”

“연희 넌 그렇게 안 생겨서 술 되게 잘 마시네.”

“아냐. 오빠랑 있을 때만 그래. 술 마시면 속마음이  드러나는데 오빠한텐 다 보여주고 싶더라.”

거의 고백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연희는 아무렇지 않게 해댔다.

챙-.

“오빠 이거 마시고서운한 거 다 털어내야 해?”

“알겠어. 너도 이거 마시고 아까 짜증 났던 일 다 잊는 거야.”

“응! 이미 잊었어.”

한 잔,  잔.

연희의 속도가 워낙 늦었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연희의 주량을 넘는 술을 먹인 현수는 사냥의 시간이 다가온 것을 느꼈다.

“하, 나 궁금한거 물어 봐도 돼?”

“응뭔데?”

“오빤 내가 왜 좋아?”

“그거 저번에도 물은 같은데.”

연희는 오늘도 어김없이 분위기를 띄우는 말을 입에 올렸고, 현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묘한 분위기를 형성시켰다.

“기억안나. 뭔데?”

현수는 아무말도 않고 연희를 빤히 쳐다봤다.

한참을 시선을 교환하던 둘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며 이내 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되었다.

“왜 좋냐면….”

현수는 말을 하면서도 얼굴을 더욱 가져다 댔고, 연희도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이내 입술과 입술이 맞닿으며  안에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현수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혀를 집어넣었고 연희는 느껴지는 혀의 감촉에 몸을 크게 움찔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그녀는 뒤로 빼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보였고, 얌전히 현수의 혀를 받아들였다.

현수가 추측하기론 아마 이게 그녀의 첫키스.

‘진짜 못하네.’

혀놀림이 엄청 어색했다. 키스가 이어질수록 첫키스라는 것이 확신에 가까워졌다.

현수는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을 깨면 안되니까.’

현수는 적당히 능숙하게 연희와의 키스를 리드했다.

잠시 후.

연희의 숨소리가 거칠어 지는 것을 느낀 현수는 천천히 입술을 떼며 그녀를 바라봤다.

연희는 방금 전의 키스에 완전히 몰입했는지, 눈이 살짝 풀려 있었다.

현수는 그런 연희에게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쳤다.

“...한 번 더 해봐도 돼?”

현수는 은근슬쩍 첫키스인척 하고 있었다.

“...오빠 혹시 처음이야?”

“응.”

“그런데  이렇게 잘 해...?”

일반적으로는 절대 먹히지 않을 개소리였다.

그러나.

“이게 잘 하는 거야?”

상대 또한 첫키스라면, 심지어 그 대상이 살짝 맹한 연희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현수가 딱 잡아떼자 연희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 나도 사실 처음이거든.”

그렇게 말하는 연희는 현수의 말을 어느정도 믿는 눈치였다.

‘이게 몇 번째 처음이냐.’

전생의 처음과 이번 생의 처음, 처음인 척 했던 키스들이 머리를 스쳐가며 이게 참 특정 여자들에게 잘 먹힌 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아마 1, 2년만 지나도 먹히지 않겠지만, 적어도 신입생인 지금은  먹히는 방법이었다.

연희는 자신도 기분이 좋다는 것을 티내지 않으려고 씰룩거리는 입술을 참으며 현수에게 다시금 키스하고 싶다는 티를 냈다.

현수는 곧장 연희의 입에 다시금 혀를 집어넣으며 다시 한 번 그는 부드럽게 연희를 리드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조금  능숙하게, 지긋이 연희의 입술을 빨고, 혀를 섞어주었다.

한참동안 키스를 하고 난 뒤,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어내자 연희의 표정이 확연히 풀려 있었다.

‘달아올랐네.’

현수는 조급하지 않았다.

“또 할까?”

현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자 연희는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세 번째 키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현수는 조심스레 손을 올려 그녀의 허리에 안착시켰다.

 허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던 현수는 손을 천천히 천천히 그녀의 가슴으로 올렸다.

등산하듯이 올라간 손이 연희의 가슴을 완전히 붙잡기 직전, 연희의 손이 제지가 들어왔다.

그러나 그 힘은 세지 않았고, 손을 단 채로 정상에 깃발을 꼽듯 가슴을 붙잡고 조금씩주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스킨십을 이어나가며 속살까지 들어간 손이 브래지어에 가로막혔을 때, 현수는 입술을 떼고 말했다.

“미안,  참겠어...”

현수의 부끄러워하는 말에 연희가 그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얼굴을 붉히고 입술을 씹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현수는 브래지어를 들춰 속살을 파고들자, 딱딱한 젖꼭지의 감촉이 느껴졌다.

‘역시 몸매는 얘가 최곤가.’

육감진 몸매에 어울리는 좋은 가슴이었다.

가슴을 정복한 뒤엔 엉덩이였다.

한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며, 현수는 나머지 손을 연희의 엉덩이 쪽으로 가져갔다.

현수의 예상대로 연희는 제지는 하면서도 끝내 막지는 않았고, 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연희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쓸기 시작했다.

연희는 한 손은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현수의 손을, 나머지 한 손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는 현수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연희의 손에는 힘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았다.

현수는 연희에게 이 스킨십들이 모두 키스로 인한 연장선인 척을 하기 위해서 한참동안 키스를 멈추지않았다.

한참의 키스 후, 현수가 또다시 입술을 떼어내고서 연희를 바라봤다.

연희는 현수를 바라보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안돼는데...”

현수가 생각하기에, 연희는 꽤나 보수적인 성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수는 자신이 무리해서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심하게  것임을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연희의 공략법또한 요 며칠의 경험을 통해 꿰고 있었다.

“...미안. 키스만 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현수는  발 빼는 척 했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연희의 가슴과 엉덩이에 가있었다.

“우리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오빠... 응?”

연희가 안절부절  해 하는 기색으로 현수에게 말했다.

그러나 현수는 여기서 뒤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조건 오늘 자빠뜨린다.’

현수가 생각하기에, 연희와 진도를 빼는 데에 있어서는 오늘이 골든 타임이었다.

연희의보수적인 성향을 생각하면, 여기서 그만둬버릴 경우 스스로 오늘을 돌이켜보며 자신을 자책하고,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스타일이었다.

현수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연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희야.”

“...응?”

‘젠장 뭐라고 해야하나.’

이 상황에서 연희에게는 최대한 찐따미를 보여야 했다.

문제는 그의 머릿속에 그런 대사가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현수는 인간이 닥치면 어떻게든 해내는 동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 이, 삼 초만의 찰나, 현수가 무언가 쑥스럽게 망설이는 척 연희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시간 사이 그는 꾸역꾸역 대사를 떠올리는  성공했다.

“오늘 갑자기 이렇게까지 해버려서 정말 미안한데, 나도 이럴 줄은 몰랐어. 정말 이런 적은 처음이라....”

앞뒤가 안맞는 개소리가 현수의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러나 현수는 지금 천운이따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 개소리 한 번 찰지네.’

그가 그토록 바라던 찐따미가 얼결에 튀어나오고 있었다.

“아... 응....”

그리고 연희의 이해한다는 듯  태도에서, 현수는 이 말도 안되는 개소리가 제대로 먹히고 있음을 깨달았다.

‘오케이. 상황 좋고.’

현수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방향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이대로 끝내면 너무 아쉬울 거 같아. ...안될까?”

현수의목소리에는 진지함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평범한 여자라면 그 진지함에 부담스러워서 도망쳐버릴 상황.

‘중요한건 마지막 허락이다.’

그러자 연희의 입술이 천천히 들썩이며 말을 망설이고 있었다.

‘아까 내가 머릿속에 박아뒀어. 이럴 땐 잡아주는 게 정석이라고. 떠올려라. 네 입으로 말해야지.’

현수는 집앞에서 연희에게 했던 말은 괜히 한 것이 아니었고, 그 작은 행동이 스노우볼을 굴려 연희의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해도 돼.”

이제 현수의 차례였다.

아직 저 깊고 어두운 곳의 욕망을 실현하기엔 이르니 그녀를 천천히 조교할  있도록 얕은 곳의 욕망을 드러냈다.

. . .

섹스 각이 올라오자 현수에게는 곧바로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제길. 콘돔은 어떡하지.’

지갑에 콘돔이 하나들어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지갑 속에 콘돔이 있다고 말했다간 분위기가 다 깨져 버릴 게 분명했다.

‘별 수 없지.’

현수는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하려고 했다. 분위기는 다시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나, 미안한데.”

“응?”

“...콘돔 좀 사올게.”

현수가 조심스럽게 그 말을 꺼내자, 연희가 쑥쓰러운 기색을 했다.

‘콘돔이란 단어에 이렇게 창피해하냐. 진짜 처녀는 처녀네.’

그 모습이 현수의 눈에는 마냥 귀여웠다.

그런데 잠시 후 현수는 연희가 마냥  이유 만으로 쑥쓰러워하는 게 아니라는생각이 들었다.

연희가 무언가 말을 하려가 말기를 반복하듯 입을 오믈거렸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응.’이나 ‘갔다와.’ 정도의  마디를 하기 위해 망설이는 기색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뭐지?’

현수는 연희에게 물었다.

“무슨   있어?”

현수의 질문에 연희는 한 번 더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 콘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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