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067화
한석은 순식간에 한 십년은 늙어 보이는 얼굴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현수에게 말했다.
“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네가 아는 것처럼 나는 내 만들어진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어. 그래, 변태같겠지. 지금 너처럼. 그래서 우리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니까?”
“….”
“난 네 성향도 알고있고, 내 성향도 알고있어. 심지어 효주의 성향까지도.”
현수의 입에서 효주가 나오자 한석의 눈빛이 다시금 적대적으로 변했다.
“한석아…. 넌 여태까지 효주를 만나면서 몰랐겠지. 나도 솔직히 놀랬어. 그런 변태같은 애인줄은.”
“무슨 개소리야, 이 씨발새끼야!”
한석이 흥분해서 달려들었지만 현수가 가볍게 제압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흥분하지마. 너한테도 오히려 좋은 상황이야. 사실말이야, 어제 술자리에서 네 앞에서효주한테 씹질을 존나 해줬거든? 근데 효주가 그렇게 느끼는 거 처음 봤어.”
“뭐, 뭐라고? 이런 미친새끼가!”
“효주는 아마 네 앞에서 당하는게 좋은거 같던데. 이렇게 말해도 모르겠어? 넌 효주가 나한테 따먹히는게 흥분되고, 효주는 네 앞에서 당하는게 좋고, 난 남자친구있는 여자를 따먹는게 좋아. 어때? 우리 너무 좋은 관계아니야? 이런 상황이 살면서 한 번이라도 찾아올 것같아?”
현수는 그렇게 말하며 한석의 바지춤을 살폈다.
‘이 새끼 섰네.’
현수의 말을 들으면서도 상황을 상상했는지 발기가 되어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한석이 지금은 부정할 지라도 곧 넘어 올 것을 확신했다.
“김현수 너,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니새끼는 다 폭로하고 같이 죽어버릴거야.”
“한석아, 다시 말하지만 넌 못할거야. 애초에 네가 본거를어떻게 설명할거고, 그리고 그걸 설명하면 네가 그렇게 사랑하는 효주는 어떡하려고?”
효주이야기가 나오자 입을 꾹 다물고 부들거리는 한석은 끝내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한석아, 잘 생각해봐. 우리는 분명 좋은 사이가 될 수 있을거야.”
현수는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린 한석을 그대로 두고 발을 돌렸다.
* * * *
그날 이후, 한석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현수의 말이 매 분, 매 초마다 맴돌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있던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김현수 그 새끼는 미친 사이코 새끼고, 믿었던 효주는 내 앞에서 그런 새끼한테 당하는걸 좋아하는 변태였고, 나는…. 그걸 관음하면서 흥분하는 병신 새끼고.’
한석에게는 애초에 그들을 폭로할 깜냥도 없었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서 현수의 말대로 입을 꾹 다문 채 살아갈 운명이었다.
‘김현수의 말이 다 맞는건가….’
한석은 효주의 숨겨져 있던 모습을 보고 말았지만, 그런 그녀가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정말 현수의 말 그대로 자신은 오히려 효주가 다른 남자를 만날 때 흥분이 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효주가 현수를 만난다는 것에 화가 나지 않았다.
한석은 효주가 오는 것도 모른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한석아, 무슨 생각해?”
“아, 미안.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보통 사람이 봤다면 효주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치를 떨었겠지만, 한석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저도 한석은 혼란스러워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내가정말 정상이 아닌가? 바람난 여자친구가 이런식으로 나를 대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게?’
“뭐야? 그럼 너네 집 가서 좀 쉴까?”
‘효주는 어떤 심정일까. 저런 눈빛을 하면서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어 보이는데, 정말 김현수가 말한 대로일까? 그리고…. 과연 효주가 이제 나랑 느낄 수나 있을까?’
한석은 효주와 현수가 하는 것을 이미 봐버렸기 때문에, 효주가 자신과 하면서 느끼지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과 매번 하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면 한석을 여전히 사랑하거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보였다.
“그래, 그러자.”
며칠 전만 해도 효주의 섹스 시그널에 반응해 자지가 빨딱 섰을 텐데 지금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서지를 않네….’
한석은 효주와 현수가 하는 것을 본 이후로 발기조차 되지 않았다.
‘이제 다시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할까?’
한석은 매우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효주의 벗은 몸을 본다면 발기가 되지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며 그의 집으로 향했다.
* * * *
‘미쳐버리겠네….’
“뭐야? 많이 피곤해? 왜 안 서?”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을 애무해주는 효주가 한석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미안, 많이 피곤한가봐.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본데?”
한석은 자신의 자지가 왜 서지 않는 것인지 이유를 알수도 없었고, 도무지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말에 효주가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번에도그러더니, 요즘 나랑 하는게 내키지가 않아?”
그런 그녀의 표정이 현수와 떡을 칠 때 봤을 표정이 오버랩이 되었다.
‘저 표정은 진짜일까? 정말…. 나랑 하고는 싶을까?’
한석의 정신상태는 거의 최악이었다.
섹스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 광경을 본 이후로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아니야, 오늘은 정말 피곤해서 그래. 미안해.”
“아냐, 미안할건 없지. 다음에 또 하자.”
한석은 필사적으로 변명을 대며 효주를 달랬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씨발…. 근데 내 자지는 왜 안 서는 거지?
효주가 집에 갈때까지도 한석은 자신의 자지가 커지지않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혼자 남은 집에서 한석은 곧장 휴대폰으로 야동을 재생시켰다.
‘씨발, 이래도 안 선다고?’
그러나 즐겨보던 야동을 봐도 도무지 발기가 되지를 않았다.
‘서라, 서라!’
억지로 키워보려고 했지만 그것도 잠시, 지속이 되지를 않았다.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던 한석은 그 길로 몇 시간동안 여러 가지 야동을 찾아봤다.
그러다가 NTR컨셉의 일본 야동을 틀었는데, 일본 특유의 정말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나왔지만 한석은 드디어 발기가 되었다.
‘씨발….’
스스로도 믿고 싶지 않았지만, 몸은 정직했다.
그 야동을 본 순간, 한석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흥분이 가득 차올랐고, 자지에 피가 쏠리는 그 기분은 분명히 좋았다.
‘이건 좀….’
그러나 이내 자괴감이 들어서 야동을 꺼버리고 그대로 누워서 감정을 부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몇 시간을 보다가 드디어 선 것뿐이야. 난 저런 걸 안 좋아한다고.’
한동안 누워서 자괴감에 빠져있던 한석은 시간이 지나자 다시금 마음속을 잠식해가는 흥분에 휴대폰을 들었다.
‘그래, 난 딸칠려고 보는 것뿐이야.’
그렇게 한석은 방금 보던 야동을 틀어서 한참을 입을 벌리고 감상했다.
* * * *
며칠 동안 한석은 강의를 들어도 수업 내용이 기억나지 않고 좋아하던 술자리도 나가지 않으며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하…. 오늘 저녁에 효주 보기로 했는데 섹스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한석은 걱정에 빠졌다.
며칠사이에도 발기를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해봤지만, 특정 야동을 보지 않으면 도무지 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걱정을 하며 집에 도착해 침대에 몸을 묻어두고 만나지 말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휴대폰이 울렸다.
우웅.
‘효주인가?’
짧은 진동음에 메시지가 온 것이라고 느낀 한석은 효주라고 예상하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니 여친 존나 맛있더라.]
‘이런 씨발새끼가?’
그러나 메시지는 효주가 아니라 현수의 것이었다.
내용을 보자마자 울컥하는 느낌이 들어서 욕을 한 바가지 하려고 했지만, 그 메시지 아래에는 사진이 한 장 있었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즐기지 않는 효주가 즐거워 보이는 표정을 하며 사진 속에 있었다.
[씨발새끼야, 진짜 죽고싶냐?]
한석은 이런 메시지를 받고도 욕을 하지 않는게 더 이상했기에 곧장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한석은 현수와 효주가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있었다.
‘좀 있으면 나랑 만나는데, 현수랑 떡치고 나를 만나는 건가?’
한석은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현수의 행동에 화가 나면서도 동시에 흥분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스스로에게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몇 시간 뒤, 약속 장소에서 효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정말 오늘 만났을까? 섹스까지 했겠지?’
곧이어 효주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는데, 분명 사진 속에서 본 옷과 똑같은 옷이었다.
‘진짜 오늘 만나서 놀았구나.’
씁쓸한 기분과 함께 현수의 말을 머릿속에서 이미 기정사실화한 한석은 다시금 자신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오랜만에 효주와 손을 잡으면서 발기한 상태로 거리를 배회했다.
‘씨발, 화가 나야 되는데 왜 이렇게 흥분되지? 자지까지 섰잖아?’
“한석아, 오늘은 내가 좀 피곤한데 너네 집에서 자고 가도 돼?”
효주가 하품을 하며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
오랜만에 빨딱 서있는 자지가 원하는 말을 들었지만, 유독 피곤해하는 그녀를 보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떡치고 와서 피곤하니?’
한석은 목 끝까지 내뱉고 싶은 말을 삼키며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되지. 근데 왜 피곤해?”
“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미안해.”
한석은 할말이 참 많았지만,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배고픈데 뭐 좀 먹을까?”
‘하…. 그 새끼 집에서는 떡치느라 밥도 못챙겨 먹었어?’
한석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효주를 현수와 엮어서 생각하고 있었다.
“집에 먹을게 없는데 뭐 시켜먹자.”
“응, 난 아무거나 먹어도 좋아. 아무튼 나 음식 올 때까지 조금만 잘게.”
“그래 그렇게 해.”
그렇게 시간이 지나 대충 배달음식을 시켜 배를 채운 뒤, 둘은 침대에 누워서 껴안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효주는 정말로 피곤했는지 다시 잠이 들었고, 한석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석은 최근 들어서 계속해서 발기를 실패했었다.
그러나 효주가 현수와 섹스를 하고 왔다는 상상을 하면서 그녀를 보자 만나는 내내자지가 빨딱 선 상태를 유지 하고 있었다.
‘정말…. 내가 그런 변태 새끼였던 걸까?’
한석은 자괴감이 들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흥분에죄책감마저도 들었다.
‘하긴 효주가 현수랑 떡 치고 다니는 걸 알면서도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데….’
한석은 점점 마음을 잠식당하고 있었다.
한참을 복잡한 머리를 싸매고 자아 성찰을 하고 있던 도중에 어느덧 효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
“아, 깼어? 그냥 멍 때리고 있었어.”
흐아암.
효주는 기지개를 피며 한석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요즘 뱃살이 늘었어. 곰돌이같애.”
“운동은 안하고 매일 먹기만하니까. 보기 싫어?”
“아니, 개좋아.”
효주가 매력적인 웃음으로 한석에게 애정공세를 해왔다.
한석은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은 다음에 자신에게 이렇게 애교를 부리는 효주를 보자 가증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이 상황이 그를 더욱흥분하게 만들었다.
‘못 참겠다.’
한석은 곧장 효주의 입에 키스를 퍼부으며 효주의 가슴을 주물러댔다.
“갑자기 왜 이래? 하고 싶어졌어?”
효주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한석에게 물었지만, 저항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한석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까 현수가 여기에 존나게 박았겠지?’
한석은 그녀를 애무하면서도 현수에게 이미 한 번 따먹히고 왔다는 사실이 미칠 듯이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씨발, 나도 박고싶다.’
한석은 애무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박고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들었다.
빠른 속도로 바지를 벗고 거칠게 효주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효주는 그런 한석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효주의 행동은 살짝 수동적이었다.
그리고 그 태도는 한석에게 살짝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뭐지?’
한석의 머릿속으로 그날의 효주가 스쳐 지나갔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섹스에 임하던 효주.
지금처럼수동적이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그녀였기에, 한석은 당황스러웠다.
‘나한테 기대가 없는건가...?’
한석은 문득 효주가 지금껏 자신과의 섹스에서 제대로 느낀 적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갑자기 한석은 부담감이 숨막히게 치솟았다.
‘내가 효주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한석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한석아...”
효주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한석이 정신을 차리고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데 효주는 살짝 당황스럽다는 듯 한 표정으로 그의 물건을힐끔거리고 있었다.
한석은 깨달았다.
어느새 그의 물건은 발기가 완전히 풀려있었다.