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063화 (63/112)



〈 63화 〉063화

“….”

-알겠어. 내가 물어 볼게. 잘됐네,내일 만나서 풀어라 형이 도와줄게.

“네…. 고마워요, 형.”

성민과 전화를 끊은 한석은 생각에 빠졌다.

‘그래도 여태까지 아무 문제 없었고, 요즘 나랑 자주 하자고 하는거 보면 자기도 좋아서 그런거겠지. 내일 만나면 금방 풀릴거야.’

한석은 여전히 효주가 죄책감에 그와 자주 하는 것을 자신이 잘해서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 채.

* * * *

다음날.

현수는 밖에서 술집 안을 슬쩍 들여다보자 성민과 효주, 한석까지 셋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어, 현수 왔어?”

“네, 조금 늦었네요.”

현수가 자리에 앉았을 때, 벌써부터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현수는 성민과 눈이 마주치자 성민이 눈빛으로 지금의 상황을 알려왔다.

‘존나 어색하네.’

“하…. 야 너네 그러고 있을거면 넌 현수랑 자리 바꿔. 둘이 마주 보고 있어라.”

성민은 옆자리에 앉아 서로 쳐다보지도 않는 그들이 답답했는지 한석과 현수의 자리를 바꾸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둘은 자리를 바꾸고도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어색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야, 너네 뭐 때문에 싸웠어?”

“아뇨, 형. 싸운 건 아닌데요….”

“싸운 것도 아니면 뭔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한석과 효주는 얼굴을 붉힌  고개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성민은 이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뭔지알겠다.너네 밤일 때문이구나?”

성민의말과 동시에 세 명의 시선이 성민에게 모였다.

“맞네, 맞아.”

‘와…. 이 새끼촉 존나 좋네?’

현수는 성민의 눈치에 약간 감탄했다.

“야! 내가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네 둘 다 서로 처음 만나는 거잖아. 그런 쪽으로는 당연히 잘 모르니까 문제가 생길 수 있지. 그런건  별거 아니니까 술 마시면서 풀자!”

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술잔을 돌리기 시작했고, 성민의 주도하에 어색한 분위기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술이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효주와 한석은 마주 앉은 상태로 눈빛을 교환했고, 그녀는 아직 약간 삐친 티를 내듯이 한석을 가끔씩 째려보며 눈치를 줬다.

한석은 그것을 보며멋쩍게 웃으며 효주의 앞접시에 음식을 올려주며 그녀를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 어색함은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술자리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속에서는 위험하고 스릴 넘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까 자리를 바꿔서 효주와 현수가 옆자리에앉아있었는데,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자 현수는 이 상황에 묘한 배덕감이 올라왔다.

‘한석아 네 여친 맛있더라.’

현수는 분위기를 맞추면서 테이블 아래쪽에서 슬쩍슬쩍 효주의 스커트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한석을 농락했다.

이따금씩 효주의 손이 현수의 손길을 제지해왔지만, 그녀는 티를 내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생각때문인지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었다.

‘어라? 이 년 봐라?’

그러길 한참, 손이 조금 깊숙한 곳을 향했을  현수는 젖어있는 그녀의 팬티를 발견했다.

그것을 발견한 현수의 손길이 점점 대담해져서는 이내 효주의 팬티를 들춰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효주야, 벌써 취했어?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갛냐.”

현수의 손길에 당황해서 얼굴이 달아올라있던 효주가 성민의 갑작스런 질문에 답을 하려했지만, 그때 현수의 손가락이 그녀의 보지를 헤집고 들어왔다.

효주는 터져나오는 신음을 참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야? 속이 안좋아? 너무 빨리 마셨나?”

그녀의 일그러진 표정을 본 한석이 놀래서 걱정하며 그녀에게 다가오려고 했지만, 효주가 필사적으로 그를 말렸다.

“아, 아니야! 오지마. 그냥 오늘  술이 안 받네.”

그러나 효주의 심정을 모르는 한석은 강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서운함을 느꼈는지 이후로는 입이 튀어나와서 축 쳐져있었다.

현수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효주를 괴롭히고, 아무것도 모른 채 효주에게 서운해하는 한석의 모습을 보는 것에서 심장이 터질듯한 쾌락이 느껴졌다.

‘존나 짜릿해. 존나 재밌어.’

현수가 흥분을 느끼는만큼 효주의 보지속을 헤집는 손가락도 더욱 격렬해져갔고, 필사적으로 참아내던 그녀가 결국 현수의 손을 붙잡았다.

“나 잠시 화장실 좀 갔다올게.”

그리곤 효주가 약간 화난 듯한 표정으로 현수를 째려보며 손을 팬티 속에서 빼내버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한석은 그런 효주가 걱정이 됐는지 곧장 일어나 그녀를 따라 나섰다.

“에휴, 쟤네도 진짜 어지간하다. 얼마 전만 해도 싸우긴 하나 싶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는데, 요즘은 맨날 저러는 것 같아.”

사건의 이면을 모르는 성민의 입장에서는 효주커플이 문제가 많아 보였었는지 둘이 자리를 뜨자마자 뒷얘기를 해댔다.

“그러게요.”

“아무튼 내가 봤을 때 한석이가 문제야. 결국 여자는 남자가 하기 나름이라니까? 저번에도 술 마시다가 화내고 난리였잖아. 너 그때 쟤가 사과했어?”

“아뇨, 안했어요. 그냥 뭐 넘어갔죠.”

“진짜 안했어? 한석이 쟤 진짜 별로네. 하여간에 쟤는 조만간 별 이상한 애가 와도 효주 뺏길 것 같아. 나처럼 딱 휘어잡고 잘해주면 절대 뺏길  없을 건데.”

성민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현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래? 네가 얼마나 잘 휘어잡나 궁금하네.’

“하긴 한석이가 좀 그렇긴 하죠. 그래도 효주가 그럴 애는 아닌데요.”

역시나 겉과 속이 다른 현수는 속마음이 전혀 티나지 않게 성민에게 호응했다.

“아무튼 오늘도 술 마시고 설치면 쟤랑 다신 안볼….”

한창 뒷얘기를 꺼내던 중 효주커플이 테이블로 오는 것을 본 현수가 눈치를 줬고, 성민은 바로 말을 멈추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효주에게 말했다.

“좀 괜찮아? 속 많이 안 좋으면 오늘 먼저 들어가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효주는 성민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자리에 앉았다.

현수는 뒤따라오는 한석의 복잡한 표정을 보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또  일 있었나 보네. 이러다 진짜 둘이 헤어지는 거 아냐?’

현수는 효주와 한석 본인들보다 오히려 헤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이유야 둘과는 달리자신의 재미를 위해서였지만, 어찌 됐건 해결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효주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자 한석이 적의가 가득찬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또 뭘 야리냐 진짜 죽여버릴까.’

안그래도한석의답답함 때문에짜증이 나있던 현수는 자신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 한석이 마음에들지 않았다.

물론 그런 점 때문에 효주를 가지고 농락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었지만.

현수는 다시금 그를 농락할 생각으로 효주를 잠깐 쳐다봤는데, 지금은 도저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존나 하고 싶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보지를 헤집고 싶은 기분이었지만,지금 행동으로옮기면 역효과가 날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만두기로했다.

이후로도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효주커플이 화장실을 갔다온 이후로 한석이 묘하게 현수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하기 시작했다.

“야, 김현수. 너 효주한테 너무 붙어있는 거 아니야?”

“어, 미안하다. 떨어질게.”

아까 전에 농락당할때는 못 알아채더니 거리를 두고 있는 지금에 와서 괜히 트집을 잡는 한석을 보며 성민과 현수, 심지어 효주까지 한석에게 그만 하라는 눈치를 줬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한석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네가 그런식으로 행동하니까 여자 후리고 다닌다고 소문나고 그러는거야. 행동 좀 똑바로 하고 다녀.”

겉으로 보기엔 가만히 있는 현수에게 시비를 거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에 성민이 정색하며 말했다.

“한석아, 그만하는게 좋겠다.”

성민의 정색에 한석이 움찔하며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마음이 많이 상했는지, 연신소주를 한 입에 털어먹으며 주량보다 많은 양의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얌마 그만 마셔. 너 그러다 저번처럼  낼거같아.”

과하게 마시는 한석을 보고 성민이 그를 말리려고 했다.

“아, 그만해요. 알아서 잘 조절해서 마실테니까.”

그러나 이미 취할대로 취한 한석은 이미 눈에 뵈는게 없는지 싸가지없는말투로 성민에게 쏘아 붙였고, 성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성민이 뭐라고하지 않자 한석이 기고만장해져서는 다시 타켓을 현수로바꿔서 이젠 원색적인 욕설을하기 시작했다.

“현수야, 씨발너 좆도 없으면서 그만 깝치고 다녀. 학창시절이었으면  진짜 나한테 맞아 죽었어. 알아?”

그 순간 성민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석에게 소리쳤다.

“야! 미쳤냐 진짜? 적당히 해라.”

한석도 성민이 이렇게까지 화를 낼지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보였지만, 이미 술기운에 이성을 잠식당한 한석은 선을 넘고 말았다.

“아,  빠져요. 형도 맞을래요?”

한석의 말에 시끄러웠던 술집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성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석에게 낮고 조용한 목소리라 말했다.

“너 따라나와봐.”

한석 또한 마치 가오에 몸이 지배당한 듯 당차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성민을 따라 나섰다.

“왜 그래요! 애도 아니고 그만해요.”

효주도 돌아가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둘을 말리려고 그들을 따라나섰고, 현수도 흥미진진한 상황에 같이따라갔다.

밖으로 나와 대치하고 있는 그들은 술집 안에서와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었다.

한석은 성민과의 피지컬 차이가 압도적이었기에 금세 가오가 몸의 지배권을 넘겨줬는지, 다리를 달달 떨면서 속으로 좆됐다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석아, 형 때릴거라며. 한 판 붙을까?”

따라 나온 효주는 겁을 집어먹고 있는 한석을 보자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지켜봤다.

“아…. 그, 그게 형 미안해요. 제가 술김에 실수했어요.”

‘이야, 여자친구가 보고 있는데 이걸 참네.’

한석은 효주가 지켜보는 와중에도 분노조절이 잘 되고 있었다.

성민도 알아서 설설 기는 한석을 보자 빡침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수그러든 목소리로 한석에게 말했다.

“나 말고 현수한테 사과해.”

그 말에 한석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지만, 곧장 현수에게 다가와 사과를 했다.

“현수야,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어.”

현수에게 사과하는 것을  성민은 한석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자신 또한 사과를 했다.

“나도 미안하다. 조금 흥분해버렸네.”

그리곤 현수와 효주에게도 사과했다.

“너네도 미안해. 나도 술김에 못참고 소리쳤다. 특히 효주야 너 있는데서 한석이한테 뭐라한건 더 미안하고.”

“아니에요, 오빠. 얘는 좀 혼났어야 됐어요.”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암튼 이왕 이렇게 된거 난 한석이랑 둘이서 한 잔 더하면서 풀테니까 너네는 먼저 들어가라. 효주야, 괜찮지?”

“네, 괜찮아요.  좀 내주세요.”

“저도 괜찮아요, 형. 먼저 들어가세요.”

‘뭐야,이렇게 끝이야? 아쉽네.’

현수는 금방 꼬리를 내린 한석 때문에 끝나버린 상황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이렇게 끝난게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민은 현수에게 다가와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현수야, 일단 이걸로 계산해. 이렇게 분위기 망쳐서 미안하다.”

전생의 기준에서 현수에게 성민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수 입장에서는.

‘뭘 이런 푼돈 가지고생색이냐.’

현수는 20대 초반이라기엔 꽤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기에 성민은 그저 생색내기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일 뿐이었다.

‘뭐 그래도 참 저번부터 센스는 있는 사람이야.’

상황은 싱겁게 끝이 났고, 한석은 성민에게 어깨동무를 당한 채로 끌려나갔다.

그들이 떠나자 현수는 효주와 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효주는 한석의 행동에  실망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고 현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둘도 갔는데 오늘은 둘이서 데이트나 할까?”

그러나 그녀는 조금 껄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음…. 그것보다 현수야.아까 나한테  그랬어?”

‘자기도 좋았으면서 또 저러네.’

현수는 분명 축축하게 젖어서 질을 움찔거리는 것을 느꼈는데도괜히 그에게 짜증을 내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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